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66)화 (266/454)



〈 266화 〉73. 합리적 혹은 단순 의혹.(2)

“아무튼 할 말 있으면 대화들 나누고 그러도록. 정리하기까지 3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말했으니, 떠나기 전에 들리도록 하게. 이 몸이 너무 눈을 부릅뜨고 달라붙어 있음 경 입장에서 회포며 이별도 제대로 못 하게 될 터이니, 이 친구 말고도 다른 이들하고도 확실하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정리 잘해두고. 나중에 다시 오더라도,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아랫사람 배려 잘하는 듯한 상사의 모습을 고수하며 모습을 감춘 패왕녀.
어쨌든 그렇게 둘만 남게 되자.



“그렇게 됐으니, 며칠   떠날 테니, 알아두고.”
“…….”
“현실에서 볼  있으니까 너무 아쉬워는 말고!”

카일론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 이건가.

가뜩이나 뒤숭숭했는데, 에드릭으로 오기 무섭게  마음이 허무해지고, 뒤숭숭한 소리를 들어서 그런 걸까, 갑자기 의욕이 확 꺼져버렸다.

애초에 없던 의욕이었는데, 한술  떠버리니, 무기력 증세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그리고 이번에 부군이 돼서 카일론의 안주인… 남자한테 이런 소리는 약간 이상하지만, 그렇게 될 시엔 승진도 예고돼 있으니까… 기회 괜스레 놓치지 말고.”
“만약 실패하면요?”
“……흐음.”

여기서, 의외로 팀장님은 장고하듯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더니.



“여기 국왕 폐하께서 꽤 집착이 심하신 분이니… 어쩌면 에드릭이란 캐릭터를… 음,   해도 대강 짐작은 가지?”
“…….”

이미 이쪽이 전달한 보고도 있던 터라, 부군에서 탈락한다는 건, 사실상…….



“시체가 되지 않은 한, 보내주지 않을 게 뻔하니까. 어쩌면 잡아다가 전부 쥐어 짜낼 생각인 건지도.”
“임금님의 의도며 뜻을 아직도 짐작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향점, 바라보는  완전 차원이 틀리니까.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거기다가… 이세계 진출을 생각한다는 시점에… 스케일이 틀리잖아? 어쩌면 우리 모르게 본사… 혹은 다른 조직이나 어떤 모종의 무언가와의 무언가가 있을지도?”




말이 애매했다.
무언가의 무언가라니.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가급적 이번 경선에선 승리하는 쪽으로 굳혀. 그러면, 네가 항상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던,  빠는 삶을 살지 누가 알아?”
“…….”


꿀이라… 좋지. 말 그대로만 흘러간다면야….

“아무튼 며칠 더 있을 거니까, 용건 있고 이러면 메시지 남기고.”




그러고는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곤 에드릭의 객실을 나선 그녀.
그리고.

“…….”


여전히 무기력한 페이스를 어찌 조절 못 한 에드릭은, 그냥 만사가 귀찮아 그대로 누워서, 무려 하루를 꼬박 잠들고야 말았다.

이조차도, 식사하라며 시종이 깨우러 와서 일어난 거지, 안 그랬으면 수시간은 더 눈붙이고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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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얼굴 없는 이사진? 사장? 회장?
아무튼 그런 높으신 분이 의도적으로 자신과 팀장님을 갈라놓는 것 같은 명령을 내리며 악당처럼 웃어대는  지켜보며 이를 갈다 눈을  에드릭은,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고야 말았다.


확실히 어제 종일 잠들어서 그런지, 식사하고 식곤증 때문인지 무기력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눈을 붙였음에도 한  시간도 채  돼서 다시 눈을 뜰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사실상 하루는 꼬박 날려 먹었고, 지금이 이틀째? 더 됐나?

사람이란  참 신기한 게, 의욕이 증발하는 걸 떠나 그런 욕구 자체가 증발해버리면, 또 실망이 너무 극심하거나 크면… 어째서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게 되더라.


그러니까… 이걸 대체 언제 겪어 봤더라.

한창 때 취업 면접 떨어지고 자격증 시험이나 토익? 그런 거 낮게 맞아 멘탈 나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의외로 수능은… 어차피 기대를 안 해서 개의치도 않았었고.
그러니까….



‘면접 떨어진 건 낙담하기보단 화가 났었지.’

근데 그게 자주 반복되다 보니, 어? 내가 그냥 수준 미달, 자격 미달인 인간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곤 했지만, 그럼에도 그거 가지고 무기력증에 시달려 아무것도  할 정도로 사람이  퍼지고 그러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뭐랄까. 몸이 물먹은 솜… 비유 좋네. 어쨌든 진짜 그런 느낌이다. 오죽하면 졸리지도 않은데 눈이 감기고, 눈꺼풀 들 힘이 없어서 내심 자포자기하는 심경으로 이러고 있겠나.



‘어이가 없네.’


머릿속이 팽팽 도는데, 한편으론 생각하는 것조차 피곤했다.
아니, 생각하는 게 피곤하다니?




‘이건 그러니까….’


충격, 쇼크, 그로 인한 체념, 실망… 그에 따른 무기력증인가?
심리학적? 의학적 용어로도 있었던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런  능숙하게 떠올릴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던 것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짐작이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다.

에드릭은 지금   한 가지를 택해야하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있단 걸 자각하고, 그걸 셈 치느라 좀처럼 다른 곳에 신경이며 정신을 분산할 겨를이 없었던 거다.


거기다 이번 건은 시간제한조차 있었다.



“……하아.”


더군다나 어느 쪽은 택하든 막다른  혹은 낭떠러지.
……예컨대 이전처럼 막 나대듯 능동적 선택이 불가능한, 성실하면서도 요령 없는… 그런 지지리도 융통성 없는 선택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선택 여부를 강요하고 있었단 점이었다.




‘어쩌란 말인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한다.
이거야말로 사면초가, 총체적 난국이 아니겠나.


……도대체 어쩌다가 이 꼴이  걸까.
다시금 한숨을 길게, 마치 장탄식을 터트리듯 길고 긴 한숨을 내쉬는 에드릭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상체를 일으킨 그는, 한동은  상태로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째 몸에 힘은 안 나지만, 여기서 더 큰 후회를 안 하려면… 결국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 결정.
……그 망할 놈에 결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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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듯 계획한 대로, 원하는 방식으론 흘러가지 않는 법.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여유를 가진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벌써 떠났…?”



반나절을 착각해 놓치고야 말았다.
미루고 미뤘는데 정작  기간이 그 기간이 아니었다?
자신의 착각? 아님 단순한….

멘탈이 나가 있다 보면 늘 이런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하는데, 하필 여태 별다른 문제 없이 잘만 흘러가던 흐름이, 어느 순간부터 한 핀트 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자책하기도, 누굴 탓하기도 뭐한 게, 마치 마감 날짜에 쫓겨 막바지에나 숙제며 일에 전념하는 것 같은 우를 범한 건… 어느 쪽이든 에드릭 자신이었기에.


“하아….”

이러려고 했던  아닌데.
적어도 가기 전에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묻든  하든 했어야 했다.
그래야 확실하게… 미련이 됐든, 망설임을 어떻게  수 있었을 테니.

“…….”

그러나 그걸 행한다는  자체가, 불안을 잠식시키는  이상으로, 두려웠던 건지도.

“용기라….”



정말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데, 사람이 이렇게 멍청해질 수도 있구나 싶었다.




“가능성 여부는 둘째치고….”




실은 다행이라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막상 눈앞에서 원치 않은 답변을 들었다면….




“아아아악!”


이건 뭐 개찐따도 아니고  하는 짓이냐?!




“아, 됐다. 궁상은 나중에 떨고, 할 일이나 하자.”



무도대회는 뭐… 몸을 때운다 치고.
학술 뭐시기나 준비해야지.
그 외에 연설 대본도 작성해두면 나쁘지 않을 테고….


보통 이런 건 후원 및 지원 세력? 아무튼 그쪽 이들의 도움을 받든, 개인의 뛰어난 언변이며 지력을 뽐내든 간에.

도움을 받든 스스로 해결하든 그거야 다 개인적 자유라 치지만….



‘도움을 받는  썩 좋지 않을 수도.’



이건 달리 말하면 추후 특정 누구누구들로 하여금 원한 관계, 눈에 벗어나는 경우가 생겨날 여지가 생긴다.


평등하게, 균등하게 그들을 대하고자 한다면, 특정 누군가와 친한 척해서 관계며 선을 잇지 못한 이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 후회를 안겨줘 이것이 원한으로 번지는 사태는, 가급적 자제해야 될 문제이기도 할 터다.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너무 정치적인 걸까?’



이기적이라면 오히려 편을 끌어들이고, 이후 노골적 편애를 통해 알아서 기게 하는  좋기야 하겠지만….


‘그건 왕일 때 하는 거지, 부군이  짓 하면….’



좋지 않아. 아주.
패왕녀는 어떨지 몰라도 철왕, 국왕이란 작자의 머릿속이 짐작이  가는 만큼, 최대한 몸 사리며 조심성을 추구하는 수밖에.


괜스레 다른 후보들이 귀족이며 주변 사람들을 모으거나, 만나러 다니는데 분주한데 비해, 에드릭은 도리어 몸을 사리며 만나러 오는 이들조차 만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는  아니었다.

‘거기다….’



이건 단순 부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귀족을 포함해 크고 작은 왕실 관계자, 거기다 공신이며 대신들도….



‘후려쳐 버릴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철왕은 말했다.
비밀을 일러준 건, 부군이 아닐 시에….

‘처단하겠다는 의미겠지.’


단순히 추방, 퇴출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그 말은….




‘후보에서 탈락한 부군들을 처단하는 명분으로, 그들을 들먹이거나 연관 지어 어떻게 담가버리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조선의 태종이 속칭 킬방원 소리를 들어가며 숙청에 처단을 일삼음으로써 조선 초기의 혼란스러운 정치권을 안정시켰으며, 이후 이런 토대를 다진 끝에 세종대왕이라는 조선의 유례없는 명군이 탄생함으로써 조선 왕조는 확실하게, 일제가 깽판 치기 이전까지 확고하게 사직을 굳히기에 이른다.

만약 철왕이 눈 감기 전에 그런 명목으로 패왕녀에게 불편을 끼칠 것들, 눈치만 보며 충성  헌신을 내팽개친 것들을 잡초 뽑듯 뽑는  물론, 번거로운 것들을 작정하고 쳐내고자 한다면?


“…….”



혹여 에드릭이 부군 경선에 떨어질 시, 에드릭과 친분을 맺었던 이들도 덩달아 잘려 나갈 여지가 있기에 더욱 몸을 사리고 있는 거기도 했다.

‘물론 이건… 혼자만 품고 있을 문제고, 이후로도 혼자만 품어야 할… 그런 문제지.’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는 문제다.

털어놓아 마음이 편해지면? 그만큼 관계가 굳건해질 테니 더욱 굳건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하기는 그랬다.
음모론적 개념으로 접근한다 치면, 아예 작정하고 죄다 손을 벌려 돌이킬  없는 지경으로 엮는 것도 방법이 되긴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애초에 정치질을 필요해서 한 거지, 그걸 주력으로 삼고픈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그러니 여기까지.’



  있는 거 한정으로, 최선을 다한다.
딱 거기까지.
음모, 중상, 모략….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욕망하지 않으며, 강욕을 부리지 않는 게 불의이며, 대의에 어긋나고, 역사의 시선으로 비추어 볼 때, 올바르지 못했다고 치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타인을 짓밟으며 올라가게끔 세상을 만들어져 있다.
에드릭은 그게, 너무나도 싫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알지만, 그건 딱 게임의 선이면 족하다.
목숨을 걸고, 신명을 다 쏟아부으면서까지는….


“욕심, 야욕….”

야망.


“다 허무맹랑한 거지.”

고대며 과거 시절이야  일이 없고 쫓을 게 그거뿐이라 출세며 뭐며 이것저것에 휘둘리고 그랬다지만, 현대인 기준으로 에드릭은 충분히 세상을 어찌 살아야 할지, 그에 관한 사상, 신념, 개념에 대해 무수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며, 시대적 천재들과 가장 윗줄에 앉아 있던 권력자들의 시작과 끝. 후대의 각양각색의 평가까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생각 및 판단의 재료로 삼는다.
그 역사가 전부이자, 전체는 아니지 않나.
그건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


생각, 사고.
그리고 판단.


…그 정도면 족하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을 구성하고, 완성 시켜나가는 것.
세상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힘을 겨루고, 지혜를 겨뤄가며 속이고 속여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걸 막연하게 강조하는 것처럼 구성돼 있다.

짐승이 짐승을 사냥해 먹는 것도 그런 맥락.
 번의 실수로 생명을 잃고, 누군 고작 하루 혹은 며칠간 목숨을 이어가는 게 고작.
어느 쪽이 옳고 그릇됐는지는, 여기선 큰 의미가 없다.
순리란 그런 거니.

감정적으로 잔혹하다? 무섭다? 끔찍하다?
그건…  개인의 사정이지.

“그러니 야심을 품고, 욕망하는 이를 굳이 욕할 것도 아니고.”



그조차도 순리다.
인간쓰레기가 넘쳐나는 것도, 그럼에도 세상이 굴러가는 건 그래도 선하든 순하든… 좋은 이들이 있기에 굴러가는 거 아니겠나.



“…차라리 아무 생각 안 하고, 기본적인 준비나 해야겠네.”

준비를 철저히 하는  노력의 문제다.
나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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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대회라는 건 듣는 것만으로 박진감이 느껴진다.

이야기꾼을 통해 대전이 어찌 진행됐으며, 그들이 어떤 식으로 싸워 승리하고, 패배했는지를 듣는 것도 제법 그럴싸하달까.

tv며 영상 매체에 익숙한 현대인으로선 말로 듣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지만, 이곳 세계의 현시대에 tv를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되며 라디오? 이것도 말이 안 되지.


거기다 책? 문자는  아무나 배우나? 혹여 배웠다 쳐도 종이가 엄청 흔하고, 책은 또 아무나  수 있는 줄 알고? 월간 잡지? 말이 되는 소리를….


이러다 보니 음유 시인을 비롯해 각종 이야기꾼들이 인기몰이를  수밖에 없었고, 연기하는 연기자며 극단, 서커스 등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일 수밖에 없는 게,  세상은 그만큼 즐길 거리가 적었다.

그러니 이런 일대 이벤트에 사람들이 환호와 기대를 품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더군다나 싸움 구경은 남녀노소가 본래 따로 없는 법이고.


그리고 그런 걸 꺼려하는 이들까지 고려해, 학식은 높고 체면도 드높은, 자칭 고풍스럽다는 것들을 위한 지적 유희가 이런 학술 대회가 아니겠나.

…에드릭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그래도 같은 분야를 전문적으로 논의하고 논쟁하며 의견을 교류하는 건, 아는 게 많고 이런 소스를  구사할수록 흥이 돋는 법이다.

…말 그대로 무도 대회가 주먹질 및 칼로 싸우는 승부라면, 이쪽은 두뇌와 입으로 싸우는 승부인 셈이니.

그리고 세 번째는… 생각만 해도 갑갑해진다.


‘무대 울렁증이나 공포증이 사라진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진 않은데 말이지.’

에드릭으로 살아오며 온갖 연기를 행하며, 에드릭도 남들 앞에 자주 서봤기에 그 문제로 발이 땅에 붙은 양 안 떨어진다거나, 하체가 개다리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한마디 제대로 못  덜덜 떨다 끙끙대며  내리깔고 한마디도 못 하는 등!
…그런 식으로 불만족스럽게 끝을 보아서야 쓰겠는가.


어쨌든 며칠 방에 틀어박혀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책을 써내려갔는데, 도대체 옛날에  잘난 분들은 어디 짱 박혀서 책을 어떻게 써댔는지 모르겠다 싶더라.


쓰다가 지우려 하는데, 컴퓨터 워드며 이런 것도 아니기에 한 자라도 잘못 쓰면 종이를 버리거나 고치고 나중에 새로 옮기고 해야 하는데, 이게 오죽 불편했어야지.


책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이를 바탕으로 뭔가 선전하고, 써먹을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 재료 겸 또 하나의 사용 도구 차원에서 확보해두고자 하는 거였는데… 역시나 짧게 쓰려 해도 막상 쓰자니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나중에 완성하던가 해야지.’


방안에 틀어만 박혀 있으면 사람이 지루해서 쓰겠나. 그러니 이런 두뇌 파괴(?) 노동이라도 해야지 본래 창작의 고통이 그렇게 비루먹을 정도로 사람 미치게 만든다 하지 않던가?

…사실이었다. 아주 개짜증나서 진짜….

그나마 조금 지루함이 덜한 이유가 있다면….

“…….”

바닥에 앉아 잠든 루넨브리스 때문이리라.
그건 그렇고….


늑대 모습일 때가 귀여운데, 굳이 바닥에 누워 자면서 사람 모습으로 그러고 있는 연유가 뭐니?

…심지어 알몸, 나체로 그런 이유가 대체 뭐냐고! 응?!

…사심 없이  보신하는 거야 좋지만, 방 구석에 있다 보니 너 때문에 괜히 달아 오르잖냐?! 확 덮쳐버릴라!


아무튼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를 실현하고 있는 에드릭은, 여러 가지 의미로 휴식이며 힐링은커녕 고단한 나날을 보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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