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4화 〉76. 치맥에 장사 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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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왜 하루에 한 놈씩 붙는 걸까.
내심 하루에 네다섯 명 싹 다 불러서 해결하면 어디가 덧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한 의문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해결됐는데.
“대회 여럿 참가하는 사람한텐 그거야말로 몹쓸 짓이지!”
아, 네. 그건 생각 못 했네요.
저 같은 촌놈은 귀찮은 것도 있고 해서 영….
상금이며 유명세, 그 외에도 이것저것 걸려 있는 것들이 있다 보니, 대성황인가 보다.
어쨌든 가볍게 이기고 조리장으로 개조한 창고로 돌아오니.
“오오….”
튀김 소리며 기름 냄새가 멀리서부터 장난 아니었다.
저것들 중 반은 샘플로 각종 음식점에 뿌릴 거고, 나머지는 기름에 1차로 튀기기 전 공정까지 끝맞춘 상태로 저온 보관한 상태로 판매 전 1차 튀기는 모습을 쇼맨십으로 과시해가며 주문 받아 판매할 예정이다.
‘문제는 기름값이네.’
상상 이상으로 기름값이 터무니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거기다 튀김도 한 기름에 너무 반복해서 오래 튀기면 상태가 장난 아닌 지라, 어느 시점에 갈아줘야 할 텐데, 아직 언제 갈아야 할지는 판단이 서질 않았다.
스마트폰 상으로 레시피와 함께 관련 정보를 전달해준 본사 직원 왈, 너무 튀기면 슬슬 기름에 탄 맛이 난다고 한단다.
…음, 흔히 이쪽 계통에서 적폐질 일삼는 것들이 오늘도 튀기고 내일도 그 기름으로 튀기고… 이런다는 의혹들이 적지 않았는데, 어쩌면 장사가 덜 돼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짐작을 잠시간 해보게 됐다.
…아님 말고. 그쪽 일을 해봤어야 알지.
대기업 프렌차이즈 지점에서 알바를 해본 당시, 위생에 대해 대단히 신경 쓰는 면이 강했기에 오히려 그쪽은 그러려니 하게 됐지만, 개인 가게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중국집에서 배달 음식 안 먹게 된 계기도, 뉴스를 타고 온갖 더러운 장면이라던가, 막상 검색해보니 위생 문제로 적발이 된 케이스라던가 해서, 뭔가 안 시키게 된 거기도 하지만….
‘요리가 쉬운 게 아니지.’
요리를 한다 쳐도 설거지는… 후우.
“어때? 이겼어?”
“대충.”
에드릭은 이런 쪽으론 잘난 척을 안 하는 부류다 보니 덤덤하게 예선 승리에 대해 일러줬다.
“보통 그런 거 이기면 어깨에 힘 좀 들어가고 그러는데, 넌 어째 변함이 없다?”
“우승도 아니고 예선전에서 이긴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러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 기대치가 높다면 예선 통과는 당연시 여길 테고, 예선 승리 자체가 목적이라면 그조차도 기쁘기 한량없을 거고.
“술 제공해주겠다는 업체 위주로 샘플 전달 완료했지?”
“물론. 덕분에 뒤늦게라도 협조하겠다는 이들은, 이틀 뒤에나 그러라 그랬지.”
“잘 했어.”
한번 말할 때 들어먹으면 대우를 해주는 게 마땅하고, 말을 그렇게 해줘도 무시하고 괄시하고 외면하면? 대가를 치러야지.
이러한 걸 분명하게 해둬야, 나중에 뭘 하든 알아서 기게 되는 거다.
사람은 본래, 한 번 크게 넘어져 무릎 다 까지고, 팔꿈치도 다 까져봐야, 재차 넘어지는 게 무서운 줄 아는 거니.
처음부터 믿으라 하면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지.
그러기에, 믿고 따라주는 이들에겐 그에 마땅한 보상을 쥐어 주는 게 맞는 거고.
“잘 굴러가면 이상한 놈들 꼬이니까, 그거 고려해서 사람 구할 때 적당히 힘 깨나 쓰는 애들도 고용하고.”
“그런데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정말 없는데, 오히려 우리가 돈 써야 하는 판인데 정말 괜찮겠어?”
“그렇다고 많이 쓰는 것도 아니잖아? 거기다 너 여기서 이런 경험했다고 치면, 아르세이유든 다른 곳 돌아가서 손 놓고 있을 거야?”
“그거야….”
“배움에는 그만큼 수업료가 필요한 거지. 이건 너한테 주는 내 나름의 선물이기도 하니까, 가감없이 받아둬.”
“……말이라도 못 하면. 하여간 이런 건 변하질 않네.”
프리지아가 특유의 솜사탕과도 같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가며, 심기가 불편한 걸 은연중 호소했다.
원래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취향에 안 맞으면 썩 불편하기 마련이지. 흐흐….
“해는 금방 지니까 준비 빠르게 해둬. 오늘은 이 정도지만, 아마 퍼져 나가면, 내일은 이보다 못해도 2배는 더 조리해야 할 테니까.”
당장 양념을 재현하는 건 재료 문제로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이 후추 섞은 소금을 맛소금 개념을 추가해야 될까 싶었다.
그냥도 맛있지만, 그래서야 너무 느끼하고 물리니. 기름진 음식은 의외로 잠깐 맛보는 건 좋으나, 그걸 식사 차원에서 먹고자 하면 느끼함에 물릴 여지가 있기에 지속적으로 술을 퍼마시게 하려면, 간은 적당한 것보단 살짝 짠 게 좋았다.
그러나 나름 짜게 한다 쳐도 막상 조리할 때 너무 짜게 나오면 답이 없기에 조절하다 보면, 필시 부족함이 생길 여지가 있다.
에드릭은 그걸 고려해 모자랄지언정 과하게는 하지 말라 했는데, 혹시나 싶어 맛보니 확실히 싱거운 면이 있었다.
그래도 모자란 건 채울 수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지만.
어쨌든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또 술을 부르는 거고.
맥주하고 잘 맞는 이유 중 하나인데, 반대로 싱겁되 적당히 기름지고 바싹한 걸 원할 여지도 컸지만….
‘그 정도로 잘 조리하려면, 여기서부턴 공정 문제가 아니니.’
거의 하는 일이 없음에도, 헤아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럼 난 갈 테니까 알아서 잘 굴려보던가.”
“…난 내 일도 내려놓고 이쪽에 다 쏟아붓고 있는데 네가 자리를 피하면 어쩌라고?”
“그런 만큼 네가 주역으로 얼굴도장 찍기 좋다 생각은 안 들고?”
“…하여간 말이나 못 하면.”
내심 불안하니 살짝 살피기야 하겠지만, 그걸 구태여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프리지아가 성장하는 건 에드릭한테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아니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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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좋을 거라 예측은 했는데, 생각보다 호평이었다.
임시로 펼쳐둔 천막이 딱 포장마차 느낌을 더해준 덕에, 묘하게 눈길을 끄는 건 덤이라 치고.
‘근데 저러면 기름 냄새 장난 아닐 텐데.’
거기다 야외랍시고 담배며 연초를 뻑뻑 펴대는 몇몇 종족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저건 좀… 아웃 같은데.
덕분에 천막을 입구를 죄다 드러내 사실상 천장을 제외하곤 사방을 트니, 인파가 몰린 것도 그렇고, 튀김 향이 주변을 가로지르는 터라, 다시금 관심의 시선들이 쏠쏠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절찬리 술통을 들고 들어서는 이들 덕에 한 집에서 다양한 맥주 맛을 볼 수 있는 식으로 새로이 소문이 퍼져 나갔는데….
‘양조장이 아직 각 잡고 성행하는 시기도 아니니.’
아무래도 주점이나 여관 등에서 자체적으로 술을 담그고 만드는 경우들이 훨씬 많았던 탓도 있을 거다.
카일론이란 국가 자체가 일반 가정에서조차 술을 담가댈 정도로 술 담그는 게 익숙한 국가기도 한데, 덕분에 표준적인 술이라는 게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애주가들 사이에선 주점이며 몇몇 여관 등에선 어떤 술이 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갔고, 그런 곳들이 대를 이어 여관이며 주점 및 식당을 이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야외에서 이런 다양한 걸 단번에 맛볼 수 있다는 게 제법 주효한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과음이 불가하도록 규칙을 세운 것도 그렇고.
…물론 세상일이라는 게 규칙을 세운다고 늘 그럴싸하게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당연 소란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내가 더 마시겠다는데 뭐가 문젠데?!”
어디든 악질 손놈은 있기 마련.
에드릭은 이걸 어찌 대처하나 멀찍이 떨어진 건물 지붕 위에서 대강 지켜보고 있었다.
각 상단이나 몇몇 부호들의 자제들은 이런 불협화음에 어찌 대처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 그대로 종업원 및 조리원 개념으로 부려지기에 이들은 지금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의아할 터다.
이렇게 부려지는 와중에 배울 걸 배우고자 눈에 불을 켜는 이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오게 된 이들은 뭐가 됐든 불성실했는데, 그런 건 프리지아 눈에 띄기 무섭게 곧장 열외 시키 버린 터라, 일손은 계속 줄어만 갔다.
그래도 그게 허용되는 이유는, 조리 준비가 일정 부분 끝난 것과, 의외로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거나 식대가 없어 아쉬움을 삼키는 이들이 임시로 배치됐기 때문인데….
‘의외로 빠르네.’
거기다 딱히 전단지를 본 것도 아니고, 무작정 다가와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건 조금 의외였다.
거기엔 이쪽 세계 기준으로도 미성년자들도 있었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덕에 이런 쪽으로 일손이 부족한 곳에 요령껏 알아서 파고 드는 경향들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푼돈 심부름꾼까지 겸하는 거겠지.’
아마 정보 조직한테 여기가 뭐고 어떻게 굴러가고, 그런 정보 등을 알아서 몇몇 이들한테 제공한다던가….
나쁘게 볼 건 없는 게, 다 필요해서 그러는 거고, 그러면서 더불어 얻는 거니… 솔직히 산업 스파이급으로 악의를 품고 접근한 게 아니라면, 이 또한 생리겠거니 해서 그러려니 싶었다.
그리고….
‘저쪽 인간들하고 접선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는 비밀 조직이며 뒷골목이나 정보 조직 등을 너무 쉽게 찾고 그러는데, 현실은 그들이 그렇게까지 대단할 정도로 뭔가를 어쩌고 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길드 급 조직을 갖추고는 있으나, 그들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모두 고만고만한 이들이기에.
이들이 모여서 무서운 거지, 하나하나 놓고 보면 다들 세계의 틈바구니를 헤매는 빈곤층인 건 예외가 없었다.
‘암살 조직이 괜히 귀족들 안 건드리는 게 아니지.’
건드렸다간 감당 안 되니까 그런 거고, 건드렸을 때 그거 조치 못 취하면 아마 그 귀족은… 체면도 체면이지만 상처 입은 맹수 취급받고 철저하게 짓밟히리라.
‘이렇게 보면 또 묘하게 현실적이란 말이야.’
거기다 접근 방식이 의심스러우면 이건 이것대로 저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차라리 예측 범위 내에서, 작정하고 접근하는 쪽이 또 의심을 덜 살 거고.
신비주의를 자처하는 건 중요하나, 너무 자처하면 그건 그것대로 경계를 산다.
아닌가, 오히려 아예 범접 못 할 분위기를 풍겨대는 게 좋으려나?
‘헷갈리네.’
그런 식으로 장사가 끝나고 다들 숨 돌리는 가운데, 일손으로 뽑힌 이들 몇몇이 일당을 받고, 추가로 남은 튀김을 들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아까 눈여겨 봐뒀던 꼬맹이를 은밀히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곤 애가 골목을 진입해 나아가는 찰나, 지붕에 내려와 꼬맹이를 불렀다.
“아이야.”
“……예?”
에드릭은 곧장 은화를 튕겨 녀석에게 던지며 물었다.
“일한 곳 분위기는 어떠하더냐?”
“…….”
눈치를 보다 은화를 허겁지겁 집어 든 꼬맹이가 공손한 태도로 물어왔다.
“어, 어떤 분위기 말이세요?”
“네가 느낀 걸 차곡차곡 이야기해보거라.”
평소와 달리, 목을 살짝 깔고 적당히 위엄 있는 어조로 물어 녀석으로 하여금 일한 곳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듣고자 했다.
…돈 주고 후기, 평가를 꼬맹이에게 묻다니,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네.
꼬맹이는 자기 딴에 재미있게 이야기하려 했으나, 본론만 말하게 하자 5분도 채 안 돼 전체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흐음….’
그리고 이 이야기는 프리지아의 귀에 들어가 피드백될 테지.
익숙하지 않을 일을 할 땐, 착오며 실수, 문제점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캐치해 수정하고,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확실히, 꼬맹이 입을 통해 들으니, 허점이 여럿 포착됐는데….
“그래, 고맙구나.”
에드릭이 다시금 은화 하나를 튕기곤.
“아, 그리고 혹여 이와 비슷한 걸 묻는 이가 있거든, 나중에 한번 보자고 말씀드리거라.”
그리곤 은화를 하나 더.
“이건 그 비용이다. 할 일을 잘 하면, 나중에 내가 몇 차례 더 널 찾으마.”
“…저기, 그런데 보자고 하시면, 어디 위치를….”
“그건 그들이 알아서 찾아내야지.”
못 찾으면 마는 거고.
무엇보다 이번 물음 하나로, 녀석이 그런 이들과 접점이 있다는 건 명료해졌다.
또한 이번 말고도 이후로도 먹잇감을 준다는 기대치를 높여놨으니, 녀석도 알아서 자기 할 일에 충실할 거다.
‘이 또한…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