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96. 구관이 명관이더라.
파라메라 대륙에서 막 아르세이유로 복귀한 직후, 알리샤며 에우리에를 처참하게 보내버린 전적이 있던 탓일까.
둘은 그때 이후로 확실하게 달려져 있었다.
‘잘 버티시네?!’
박아대면 죽어 나갈 줄 알았는데 웬걸? 버텨낸다.
혹시나 싶어 정령술을 바탕으로 체내 혈류 흐름을 조절하고, 아예 내분비샘까지 일부 개입해 쾌락 물질을 더욱 분출하게 이끌었음에도, 엄청 좋아함에도 둘은 아주 잘만 버텨냈다.
…이쯤 되면 에드릭이 더 의아할 지경.
‘뭐지?’
뭐가 틀려진 거지?
그래도 한 가지 짚이는 구석은 있었다.
‘체력들이 좋아졌어.’
둘의 공통적 차이 중 하나가 그것.
무엇보다 여성도 정력이란 게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그걸 어찌어찌 단련했던 모양이다.
‘…어떻게 단련할 수 있는 거지?’
사내자식이 체력이며 정력 단련한답시고 하반신 운동이다 유산소다 어쩐다 하는 건… 그래, 이해한다 치자.
그런데 여성도 그런 게 그대로 적용되는 걸까 싶으면, 그건 그것대로 의아할지도.
…이건 그 뭐냐, 관심이 부족한 탓이려나.
애초에 잘 버티는 게 정력 문제인가 생각해보면 이건 이것대로 애매해지는데….
아무래도 사내 쪽에서 쥐어 짜이는 구도다 보니, 여성 쪽 정력에 관해 다소 무관심해지는 건 불가항력일지도. 버티는 것도 버거운 판인데….
‘아무렴 어때.’
잘 버티면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 거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하면 그건 그것대로 골치다.
여성의 성욕이 과해 남성이 감당 못 하면, 결국 외로운 밤을 지새우는 여성으로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이런 문제가 고무신을 갈아신는다던가, 바람을 피운다던가, 불륜으로까지 번지곤 하는데,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거다.
그러기에 알리샤의 정력제는 사내와 여성 모두의 사랑을 받는 애호품이다.
아무리 플라토닉 러브,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한다 한들, 결국 인간이란 육신에 얽매인 가련한 생명체들.
고로 섹스의 맛을 알게 되면, 결국 거기에 빠져드는 건 본능에 가까운 문제다.
이걸 부인하고, 거절하고, 꺼려 하는 이가 있다면 조심해라. 뒤가 구리거나 속이 시커멓거나 하는 거다.
트라우마 차원에서 멀리하는 건 제외한다 쳐도.
어쨌든.
두 사람이 팀 먹고 작정하고 들러붙는데, 여럿과 어울리는데 이골이 난 에드릭도 이건 좀 묘하다 싶었다.
‘아직 버거운 정도는 아니지만.’
오히려 좋은 느낌?
상반신, 하반신을 나눠서 담당하는 양 에드릭의 위아래를 점거해오는 그녀들.
어느덧 위치를 바꿔 에우리에가 위를 맡아 에드릭의 입과 어깨, 허리, 머리카락 등을 매만지며 열렬히 키스 세례를 퍼부어대고 있었는데, 알리샤는 자연스럽게 에드릭의 하반신에 얽혀 그의 거근을 마음껏 입과 손, 가슴, 팔, 팔꿈치 안쪽 등을 통해 열렬히 탐해대고 있었다.
단순 애욕에 잠겨 엉겨오는 것과, 애정과 신망 등을 품은 채 안겨 오고 엉겨오는 건 느낌 자체가 다르다.
성욕에 뇌가 잠식당하면 그게 뭔 의미냐 싶겠지만, 자기 욕구 분출 및 정복욕을 충족하는데 의의를 둔다면야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닌 에드릭으로선 그녀들의 그러한 애정 공세가 여실히 실감될 수밖에.
“오….”
무엇보다 능동적이라곤 하나 예전처럼 본능에 입각해 터치하고 매만지고 안겨 오는 것과 달리, 지금은 확실하게 절차며 의도가 다분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남자가 좋아한다.
이 부분이 약하더라.
여기에 조금 무르더라.
에드릭 자신의 그러한 것들을 헤아려 공략해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상대에 대한 관심의 밀도가 짙어지는 느낌을 받은 탓일까, 그게 또 내심 기분이 좋았다.
‘친하고 익숙해질수록 무관심해질 법도 한데.’
그녀들은 어째 한결같다.
순수하다고 하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그만큼 순수에 가까운 정열들을 보인다.
…밤일에 한에서지만.
평소에는 그런 노골적인 애욕을 굳이 안 보이게 됐는데, 어쩌면 에드릭의 덩치가 불어난 탓일지도.
사실 알리샤의 취향은 연하였고, 에우리에도 엇비슷하다 보는 게 타당할 거다.
그리고 그 연하 기준은, 당연하지만 외양이 기준.
꼬맹이일 적에 에드릭을 알리샤가 귀엽다며 마구 탐했던 이유도 그런 경우에서다.
그러나 에드릭의 성장한 외모는 알리샤의 취향을 일부 변하게 만든 요소일지도.
아님 그 시절 애정, 관심 등이 고스란히 이어져 지금으로까지 이어져 온 걸지도?
“그보다 너 이거 매번 느끼지만 너무 큰 거 아냐? 조절 가능하면 조금 줄이지?”
“…흠, 크면 좋지 않나요?”
“다 삽입 안 되는데 그러면 그것도 민폐거든?”
알리샤는 의외로 이런 점에선 자기 주장이 약한 편이 아니었다.
뭔가 주도적으로 하고픈데 그럴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던 탓일까.
기승위가 됐든 어느 쪽으로든 위에서 에드릭을 휘어잡은 채 즐기고자 하는 의도도 다분한 그녀였지만, 에드릭의 실한 분신은 시각적으로 그렇지만 실제로도 워낙 크고 굵고 단단했던 탓에, 위에 올라타자니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그녀의 불만을 자극했는지도.
“음, 그래요.”
결국 아쉬움을 무릅 쓰고 10cm 가량을 줄였다.
“…이래도 큰데.”
기가 막히다는 듯 에드릭의 귀두 부근을 손으로 콱 말아쥔 그녀.
“아무튼 이건 내가 가지고 논다?”
그러고는 에드릭의 거근을 뿌리서부터 붙들어 잘 겨누곤, 그걸 자신의 비부에 겨누기 시작하는 알리샤.
“…….”
그것 키스하고, 품에 안긴 상태로 느지막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에우리에.
그녀의 새하얀 등골을 손으로 쓸며 성감대를 자극하자 에우리에가 귀엽게 몸을 떨며 더욱 전신을 밀착해왔다. 마치 어미에게 매달리는 아이와도 같은 모양새로.
“아아….”
잠깐 한눈판 사이 삽입을 끝마친 알리샤가 가라앉은 신음과 함께 숨을 크게 내쉬었다.
거기서도 조금 애매해 다시 물건의 길이를 슬쩍 줄여 완전히 뿌리째로 알리샤의 하복부 안쪽까지 스며든 에드릭의 거근은, 무사히 알리샤의 내부에 정상 안착하기에 이르렀다.
…이 광경도 간만이네.
상대가 위에 눌러앉은 채, 비부가 치골에 맞닿을 정도로 올라타 내리 눌러대는 이 광경은, 에드릭의 거근이 정도에 벗어난 크기가 된 이래, 어지간해선 자주 접하기 어려운 광경인 건 확실했다.
‘뭔가 가만히 당하면 쾌락이 덜한 느낌도 있고.’
그게 좋다는 이들도 있지만, 허리를 자체적으로 흔들고 놀리지 않으면 등골을 타고 휘날리는 쾌감의 빈도가 조금 옅은 느낌을 받는달까.
신경 전달 물질을 포함해 내분비샘을 조절 가능하다 쳐도, 가급적 인위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으려는 에드릭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러운 범주 내에서 쾌락이 내달리길 원하다 보니 완전히 약 빨고 떡을 친다는 극단적 마인드로 자신을 버리듯, 망가질 기세로 몸을 내던져본 적이… 생각해보니 꽤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제심을 발휘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도 충분한데 이 이상이면 뭔가 어긋날 거 같은 기분이 든달까.
사람이 정도를 안 지키면 결국 선을 넘게 되며, 그러면 결과적으로 후회만 남게 된다.
도박도 중독에 이르는데는 한두 번이면 족한 이유가 그런 맥락.
거기서 맛보고 발을 빼면 그만이지만, 한 번 알아버리면 좀처럼 그게 어렵단 말이지.
…그렇다고 안 할 생각은 아니지만.
조금 전까지 에우리에의 가슴과, 이후 연달아 진행된 그녀와의 관계가 끝난 지 몇 분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알리샤를 맞이하고 있다.
“으응! 오랜만이라 더 좋은 거 같아!”
알리샤는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나 보다.
무작정 휘둘리는 이전과는 달리, 스스로를 조절해가며 즐기는 게 이젠 제법 연륜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니, 연륜이라 하면 욕 먹을 거 같으니 여기엔 노련미가 더 해졌다고 표현해주자.
“익숙해지셨네요.”
“…그래도 넌 여전히 태연하잖아?”
에우리에의 가슴을 손과 가슴팍으로 즐기며, 에드릭은 무심코 그녀의 엉덩이 부근을 매만지다 다시 그녀의 비부 부근에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으음….”
한껏 젖다 못해 에드릭이 싸지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은 상황.
손에 달라붙은 끈적한 감촉은 이성적으론 거북할 법도 했으나, 이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이쪽도 슬슬 달아올라 가는지도?
이성이 배제되면 남은 건 감성과 그걸 텃밭 삼아 자라난 애욕과 성적 충동, 욕구가 대부분.
이쯤 되면 그녀들 몸에 흐르는 땀조차 풀잎에 새겨진 아침 이슬처럼 아름답고, 애처로우면서도 정겹게 느껴질 지경이다.
몸에서 워낙 좋은 향기가 풍기기도 했지만, 만지는 감촉과 뜨거운 살의 온기, 움푹 들어가는 말랑말랑한 감촉 등은 다른 의미로 좀을 쑤시게 한달까.
이런 흐름으로 둘과 오랜만에 흥겨운 시간을 보낸 에드릭.
어느 정도 개방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만끽하며 그는 그날, 편안하게 그녀들을 양옆에 끼고 즐기다 꿀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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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숲이 뭔 숲이며 어느 이름이고 지역이 어느 부근인지는 사실 크게 궁금하거나 걱정되고 그런 문제는 없었다.
흔히 내가 어딜 간다 쳐도 거기 지역이 어느 시 어느 구 어느 동인지 크게 상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도상으로 살피며 나아간다 치면 그게 꽤 중요하다지만, 여기가 도심 한가운데처럼 길이며 위치가 복잡한 것도 아니니 굵직하게만 파악하면 그만.
다만 밤 중에 즐길 대로 즐겼다 쳐도 깨어난 뒤 오전 중에 할 일이라 해봤자 별다를 게 없기에, 에드릭과 루넨브리스는 사냥 겸 산책을 나선 반면, 알리샤와 에우리에는 각자의 일에 전념해가는 형편이었다.
온 김에 알리샤는 이곳 주변을 살피며 약재를 비롯한 온갖 소재며 재료 등을 탐색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에우리에는 그런 알리샤와 파티를 맺어 마수며 마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거나 때때로 같이 요격해 맞서는 등의 역할을 도맡아 같이 탐험을 즐기는 흐름이라면….
“냠!”
인간의 모습임에도 루넨브리스는 한창 몸을 움직인 덕에 배가 고픈 모양인지, 좀 전에 잡은 사자 형태의 마수 중 하나를 산 채로 뜯어 씹고 삼켜대고 있었다.
…미소녀가 피를 줄줄 뿜어대고 흘려대는 생육을 흔쾌히 즐겨대는 모습은, 따로 면역이 없다면 비위가 퍽 상할 법도 했지만, 에드릭은 이런 장면을 저쪽 대륙에서 꽤 자주, 물리도록 접했기에 되려 먹는데 신경 쓰이지 않도록 적당한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 채 나름의 휴식 시간을 구가하고 있었다.
선물로 받은 물담배를 굳이 피워보는 건, 냄새를 바탕으로 마물들 어그로를 끌기 위함인데, 몸이 정령체고 이러다 보니 담배 맛이 영 시원치 않았다.
‘조금 자극적인 연초를 피워보면 어떨까.’
이쪽 세계에선 딱히 마약류로 지정 안 된 관련 부류라던가.
이쪽 세계에서 마약류로 분류된 녀석들은 에드릭의 원래 세계에서의 강력한 중독성 마약 이상으로 악질적인 녀석들뿐이다.
어차피 내분비샘을 인위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점에 담배를 비롯한 중독성 기호품 등을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이것도 가오 아닌 가오 잡는 거지.”
추잡하다면 추잡한 짓이다.
흡연이라는 걸 스스로 즐기는 면목도 있지만, 대부분 이걸 접하고 배워서 애용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그게 멋있다는 언론 및 대외적 이미지에 혹해서 입문한 경우가 부지기수.
그런 면에서 영화 등이 사람 많이 망가뜨린 거지.
현실에서의 그는 술은 고만고만하다 쳐도 담배는 아예 쳐다도 안 보는 처지였는데, 수단과 목적이 너무 뻔한 점도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그것도 피다 보면 의외로 달마다 나가는 지출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거 맛있어뭉멍?”
“……아니.”
담배며 술은 맛으로 따지면 뭐가 됐든 최악이지.
구름 과자라 익살스럽게 표현하곤 하지만, 담배라는 새끼는 어딜 어떻게 봐줘도 정겨울 수가 없는 녀석이다.
…뭐 하나 귀여운 구석이 있어야지.
“근데 넌….”
그 큼지막한 마수를 어째 30분도 채 안 돼서 뼈만 남기고 다 드셨을까?
식성이 대단한 거야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내심 먹는데 만 몇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했던 크기를 단시간에 저리 처리한 게 놀랍기까지 했다.
…그 뭐냐, 늑대 형상일 때 그랬다면 그러려니 싶겠지만, 하물며 지금은 인간형인데….
1시간 정도를 더 돌아 열매며 비축으로 삼을 토끼 등을 몇 개 더 챙긴 뒤 보금자리로 복귀.
마물이라는 게 뭐 rpg 게임 마냥 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만나고 그런 게 아니다.
원래 저런 건 마주치는 시점에 위기 일발이기에, 그런 가능성 자체를 내포한 시점에 위험 구역, 지역이 되는 거다.
또 흔하다 쳐도 짐승들은 보통 인간 앞에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습을 드러냈다간 사냥 당한다는 걸 아니까.
그러기에 새끼를 배거나 새끼를 끌고 다니는 등의 사태가 아닌 한, 저것들도 마수며 마물이라 해서 어지간하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
…그리고 드러낸다 치면, 보통 은신하다 기습하고 습격하는 게 대부분이지.
가장 중요하건 어쨌든 등을 보이지 않는 것.
거기다 작정하고 천적이 없는 부류의 마물, 마수들의 경우도 자기들이 잘난 줄은 알지만 배가 고플 땐 전력으로 덤벼오기에 마주쳐서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평범하게 라면… 그렇지만.”
나와서 같이 다녀보고서 알게 된 거지만, 루넨브리스는 상상 이상의 전력이었다.
에드릭 자체도 물리적 공격은 마음만 먹으면 신체를 물 마냥 액화시켜 버리는 무용지물이 되기에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게 가능하지만, 루넨브리스는 순수 신체 피지컬로 자기보다 수배, 열배 넘는 체격의 마물들을 능숙하게 찜쪄 먹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늑대로 변하면 아마 그 이상일 테지만, 인간 형상일 때도 놀고먹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전투에 임할 때는 평소의 멍하거나 뭉멍스러운 어중간함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 노련함이 엿보였다.
오전 중에 나섰음에도 사냥 갔다 돌아오니 해가 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
그리고 알리샤와 에우리에의 경우, 에드릭 일행보다 2시간 가량을 늦게 도착했는데, 그 시점엔 이미 해가 저물어 주변이 어둡게 물든 시점이었다.
마법으로 만든 빛으로 주변을 밝히며 움직인 탓에 길을 헤맨 것 같지는 않지만, 이곳저곳을 뒹군 모양인지 옷 위에 묻은 흙이며 온갖 풀떼기, 잔여물들이 그녀들의 고행을 일러주는 듯 느껴졌다.
에드릭이 손을 써 옷을 입은 상태로 즉각 그녀들의 신체를 세탁 및 세척해주자, 한숨 덜었다는 양 안도하는 그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