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3화 〉87. 위로받고 싶은 날이란….
“단순하게 정략결혼 개념이라 친들, 그러한 담백한 태도를 보고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이 몸을 무르다 여기진 말게나. 섭섭하구나.”
“…….”
“한 번 맞춰볼까. 그럼에도 왜 여기에 붙어 있는지. 이 자체로 이미 경은, 자신의 뒤에 머무는 이에 대한 영향력을 자의로 떨칠 여력이 없음을 자인하고 있는 격인데… 그 자체로 경의 뒤에 자리한 자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도 대강 머릿속에 그려지는군.
한편으론 재미있지 않나. 본인이 궁금한 건 그중 하나. 거기에 강제성이 있는지, 아님 경 스스로 거기에 속박된 채 우물쭈물하고 있는 건지. 무언가 덜미를 붙들리거나 약점을 잡혀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 무엇이 경을 속박하고 있는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성과 감성, 어느 것에 의의를 두는가.
스스로의 의지인가, 타의인가. 의지가 없으면 결정이 임박한 순간에도 결단을 내릴 수가 없을 것. 결정의 부재는 결국 실행, 성과, 결과에 이르지 못하니 그 자체로 무능, 무의미. 고로 헛수고로 전락할 여지가 차고 넘치나, 그걸 되돌리거나 뒤집을 수가 있기에 웅크리고 있는지, 체념하고 낙담하여 이를 숙명이라 받아들이고 말고… 전부 자신의 선택 문제이지만, 경은 어떠한가?”
“…….”
에드릭 자신하고 얼굴을 마주친 기간이라 해봐야 극히 짧은 시간. 이조차도 극히 드물었는데도 이 정도로 자신의 처지를 헤아리고 있다는 게 사뭇 이색적이었다.
아니, 실상은 무엇 하나 명확하게, 단정 지은 바는 없지.
그러기에 잘 안다고는 하나, 잘 파악했다 할 수는 없을 터다.
파악된 정보 등을 토대로 헤아리는 능력이 탁월한 걸까. 거기에 육감과 같은 것들이 더해져 그러한 추측이 정밀성을 더한다던가.
그러나 추측을 남발한다 한들, 그것이 확신에 도달하기까지의 영역, 그 거리감, 그 간격을 좁히지 않은 한, 모든 추측은 망상으로 전락할 수도, 잘못된 판단으로 곡해될 여지도 다분하니.
다만….
‘저게 모두 본인의 추측, 예측이라 단정 짓기가 뭐하다는 건데.’
참모진이라는 게 심심해서 존재하는 건 아닌 만큼, 어쩌면 그런 이들의 조언이며 입김도 일부….
“자, 그래서 다시 묻지. 경은 이 몸의 반려가 되고 싶긴 한 건가? 되었다 쳐도 이를 각오할 결의는?”
“어려운 물음을 던져주시는군요.”
“어려울 게 뭐 있나. 오히려 그 상황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거 자체가 이미 즉답을 한 걸로 느껴지는데, 본인의 착각인가?”
“…….”
“아마 다음에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 이에 대한 대답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야. 그게 아니라면, 본인으로서도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실망감이 어떤 결과로, 사태로 이어질지는… 경이나 본인이나… 크게 추측하기 어려운 난재가 아님을 온전히 받아들이거라.”
무엇보다.
“본인 정도면 원하는 반쪽을 구하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아니니. 억지로 외교며 정략 때문에 옆에 둘 정도로, 사리에 맞게만 행동한다 착각하여 이런 계기를 가벼이 여긴다면, 내 결단코 용서치 않으리라.”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한 점의 그늘 없이 당당한 태도로 그리 단언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전부 쏟아내도록. 나중엔 돌이킬 수도, 이와 같은 기회가 새로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으니.”
“후우!”
어렵네, 어려워.
에드릭은 잠시간 고뇌했다.
그리곤.
“…….”
그냥저냥 넘어가려다, 결과적으로 몇 마디를… 입 밖에 내고야 말았다.
…그게 나중에 어떤 식으로 부메랑이 돼서, 자신의 목을 조일지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든, 최대한 이성을 번뜩인 상태로, 감성에 의거해 그녀의 정면에 대고, 묻고, 대답을 들었으며, 다시금 대답했다.
“…….”
이에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모습이 참으로… 당당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 당당함, 위풍당당함마저 더할 나위 없는 매력으로 느껴진 터라, 에드릭은 이전에도 좋은 인상을 품긴 했었지만, 사실상 지금 이 시점에, 조금은 그녀로 하여금 마음을 빼앗길 뻔한 자신을 실감했다.
딱 봐도 피곤한 스타일이지.
정말로 엄청, 엄청 피곤한 스타일.
그런데도.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나란히 있을 걸 떠올리니, 가슴이 뛰는 건 또 왜인지.
에드릭은 그 설렘에 괜스레 웃음기가 터져 나오는 걸, 애써 억누르지 않았다.
그녀와 헤어진 채, 심지어 다른 여자를 찾아가고 있음에도.
정말이지, 간도 크지만 배포도 큰 인간이라니깐.
……여러 가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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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듯 하나 굳건하고, 강철이며 철벽처럼 여겨지나 정작 접근하면 그건 끝을 모를 바다며 산림지대에 첫발을 내딛은 것 같은 막연함을 불러온다.
패왕녀로 이름 높은 그녀는, 에드릭에게 있어 좀처럼 그 성향이며 본 모습이라는 게, 온전한 형태로서 뇌리에 그려지질 않았다.
시각을 배제하고 보면 풍겨 나오는 향취가, 오감 자체로 가늠해본다 치면, 전율과 아늑함, 암담함이 뒤를 잇는다.
이건 대체 뭔지….
나중에 그녀하고 제대로 하룻밤 정도는 뒹굴어야 조금은 친근감을 느끼게 되려나.
그도 아니면… 최소 거리감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다던가.
무수히 많은 여자들과, 또 사내들과 인연을 이어왔으나, 간혹 가까이 교류하며 교우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여성들하고는 몸을 여러 차례 겹치는 경우도 빈번하나, 때때로 몇몇은 그러고 있을수록 도리어 거리감이 더욱 좁혀지기는커녕, 벌려지는 기분이 종종 들 때가 있었다.
몸만 섞는다고 친해지고, 밀접해지고, 인연의 끈이 굳건해지는 게 아니라는 건, 이미 경험으로 다 알고 있는 일인데도….
“하아.”
호텔 방에 눌러앉아 있음에도 손 쉴 틈이 없는지 이것저것 살펴대는 프리지아는, 확실히 내일 당장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짐이면 짐, 개인 물품이며 선물들까지, 차곡차곡 쌓아둔 상태였다.
심지어 저것들 전부가 개인적 선물 범주인데도, 물량이 방의 구석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부하들 부려도 최소 30분은 족히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이조차도 헷갈리지 않게 어떻게 운송할지에 대한 분류 작업도 겸사겸사 한창인 모습이었다.
에드릭은 거기에 한 손 거드는 입장이었는데, 분류 작업을 같이하다 보니 뭔 선물이며 누구한테 줄 건지가 대략적으로 그려졌다.
저건 의례적인 선물이고, 이건 또래 지인이며 친구들, 이건 거래처에 저건….
“그래서, 평소답지 않게 건들지 않고 순순히 내빼셨다 이 말이야?”
“평소답지 않다니. 그 무슨….”
“여자라면 일단 후리고 보는 인간이 왜? 권력이며 재력, 능력을 갖춘 이라면 더더욱 인연을 맺고자 몸이라도 섞어대며 자길 어필해대려는 인간이 뭘 아닌 척은….”
“그거야 그때는 그녀들이 그걸 원했으니까 그런 거지.”
“넌?”
“나야 하자고 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 오히려 여성 측에서 이를 밝혔는데 마다하는 거야말로 수치심을 안겨주는 건데,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혀는 여전히 잘 굴러가네. 밉상이 따로 없어, 정말.”
프리지아가 혀를 차대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게 나한테 올 이유는 아닐 텐데,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용건 있을 때만 와야 돼?”
“대개는 그렇잖아? 왜? 가슴이라도 만지면서 위로 받고 싶은 거야?”
“…….”
너무 적나라하지만, 제대로 정곡을 짚은 터라 일순 말문이 막힌 에드릭이었다.
딱히 떡을 치지 않더라도, 그저 껴안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는 게 이런 관계 아니겠나.
…가끔, 성욕을 떠나 살의 온기, 그러한 애정의 생동감이 절실히 끌릴 때가 있었다.
거기서 조금만 임계치를 넘으면, 바로 육체의 대화로 넘어갈 테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아니한가.
“언니한테나 가지 그래? 오냐오냐하며 맞아줬을 텐데.”
“논문 정리하느라 바쁜데 눈치 없게 그래서야 쓰냐?”
“나는 안 바쁜 줄 알아?!”
프리지아가 이것 봐라? 하는 얼굴로 표독스럽게 에드릭을 노려봐 왔다.
“너는 뭐, 여동생에 또래 친구에 애인에 가족에 사촌에 친척에 제자에… 뭐 그런 느낌?”
“…그 뒤죽박죽 관계는 전혀 영문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내 인상이 그렇게 제멋대로야?”
“그만큼 친하다는 거 아닐까?”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이곳 세계에서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여성을 다섯 손가락 내로 꼽는다 치면, 프리지아는 필시 필두로 손꼽힐 거다.
정말 드물게, 에드릭이 자신의 언동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좋고 나쁜 인상을 받아들이고, 느낄지를 크게 개의치 않고, 타산하지 않은 채 감정적으로 대하는 존재 중 하나였으니까.
“…너무 물러터졌잖아.”
이게 웃기는 게, 몸을 섞기는 하되, 이미 애인이 따로 있으며, 그 애인이 에드릭하고 살을 맞대도 크게 질투하거나 하지 않기는커녕, 되려 장려하는 느낌이라서 이런 부조리 아닌 부조리한 관계가 형성됐는지도 모를 일.
거기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려 에드릭의 애인에 가까운 포지션에 심지어 애까지 낳았다.
이렇게 보면 형제이자 의붓딸인데… 자신의 딸하고는 또 언니 동생 관계.
그리고 정작 자신하고는 사적으로 툴툴거려도 지금 와서는….
“데이엔 가의 사정만 아니라면, 또 내가 많이 자유로웠다면 어떻게 흘러갔을지….”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제대로 말을 하세요, 말을.”
“그냥 그렇다고.”
에드릭은 어깨를 으쓱이며 별거 아니라는 양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는 자유인 아니었다는 것처럼.”
프리지아가 코웃음 치며 내뱉은 말에, 에드릭이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러게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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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아무렇지 않게 팀장님한테 메시지를 보내 버렸….
‘기왕이면 장원 급제… 아니, 잘 풀린 이후에나 보낼까 했는데.’
그렇다고 이런 민감한 문제를 대뜸 선배에게 묻는 것도 그렇고.
‘아닌가? 그래도 됐었나?’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지금 와서 당황하고 앉아있는 것도 아귀가 안 맞으니….
‘인생, 당연한 듯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군.’
아니지, 애초에 자기 소재를 진작 파악했어야 했던 게 상식이잖냐?
…오히려 이 문제를 생판 남에게 듣게 된 거 자체가 비상식적인 거지.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한들 기존 행보에 차질이 빗어진다거나, 바뀐다 할 순 없었다.
…어느 의미론 이쪽이 더 적절할지도?
물론 이 경우, 다른 문제가 걸려들지만….
‘그건 겸사겸사 잘… 커버 쳐야 하려나?’
재수 없으면 데이엔 가, 예컨대 에드릭 자신의 딸인 루이샤까지 엮이는 수가 있다.
테티아나가 이를 부인하든 말든, 밀어 붙이고자 하는 쪽이 그러려고 작정하면 못할 건 또 뭔데.
애초에 이곳 세계에서의 혈연이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싶다가도, 과연 그 문제로 자신을 협박하거나 얽매려 들 시, 에드릭은 이에 냉정히 대응할 수 있는지가 조금 애매했다.
충분히 이성적으론 그래야 하며,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그 문제 안 생기게 대처를 사전에 취해두는 게 맞겠지.’
일 터지고 후회하려면, 애초에 지금처럼 몸을 사리지도, 조심성 있게 행동할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잘난 맛에 자랑하고 과시하며 온갖 찬사와 찬양을 만끽하는 삶, 에드릭도 평범한 인간인 이상 주변에서 과도하게 띄워주는 걸 무작정 꺼려 하고 그런 이는 아니었다.
…그러한 과도한 기대, 찬사가 자신의 방심과 안이함을 유발하기에, 스스로 경계를 하는 것일 뿐.
즐기다가 일 터져서 식은땀 흘리는 것보단, 어떠한 문제도 귀찮은 일하고도 엮일 일 없이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
과연 어느 쪽이 에드릭 자신에게 메리트가 높냐 하면, 에드릭으로선 두말하면 뻔한 결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즐길 수 없는 인생은, 삭막해지기 마련이고.
워커홀릭에 가깝다곤 하나, 그 하는 일조차 재미가 있고 색다른 경험을 체험할 수 있음은 물론, 가진 바 기술, 능력, 노하우 등을 마음껏 써먹을 수 있으니 매사가 흥미로운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게임이라 생각하면, 이런 일상이 무척이나 감미롭긴 할 테지.’
단순 땅따먹기, 역할극만 해도 즐거운 판에 떡도 마음껏 칠 수 있다면? 으음……!
“라는 마인드로 지내온 게 벌써 수년째네.”
이 나이 먹고 이런 소리하면 푼수 소리 듣기 딱 좋지만, 솔직히….
‘한적한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러나 너무 한적하면 지루해질 테고, 애초에 귀농한다던가, 시골 촌에 틀어박혀 좋아하는 여성하고 꽁냥 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로 즐길 거라고는…… 흐흐흐.
“스릅!”
미쳤네. 지금 와서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 흥미를 느끼는 건 또 뭔가.
하여튼 이러한 의욕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단 점에 에드릭은 자그마한 희망을 품었다.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성욕에 심취했다던가, 강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방탕하고 강렬하게 삶을 구가하고 있었을지도….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이미 즐기다 못해 과한 노릇이지만, 에드릭 본인은 여전히 스스로를 거듭 자제하고 있다 느끼고 있었다.
…고대며 중세적 왕들 보면 매일 같이 다른 파트너들과 떡을 치는 게 일상이었다 하는데, 최소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반면 정통 카톨릭에 입각한 이들은 혼외 관계나, 사전 관계 맺는 게 금기시 여겨졌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의외지만, 되려 중세 때가 덜 방탕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거야 기록만으로 유추하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 단정 짓긴 그렇고.
“…생각만 많네.”
음, 그래. 이거면 좋겠네.
외진 곳에 들어가되, 누가 습격을 해와도 막아낼 만한 전력을 지닌 상태로, 여성 여럿과 시종까지 포함해서 데리고 가서 같이 꽁냥댄다 치면….
“음, 최소 5년 정도는 썩어 나도 충분할지도?”
…이런 생각을 이전에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때하고 지금은 아무래도 실현성에 대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그래도 아직 본사 기준에서 에드릭은 한없이 초라한 입지를 지녔기에, 손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입장인 건 명확했다.
거기다 여전히….
에드릭이란 아바타는, 그가 사용하고 있다 하여 그의 것이란 확신도, 확정도 내려져 있지 않기도 하고.
에드릭이기에 알리샤며 에우리에, 그리고 데이엔 가 모녀며, 이후로 무수히 관계를 맺고, 친분을 다져온 이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게 가능한 거지, 전혀 다른 아바타를 가지고 그녀들에게 접근한다 치면, 에드릭 때의 기억이며 경험 등을 입 밖에 낸다 쳐도…….
‘좀 그렇지.’
설혹 믿어준다 쳐도, 이전과 같은 관계라 하기엔….
‘그리고 거기서 다시 집착하는 것도, 문제고.’
이래서 상대에게 너무 휘둘리거나 빠지거나,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정을 주지 말라곤 했지만….
에드릭은 아직, 정확하게 태민은 다른 이들과 달리 에드릭이란 아바타 하나만을 할당받은 상태기에, 다른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 그러한 인연의 끈이 더욱 질긴 입장이기도 했다.
‘남들만큼 빠져들지 않는다는 게, 이 경우엔 독이려나.’
차라리 그런 인연 관계를 제대로 정리 못 하고, 거기에 집착하며 얽매이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쩌면 에드릭이란 역할극으로 이 정도로까지 성장할 순 없었을 테지만… 어떠려나.
‘이것도 장점이라고 듣긴 했지만….’
팀장님이 그러셨나? 아님 선배가?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