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17)화 (317/454)



〈 317화 〉91. ‘사기’라는 건 개나 소나 다 칠 수 있단 말씀.(3)

에드릭은 거듭 생각했다.

아니면 허세 떤 걸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던가? 아니, 그건 더 말이 안 되고… 오히려 거기서 메리트를 느껴서, 이거 좋네? 하고 기쁜 마음에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라는 게 타당할 텐데, 그걸 또 마음을 정한 자기 아바마마, 즉 국왕까지 설득시켜, 바로 전날에 이 중대한 안건을 수정했다고?

“자, 그러면  문제. 대체 그 아이는 왜 그런 선택을 취했을까?”




짓궂게 운을 떼며 자리에서 냉큼 몸을 일으킨 숲의 현자.



“숙제로 내주지. 다음에 만나기 전까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게. 아, 그리고 현실로 복귀할 필요 없네. 이미 자네가 품은 구상이며, 생각 같은 건 본사 쪽도 다 알고 있으니까. 번거로워 말게. 귀찮게 오고 갈 필요 없이 다 처리해준 게 아닌가? 본사로 복귀해서 요청해서 사람 불러다가 이런저런 요청에 담판이니 승부를 보려 했던 건, 그러니 속에 묻어만 두게.”
“…….”
“하겠다면야 내심 말리진 않겠네만.”




끌끌하고 웃던 그가 몇 걸음도 채 안 돼서 나무 사이로 자취를 감춘 것도 일순.
…심지어 에드릭은 그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척조차 감지 못한 채, 그의 종적을 무방비하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니 뭔….”



이건 뭔 강아지 개풀 뜯다가 운석 맞아 뒤질 법한 상황이래?
정말이지 간만에, 어쩌면 에드릭이 된 이래 어느 의미로 가장 당황했는지도.
그러니까 뭐야? 결국 나만  쫓던 개…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걍 혼자 개지랄 떨었다는 거잖아?”

이건 뭐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도 아니고….
거기다가….




“약함을 분리해? 아니 먼 사람이 분신술 쓰는 정도가 아니라, 분리됐다고? 이건  뭐하자는 플레이야? 판타지라서 그런 거냐? 응?!”


누굴 향해 따지는지, 그로서도 알 겨를이 없었지만….

어쨌든, 에드릭은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자리에 짱 박혀 머리를 싸매야만 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어긋나고, 뒤틀린 건지….
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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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가 사(社) 측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 간 것에 대해선, 충분한 유감과 이해를 표현하고자 한다.
귀하의 사정, 의지 등을 고려치 아니한 결정에 대해 귀하의 반발은 무릇 정당하다 할 수 있을 것.


하여 그로 인해 본 계획에 차질이 이루어진 점에 대해선 다른 의미로 유감을 표명하는 바다.


귀하가 요구하리라 예상했던 그 모든 걸 본사는 충분히 숙지해두고 있기에, 이에 대한 결론만 축약해 메시지를 빌어 전달하고자 한다.

본사는 임의로 개인의 자율권, 생활권을 강제로 집행하며 침해하지 않는 바다.
고로 귀하의 상사인 윤미라 팀장의 혼약에 대해선 그 어떠한 외압도, 강제적 집행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앞서 밝혀둔다. 이러한 것으로 본사에 대한 의혹과 적대감을 키우는  묘각재판(猫脚裁判)의 예가 아닐 수 없을 것.

책임추궁의 방향성을 오판하여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우를 범해선 아니 될 것.
한비자 유노에 이런 말이 있으니, 천장이나 되는 큰 제방조차, 고작 개미구멍 하나에 무너지고, 백 발짝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 하였다.
(千丈之堤以蟻之穴潰 百步之室以突隙之燃焚 )


귀하의  나라, 조선의 임진년에 있었던 왜란을 겪은 당대 영의정 유성룡은 이러한 진언을 하였다 들었다.


양을 잃었다 한들 우리를 고칠 것이며, 말을 잃었어도 마구간을 지을지니.
지나간 일은 비단 어쩔 수 없지만, 다가오는 일은 그래도 대처할 수 있으니.
(亡羊牢可補 失馬廐可築
往者雖已矣 來者猶可及)


귀하의 올바른 헌신과 노력이 본사와 뜻을 달리하는 일이 없길 기대하는 바다.

하나, 추후 이와 같은 불순한 의도를 품고 행동으로서 그 본뜻을 드러내 이보다 과한 사태가 발생할 시, 불문곡직하여 그에 따른 결정 사안을 전달토록 하겠다.]




“……흐음.”



스마트폰을 통해 전해진 메시지는, 공식적인 내용치고는 뭔가… 구질구질한 냄새가 풍길 정도로, 딱딱하기 그지없었지만 결론은 이러했다.
이번은 용서해주마. 과하진 않았으니.


그리고 네 팀장 결혼 소동은, 우리 측 강압에 의한  아니다. 고로 엄한 화풀이 하다 X 되기 싫으면, 앞으론 처신 잘해라.




“라는 건가.”

이거 참….


“…강압이 아니었다?”

그럼 대체 뭐지?
아니, 정말로 그러면 혼약, 약혼? 아무튼 그게 엮여 있다던가?



“설마 날 물 먹이겠다고 그걸 일방적으로 그랬을 거 같지만…….”


……확신할 수 있나?
이번에 철왕한테 물 먹은 사건 덕에, 뭔가 무작정 믿는  내심 바보 같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팀장님도 내가 딴마음 먹지 않도록, 일부러 자기가 결혼한답시고 모습을, 자취를 감췄다던가?

아니, 애초에 팀장님이 이곳 세계에서 모습을 감춘 이유는, 왕이란 작자가 나하고 엮일 무언가가 의심돼서 무작정 쫓아낸 거잖아?


“…….”

에드릭은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휘둘리게 됐는가 싶었다.
현실 쪽에서 팀장님이 결혼한다 뭐 다 했는데, 그쪽은 그렇다 쳐도 이쪽은….


그러니까 애초에 현실  결혼 일정 때문에 이쪽에서도 어차피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곁을 떠났어야 했을지도? 이게 맞나?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막상 생각하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연달아 사태가 벌어지니 정신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결국 여기서 솔직히 결혼하고 어쩌고는 중요한  아니지.”

그래, 멜크리우스  때는 뭐… 상관없다 치고.
다만 팀장님, 그러니까 현실의 윤미라 팀장님이 결혼을 한다 치면… 그게 진짜라는 거잖아?

그러면, 여기서 본사 측 메시지에서 말하는 결혼 소동은, 이쪽 세계의 멜크리우스를 말하는 건가, 아님 현실 쪽의 윤 팀장님을 말하는 걸까?



“…어딜 어떻게 봐도 현실 쪽이잖아.”

그 정도도 판단이  되냐?
자신의 두뇌 회전력에 의구심을 품고야 마는 에드릭.
그런데도 뭔가 현실감이 없어 좀처럼 확신이 안 서는 건 무슨 연유인지.

“허….”



어쨌든… 급한 불은  건가.
아니지, 팀장님이 본사 강압에 의해 약혼, 결혼 그게 아니라 치면, 정말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가 있거나, 그러한 예정이 있었더라면?

“…….”


이쪽이 내심  심각한 거 아닌가?
아니, 엄청 심각한 건데?


무엇보다….




‘페이크로 날 속인 거라 치면….’

그녀가 에드릭 자신이 호의를 품고 있다는 걸 제대로 숙지하고 있단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낯으로 본담?’

아니, 솔직히 후배도 그렇지만 선배도 아는 판인데 그녀가 모르는  더 이상할지도?
주변에서 쉬쉬해준다고 과연 모를까? 주변 말로는 그렇게 티를 내고 다녔다는데.


‘티를 냈단 자각은 없는데….’


“아아아악!”



대가리 깨지겠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복잡해진 거지?
아니지, 복잡한  상황이나 처지 뭐 그런 게 아니라, 내 내면, 대가리 속이 복잡한 거지.
따지고 보면 정말 별거 아닌…가? 맞나?

좀처럼 판단이 서질 않았다.



“…….”



다 때려치우고, 우선적으로 처리할… 판단할 것들부터 정리해보자.

우선 첫째.
패왕녀의 부군이 되냐 마냐.

“이건 된다 치고.”

이것마저 거절하고 손 놓고 그러면, 본사가 말한 경고며 위협이 실질적으로 철퇴가 돼서 떨어지겠지.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둘째는….”

팀장님께 사실 여부를 묻는 건데.



“…….”



메시지를 보내? 연락? 뭐라고 보내게?




“…일단 패스.”

 번째는….


“패왕녀의 변심? 변덕?”



그거에 대한 해답…까진 아니어도 의도며 의중을 파악하는 건데.
숙제랍시고 숲의 현자가 들먹거렸으니, 방관하고 무시해서 좋을 게 없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부군인 이상, 이제 패왕녀와 다른 의미로 의견이며 몸을 합해야 하는 상황으로 번질 여지가 다분하니….

‘본래 내가 부군이 됐어야 했다 치면, 과연 패왕녀가 그걸 몰랐을까?’



알았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패왕녀를 끌고 가서 엄한 개소리를 마구잡이로 늘어놨던 거고.



“…….”


다시 생각해보니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아니, 다른 의미로 좋게 생각하면….




‘구속되고 자시고는 없어졌을지도?’



무엇보다 국가적 이점만 놓고 보면, 이쪽이 훨씬 대외적으로 미칠 영향, 파급력을 극대하리라 본다.

거기다가….


‘에드릭의 실체를 굳이 안 까발려도 충분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 테고.’



개소리인지 진실인지 모호하지만 구 제국의 잘난 혈통이라 주장하는 녀석도 있고, 인근 이웃 국가의 잘나신 놈들과, 잘난 세력의 잘난 놈도 포함돼 있기도 하고….



‘레오란은 떠난다 했으니 그 인간은 패스한다 치고.’


……그보다.
과연 철왕, 국왕이란 인간이 레오란 같은 인재가 빠져 나가는 걸 눈 뜨고 지켜만 볼 텐가?

거기다가….




‘죄다 이세계 끄나풀들이라 했잖아?’



…혹시 그것도 이쪽 혼란 주려고 사기 친 건 아니겠지?
또 다시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아악!”

됐어!  때려치워!
아무튼 간에!



“…우리 에우리에 누님 가슴에 안겨 힐링이라도 해야겠다.”



아, 잠깐.
그런데 여기서 에우리에 누님한테 가면, 이제 부군이니 그건 불륜? 바람피는 게 되는 건가?

“…….”


아아, 갑자기 의욕  식네.
이젠… 유일 낙인 떡조차 제대로… 못 치는 건가? 리얼?



“……돌겠네.”



아니, 그 전에….
그냥 패왕녀한테 가서 일단 진상을 묻는 게 순서적으로 알맞지 않나?



“하.”




겁나 어렵게 생각했네.
대체 뭘 그렇게 무식하게 고민하고 자빠졌냐, 이 화상아.

결론이  김에 에드릭은 곧장 객실을 빠져나왔다.
 저물기 전에 움직여야지… 후딱.

아, 그나저나 아침서부터 뭐 하나 안 먹었네.

뱃가죽이 간만에, 오그라지는 불쾌감을 실감하며 에드릭은 왕성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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