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31)화 (331/454)



〈 331화 〉97. 할 수 있는 게 돈 지X 뿐이라면….

“이 정도로 전적인 투자라니… 저희야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너무 큰 기대를 거시는 게 아니신지요?”



주름이 슬슬 얼굴에 그늘처럼 자리 잡을 법한 사내가 눈앞에 있는 알리샤라는, 유명 제조업자의 제안에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 난감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본래 행운이란 게 예상치 못한 경우에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건 그가 생각하기에도 정도가 과했다.

내부는 칙칙한 창고를 연상하게 하는 자그마한 공간.
…이곳을 공방이랍시고 사용하는 이들의 자본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가 여실히 내비치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만약 현대식 비즈니스 법을 배웠다면, 이런 형편없는 곳에서 미팅을 자처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역으로 그런 현대식 비즈니스 노하우를 에드릭에게 배운 건, 되려 알리샤에 해당했다.

그러기에 알리샤는 마주 앉은 와중에도 허리를 편 채 다리까지 꼬며 느긋하게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돈이 꽤 많다. 그냥도 아니고 엄청.
그리고 상업성도  밝다. 에드릭이 하는 말을 조금만 들어도  핵심을 그냥 헤아릴 정도로.

아주 기초적인 것들은 옛적에 알려줬지만, 심층적인 건 여태껏  않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알려줄 것들을 추려 대강 일러준 터였다.




“이용해 보니 이번 사업은 국책 사전에서 투자해서 활성화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라 보았거든요. 단가를 낮추고 활성도를 확대할 수만 있다면, 대중성은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흐음….”
“그리고 엘트루빈 학파의 소속 인원수를 불려 학파를 비롯해 이쪽 사업의 영향력을 키우는 명목으로도 크게 나쁜 제안은 아닐 걸로 보는데요.”

말은 자신감이 있게.
너무 빠르지 않게끔.
그러면서 드문드문 중요 대목에 차를 마셔서 초조감을 더하는 방식까지.


여기서 에우리에가 옆에 대동해 침묵한 채 특유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만으로, 알리샤의 가치는 더욱 상승세를 띄게 된다.

에우리에도 어쨌든 마법 학계 쪽에선 이름이 꽤 알려진 인물. 그러기에 그녀의 이름값은 자연스레 알리샤의 가치 상승으로까지 연결된다.


…뭐, 전부 무의식적인 부분에 큰기여를 하는 형편일 테지만, 저들로선 단순 동행이구나 싶어 긴장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자기 집 앞마당이면 반은 먹고 간다는 소리가 있지만, 여기서도 단신이냐 다수냐에 따라 압박감은 확 틀려지는 법.

저들이 비록 다수긴 하나 주책 맞게 하나만 의자에 앉아 있고, 나머지가 뒤편에서 오합지졸처럼 알리샤가 파격 제안을 해올 때마다 횡설수설하며 웅성대고 있는 시점에, 둘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보듯 뻔한 일.


애초에 투자자가 쫄 필요도 없는데, 이 정도로 본격적인 대면전에서 차이를 내보이면, 그냥 갑이 슈퍼 갑을 떠나 하이퍼 갑으로 둔갑한다 쳐도 지켜보는 이들에게 묻는 들 결코 이의는 없을 터다.


거기다 대면서부터 아예 보란 듯이 여긴 너희  앞마당이 아니라 내 구역이다, 라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알리샤의 태도는, 주인과 손님이 바뀐 듯 저들에게 묘한 압박감을 불어 넣고 있으리라.



“학파까지는… 저희는 단순 모임 차원에서….”
“마법사가  무언가를 궁리하고, 진리니 섭리니 하며 너무 고차원적인 것에 매달릴 필요는 없잖아요? 여러분들처럼 사람들의 실생활이며 여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상을 발전 시키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거라 저는 생각하는데요. 제 발명품이 많은 남녀의 즐거움을 도우며 인구수 증가,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요.”
“크흠!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아르세이유의 명물이라 할 정도로 대단하니까요.”




알리샤의 정력제는 타국에도 일부 유통은 하고 있지만 극히 소수.


일부러 소수만 제공해 가치를 확 띄우는 건데, 효과가 발군이니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그래서 리셀 같이 되팔이들이 성행하는데, 이 되팔이조차 그녀와 연계된 본사 쪽 브로커며 업체 등이 죄다 독점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애초에 이걸 바탕으로 뒷골목이며 암흑계, 밀거래 쪽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도구로 활용한  본사의 취지  하나였던 모양인데, 에드릭이 이걸 알게 된 건 알리샤가 아르세이유에 온  대략 6개월 차 되는 시점이었다.

즉, 에드릭이 알리샤 전담이라 표면적으론 그렇더라도, 후위며 뒷면에서 어떤 식으로 또 다른 활용성으로 이를 이용하는지 까진 에드릭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파악한 것조차 그가 직접 조사한 덕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사실상 실체를 다 알아낼 때쯤 선배에게 통보 차원에서 관여 말라 하며 전갈이 왔다는 모양인데, 에드릭 측이 능숙한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들통난 점에 대해 본사 측에서 꽤 까였다는 후일담은 건너 건너 들을 수 있었다.

…애초에 알려준다 해서 딱히 막고 그럴 생각은 없었던 에드릭이었지만, 이조차도 일종에 시험이 아닐까, 하고 판단한 게 당시의 에드릭.


그로부터 벌써 수년이 흐른 시점이지만, 어쨌든 양지든 음지로든 알리샤의 정력제는 본사의 관리하에 안정적 유통망을 형성한 지 오래.


경쟁 상품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표절 및 도용품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홍보 마케팅 차원에선 방관한다 쳐도, 선 넘으면 철퇴를 때리는 게  흐름.


정력제라는 게 의외지만, 막상 구하려고 들면 별다른 효용을 보기 어려운 것들이 태반.

괜히 좋다는 거에 눈에 불을 켜는  아니다.


누구에겐 효용을 보는데 누군 효과가 없다더라, 이런 건 이쪽 업계에선  흔한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알리샤의 정력제는 범용성이 대단했다.


이게 가장 팔리는 이유였는데, 무엇보다 만들 당시 극소수만 나온다는 사랑의 묘약으로 인한 벌이도 짭짤한 건 덤.

무려 7배가 넘는 가격인데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그리고 그런 걸 아르세이유 정착 이래 자동화 시스템까지 굴려 정착까지 됐기에, 알리샤 자체도 에드릭 이상의 대부호에 등극해 있었다.


본사가 추천하는 추천 및 투자품에 꼼꼼하게 투자해 손해 없이 부가 계속해서 불어나는 실정이기도 했고.

관계가 오래 지속되길 원하면 이득을 안겨주라. 내가 필요할 수밖에 없도록 지속적으로.

본사는  정석을 아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그 외에 사적으론 에우리에에게 연구 후원을 바탕으로 마법 관련 지원을 받는  덤.


 이야기는 의외로 마법사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이야기란다.
알리샤나 에우리에나 돈에 크게 휘둘리거나 아쉬움이 없는 모습을 보면, 마치 두 사람의 주머니가 공유되는 게 아닐까 싶은 주변 우려까지 생겨날 정도.

그런데 지금, 작정하고 알리샤며 에우리에가 나란히 앉아 신생 마법 학파 쪽에 전격 투자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 당사자들로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의외로 현대의 대부호, 사업이며 산업의 아버지들 가운데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실패했을 사례들은  많은 형편이다.


최초 억만장자로 불리는 헨리 포드도 자동차를 개발은 했지만, 투자처가 전멸하다시피 한 건 물론, 세간, 업계인, 언론에까지 전부 비웃음을 사서 울화통이 터졌다는 일화도 있듯.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자동차 정비소가 전소됐을 당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이곳저곳에 고개 꺾으며 사죄 행을 이어가 책임을 지겠다는 소신을 밝혀 신뢰를 보였으며, 대놓고 다시 돈을 빌려달라 해서 기사회생을 한 예가 있기도 했고.


그러나 본래 세상을 바꾸는 어떠한 사업이란 건, 시작이 미천한 게 대부분.
미국을 넘어 세계를 뒤집고 있는 아마존도 골방에서 중고 책 파는 걸로 시작했고, 구글도 창고에서 시작한 예가 아닌가.


…근데 이런 쪽 이야기는 들으면 참 재미는 있는데, 사실 동기부여 차원에선 그러려니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듯, 난세 아닌 시대에 대박 성공을 이루기란 사실상 요원한 일 아닌가, 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애초에 그런 곳에서 얻은 지식을 얼마나  이쪽 세상에 녹여낼 텐가.

…사실 에드릭이 작정하면 돈 버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건, 에드릭이란 인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본사를 비롯해 이세계, 다른 차원에서 온 이들은 각자 세상의 이점, 대박 요소를 대충 꿰고 있을 거다.

없다면 그거야 자기 복이라 치고.
그런데도 이들이 작정하고 손을 못 쓰는 이유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쪽 세계의 정상적인 흐름에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 원활하게 굴리는 건 좋다.
에드릭이 백화점 점주라는 신분을 통해 이곳저곳 인맥을 터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도움을 받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업체를 더욱 부풀린 예처럼.


이런 흐름은 시대상에 크게 어긋나는 일도 아니기에 변혁이나 혁신, 혁명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백화점 자체는 사실상 이쪽 업계에선 혁명에 해당.
그리고 이런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것들은 모두 다 본사가 시대상에 크게 어긋나지 않은 선에서 손을 대는 흐름이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상을 통제하려거나, 발전을 조절해 이곳 세계 지성체들이 당혹스러워하거나 변혁에 치여 고통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 그거 말고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거다.



“하아!”


고민하는 엘트루빈 학파 마법사들.
그들은 일전에 알리샤가 열기구를 타고 순간이동 마법을 중계 삼아 혼자의 힘으로 금세 이 먼 곳까지 오게 만든 원흉(?)들이었다.

그리고 에드릭은 이걸 키워서 다른 경쟁업체나 국가 등이 이를 훼방 놓거나 집어 삼키려 들기 전에, 규모며 힘을 키워 그럴 여지가 없게 만들면, 사실상 독점 체계가 완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필요한 게 있다면, 여러 국가들 차원에서 이런 걸 성립 못 하도록 훼방을 놓는 회담이며 조약 등을 체결할 정도로 위험이며 다른 의미로 그 영향력, 가치에 대해 주목하기 전에 확실한 우위를 점할 필요성이  있을 거고.


이때도 에드릭은 제법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오히려 훼방이 들어온다는 전제를 잡고 가야지.’


순항해선 곤란하다.
그래야 필요성을 포함해 장점이 확 두각을 드러낼 테니까.


그러나 그 전에, 신발이며 장갑이 없던 원시인들에게 신발과 장갑을 회수했을 때의 불합리함, 고통, 불편함 등을 숙지시키려면, 그걸 잘 애용하는 흐름으로까지 사업을 끌어 올릴 필요성이 있었다.

애초에 이건 유통이라던가, 군 쪽과 완전히 별개일  없지만 유통 쪽으론 대량의 짐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고, 군부 기준에선 첩자며 일부 소수 인원을 들이고 어쩌고는 사실 이거 말고도 방법은 다양하기에 굳이 이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쩐다 하는 건, 사실상 트집 잡는 선으로 무마시킬 수도 있을 거다.

…자,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편히, 마음껏 오고 가면 장점이 무엇인가?
정작 계약 당사자에겐 세부적으로 설명 안 했지만, 에드릭은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표면적인 거 외에도, 나비 효과처럼 뜻밖에 터져 나갈 변수 등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다.

‘아주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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