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80)화 (280/454)



〈 280화 〉78. 그럭저럭 무투 대회 본선 시작.(2)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 텐가!”



도발하듯 우렁찬 음성이 그녀로 하여금 울렸는데, 목청이 어마어마해서 관중들의 환호가 한순간에 묻힐 정도였다.



‘…화통을 삶아 드셨나.’


솔직히 화살  떨어질 때까지 이러렵니다, 하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 속내를 굳이 드러낼 필요까진 없겠지.

거기다 일부 화살은 그녀가 움직이며 회수하고 있기에 수가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는 듯 보이나….

최초에 쏘았던 것보다 기세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그녀의 기분 탓,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나.


“……?”


문득 화살  개를 쏘아낸 시점에, 손끝이 차게 식은 걸 깨우친 그녀.


‘이건….’

혹시나 싶어 시선은 에드릭에게 고정한 채, 회수한 화살 하나 들어 손끝으로 화살의 끝, 깃 부근을 만지자….


‘뻣뻣하고 차갑다. 얼어붙은 건가?’

왜?
그러고 보니….

문득 에드릭 주변에 미세하게나마 하얀 결정 같은 게 어렴풋이 보일락 말락 부유하는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

눈치 채는  느렸지만, 그제야 마이기신은 에드릭의 속내를 조금은 엿본 듯했다.


‘내게서 화살을 모조리….’



깃이 얼어붙은 덕에 의도와 달리 궤도가 틀어진다.
거기다 단순히 얼어붙은 거뿐 아니라 무겁기까지 하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상태로 얼린 것 마냥.

초원의 칼바람이 깃을 얼린다 해도 이 정도로 활을 쏘는데 지장을  순 없었다. 그런 것도 다 고려해서 제조한 거니.


하지만 물을 잔뜩 머금은 깃이라? 그런 걸 얼린다?


‘…생경하다.’



이런 사고 와중에도 그녀는 발을 멈추거나 공세를 멈추진 않았다.


다만 사거리가 멀어질수록 명중률이 떨어졌기에 어쩔  없이 다섯 걸음 정도 근접한 상태로 다시금 몸을 원형을 그리며 에드릭을 견제하는데 열중했는데, 나중엔 회수한 화살 자체가  부근에까지 서리가 생겨날 정도로 얼어붙기에 이르렀다.

깃은 진작에 얼음 결정이 발생했으며, 화살 전체에 불규칙적인 얼음 결정이 달라붙은 것도 문제지만, 손대기 무섭게 장갑 위로까지 한기가 치밀자, 이걸로는  되겠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수를 써야되겠군.’




결국 그녀는 여태 무투 대회에서 사용한 적 없는 무구를 끄집어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본선서부터는 자신의 무구를 자율적으로 다루는 게 허용됐기에, 마찬가지로 제약이 풀린 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

허리춤에 매달린 팔뚝만 한 길이의 휘어진 곡도(曲刀)를 기습처럼 끄집어내 먹이를 향해 쇄도하는 독수리처럼 휘두른 마이기신.


그걸 비교적 냉정한 시선으로 급속도로 가까워져 가는 그녀를 접한 에드릭은, 즉각 손을 떨치며 거리를 벌렸다.



‘악의는 없으니, 선은 지켜야지.’



물을 머리에 씌워 질식시키는 게 사실 제일 깔끔하긴 하지.
그게 아님 아예 거대한 물 덩어리를 형성해 거기에 빠트려 가두어 버린다던가.
그거 이에도 비슷한 식으로 신세 망치는 경우야 여럿 있지만….

…전사들이 과연 그런 걸로 패배하면 납득이 갈까 싶었다.
죽일 때나 써야지.


그러기에 간단한 방법을 조금 선회해, 에드릭은 그녀가 패하더라도 조금은 인정받을 여지를 주고자 했다.

…실력 차가 압도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도  했겠지만… 방심하면 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도리가 없었다.


에드릭은 굳이 말하자면 절대 강자와의 대인전보단 양민 학살과 같은, 무쌍 찍는 방식이 훨씬 유용한 스타일을 고수해오고 있었다.

애초에 대결, 결투… 그다지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죽인다 치면, 전사답게 날뛰는 걸 구태여 허용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의 룰에서 놀면, 에드릭 자신도 나름 몸을 단련했다 쳐도, 결국 약자라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


축구 못하는데 축구로 대결하자 하면, 들어주는  머저리인 거지.
뒤늦게 연습해서 동등하게? 말이 돼?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 쳐도 그건 아니지.



‘모자란 자의 변명이지만.’

이윽고 그녀의 곡도를  차례 그림처럼 자세를 낮춰 피하고, 이어 양단하듯 대각선으로 쇄도하는 걸 어찌 피하며 몸을 물리자.

휘익 하고, 활에 장착하지 않았음에도, 화살이 바람을 타고 쏜살같이 목을 노리며 쇄도했다.

목을 기울여 피하긴 하나, 덕분에 발이 묶였고, 뒤이어 쇄도하는 그녀가 곡도로 상반신을 대각선을 그리며 휘둘러오자, 피하기 힘든 궤도에 그대로 걸려버렸다.




‘음, 여기까지인가.’



정령체로 발전한 신체 스펙조차, 저들 특유의 민첩함에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태어날 적부터 훈련받고, 실전을 겪어온 전사들의 무서움은, 숨 쉬듯 변수를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모든 공세가 급소를 노려오며, 회피하기 곤란한 형태의 상처, 부상, 중상을 강요해온다는 점이다.


바로 지금처럼.

“?!”



곡도가 옆구리 윗부근에 확실히 박혀들었다.
그럼에도, 이조차도 어찌 대처할 거라 기대한 걸까.
어쩌면 저 가벼운 복장 속에 새로이 얇은 갑옷을 껴입었는지도?

그러나 움직임을 보아 그런  없다는  진작 이해하고 있던 마이기신.
눈치챘을 땐 이미 곡도가 그의 옆구리에 틀어박혀 있었다.

‘이런….’


중상 정도가 아니다.
 정도면 치명적이다.
실제로 관중석에서도 열기에 찬 환호성과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흐음….”



문득 마이기신은 상대의 눈을 보고 있다 여태 생각했으나, 지금처럼 밀접한 상황에 와서야 제대로 그의 눈을 직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눈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침착했다.




“여기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것도 모욕이 되겠죠.”
“뭐?”




에드릭은 곧장 손을 내려 곡도를 붙든 그녀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으로 하여금 맹렬한 냉기가 치밀기 시작했다.



“으윽!”
“전사에게 항복은 수치이니, 미안하지만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합시다. 불만 있음 찾아오고요.”

동시에 에드릭의 손이 그녀의 목을 쥐었다.

하얗게 물든 손이, 상상을 초월하는 한기를 머금고 그녀의 목을 쥐자, 숨이 막히는  떠나 순식간에 전신의 모든 감각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위기감, 의문은 정말 잠깐이었다.
마이기신은 그대로, 제대로 이를 의식하기도 전에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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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옆구리에서 곡도를 빼낸 에드릭은 한숨을 돌렸다.




“조금만 늦었으면 진짜 피 볼 뻔했네.”




체내 감각을 가속화 해서 그나마 반사 신경이 따라붙어서 망정이지, 조금만 늦게 대처했으면 칼침이 아니라 도끼에 패였다 해도 할 말이 없을 피해를 입었으리라.
그리고, 평범한 인간 몸뚱어리로는 그 막대한 타격을 어찌 가누지도 못했을 테고.




‘이건 별로  들켰으면 했는데,  이제 와서 감추긴 그런가.’

당황한 심판이 다가와 괜찮냐 묻자 에드릭은 마치 선전이라도 하듯 옆구리를 들어 보이며 관중들에게 이를 과시하듯 보여주기까지 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아, 그리고 그녀는 잠시 기절한 거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법사며 치료사로 보이는 이들이 그녀의 상태를 살피더니, 들 것을 가져온 이들에게 그녀를 양도했다.


“아,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입니까?! 전혀 뜻밖이로군요! 아무쪼록 승자는―!”



에드릭은 손을 흔들어 줄 여지도 없이 눈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환호 및 여러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표출하는 관중들을 두루 살피다 천천히 경기장 입구로 향했다.



“대단하시네요.”


응?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그러니까… 데이시아 님이셨죠?”
“애써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에드릭 님.”



모래색 금발, 연한 갈색의  눈이 인상적인 소녀.
복장의 색감도 엇비슷한 그녀는 방금 전 에드릭이  했는지 대강 헤아렸나 보다.



“신체를 속성화해서 물리 공격을 무력화시킨다는 게… 가능은 한 거였군요.”
“운이 좋았죠.”
“…후후.”

산뜻한 눈으로 가벼이 묵례한 그녀는.


“그 이야기는 나중에 조금 더, 깊이 경청하고 싶어지는군요. 흥미가 생겼어요.”
“기회가 된다면야. 아, 그리고 다음 순번이셨군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배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에드릭은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곤, 응원의 말을 추가로 던딘 쥐 곧장 자리를 떴다.

“으아….”

귀찮다.
뭔가 이런 거 이기면 어깨에 힘 들어가고 발걸음도 가볍고, 누구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벌써 가슴이 콩닥콩닥…했어야 했는데.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가치의 문제인가.’

특별히 추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기건 지건, 어차피 기대 이하의 문제이니.
당연한 것에 감동하기란 여간 힘들지.

목이 마르지 않은 자, 물 마시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듯….
그게 또 인간의 오만방자함 아니겠나.


초발심, 초발심….
권태기, 향수병?

……의도와 어긋난 시점에 솔직히, 조금 못 미더워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할 건 하자.’


그래야 다음이 있으니.
뻘짓하다 넘어지면 누구 손해?
언제나 그렇듯, 내 손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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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강 끝나고, 다음날 32강 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게 됐다.

이번에도 낙승한 에드릭은 16강에 진출해 슬슬 이후 맞붙을 후보들을 가까이서 차근차근 관찰할 수 있게 됐는데….


32강에 승리한 이들, 16이 경기장에 모여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만방에 떨칠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에드릭은 크게 눈에 띄는 짓은 행하지 않았다.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하면 얌전히, 차분하게.
의외인  부군 후보로 참석한 나머지 둘도 모두 탈락 않고 16강까지 쫓아왔다는 사실.

“내일이네요?”


대강 예상했지만, 16강 전은 데이시사와 맞붙게 됐는데, 에드릭은 자신의 옆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소녀를 향해 가벼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게 됐군요.”




하면 하고, 아님 만다.
이런 면에선 남녀 차별에 예외가 없다는  또한 에드릭의 장점이기도 했다.
16강을 돌파한 쟁쟁한 참가자들이니 방심은 금물…이긴 한데.



‘생각해보니.’


뭔가 자신의 무력이 형편없을 거라 가정은 안 했지만, 역시 저쪽 대륙에서 적응하는데 고생한 여력은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고 할까.

평화 노선을 탄다고 무력하고, 무능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평화를 추구하기에, 적자생존의 환경 속에서 어떠한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굳건함이 필요한 거니.


말이 통하는 단계까지도 엄연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충분한 힘이 바탕이 되어야 존경도, 존중도, 대우도 받는 법 아니겠나.

에드릭은 이런 생리에 어떠한 혐오감도, 불쾌감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당연한 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면 그게 되려 이상한 거지.


상대가 자신을 알아보는 이유, 두려워하고 공경하고, 경외하는 이유.
자본력, 무력, 업적 등.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싶기에  안 믿고 얽히고설키려 들며 호승심을 발휘해대는 멋모르는 것들까지.

신분 역전의 기회라는 건, 이렇듯 타인의 명성을 빨아먹거나, 집어삼키고, 잡아먹음으로써 형성되기도 하는데, 그런 생리며 이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터라 그걸 나무랄 생각 또한 없었다.
괜히 대드는 거에 기 싸움  밀리겠답시고 밟아버릴 생각도 없고.


…다 부질없다.
뭔가 회의적인 감상에 젖어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부쩍 생각해보지만….




“흠.”

어쩌겠나. 적성에 안 맞으니 그런 거겠지.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사는 거고, 아닌 놈은 자기 입장, 성향, 그릇에 맞게 살아야지.

“지루하신가 봐요?”
“많이요.”




데이시아의 물음에 에드릭은 딱히 속내를 감출 이유도 없어 고개를 끄덕여 응답했다.


“그건 절대자의 여유 같은 건가요?”
“절대자까지야.”




과대평가도 정도가 있지.
어쨌든 분위기는 한창 달아올라가고 있었다.

특히 무투 대회 본선 16강 대전 때는 주변에 있는 다른 여타 대회들도 모조리 끝난 시점이라, 이때부터는 확실히 무투대회에 실질적으로 올인하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말 그대로 본격적으로, 이런 소란스러움에 동참하며 화제 거리로 삼아 관심을 표명하는 이들의 눈에 제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낙인찍을  있는 시점이 16강 때부터라는 거다.

실제로.

“저분이 그분?!”
“전부 압도적인 위용으로 대회를 장식하셨다지?”
“예전에 마물 토벌할 때도 홀로 압도적인 전과를 올리셨다고  아는 친구에게 전해 들었네만!”

…이전과 비교도 안  정도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아주 제대로 끌어대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고! 직접 찾아오실 줄이야!”



이전보다 규모가 부푼 포장마차… 아니, 노상 가게에 자리잡은 손님들의 시선이 단번에 밀려 들었다.

치킨을 구현하려 했으나, 결국 고기 튀김이 된 녀석. 근데 맛은 또 그렇게 나쁘지 않고….

어쨌든 타이밍 좋게 이 튀김 요리 제공자  개발자가 에드릭이란 소식이 은연중 알려지며 사람들이 이쪽저쪽에 몰려들었는데, 당연 공장처럼 고기를 튀겨 주점 및 여관, 여러 음식점에 제공하는 쪽과, 지금처럼 대놓고 술과 함께 튀김 요리에 무르익은 탓에 간단 건조 술안주  개를 추가한 이쪽 노상 가게도 이전보다 더한 인파들이 몰려 북적여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안착된 건가?’


이제부턴 방심 안 하고 유지만 잘 하면 그만이겠지.
오히려  나가고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좀 벌고 가게  굴러간다고 게으름 피우고 정성이 떨어진다? 손님들 입에서 찬사는 단번에 욕설과 비방, 비난으로 점칠되리라.

마치 유명인이 와서 한바탕 휘둘러주듯 가게에 들러 가벼이 인사말들을 나누고 사라진 에드릭은, 기척을 은닉한 채 곧장 객실 쪽으로 복귀했다.



“후우!”


어느새 돌아온 루넨브리스가 마치 집 밖을 나섰다 복귀한 주인을 맞이하듯 꼬리를 살랑살랑, 이리저리 흔들며 에드릭을 맞이해왔다.

늑대 모습이어도 귀여운 건 매한가지.
그러나 늑대의 본질을 잊어선 곤란했는데….

“왜 말  했어?”




뭉멍?
…늑대 모습일 때도 저 소리를 내는 건가. 신기한 노릇이야 하여간.

“뭐 본의는 아니게 보이긴 했지만….”

16강 진출자 가운데 경갑옷 및 후드로 전신을 가린 여성으로 보이는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참가했으면 말을 하시던가요,  늑대야.”
“기사단 친구들이 한번 가보라고 했다 뭉멍!”


어느새 인간 형상으로 돌아온 루넨브리스가 알몸인 상태로 펄쩍 뛰며 깜짝 선물이라도 되는 양 이야기하는데, 음… 이걸 뭐라 해야할까.

“그래도 장하네. 거기 16강 들었다는 건 실력이 나름 출중하다는 거니.”


어디 출중하다 뿐인가. 대단한 거지.
거기다 저번에 흑성 기사단에 맡긴 덕에 그쪽 녀석들하고 꽤 친분이 두터워졌나 보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여전히 반쯤은 속을   없었지만, 에드릭은 굳이 추궁하거나 캐묻지 않았다.
다 알아서, 생각이 있겠거니 해서.


……생각이 없으면 어쩌게? 어차피 책임은 네가 지는 거 아니냐? 관리 똑바로 안 할 거고?


그런 의혹, 불안감이 없는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이건 내버려 두는  상책이다.’



왠지 그랬다. 야생의 감이랄까.
하이고, 짐승 새끼도 아닌데 잘도 야생의 감이겠다.
…아니, 사람 새끼라고 짐승과 뭐가 다른데?

그런 시답지 않은 감상에 잠긴 채, 에드릭은 낮에 시달렸던 피로를 씻어내려는 양,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침대 위로 폴짝 다이빙했다.

‘체력보다 심력 소모가 더 크니 원.’




이럴  방에 틀어박혀 입을 즐겁게 할 겸, 배도 채울 겸 먹거리를 챙긴 상태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이든 뭐든 챙겨 보면서… 혹은 적당히 집중할 수 있는 게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최고긴 하지.


덥다면 에어컨  상태로 뜨겁게 달궈진 피자를…, 춥다면 보일러 적당 온도로 키운 채 이불 덮은 채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 냉면을….




‘…피자 당기네.’

비슷한 음식이 없는 것도 아니니, 내일 아침 겸 점심은 그걸로 처리하기로 하고, 에드릭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번쩍 뜬 에드릭이 침상에서 상반신을 일으켜 잠 기운을 몰아냈다.

“흐음….”



왜 깨어났을까.


객실 구석에서 곤히 잠든 루넨브리스를 창가에 비추는 달빛을 바탕으로 슬쩍 살핀 에드릭은 물을 따라 마시곤 다시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이질적인 기운?’


아무튼 뭔가가 걸려서 기껏 꿀잠에서 깼으니, 뭐 하는 놈인지 한 번 추궁은 해봐야겠다 싶은 그였다.


암살자면 언제든 환영이긴 하다만.
…아니, 그걸 환영한다니? 나도 드디어 미친 건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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