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2화 〉83. 간만에 타오르면 발생하는 불상사.(2)
“예… 와…주세요.”
설렌다.
수줍게 상기된 얼굴 사이로, 기대와 긴장이 한데 뒤섞인 저 한 쌍의 눈을 보라.
저걸 보고 대체 어찌 참으란 건지.
에드릭은 결국, 인내하길 포기한 채 서서히 물건을 그녀의 질 입구로 들이밀기 시작했다.
충분히 적셔놨고, 이후로도 애액을 줄줄이 흘리며 음란하게 벌어진, 자그마한 구멍이 에드릭의 거대한 귀두와 입을 맞추었다.
에드릭도 그렇지만, 데이시아 또한 본능적으로 작게 몸을 떨었다.
이제 막바지다.
아니, 다른 의미로 시작일 테지만.
서서히 힘이 들어서며, 에드릭의 귀두가 그녀의 입구 안으로 빨려 들 듯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앗!”
짧은 탄성, 비음이 잘게 섞인 그 음성은 고통과 힘겨움과는 전혀 다른 음색을 띄고 있었다.
“흠!”
에드릭도 고작 귀두가 절반도 채 안 들어갔음에도, 뭔 일인지 그 부근을 한가득 조여오는 강렬한 조임에, 무심코 신음성을 내고야 말았다.
‘확 밀어 넣으면….’
기쁨이 상당하겠지만, 애써 참았다.
‘차근차근….’
강욕이 치밀고, 한 번에 뿌리째로 박아넣고픈 욕구가 악마의 속삭임처럼 그곳을 통해 전해졌지만, 에드릭은 실낫 같은 이성으로 이를 최대한 억제했다.
단번에 박아 넣으면 행복하겠지!
그러나 그녀의 고통에 찬 음성, 반응이 뒤따를 거고….
‘그것도 좀 좋을지도?’
아니아니아니! 정신 차려랴 새끼야!
아, 물론 좋기야 하겠지만… 그딴 이기심으로 즐기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어진다.
그러니 참자.
조금만 더 참고, 이후 격렬하게, 적극적으로 불타오르면 되는 거니.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둘은….
“하아.”
“가장 고조되는 순간인데 어째서 한숨을?”
“…….”
프리지아의 한숨에 의아함을 내비치는 마이기신.
아니, 이 여자는 엿보는 죄악감, 불편함, 뭔가 양심적 가책을 포함해서… 아무튼 그런 게 일절 느껴지지 않는 걸까?
뭐 성욕이 왕성하다 못해 지나침이 극에 달해 다른 의미로 야만인 소리를 듣고 있는 출신이라서 그런지, 도리어 이조차도 즐기려 하는 점에선 어느 의미로 감탄이 나오려 한다만….
‘예전엔 괜히 엿보다가 영향받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한다고 치면 그냥 직접 하면 되지 뭘 또 엿보고….
애초에 이상하잖아! 다른 의미로 변태도 아니고!
한창 서로 그곳과 그곳이 연결되다 못해, 이윽고 생산적 행위(?)에 돌입한 둘을 본 프리지아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음, 순수하게 즐기면 되는데….”
“대체 즐길 거리가 어디 있어서 즐기고 자시고….”
“남녀가 서로 맺어질 때 비로소 우린 이성이 아닌 감정, 감성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하지?”
“…….”
뭔 소리를 하고 싶은 거지?
“이성이 곧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다 뭐라 하나, 거기에 너무 심취하면 정작 본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지. 감성에 충실할 때, 비로소 삶은 색을 표시하고, 이에 생기가 불어 넣어지는 것. 그렇게 생이 새로이 잉태되고, 삶이 이어지니 이거야말로 자연의 순응하는 가장 올바른 흐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뭔 또 쓸데없는 철학적 주절거림?
프리지아는 어이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떡 치는 거에 그럴싸한 명목을 부여하고 있는 건가?
“우린 매 순간 이성의 잣대에 휘둘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사고하며, 올바른 길을 따르라는 식으로 부려지곤 하지. 이성의 노예가 되어 간다 이것인데, 과연 그것이 자연, 대지모신의 뜻인가?”
“…….”
이젠 종교관까지 튀어나오게 생겼다.
아, 왠지 피곤해질 거 같은데….
“올바름이 진리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우리의 기준이 아닌, 자연의 시각에 맞췄을 때, 또한 자연과 대지모신,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실재하고 존재할 대신(大神)들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들의 생각이며 가치관은 실로 부질없을지 모르는 일이지.”
“…….”
아,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하지만 무수한 생명체들이 지닌 각자의 본성, 그 가운데 서로를 탐하고, 언하고, 갈구하는 그 본성만큼은 전부 동일하기 마련. 그것에 충실해, 그 안에 올바른 가치를 찾아내는 거야말로, 그들의 아들 딸이 행해야 할 가장 올바른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
그렇게 잘난 듯이 말하는 당신들이 남자 납치해서 성욕 채워대는 건 어찌 설명하시려고요? 그것도 약육강식 일환으로 어쩌고저쩌고 합리화할 속셈인가?
“그거하고 이렇게 엿보는 게 뭔 상관인데?”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대입하고, 이를 통해 내 본성을 되돌아보기 위함이지!”
“…….”
자위하며 그런 소리하면 설득력 하나도 없는데.
엿보면서 헉헉대며 자기 그곳에다 손가락 장난질해대는 걸 도대체 뭘 어떻게 치장하면 저런 철학적인 헛소리를 나불댈 수 있는 거지?
이건 그러니까, 귀쟁이 특유의 선민의식이… 아님 원시 종교의 또 다른 변형적인… 뭐시기?
애초에 순수 엘프들의 종교관, 신앙관에선 버림 받은 그들이었던 지라, 다른 의미로 사회며 집단을 구성하기 위해 특유의 사회적 종속관 혹은 집단이며 무리를 통합하기 위한 사회적 계약이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
…이것도 너무 엇나갔나?
과거 에드릭이 프리지아의 사회성 교육(이랍시고 멘트 및 처세, 마음가짐, 행동거지 등)을 행하던 당시, 프리지아는 인간이든 모든 종은 구성의 수가 늘어날수록 결국 집단을 이루기 위해 벌레, 짐승, 인간, 인외종 등, 모두 예외 없이 규칙, 법 등을 제정해 불협화음을 줄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도구로서 종교 및 신앙, 모두에게 적용되는 평등, 자유, 기회, 권리 등.
그런 의미에서 왕정을 통해 구축된 왕, 귀족, 평민, 노예로 구분된 계급화 사회도 따지고 보면 전부 그 일환이라 했던가.
애초에 그 나이엔 그게 뭔 소리인지 제대로 실감되는 경우가 없었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문제였다.
그러나 프리지아 주변을 통틀어, 그런 걸 지적하고 언급하는 이는 여전히 에드릭을 제외하곤 누구 하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슬쩍 언급하기만 해도, 프리지아를 무척 경계하거나 자극적이고, 과격한 이로 규정짓곤 했는데….
‘가관이네.’
구멍 뚫린 나무 벽 밖은 두 남녀가 힘쓰고 있고, 자신의 옆엔 세간엔 변태, 저들 종족 기준으론 무난한 귀쟁이가 하나.
그리고 그것과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사회며 국가 체계에 대한 의문과 의혹까지.
……뭘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거지?
생각이란 건 이렇듯 기회만 되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간다.
덕분에….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그냥 생각하길 접고, 녀석 말대로 이성의 촉을 대강 어디 구석에 내던진 채, 그냥 하는 거나 재미 삼아 관전이나 하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느낀 사이, 벌써 둘의 행위도 한 차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는데….
거근이 노골적으로 그녀의 안으로 스며들었다 빠져나오는 광경은, 뭔가 제 3자의 시각을 볼 땐 참으로… 음, 뭐랄까.
‘터무니없네.’
한 번 빼는데 만도 허리를 뒤로 물리는 폭이 엄청났다.
넣을 때도 쭉 찔러 넣는데, 뭔가 속도감이 빠른 탓에, 허리의 진퇴가 무척이나… 더디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행위의 당사자들은 그런 걸 일체 느끼지 못하는지도.
오히려 저 길게 쭉 밀고 당기는 듯한 연출, 행위가 중요한 거다.
‘물건이 작으면 저걸 느끼기도 힘들지.’
곧추선 남성기가 쑤셔지기 무섭게 한참 내부를 찌르며 자신의 몸 안을 헤집는 듯한 그 짜릿함이란….
아앗! 앙!
철퍽! 철퍽! 하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귓가에 울리며,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음색으로 자제할 여력 없이 흘러나오는 데이시아의 신음은 시간이 갈수록 차츰 교성으로 변해 더욱 큰 음량으로 방 주변을 가득 채워가기 시작했다.
단순 기계적으로 행위에 임하는 것보다, 이런 식의 반응이 뒤따르는 게 훨씬 더… 음, 집중도? 몰입도가 다르구나 싶은 프리지아.
생각해보니 그녀도 여성된 입장이며 대체로 박히는(…) 입장이라 그런지, 저런 식으로 여성의 입에서 달아오르는 듯한, 애처로운 듯한 음색을 연주하게 하는데는 아쉬운 면이 여럿 있던 터라… 뭔가 느낌이 조금 묘해졌다.
‘생각해보니….’
박는 것의 즐거움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긴 한데.
일전에 있었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펼쳐진 첫 경험이 무심코 떠오른 프리지아.
생각해보니 그때 에드릭의 몸으로….
‘아, 맙소사.’
그 뒤로는 전혀 생각지도 안 않았는데, 괜스레 떠오르니… 또 지금 저 둘의 관계를 지켜보니 이상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대는 게….
‘아, 미친. 꼴리기 시작했잖아.’
그것도 전혀 다른 의미로.
꼴리긴 하나 전혀 해소할 수 없는 이 불가피함이란!
“그런데 생각보다 잘 버티는데.”
“……?”
마이기신의 의혹에 프리지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버텨? 뭘?
“아니면 배려를 해주고 있는 건가?”
마이기신이 소문으로 전해 들은 내용은, 에드릭이 마음만 먹으면 10분 내외로 절정으로 보내버리는 게 가능하단 거였다.
그 정도가 되니 자기들 동족과 여럿 관계를 맺을 걸 테지.
심지어 그 상황을 주도했다고도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다른 의미로 자존심이 팍 상할 법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존재가 있단 사실 하나로 크게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인물이 훤칠하고, 능력이 뛰어나며, 신체 능력이 발군인 사내는 종족은 불허하고 낚아채는 그들에게 있어선 이보다 이상적인 존재가 또 있을까 싶은 게 바로 에드릭이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떡도 잘 치는데, 문무를 겸비한 수재인 걸 넘어 특수한 자질, 재능까지 확보한 젊은 청년에 대한 소식은 모두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하필 카일론의 왕녀하고….’
같은 여자만 아니었다면 모든 것들이 자기들 취향과 맞물리는 그 패기 넘치는 왕녀는, 패악무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그녀들의 종족, 동족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존재에 해당했다.
정말로 그거 아니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드릭을 붙들어놨을 텐데….
‘남편 후보에서 제외되면 좋으련만!’
이미 무도 대회에서 보인 그 입지전적의 능력, 실력 등만 봐도 그의 지분은 사뭇 압도적이리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성격이 엇나갔거나 오만무도하거나 욕망에 충실한 존재도 아니고.
…그 점이 마이기신 기준에선 마이너스 요소였지만, 한편으론 그 또한 좋지 아니한가.
‘저런 능력을 지닌 주제 충실하게 다소곳하기까지 하니….’
남편감으로 이보다 멋진 녀석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눈앞에 집중하면서도 은연중 딴생각 한 사이.
아앗! 앗! 저… 더 이상…! 으읏!
둘은 이윽고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 모습이 워낙 맛깔난 터라, 마이기신은 딴청을 피운 것조차 잊은 채 재차 둘의 관계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에드릭으로 말할 거 같으면….
의외로 그는 데이시아를 크게 배려하거나 그러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뭐가 이렇게….’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듯한 심경.
아마도 그녀가 지닌 특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