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79. 이런 고민도 사치가 되네?(2)
그러나 그러한 태도가 때때로 자신을 병 질환처럼 좀 먹을 수 있단 걸, 저쪽은 알려나 몰라.
최소한 언제고 쓸모 있고, 내게 도움이 된다는 어필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그리고 날 대체할 인력이며 인재가 없단 걸 인지 시켜야… 토사구팽 안 당하고, 버림 받고 그러지 않는 거다.
무엇보다 고객이 됐든, 모시는 자의 성향도 잘 헤아려야 하고.
‘똑똑하면 부리다 밟아버리는 놈도 있고, 똑똑해서 경계하다 처리하는 이도 있을 테고.’
결국 이쪽 일도, 그 사람의 본질을 얼마나 잘 헤아리며, 대처하고 접근하냐의 문제일 거다.
‘마치….’
아니다, 신경 쓰면 이쪽만 골치 아프지.
에드릭은 상대가 별말 없자 그러려니 했다.
“하면 오늘은 얼굴 맞댄 걸로 만족하고, 이쯤에서 자리를 파하지.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거라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잠깐, 오해를 산다니 뭐가?”
마이기신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나는 떳떳한데?! 아쉬울 게 뭐라고!”
“흐음.”
그래, 적어도 너도 있었으니, 오해를 크게 살 일은 없겠지.
…혹시라도 초원 엘프 부족의 끄나풀로 내게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샤바샤바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는다면야.
에드릭은 자신의 경계망에 포착 안 됐다 해서, 자신이 감시를 받지 않을 거라 믿지 않았다.
세상에 완전하고 완벽한 걸 기대하기란 아무래도 좀… 그렇지? 내가 뭐 전지전능한 존재도 아니고.
“저는 조금 더 머물다 움직이겠습니다. 두 분 먼저 이곳을 나서시는 걸 추천드리고자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그래. 말 나온 김에, 이쯤 하지.”
“찾아보시고자 하시면… 잠시 손을.”
손을 내밀자 그가 조심스레 검지손가락을 에드릭의 손등 위에 가져가 뭐라 적어대기 시작했다.
“그래, 참고하지.”
저택을 나선 에드릭과 마이기신.
에드릭은 곧장 자신의 객실로 돌아가려 했으나, 아무렇지 않게 뒤를 따르는 마이기신 덕에, 한참을 움직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계속 따라올 텐가?”
“안 돼?”
“…….”
안 될 건 없지.
될 것도 없지만.
조금 고민하던 에드릭은 그녀를 이끌고 한창 장사를 이어가며 튀김 향과 술의 알콜 향이 진동하는 야외 가게에 도착했다.
“어? 에드릭 님! 이 시간엔 어쩐 일로….”
책임자 겸 임시 오너로서 이곳을 총괄하던 청년이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
에드릭은 곧장 마이기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 채워주고, 잘 곳 마련해줬으면 한다. 아, 그리고 일 시키고.”
“일?”
마이기신의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배 채워주고 잘 곳 마련해주니 할 일은 해야겠지요? 뭐, 어려운 건 아닙니다. 주변에 깽판 놓고 행패 부리는 놈 있으면, 알아서 처리해주는 거니.”
“아하, 영역 관리인가. 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지.”
“다행이군요. 자세한 건….”
에드릭은 현재 단순 포장마차, 노점에서 규모가 조금 더 불어나 가게 야외 가게 급으로 발전한 이곳 분위기를 다시금 살피곤.
“그럼 또 들리지. 수고하도록.”
“예! 살펴 가십시오! 내일 경기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첫날은 횡설수설하며 앞뒤 분간 못 하더니, 그 사이 며칠 지났다고 익숙해졌나 보다.
‘프리지아가 사람은 잘 골랐네.’
윗선, 대가리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선구안. 사람 잘 구별 못 하고, 적재적소로 배치 못 하고 인재를 썩히면 그거야말로… 무능의 극치 아니겠나.
‘이래서 사람은 경력을, 경험이며 체험을 해봐야 하는 거지.’
그쪽에 재능이 있고 없고는, 솔직히 겪어보고 실감하지 않은 한, 모르는 일이니.
테티아나조차 그녀에게 상업적 재능, 자질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걸 생각해보면, 단기간에 이 정도 발전은 꽤 보람차지 않을까 하고, 에드릭은 생각했다.
10년, 20년 지나도 흥청망청, 기회를 줘도 놀기 바쁜 머저리들이 판을 치고 있는 걸 떠올려보면, 프리지아 정도면 양반 중에도 상급이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시간도 적절해졌겠다, 가서 후딱 잠이나 퍼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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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대회 8강전.
이후 4강전이자 준결승전, 이후 3, 4등전과 결승전이 치러질 텐데….
‘경기 시간 너무 짧지 않냐?’
64명이 32번 붙는 거에 비하면 거의 한순간일 정도일 텐데, 티켓 본전 값이나 되려나?
그렇게 생각한 에드릭이었기에, 여유가 생긴 김에 대회 운영 인원과 이런 이야기를 슬쩍 던져보자 의외라는 듯 하는 말이 이것.
“가장 기대되는 경기인데, 아쉽다 해서 미루거나 안 볼 이유는 없다 생각합니다. 다들 엄청 기대하고 있거든요.”
“허나, 경기 시작하자마자 종료되면… 그 무슨 재미가 있다고?”
“시상식 및 수여식도 있고, 그 외에도….”
아차, 결승전 뒤에 또 행사 있냐?
생각해보니 우승했다, 집에 바로 출발!
……얼마나 얕잡아 본 거냐. 유치원이며 초등학교 운동회도 그딴 식으론 부적절하게 마무리하진 않을 거다.
‘개귀찮아졌는데….’
그냥 시상식에 설 일 없게 8강쯤에서 탈락할까?
“16강에 든 시점에 모두 수여 메달을 받을 수 있단 것도 설마 잊으신 건가요?”
잊은 게 아니라 몰랐다만?!
…아니, 들은 거 같긴 하지만 귀에 새겨 넣질 않은 거겠지.
‘귀찮…아!’
아! 싫다고 정말! 얌전히 침대 위에서 뒹굴고 싶어! 이왕 뒹구는 거 프리지아하고도 뒹굴고, 어제 마이기신! 기럭지 개 쩔던데! 피부도 반들반들, 가슴도 만지면 파묻힐 정도로 큼지막했는데, 안 보는 척 하느라 얼마나 짜증났는지! 아아! 쑤시고 싶다! 박고 싶다! 하고 싶다!
“……크흠!”
진정하자. 지금 발정 나면 뭔 개망신이냐.
옛날엔 안 이랬는데, 떡 치는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주니, 가끔 이런 식으로 폭주할 뻔해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솔직히.
‘어제도 누가 감시할 거 같다는 의구심만 안 들었다면, 오늘 대회고 나발이고 미친 듯이 박아댔을 텐데!’
어차피 체력이야 어지간한 인간의 한계는 초월한 지도 오래고.
‘아쉽다….’
그렇다고 오늘이라도 하자니, 뭔가 사람이 엄청 모자라고, 추한 것처럼 느껴지고.
그럴 바엔 어제 거절을 말던가!
“괜찮으세요?”
“무엇이 말입니까?”
“음,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착각이었던 모양입니다. 하하하….”
은연 중 겉에 드러났나 보네.
입으로 주절대진 않았겠지만, 표정이 흐려졌거나 구겨졌거나… 뭐 어쨌든!
‘아무튼 빨리 끝낸다.’
그보다 이 새끼들은 뭐 싸움을 종일 해?! 빨리 빨리 안 끝내냐!
에드릭은 애가 탔다.
사람이 떡을 못 치면, 어쩔 수 없이 흉포해지는구나 하는, 어처구니 없는 깨달음을 애써 방치한 채로.
그리고 어제 예고됐던 대로, 이번 상대는 데이시아.
몸이 민첩하고, 모래를 다루는 능력을 지녔다는데,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닐 거다.
‘저쪽도 정령술….’
어느 의미로 에드릭과 더불어 정보의 비대칭성의 혜택을 받는 존재인 건 확실했다.
정령술이라는 게 의외로 대중화되지 않았을뿐더러, 그들의 능력이며 여력이 뛰어나지 않은 덕에 과거에 이름을 드높인 몇몇 영웅들을 제외하면, 정령술은 여전히 재능에 치중한 비주류에 속했다.
그리고 재능에 치중되고, 적절한 교육 및 학습, 전승 수단의 부재는 이들 세력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난항을 겪게 만들었는데, 그러기에 정령술은 엘프족을 비롯해 특정 이종족들의 전유물, 전용 기술 및 재능으로 여겨졌다.
종교가 강세일 땐 마법은 인정해도 정령술은 인정 않고 마녀 사냥까지 행해졌던 시절도 있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은 무척 이미지가 크게 완화된 셈이었다.
“준비되셨나요?”
서로의 모습이 보일 뿐 거리는 꽤 벌어진 상태였음에도, 상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속삭인 듯 들려왔다.
‘음….’
과연 그녀가 대지의 정령, 일종에 모래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존재일까 하고, 에드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쪽 정령의 힘으로 어떻게 목소리를 이렇게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는지 조금 애매했다.
지표면에 진동을 전달해 이를 바탕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아님 대기 중에 모래 먼지 등을 매개체로 뭐 어쩌고저쩌고?
정령술이라는 게 물리 및 화학적 법칙을 벗어난 예가 적지 않아 아예 아니라고 하긴 좀 그랬지만….
‘이건 귀중한 힌트네.’
여태 경기에서 그녀가 보여준 것들을 토대로, 에드릭도 상대법을 몇 가지 준비해온 참이다.
그래도 아직 비장의 수가 남아 있을 텐데, 그건 데이시아도 마찬가지겠지.
이윽고 사회자의 요란한 소개가 끝나고, 잠시간의 침묵 뒤….
시작 종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연막 마냥 주변을 덮쳐왔다.
하지만.
덮쳐오기 무섭게 그것들이 죄다 내려앉았다.
“…….”
마치 예상했다는 듯 제자리에서 흥미롭다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는 데이시아.
‘모래 먼지도 물 먹었으면 내려앉아야지.’
대기 중에도 습기는 있고, 이것도 따지고 보면 다… 그거지.
거기다 정령술을 통해 이를 조금 더 부풀리고, 피어오른 모래 먼지를 그대로 내려앉힐 요량으로 면적 차원에서 내리눌러버린 것.
덕분에 경기장 바닥은 마치 비라도 내린 듯 흠뻑 젖어 있었다.
“…….”
만화며 영화라면 이럴 때 숙덕숙덕 제법이다, 흥미롭다, 어쩌고저쩌고 환담을 주고 받겠지만….
현실상 격투기 경기장 혹은 링 위에서 주먹을 맞대어 매너며 예를 갖출지언정, 거기서 쓸데없이 환담을 나눈다? 그건 다 끝나고 해도 늦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그럴 여유, 여지는 서로 어지간히 허세를 부리거나 괜한 짓 할 때 외엔, 의미가 없는 거다.
주먹 휘두르기 바쁜데 얼어 죽을 말장난을.
‘음?’
그러고 보니, 바닥을 얼려도 방금 전 모래 먼지가 꽤 섞인 탓에 이전처럼 매끄럽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티 안 나긴 하지만….’
아마 미세하게나마 영향이 있을지도?
아니지, 하겠다고 작정하면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건….
모래 먼지가 물에 젖어 미약하게나마 진흙이 됐다 해서, 제어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에드릭도 그렇고, 데이시아도 그렇고.
‘이건 또 신선하네.’
별거 아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려할 게 다양했다.
바닥을 얼린다 쳐도, 지표째로 들어 올려 투척하고나 쏘아내거나 지형을 바꿔 움직임을 제약한다 치면, 사실상 이쪽이 더 곤란해질지도?
아니, 일방적으로 그렇다고 단정 짓긴 뭐하지만….
‘그 정도 되려면 어지간히 뛰어나야 한다는 건데.’
과연?
첫 시도가 무용지물이 될 시, 조금 험한 격전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에드릭이 생각한 거 이상으로 데이시아는 에드릭에 다음 수를 헤아리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기만 할뿐, 먼저 선수를 취하진 않았다.
어쩌면 함정을 파둔 채 걸려들길 고대하는 걸지도?
“…….”
어느 쪽이려나.
고작 30초 가량 그렇게 대치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금세 식어 들어갔다.
예를 들어 자그마한 링 위에 올라간 격투기며 권투며 여타 선수들이 1분 가까이 대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관람객, 관중들 입장에선 그게 뭘로 보이겠나?
‘어쩔 수 없네.’
딱히 흥행 요소에 한 손 보탤 생각은 없지만, 이기면 장땡이라 쳐도 이기는 것만 목적으로 해선 안 됐다.
추하게 이기는 게 아니라 잘, 멋지게, 훌륭하게 이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 여건이 안 되면 발버둥 쳐서라도 이겨야겠지만.
뛸 거 없이 차분히 걸어 데이시아를 향해 접근해갔다.
그녀는 여전히 선 채로 빤히 에드릭을 지켜볼 따름이었는데….
‘경계하는 거치고는….’
반응이 없다.
일곱 걸음 정도면 닿을 만한 위치에 왔음에도 여전히 지켜만 보고 있다.
“흠.”
작정하고 카운터 치겠다고 벼르는 게 아니라면, 이건 조금….
그래도 상관없겠구나 싶어, 에드릭은 즉각 거리를 좁혀 팔을 휘둘렀다.
원거리로 견제를 하면 되지 왜 굳이 근접전을 자처하나?
이런 의구심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변덕도 있지만.’
기왕이면 조금 더 화려하게 날뛰려고?
아무리 겉으로 포장한들, 육탄전에 익숙한 관중들에게 멀리서 쏴대는 건 뭔가 임펙트를 주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화려하게 한다면 할 수 있다지만, 그건 상대가 맞추어줘야 가능한 건데, 설혹 데이시아가 그럴 수 있다 쳐도….
‘아쉽지.’
무엇보다 미적지근할 거고.
그리고 이쯤 되니….
거리를 좁히기 무섭게 상대도 맞대응하듯 어느새 양손에 쥔 단도를 순차적으로 휘둘러오고, 찔러대는 그녀.
동시에.
촤아악!
우측, 다리 옆 부근에 무언가가 치솟으며….
촤아악!
동시에 후위에 치솟은 무언가가 맹수처럼 몸을 날려왔다.
‘음, 이런 거였나.’
민첩하기로는 데이시아 쪽이 압승.
하지만.
굵직하게, 앞서 휘두른 팔과 더불어 지면으로부터 솟아나듯, 쇄도하는 살얼음이 새겨진 파도가 에드릭을 감싸고, 동시에 덮쳐오는 데이시아와 그녀의 분신 같은 것들을 모조리 휩쓸어버렸다.
그냥 물도 아니고 살얼음이 잔뜩 껴서, 막상 덮쳐올 때도 집체 만한 무게로 몸이 짓눌릴 터인데, 설상가상 차갑게 식은 건 둘째치고, 안에 깃든 살얼음이 온몸을 난자하기까지 할 테니, 제대로 당하면 곤혹을 치르는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흐음….”
주변이 물바다가 된 시점에, 데이시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이잇! 대체 어디로?!
사회자의 경악, 경탄이 이어지며 관중들에게로 그러한 당혹스러움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음, 역시.’
저쪽도 가능했구나.
에드릭이 자신의 신체를 물로 만들 수 있듯, 저쪽도 그게 가능했던 모양이다.
말인즉.
…어지간히 강력한 정령술사라는 건데.
정령체가 굳이 아니어도 숙달되고 능숙하면 이게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다.
애초에 에드릭은 따로 정령술사에게 정령술을 배운 게 아니기에, 규칙이며 순서, 그 외에 등급에 대해선 문외한 형편이었다.
그래도 아주 예전에, 초창기 아르세이유에서 에우리에를 통해 체질을 파악한 뒤 접한 재능 개발 겸 교양 습득 차원에서 정령술에 대한 걸 들었을 때, 이 정도는 되어야 최소 정령술로 살아남으며 이름을 떨칠 수 있단 걸 들었기에, 대충 이해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쪽은 운이 좋은 편이었지.’
애초에 신적 존재에게 혜택을 받고 가호를 받아 급속도로 성장했고, 현대 물리, 화학 등을 포함한 과학 이론을 참고해 기술이며 쓰임새를 개발해갔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전적이라곤 하나 옛 기술 및 기능을 제대로 전승해 습득했다고 가정할 시, 혹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이를 자각했다고 치면… 적어도 자질 및 쓰임새가 저쪽이 더 뛰어날지 모른다는 가정은, 결단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거다.
‘아님 말고.’
진짜로, 아님 말고.
어차피 생각, 사고, 추측, 가정이라는 건 보조적인 거지, 실질적인 건 아니니까.
속된 말로 인생을 실전이여 x만아, 하는 게 이런 걸 잘 나타내는 표현이고.
‘뭐가 됐든 지면에서 솟아날 텐데.’
아님 예측에서 벗어나 허공에서도 솟아날 수 있으려나?
에드릭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대기, 허공에 물을 생성할 수 있듯, 그녀도 그게 가능하다면, 그 또한 얼마든지.
아님 아주 작은 입자, 모래 먼지 정도만 신체를 구현 가능하다던가.
‘음, 고민이네.’
경기 끝나고, 이 문제로 견문을 넓혀볼 필요를 느꼈다.
뭐… 그건 경기 끝난 다음이라 치고.
바닥을 얼려갔다.
에드릭의 발이 닿은 곳을 기점으로 경기장 일대가 차근차근 얼어붙어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지면, 표면만 얼리는 게 아니라, 경기장 바닥서부터 안쪽까지 얼려 혹여 지면으로부터 모을 구현해낼 것까지 확실하게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러는 거라, 조금 피로하더라도 확실하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혹여 아주 깊은 곳에서, 각 잡고 달려들어 바닥서부터 덮쳐온다 치면… 얼마나 귀찮은가.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그 여부는 둘째로 치고.
‘어쩌면 시간을 끄는 거 자체가 필승 전략이라던가?’
가능성은 있다.
다만.
“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너무 오랫동안 모습을 감추면, 자체적으로 포기한 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서 복귀해주세요!”
상식적으로 이런 공백은, 경기에 썩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
뭐… 안 나오고 그냥 사라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편해서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