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99)화 (299/454)



〈 299화 〉85. 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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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현실 속 예능 프로그램조차 대치전, 예컨대 특정 목표… 이를테면 대회 우승, 서바이벌 등.

그조차도 후보자가 좁혀질수록 이에 대한 신경전들이 시원치 않게 이루어짐에도, 어쩐 영문인지 한 나라의 주인… 그 주인의 반쪽이 결정되느냐 마냐 하는 상황임에도, 세간에선 이런저런 이야기며 소문, 나름의 예측들이 오고 가곤 했으나, 정작 후보들 본인들 사이에선 큰 소요라던가, 소란 시 되는 사건 사고는 별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기한 노릇이지.’




그만큼 규제를 잘 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말이지.
그렇다고 다들 실력에 자신감이 넘친다던가, 결과에 승복할 작정인 건지 어떤지는 여전히 의문 투성이지만….


‘아니면 그냥 나한테는 경쟁 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던가?’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뒷배나 옹호 세력, 예컨대 빽이 없다는 거 자체로 뭔가 정략 결혼 기준으론 손해라 여겨도 충분히 타당한 추측이니.


다만….




‘……상관없나.’

에드릭으로선 여전히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아니었다.
하루라도 속히, 이 구도가 종결되는 쪽이… 여러모로 편할 건  보듯 뻔한 일이니.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설문 작성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었다.
주제를 정하고, 초안을 작성하려 하는데, 일단 경험이 따로 없다보니 시작부터 막힌 감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추고, 이런저런 힌트 등을 자체적으로 찾아 참고 삼는다 쳐도, 과연 그게 합당한지는 나중 문제인 것도 같고.
그렇다고 또 아예 적성이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데….

솔직히 설명충, TMI 같은 건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아니고, 연설까진 아니어도 무리들 모아놓고 사기를 돋구던가, 분위기를 고양 시키는 건 저쪽 대륙에서도 심심찮게 해왔던 거긴 한데….



‘여기선 나를 뽑아주신다면… 하는 식의 구걸 식은 뭔가 안 맞아.’

그렇다고 나로 인해 너희가 득을 볼 거다, 라는  한편으론 유쾌하나 정치적으론 뭔가 저급해 보이고.



‘그렇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자니, 이건 또 컨셉에도 안 맞고… 애초에 그렇게 나불댈 애들은 따로 정해져 있으니, 그건 이쪽하곤 안 맞겠지.’

포지션 상 아무래도 그건… 흐음.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정해졌냐, 라고 소리칠 법도 하지만, 아직 이 시대는 왕후장상은 하늘이 내리는 거란 대단한 착각이 진리 마냥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다 보니, 이건 별수 없었다.




‘백성 친화적, 유화적 접근이 과연 유용할까.’

어느 의미로 귀족들에게 친화적이어야 하는 건 패왕녀 쪽이 맞는데, 이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지.

그러기에 내부 관리, 정리하고 관리하며 다독이는 차원에서… 부군이 안주인 역을 맡게 될 게 불 보듯 뻔한데, 너무 귀족들하고 척을 지는 듯한 발언을 공식적으로 토해내버리면, 이건 이것대로 나중에 골치가 아파질 여지가 다분했다.
그렇다고 백성들 인망을 챙기지 않자니, 이것도 조금 문제고.
그렇다면 양쪽 모두를 어쩌고저쩌고해야 하는데, 이러면 한 주제에 집중하기 곤란하게 될 여지가 있다.



‘여기선 단순 이익보단 뜬구름 잡는 식이 좋으려나.’

흔히 국회의원 선거라던가, 대선 후보들이 뜬구름 잡는 개소리를 마치 진짜로 할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처럼 일삼아 순간적으로 호응이며 지지도를 높이려 들곤 하는데, 그렇게 말한 거치고 다 해낸 놈이 세계 각국에 얼마나 있으려나.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 대책, 방책 등을 논하지만, 현실적이기에 이상적이지 못하며, 그러기에 와닿지 않고, 때문에 호응을 못 받기도 하는데… 그러기에 역으로 현실적인 접근을 했다는 의미로 각광을 받는 예도 있지만…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여 적극 지지를 던져댈 만한 역량이, 과연 시민들에게 있는가, 없는가… 이건 꽤 중요한 문제다.



‘민주정이 수틀리면 중우정으로 간다며 학을 떼는 이들은 21세기에도 해당하니.’

플라톤이 심심해서 민주주의를 증오한 건 아니니.

그러나 여기에도 결론,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답이 나왔다 해서 실천 가능 여부는 전혀 별개의 문제 아니겠나.

시대가 발전해도 종교는 여전히 성행하는 판국에….
그런 의미에서 이곳 카일론은 중앙집권적 요소가 강렬한 군주제로 통치가 이루어지는 국가.

비록 봉건제, 중앙 집권과는 동떨어졌다는 평을 듣는 제도긴 하지만 중앙 집권 하에 이루어진 봉건제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게 이곳 카일론.


달리 말하면, 왕의 통치력이나 영향력이 줄면 언제든 집권 체계가 무너질 여지가 있다는 거며, 실제로도 왕의 권력이 추락한 시점에 이런 시기가 카일론에도 종종 생겼던 역사가 있기에, 결국 어설프게 이것저것 해댈 여지가 없단 거긴 한데….


‘그나마 왕국이니까 이렇게 굴러가는 거지….’


제국 정도의 규모라면 이런 체계는 절대적 왕의 부재, 중앙 세력의 부재 시 곧장 들고 일어나도 결코 이상한 일이 없을 터.


그러기에 봉건제에선 아주 철저한 명분을 바탕으로 이들을 굴리는 거지만, 정작 왕권이 약해진 시점엔 대신들에게 이것저것 양보해가며 딸려가는 수밖에 없단 것도 문제라면 문제.


그러기에 일각에선 오히려 영토를 차지한 봉신들끼리 싸움을 부추겨 세력을 약화시킨 채 다른 의미로 명분을 틀어쥐어 이를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누군가는 내치며 몰락시키는 등….


정치  대내 외교를 바탕으로 자신의 권력층을 공고히 다진다던가.



‘카일론 국왕은 이 혼란을 방지하고자 10년 가까이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자신 대에 뭔가 무리하게 해도 늦진 않았겠지만, 때가 애매하기도 했다.

어차피 내버려 두면 구 제국 세력은 알아서 자기들끼리 피 터지게 싸워 세가 줄어들 테고, 이를 바탕으로 카일론은 내실을 다져 국력을 키우고, 안정화를 도모하며, 무엇보다 다음 세대, 후계자의 입지를 챙기는데 주력하니… 추후 그들과 카일론 측이 맞부딪힐 시, 과연 어느 쪽이 우세할지는 안 봐도 뻔한 거지.



‘거기다 이곳은 용병들까지 외부로 돌리며 외화를 포함해 군사 훈련 외적으로도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니까.’


단순 마물 토벌서부터 상행 보조 및 운송 등은 추후 전쟁,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않더라도 보급품이며 물자 운송 자체로도 상당 도움이 될 건 확실했다.

그 외에도 마법사들을 대거 포섭해 대외적으로 퍼져간 소브릴 교단, 정교회며 여타 종교의 배척으로 인한 부재, 그 공백을 채워간 것도 그러하고….


역으로 그렇기에 민족적 기치, 의미, 자부심 등을 더욱 고취 시켜 확실하게 편을 갈라버려 아군과 적군에 대한 세력 구도를 공고히 다져버린 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라 본다.


여기에 이제 이종족, 타민족 등을 끌어들인다면….

“흠.”



너무 나갔네.
연설문 작성에 이런 점까지 고려할 필요는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참이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직도 그러고 있어?”

프리지아가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부로 들어섰다.
카일론에서 내준 객실이 아니라, 왕도 내에서 프리지아가 마련한 호텔 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에드릭도 잠시 이쪽에 눌러앉고 있는 추세였다.

…그래 봤자 이틀도  안 됐지만.



“정리하고 있는 건 어떻고?”

에드릭이 앞서 선수 치듯 물었다.
이에 프리지아는.

“아직 멀었지. 논의할 것도 많고, 새로 관계를 다진 이들하고 이것저것 일 문제며 사적으로 오가고 이러다 보니, 며칠 더 머무를 예정이긴 한데….”
“한데?”
“…그냥 그렇다고.”



살짝 신경질을 부리며 못 마땅한 내색을 표출하는 프리지아.

“장사 잘 했고, 이름도 널리 퍼트려놓고 뭐가 아쉬워서?”
“아쉬울 거야 딱히 없는데….”
“없는데?”
“……뭔가 뒤죽박죽 해서.”



 말하고 싶은 걸까?
에드릭도 덩달아 헷갈려졌다.

“큰 거래 건도 있는데, 작은 것들도 마다하긴 그렇고, 장기적으로 보면 둘 다 하는  맞긴 한데, 감당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다른 의미로 이익을 조금  보더라도 다 같이 합동해서 일을 치르는 건 어떨까도 싶은데, 관계도를 보아하니 나는 상관없는데, 제안을 걸어온 이들을 서로 협업할  없는, 일종에 원수지간에 가까워서, 필시 한쪽을 택하면 한쪽하고는 손을 떼야 하는데….”
“아하, 둘  먹음직스러우니 차마 포기하긴 그렇고….”
“그렇지 뭐.”


참 순진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



“이익 앞에 원수고 원한이고 뭐고 없는 거야.”
“…그것도 없는 놈들 기준이지. 가진 게 돈뿐이면 결국 신분을 사게 되고, 그런 식으로 자신이 드높아졌다 착각하는 것들은, 절로 체면치레를 중시하기 마련인데, 이건 단순히 이익 문제로 해결하고 자시고 할 게 아니잖아?”
“오호.”



그런 거까지 당연한 듯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정말로 이런 감각이 많이 트이긴 한 모양이네.

어쩌면 원수고 나발이고  다 계약이건 협업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지 모를 정도로 탐스러운 제안들이 오고 갔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분야라던가, 어느 쪽도 겹치지 않은 선에서 접근해왔을 수도.


완전히 분야가 겹치면 이건 싸우자 밖에 안 되는데, 대놓고 그런 싸우자 식으로 서로에게 접근했다면… 이건 이것대로 문제이긴 한데, 받아들이는  자체로 이익 이전에 원수를 하나 만드는 거고, 그거 무서워서 회피하고 양쪽 모두를 거절했다간, 다신 그 주위에 발붙이거나 몸 들이밀기 애매해질 수가 있다.

이것도 달리 마하면 기세 싸움, 일종에 주도권 싸움인 셈이니.
어쩌면…….



“결정 내리는 게 급한 거야 뭐야?”
“떠나기 전까지는 결정 내달라 그랬거든.”
“흐음….”

에드릭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그쪽 정보 모아서 판단을 조금 보충시켜봐.”
“…그럴 참이긴 한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긴 하려나?”
“적어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빈틈을 찾거나, 없으면 만든다.
어쨌든 성을 뚫고 지나가려면, 방법이란 건 대개 거기서 거기인 법 아니겠나.


“그리고 너무 눈에 딱 보이는 결과, 결정에만 휘둘리지 말고. 시각을 조금 넓혀.”



그리고.



“네 스스로 선택권을 좁히지 마. 이거  중요한 거니까, 잊지 말고.”
“…??”



뭐, 알든 모르든 그건 알아서 깨우치셔야지.
…정 헷갈린다 하면 힌트 정도는 줄 테지만.


일일이 다 퍼 먹여주면 저 녀석 커리어에도 별로 좋지 않을 테고.
위기라는 건 본디 스스로 돌파해봐야 성장의 구석이 있는 법.


마마보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설혹 실패하더라도… 그게 죽음으로 직결되는 아주 극렬한 패착이 아닌 한, 약소하게나마 감당하게 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승승장구하는 게 나쁘진 않다.

그러나 패배, 실패를 모르면… 신기하게도 인간은 오만방자해지고, 앞뒤 분간이 사라져버린다.


그러기에 항상 겸손하고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지.
…거기다 저 녀석, 아직 젊으니까, 차라리 일찍 실패를 체감해두는 쪽이, 나중을 위해서도 유용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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