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81)화 (281/454)



〈 281화 〉79. 이런 고민도 사치가 되네?

“봐봐! 눈치채잖아!”
“하아… 말도 안 되는군요.”


당당하게 자신의 계책이 맞아떨어졌음을 피력해대는 엘프 하나와 불안한 기색으로 탄식하는 누군가가 하나.

“간이 뭐 2개 이상 된답니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런 무모한 짓을….”

에드릭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삼키며 말하자, 공감한다는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누구.

후드로 머리를 눌러쓴 덕에 얼굴이 비치고 있진 않으나, 아까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유추해 보건대, 저건 사내놈이 틀림없으리라.


에드릭이 다시금 분위기를 환기할 의도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날이 밝을  찾아오셨으면 좋았을 걸, 구태여 이런 식으로 신호를 보낸 이유가 뭡니까?”
“어디 있는 줄 몰라서 직접 찾아왔다.”

눈앞의 엘프는 마이기신. 본선 첫 경기에서 에드릭에게 패한 초원 엘프 출신의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쪽 분은?”
“아, 다른 게 아니라 일전에 찾고 계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서… 접촉하려 했는데 여간 기회가 나질 않더군요.”
“그래서요?”
“그래서… 수소문 끝에 그게 가능한 분을 따라오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찾고 계신다?
뭔가 싶었는데, 아… 그거 말하는 건가?
일전에 꼬맹이한테 찔러둔 미끼가 그제야 떠오른 에드릭.



“그래도 재주가 있군요? 어째 접촉하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하셨으니?”
“뭐가 말인가?”


대화의 맥을 못 잡아 에드릭과 후드 사내를 번갈아 살피는 여엘프.
그보다 마이기신, 저 초원 엘프가 이쪽에 접촉할 건 어찌 알고 이런 식으로?

애초에 카일론 왕성 내 사유지, 부지에 자리한 객실인데, 성 밖에서 이런 식으로 신호를 보낸 것도 신기하고.


정령에 대한 교감, 그런 쪽으로 민감해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상황이 더 복잡해졌을지도.


…어쩌면 이미 복잡해졌는데, 애써 모르는 척하는지도 모르고.




“모든 것은 초원과 옛 바람의 가호로다.”
“…….”



초원, 옛 바람은 저들의 신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애초에 엘프기도 하고, 초원 쪽은 애당초 하늘을 숭상하는 문화가 팽배해질 수 없는 구조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나, 저들에게 있어 바람은 단순히 몸을 스치고 지나는 그런  아니라 사실상 대지 위에 선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논하면 한도 끝도 없다.


…원래 종교란 게 그런 거지.


에드릭이 한숨을 삭이며 물었다.



“그래서, 여기서 계속 서서 이야기하자는 건가?”
“조용한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주점이나 홍등가와 같은 곳을 떠올리며  뒤를 따랐지만….
그는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평범한 구조의  저택으로 에드릭과 마이기신을 이끌었다.

사람 네다섯이 살면 좋겠구나 싶은 공간이었는데, 랜턴을 밝히자 시커멓던 공간에 빛이 들어섰다.

…구석에 쥐가 있었던 거 같은데.



“여기는?”
“아는 지인이 자리를 비운 터라, 한동안 조용할 걸로 생각돼서 모셔봤습니다.”
“…….”


침묵한 에드릭은 익숙하게 구석에서 술병과 나무로 된 잔을 가져오는 그를 보며 자그마한 의혹을 떠올렸다.

‘뭔가… 기대한 거 하곤 조금 다른데?’

“아, 물론 원하신다면야 술과 여자들이 있는 장소로도 언제든 이동 가능하니,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리고 마이기신 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사내며 소년들과 잠자리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그러자 마이기신이 사뭇 진지한 태도로 반응했다.




“흠… 그건 나중 일로 미뤄두지.”

…거절은 또 안 하는군. 에드릭은 기가 찼다.

“자, 그렇게 됐으니 우선 네 씨앗을 내게 주거라.”
“……?”
“……??”



거기다 대화의 맥을 잡을 여지도 없이 기습처럼, 단도직입적인 게 아니라 바로 직구를 때려오는 그녀였다.




“씨앗을 넣어달라?”
“그래! 네 아이를 낳으면 누구보다도 강한 전사로 거듭날 테지!”


혹시나 해서 물었는데, 역시나.
음… 놀라울 정도로 다른 초원 엘프 여사님들하고 비슷한 말들을 하시네.


내가 그쪽 엘프들하고 얼굴 마주했을 때, 그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이 여자는 알기나 하려나.

“본래 목적은 나와  부족의 위대함을 만방에 떨치고자 함이었으나, 그게 불가능해졌으니 승자의 씨를 받아 그 패배를 설욕하고자 함이다!”
“…….”

저기요, 논리가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그 표정은 무언가? 패배자를 능욕하고 범하는 건 강자의 권리 아니더냐? 범해지겠다는데 불만이 있는가?”
“아, 그게….”

여기서 그게 맞습죠, 지당하십니다, 따위의 말을 의례적으로  정도로, 에드릭이 미쳐 있진 않았다.


아니, 내심은 승자독식, 약육강식 개념이 팽배하다 쳐도, 이를 드러내선 곤란하지.
애초에 그게 싫어서 이리 얌전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건데.

…그보다 범해지겠다? 되새겨보니 논리가 뭔가 초월적인데?



“강자 독식을 추구하는 초원 엘프다운 발상이로군요.”
“…끄응.”

사내놈은 뭔가 납득한 듯 보였다.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나중에….”
“어째서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
“…….”



마치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냐는 듯한 태도.

여기서 에드릭은 조금 상식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반박…이랄까, 아무튼 논리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나하고 한다 해도 나중에 다른 이들과 하면 의미가 없지 않나?”
“걱정 말거라. 앞서 너하고 관계를 맺어 수정한 다음, 그 이후로는 순수하게 즐기는 선에 만족할 테니.”
“…….”

다시금 상식을 멀찍이 내던지시는구려?
먼저하면 그게 수정된다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이봐요, 아이를 가진다는 게 그런 식으로 제멋대로 흘러가는  아니랍니다? 여러번을 해도 언제 어느 때 어떤 식으로 그 씨가 잉태돼서 아이가 되는… 에이씨!”

내가  이런 걸 구태여 내 입으로 주절대야 하지? 어이가 없어지네.


“시도는 많을수록 좋지. 걱정하지 마라! 넘치는 것조차 확실히 틀어막아 새는 일 없이 꽉 채워 확실하게 받아들일 테니!”
“푸훗!”



사내놈이 고개를 돌린 채 헛기침을 일삼는다.


“…….”



저 새끼, 이 상황이 뭔 개그로 보이나? …원래 비극이란 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하지 않던가.

솔직히 옆에서 지켜보면  웃긴 전개긴 할 거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적으로 고민됐다.

‘그냥 해?’

쌓인  없는 건 아니다만, 여기서 이걸 하는 게 맞나… 살짝 고민됐다.



“알다시피 내 아이를 낳는다 쳐도 내가 그 아이를….”
“기이한 이야기를 하는구나. 당연히  아이니 나중에  자식이다 뭐다 하며 이상한 권리를 주장할 생각은 아닐 테지?”
“…….”
“크큭! 큭! 콜록!”

마치  배 아파서 낳았으니 내 아들! 넌 꺼져! 하는 냉담한 태도라 순간 할 말이 궁해졌다.
이건 뭐 반대도 아니고….
그보다 그게 급정색 할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인가?

“일단 나는 현재 이 카일론의 패왕녀 전하의 부군 후보다. 즉, 그 분의 신랑, 남편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게 뭔 상관인가?”
“…….”



아 하긴. 정조 관념 따지자면 쟤들하고 상종을 말아야지.
자기 남편들도 공유해대는 녀석들인데 오죽하겠나.

일처다부가 기본이고, 스와핑(……)+난교까지 소화해대는 어마어마한 족속들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렸다.

아니, 잊은  아니지. 생각하고 싶질 않았던 거지만.
어지간히 정력이 좋지 않은 한, 저것들로 하여금 일처일부를 밀어붙이게 한다는 건 무리.

같은 남성 엘프, 종족 배우자가 적은 이유는 남 엘프의 성욕이 인간을 포함해 여타 종족에 비해 적은 탓도 일부 있을 터다.


괜히 이들이 온갖 종족들 사냥해서 그걸 배우자랍시고 전리품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닌 건데….


전리품이 아니다? 그러면 뭐 대우가 달라질 테지만… 그렇다 한들 이들과 혼약이며 결혼하는 이들은 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붙들려와서, 어쩔 수 없이 신랑이 된 케이스들이니.
에드릭도 만약 능력이라던가, 힘이 부족했다면 진작 잡혀갔겠지.


…죽는 그 날까지  치고, 기본적인 일만 하면 족하다면, 권위며 프라이드가 조금 짓밟히더라도 취향이 M, 마조 기질이 다분하다면 아마 이만한 지상 낙원이 없을 거다.

무엇보다 외모가 걸출해서 이게 망정이지, 외모가 안 따라줬다면 진정 지옥이 따로 없을지도.



“어쨌든 나도 할 일이 있으니, 구태여 그런 쪽으로 괜한 소문 나는  꺼려지니, 그 건은 거절하겠다.”




시기, 상황, 장소만 해결됐다면 옳거니 하며 맞아줬겠지만, 3가지 모두 부적합.
애초에 에드릭이 튀어나온 이유도, 괜한 오해며 문제 살  두려워 허겁지겁 튀어나온 거기도 하니.

바람의 정령이 객실 내부를  잡듯 휘젓고, 그걸로 모자라 창문마저 두들겨 대는데 반응을 안 하는 것도 문제지.


민감한 이라면 위화감을 느꼈을 텐데, 창문마저 두들겨 대기 시작했으니, 심령 현상을 의심한 나머지, 아마 내일쯤 괴상한 소문이 객실 건물 사이를 떠돌지 않을까, 심히 기대와 걱정이 반반 생겨날 수밖에.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애초에 어둠이 무섭지 유령은 솔직히….
그런데 이쪽 세계는 유령이란  실제로 등장해 육안으로 보이고, 민폐뿐 아니라 살인마저 저지르는 세계다.


…우리 세계에도 그게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육안엔 안 보이니 있다며 요란 떨 생각은 없지만… 이곳 세계에서 심령 현상은 때때로 퇴마 의식으로까지 이어진다는데… 그런 쪽으로까지 상황이 번지면 엄청 피곤하겠지?


“자네는 사내도 아닌가? 어찌 여자가 원하는데 대주질 않는단 말인가?!”
“저, 뭣하면 저라도….”



이때가 기회구나 싶어 사내놈이 은근슬쩍 끼어들지만.

“너 같이 약해 빠진 놈은 나중에 간식  재미 삼아 먹어줄 테니, 지금은 닥치거라.”
“…….”



대놓고  나중에 먹겠다 선포한 마이기신의 패기에, 에드릭과 후드 사내는 다른 의미로 지려버렸다.


역시, 저들을 평범한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는  무리일지도.
카일론도 타국에 비하면 발랑 까진  상식, 성 문화를 지닌 국가였음에도 저들에 비하면 양반일 지경.


‘슬슬 무서워지네.’



에드릭이 만약 다른 의미로 저쪽에 정착했다면, 아마 많은 사내들이 에드릭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


 덕에 오늘은 쉬는구나! 하며.


“…….”


문득 떠올린 상상에 자괴감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쾌락에 미친 종마의 삶도 뭐 나쁘진 않지.

하지만….
이젠 엘프들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몸이니, 그건  사양하고팠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면 사실상 이쪽으로도 묶이는  아니려나?
말 그대로 패왕녀 외엔 그 누구도… 음, 어쩌면 다른 기회가 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자제해야할 지도?
설마 정조대 같은 걸 채워 넣지는 않겠지만….


패왕녀가 질투한다 치면, 단순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하는 정도로 끝날 거 같진 않았다.


할 거 같지도 않지만, 한다 치면 검이며 칼, 심하면 도끼를 든 채 히죽거리며 언제든 죽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겨대며 협박해대지 않을까, 괜스레 생각이 드는데….



‘내 반려가 아니었을 때는 괜찮다. 경험이 많다는 건 중요하지. 얼마든지 좋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결국 내 밑에 깔리길 자의로 택해 스스로 종속되길 구걸해 그 기나긴 고생까지 해가며 기껏 이곳에 안착했거늘, 설마 거기서 이 몸이란 지고의 결정체를 손에 넣은 천복을 누린 이가, 괜한 것에 눈길을 돌릴 거라는, 그런 어리석은 행태를 무심코라도 저지를 거라 이 몸은 결코, 의심하지 않겠노라.’

“…….”



진짜로 그럴 거 같아 무섭네!
아예 자유로운 시기에 각 잡고 마구 씨 뿌려?! 그래 볼까?!


“크흠!”




아니야, 진정하자. 냉정하게, 침착하게….


“어차피 패왕녀에게 붙들려 살기 전에, 자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마치 속내를 읽기라도 하듯  치고 들어오는 마이기신 덕에, 에드릭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옳은 말이긴 한데.’


왜 그게 패착처럼 느껴지는 걸까.




“자자, 진정들 하시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는 가운데, 후드 사내가 다시금 분위기를 환기 시켜왔다.



“그러면 결국, 비밀스러운 장소를 알선해드리면, 두 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르시겠군요?”
“그래! 말이 통하는구나, 인간!”
“…….”




네놈들이 아는데 비밀은 개뿔! 앞뒤가 안 맞잖아!
그리고 한다고 치면 오히려 당당해야지, 어설프게 숨기면 도리어 추해질 터.
숨기려면 확실하게 숨기던가!



“어쨌든 내일도 그렇고 그 이후도 전 무도 대회에 집중해야 하니, 괜한 것에 신경 분산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흐음….”


그래도 너무 자기 입장만 확고하게 밀어붙이려는 건 아닌지, 마이기신도 이런 명목을 들먹이자, 구태여 불만을 토로하거나, 비난을 따로 해오진 않았다.

나름 전사라 자처하는 것들에게 전투며 결투에 대한 존중, 이른바 불가침에 가까운 무언가는, 저들이 야만적이며 스스로 처참한 짐승이 아님을 증명하는 일종의 보증 수표 같은 거니, 허투루 대할 순 없겠지.


야만족 무리가 명예를 쫓는다 하면 문명국의 인간들은 헛소리 말라며 내심 코웃음 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들의 삶 문명국의 치사하고 비겁한 족속들보다 때때로 고귀할 때가 있다면, 아마 이런 경우일 테지.


…근데 그게 통할 정도로 명예라는 게 저들에게 부각되려면, 피를 한두  손에 묻히는 정도론 부족하고, 피를 안 묻힌다 치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인 무언가를 부각시키는 수밖에.


애초에 호승심이 어마어마한 녀석들의 전의를 상실시킬 정도라면, 얼마나 터무니없는 정도의 위세며 성세를 뽐내야 할지는….

“…이런, 예상과는 다르군.”


마이기신이 짧게 탄식했다.




“뭐가 말인가요?”
“사내 중에 사내라 하여 누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들었는데… 이 무슨!”
“…….”



누구냐, 그 허황한 소문 퍼트린 잡종은?

“그러면 마이기신 님의 용건은 일단락되신 겁니까?”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며 미련을 남겼지만, 팔짱을 껴가며 한 차례 물러설 것임을 몸짓으로 선보인 그녀였다.

“하지만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니, 일단 그쪽 용건부터 해결하라.”
“…흠, 배려의 말씀 감사드리며, 사실 별건 아니니 금방 끝나리라 봅니다.”


그러고는 다시금 에드릭에게로 고개를 돌린 그가 여전히 후드로 얼굴이 반쯤 가려진 상태로 차분히 입술을 땠다.

“에드릭 공께서 저희에게 어떤 용건, 용무로 접선을 요청하셨는지, 저는 그 점이 매우 궁금했었던지라….”
“아, 뭔가 중대하거나, 복잡하고 그런 건 아니니 염려는 놓도록.”

기선 제압 삼아 협박부터 질러볼까 했으나, 에드릭은 구태여 그러지 않았다.

‘여유 없는 놈들이나 조급한 태도를 보이고, 쓸데없이 과시해대는 거지.’

영양가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당장 눈앞의 폭력이 무섭지 않을 리는 없겠지만, 에드릭의 강점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기에 역으로 그런들 나쁘지 않은 수가 될 테지만, 그런 방식은 나중에 필요하면 써먹는다 치고.



“첫째로는 얼굴 익혀둘 겸해서고,  번째는….”


그쯤에서 슬쩍 말을 흐린 에드릭은.

“여기하고 여기가 막히면 사람이 아무래도 바보가  거 아닌가?”



하며 자신의 눈과 귀를 손가락으로 차례차례 가리킨 에드릭.


“…그렇군요.”
“아, 그렇다고 너무 부담 주려는 건 아니고.”




기본이면 족하다.
또 언제든 만나고자  때, 접선할 끈만 만들어두면 족하고.
 정도가 돼야,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그건, 상대 입장에서도 아쉬울 일은 아닐 거다.
어쨌든 건수를 맡긴다는 건, 그에 마땅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거니.

“그렇다면 지금 당장은 필요한 정보가 없으신지요?”
“글쎄, 어떨까.”



그런 건 알아서 가져다 바쳐야지. 내가 일일이 말해줘야 하나?
없는 문제조차 만들어서 물품을 제공해야 출세를 하든 돈벼락에 앉든 하는  아니겠나.

그런 기회를 못 낚아채면, 정말이지 시키는 일밖에 못 하게 될 텐데… 그게 어디냐 싶겠지만, 사람에 따라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를 짐작 못 하는 이들이 제법 많은 편이었다.


‘뭐 평타만 쳐서 무난하게만 간다 치면, 앞서가거나 엄한 짓 안 하는 게 맞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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