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98)화 (298/454)



〈 298화 〉85. 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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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이론에 대한 것들이 일단락을 맺자, 이어진 건 학술적인 요소들 외에 의외지만, 정책적인 문제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어느 남작령의 사정을 바탕으로 세금을 올릴 것인가, 유지할 텐가, 낮출 텐가에 대한 논의까지.


또한 각 작위, 가문에 대한 정당성을 비롯해 일부 영토에 대한 영유권, 즉 주인 된 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아마 내부적으로 결론이 나온 것도 있겠지만, 더 나은 방책을 물색하는 거 외에도, 이를 통해 새로운 인재를 추리고자 하는 의도가 아예 없진 않을 거다.

가상으로, 만약이란 전제로 어떤 문제점을 언급해 방책을 물색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실제로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거나, 더 나은 결론을 내는 이들이 있다면, 그 자체로 당장 채용해도 큰 문제는 없을 테니,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문제를 대두시키는 걸지도.

여기서도 발언하는 이들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익명성이 보장되기도, 신분이 노출되기도 한다는데, 익명성을 추구한다 쳐도 이는 외부에 내비칠 때나 그럴 뿐, 정작 좌석 배치로 인해 내부인 사이에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경우는 별도리가 없단다.


애초에 발언은 시시각각, 자기 좌석에서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만큼, 여기서도 굼뜨게 행동하면 자칫 기회를 놓칠 수 있기에 이조차도 얼마나 잘 눈에 띄느냐가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



에드릭을 포함한 부군 후보는 애당초 예외적 존재에 해당할 거다.

다음… 심문에 가까운 어쩌고저쩌고 문제 때문에 개인 연단으로 격리당하듯 배치된 것도 그렇고, 상황을 관찰할 수는 있으나 개입하자니 이후 있을 문제를 고민하느라 괜히 또 나서긴 그렇고.

여기서 한 발언들이 이후에 있을 심문  검증 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있는 만큼, 어제 혼쭐이 난 그들은 대체로 얌전히 있을지 모르겠다 싶은 에드릭이었다.


물론  와중에도 여지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놓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할 말 다 해대는 녀석도 있었지만.

어쨌든 정책이며 여타 문제에 대한 논의, 그것들이 일단락 된 뒤엔 쉬는 시간이 끝난 직후, 다시 학술적 문제가 논의됐다.

이를테면 마법과 인간 본성의 이원화 라는,  개떡 같은 소리인지 모를 게 갑자기 메인으로 대두되질 않나,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인물, 그들 기준으론 선조이자 위인들의 주장, 논리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이런저런 논박이 이어지는데, 듣다 보면 머리가 아파질 정도였다.

‘이런  싫어하는 건 아닌데.’

뭘 아는 이야기를 해야 갈피라도 잡지, 완전 뜬구름 잡는 게… 차라리 에드릭 자신의 세계에서 오고 가는 철학 문답을 듣는 쪽이 훨씬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만 같았다.


애초에 플라톤의 이데아 론에 대해, 사람들은 들어도 들어도 이게 뭔가 싶은 이유는, 이데아라는 게 현실이 아니고, 애초에 현실이 이데아의 그림자 같은 뭐시기 어쩌고 해서,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며 논리, 이론을 깔아버리니, 이 전제를 당연한  숙지하고 받아들이거나, 이해하지 않은 한 시작부터 끝까지 뭔 개소리인지 아예 갈피를 못 잡는 게 그런 맥락이다.

하물며 여기서 마법과 이원론이란 문제는, 마법의 본원, 본질이 마력이며 마나며 어쩌고 할 때, 그 마나의 본질이 곧 인간의 영성을 이루는 영이냐 와, 신께서 세상의 이치며 법칙, 그리고 세상 그 자체를 이루기 위한 대자연을 순환, 운용하는 근본적 힘으로 이를 이해하는 것이 인간 본성에 도달해 곧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일종에 여러 주장과 논리, 사상 등이 같은 마법사여도 제각각이고 이러다 보니…
심지어 그것들을 바탕으로 이것들이 마법을 구사하고 성과를 내고 있던 지라, 이게 단순히 이론으로 성립되는 에드릭 세계의 신학이나 여타 사상,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예컨대 불의 신께서 우리에게 불의 권능을 줬다, 고로 우리가 불을 사용가능한 거다, 하고.

애초에 전능한 신께서 불이고 물이고 번개고 바람이고 모든 걸 근원적으로 부리기에, 우리는  분의 숨결을 바탕으로 모든 권능을 구사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해석과.

그딴  됐고 단지 대자연의 순리, 순행에 의거해 이는 수학적 법칙으로 착착 맞아 떨어지는 자연 원리에 불과하다. 아직 우린 신의 권능이니, 섭리니 이딴 거엔 다가도 못 갔는데, 고작 조금의 이적 행위를 다룬 걸 가지고 진정한 이적, 기적이라 치장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가? 고로 우린 먼저 대자연의 위대함을 수용하여 본성을 극복하고, 초탈함을 넘어 초월할 필요성이 있다…….


라는 식의 근본 원리조차도, 솔직히 듣고 나서야 조금 이해하게 됐는데, 이것도 정확한지 애매하다 싶어 침음하는 에드릭이었다.




‘내가 철학도도 아니고.’


+ 1은 2가 아니다. 1+1은 3이며 4이며 5, 10도 된다.
수학적으로도 이는 타당하며, 현상적으로도 타당하며 이는 참이다.

…라고 하면 1+1을 2라 배운 애들은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을 거다.

예컨대 하늘에서 빗물이 쏟아져 호숫물을 불렸다 쳤을 때, 이건 수가 불어나는 건가, 하나가 된 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차라리 이런 식의 접근이 조금 더 편하게 여겨진다면, 이것도 조금 문제가 있으려나?

애초에 판타지 마법 하면 파이어볼! 하고 위력 행사하면서 우왕! 나 킹왕짱 쎄거든?! 하고 난동 부리고 날뛰는 식으로 인식이 된 것에 비해, 정작 이곳 세계의 마법이란 건 의외로 철학자들 포지션에 가까웠다.

애초에 마법사의 궁극적 의의, 목적은 인간 초월이기에.
그러기에 누군가는 신체를 신적 존재로 승화시키길 바라며, 누군 육신의 굴레를 벗어던져 초월체가 되길 원하고, 누군 근원점, 근본점으로 돌아가 진리 그 자체가 되길 추구하며, 누구는 거기까지 도달하는데는 시간이 부족하니 일단 불로불사, 늙는 거 처리 못 하면 최소 불사까지는 간 다음 연구를 지속하자, 라는 식의 현실주의까지.

……내가 이걸 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러나 원래 이런 건 같은 분야에 있는 놈들만 입씨름하며 열변을 토하고 불에 기름을 끼얹고 난리치기 마련 아니겠나.


실제로 온갖 격론이 오고 갔는데, 듣다 보면 다들 그럴싸하다.
…망할 놈의 전문 용어만 안 쓰면 어떨까 싶었지만.



“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오늘 이 주제는 내일 다시 논의하는 걸로 하고….”

이어서 다시, 부군 후보들을 이리저리 돌려 까대는 시간이 찾아왔다.
어제와는 반대 순번으로 에드릭이 앞서 저들의 타겟으로 노출됐지만.


“답해드리는 게 어려운  아니니, 편하게들 말씀하시죠.”


몰랐을 때와 알고서 대응하는  천지 차이지.
실제로도 그러했고.

결과적으로 학술대회랍시고 에드릭이  것이라고는, 자기 변호 및 적당적당 입을 턴 정도가 고작.

…의도적으로 그 외에 것들은 방관자로서 철저하게 지켜만 봤다.

예전에도 그렇듯, 에드릭은 정책이니 제도니, 아무튼 뭔가 그럴싸한 아이디어며 건수를 굳이 제공해주면서 자신의 유능함, 월등함, 걸출함을 드러내고픈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필수적으로 나대야 하는가 싶었지만, 막상 지켜보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차례 더 홍역을 치르고 나서야, 부군 후보들 모두가 자유며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시종일관 무심하게, 당당하게, 심도 있게 대응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착각하면 곤란하지.’

답을 그럴싸하게 해서 좋은 인상, 걸출한 이미지를 박아 넣는  꼭 정답이라 할  없을 터.


애초에 기존에 보여왔던 것만으로 어느 정도 견적을 떴을 테지.
그리고 여기서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테고.’



인식 모독, 자질구레한 모욕, 비방, 논리적 비판, 사적인 구설수, 대놓고 못 마땅해하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다른 의미로 전장과도 같은 이 고압적이고 고풍스러운 압박감 속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를, 대응을 해오는지.

답이 하나만 정해져 있다면 세상은 편하지. 망할 시험 문제처럼.
그러나 세상 살아가는 데는 그런 답이 정해져 있질 않다.

그래도 굳이 있다 치면… 채점자들이 원하는 방향이 제일 중요할 테지.


“고생.”


저번 무도 대회처럼 전체적으로 노출은 않지만, 이러한 토론, 박론, 논쟁, 문답 등의 과정은 귀족들이나 각종 교육 기관을 비롯한 외부에도 일부 원격 관전이 가능한 터라, 아마 그들에게도 그럭저럭 인상에 남았으리라.


“고생까지야….”



아니, 고생한  맞긴 한가?
에우리에의 단답형 위로 및 격려에 에드릭은 멋쩍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젠 하나만 남았네.”
“그러게요.”

대중들 앞에서 웅변 잘하는  하나 남긴 했지만….



‘아, 귀찮.’


또 번거롭기도 하고.



“잘 대응한 거?”
“그냥저냥요.”


에우리에는 여전히 무심한 듯, 어느 의미로 살짝 얼이 빠진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렇구나.”

따로 추궁하지도, 궁금하답시고 들추지 않은 채 알아서,  뜻대로.
어쩌면 정말로 관심이 없는 건지도.
있다 쳐도 거기까지 의구심이 치밀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배려심 넘치고, 관심을 기울이는 듯 보여도 정작 그녀는 남의 사생활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주의니.

…자기  일도 바쁘다는 모양이고, 그게 또 에우리에 그녀의 천성이기도 하니, 이런 부분에 서운함을 느낀다던가, 하면 안 되지만 그러기에 사교성 면에서 약간 아쉬운 감이 있을지도.

…애초에  파리 꼬이는 거 아닌 한, 그녀와 순수한 의도로 친분을 다지는 이가 있다손 쳐도, 과연 몇이나 되려나.

어쨌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여전히 바람은 조금 시린 감이 있지만, 볕은 훨씬 더 따스해졌으며, 사람들의 움직임도 이전보다 훨씬 분주해져 가고 있었다.

에드릭은 그런 광경을 도심 속, 노을을 등지며 지켜보다 에우리에를 향해 고개 짓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도리도리.
에드릭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그녀를 이끌었다.

“그건 그렇고 양념치킨이란 거, 드셔본 적 있으세요?”



소스 연구가 끝나 살짝 매콤달콤한  대강 재현해놨기에, 더군다나 이젠 본격적으로 닭도 제대로 보급받고 있던 터라, 고기 튀김 이외에도 확실하게 치킨을 구현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역시, 프라이드보단 양념 쪽이 정답이라 생각한 에드릭인 만큼, 그는 간만에 쌓인 스트레스를 치맥으로 풀고자 했다.


맥주는 솔직히 원래 세계에서 마시는 것보다 훨씬 좋았기에 치킨만 제대로 구현된다면, 다른 의미로 이게 천국이지! 하고 생각했기도 했고, 향수병이 돋을 때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기도 했거니와….



“??”



눈으로만 의문 부호를 그리는 에우리에.

뭐, 일단 먹어보면 알겠지.
먹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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