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43)화 (343/454)



〈 343화 〉100. 땅 샀는데 집들이 하실…?(3)

그녀의 체격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상황.


더욱이 그녀 옆을 따르는 사내는 이곳 세계에선 보기 드문 형태의 갑주와 도끼를 걸치고 있었는데, 단순히 바헬루스의 키가 커서 그가 작아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는 꽤 작은 키의 소유자였다.

파라메라 대륙인들 대다수가 거구인 걸 보면 무척 특이한 케이스긴 하나, 그쪽 대륙 내에서도 투쟁과 분란, 약육강식을 따져대는 특유의 핏빛 문화가 조금 수그러들기 무섭게, 땅속과 은밀한 곳에 거주하던 이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의외로 에드릭 당시엔 얼마  되는 인원수였는데, 이들이 작정하고 모습을 드러내니  수가 상당했다.

더군다나 그들은 워낙 파라메라 대륙의 지상을 질타하는 종족들이 강대하다 보니, 약해 빠진 신체 능력을 보조할 여러 가지 기술들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빈약한 체구임에도 그들 다수는 어떨지 모르나 소수는 여타 전사들 못지않은 전력을 일궈내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들이 나설 상황은 그들의 거처며 보금자리가 들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생일대의 위기 때때였으나, 격변하는 시대 흐름 덕에 일부 소인(小人) 족들이 이 사실을 알려, 이들의 기술이 알그리타 못지않다는 걸 헤아린 여타 부족들이 그들의 기술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시작했다.

사실상 파라메라 대륙의 드워프라 해도 좋겠지만, 이들은 드워프처럼 땅딸보가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인간들에 비해 키가 작을 뿐이었다.

에드릭에게도 이들의 정황, 또 바뀌어 가는 파라메라 대륙의 정세에 대해 일러주자 그도 무척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또한 그와 함께 몇몇 제안을 건네왔는데….



“구벨.”
“예, 말씀하시지요?”
“그대들 동족들이 이곳에 와서 새로이 이곳의 문화와 기술들을 교류한다 치면, 제법 좋아하겠구나?”
“마치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강요는 아니다. 선택 사항이지. 무엇보다 이곳이야말로 그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가장 용이할 거다.”
“…이곳 주인이 대체 누구시길래 그러신답니까? 당장은 힘들고 지켜보면 꽤 성황을 이룰 거 같은 느낌을 받고 있지만… 이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중 일부는 그대들도 감당해야지.”
“저희가요?”
“그래야 정당하게 이곳 땅을 할당받을 테니까.”
“땅을요?”

봉건시대엔 본래 땅이란 왕이 주관하는 것.


땅을  주고 산다는 건 사실상 악덕을 떠나 왕권에 도전하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하물며 거기서 자릿세며 세금을…?


다 몰래몰래, 부랴부랴 자기들 이권 챙기는 차원에서, 미처 신경 못 쓰는 영역 차원에서 샤바샤바 하니까 이것도 넘어가고 그러는 거지, 걸리면 모가지를 걸 명목들이었다.

한 단계 내려가서, 왕이 아닌 영주 단위.
즉, 각 영주의 영주 아닌 이가 마찬가지로 영토 내에서 땅을 멋대로 주관하는 것도 거대한 문제였다.

이쪽은 가뜩이나 왕보다 시야가 좁아도 한눈에 영역이  파악되는 일부 영주들의 경우엔 그런 사태 벌어지면 자기한테 떡고물이 아니라 금화 주머니가 떨어지더라도 일부는 그 이익을 내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을 작살 내려 들 텐데, 이건 권위이자 그들의 위신이 달린 문제기도 했다.


땅을 수호하지 못 하는 영주는 사실상 그 땅의 주인이 아닌 거고, 그 시점에 영주의 영향력을 단번에 나락으로 추락하고야 마는데, 소문이 퍼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하물며 돈 없어서 땅을 팔았다? 왜? 자기 자식새끼를 팔지 그러더냐?
거의 그것과 비슷한 취급이라 보면 된다.


예컨대 이것들은 땅을 지키기 싫어도 지켜야 하고, 그러기에 감당이 안 되면 할당을 하거나 수여, 하사하는 식으로 영주가 자체적으로 봉신을 형성한다던가.
엄한 숲을 그냥 주고 관리만 잘 해라 하는 예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은, 알아서 관리하면서 몇몇 이들에게 일부 영역을 빌려주고, 거기서 얻은 자금은 또 다시금 봉신 된 자로서 영주에게 세금이랍시고 주기적으로 건넨다던가.


이게 자칫 잘못하면 개판 되기 일쑤인데, 그래서 왕은 확고하게 이에 대해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법으로 규제를 해둬야 꼼수며 혼란이 잦아들곤 할 터였다.

그리고 이런 게 자유롭지 못한 걸 짜증 내는 이들이 있었으니….


상인들은  나라며 지역마다 자기들 고유의 영토, 땅을 원했는데 상업을 종사하다 보면 이곳저곳 오가고, 이러다 보면 거처가 여럿 필요했다.

별장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본거지로 삼을  있는 영역.
근데 이걸 평민에게 준다? 땅을 주고받는 건 오로지 귀족의 영역인데?

그러기에 상인으로서 이 경계를, 이 기준을 넘느냐 마느냐가, 대 상인이자 부호로서 향하는 경계이자 기준점이라 해도 무방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것들 중 가장 중요한  돈과 인맥.
이후 추가적으로 협상 능력과 실질적인 힘, 위명만 갖췄다면 상황이란 건 어떻게든 만들어내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에드릭은 이미 넘칠 만큼 갖춰진 상황이었다.
허나, 그런 그도 사정을 아는 이들이 보기엔 무리수를 던진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아직 카일론 왕도 내에 만들겠다고 한 랜드마크 형 목욕탕도 그렇고, 초원 엘프들을 유화적으로 끌어들일 명목으로 형성하고자 했던 마시장 형성도 결코 공짜로, 시간만 흐른다고 형성되고 그런  아니었다.


또 그뿐인가.
따지고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때문에 에드릭은, 본래라면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드디어 이곳 세계에서 보란 듯이 빚이라는 걸 제대로 짊어지게 됐다.
그 이에도 투자 명목으로 관계자들을 끌어들인 건 덤.


그리하여 이곳, 버려진 영지라 불리되 개활지며 목초지 역할은 하더라도 정작 농사를 하자니 땅이 황폐화돼 작정하고 손보지 않으면 엄두도  낼 곳을 에드릭을 몇몇 이들에게 추천받았으며, 고민 끝에 이 부근을 자신의 이름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위치 자체는 카일론에서 꽤 떨어진 부근이었지만, 에드릭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여기에도 여러모로 엮인 게 많기도 했고.


알리샤가 이곳 개발을 주관, 임시로 주도하고 있단  알게 된 바헬루스는 구경을 끝내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그녀를 찾아갔다.


아직까진 난민 무리 혹은 개척자 무리들처럼 천막을 치고 자리 잡은 모습이 꽤 익숙한 풍경인 게, 파라메라 쪽에선 의외로 개척지에 저런 식으로 자리 잡은 무리들이 아직까지도 흔하다면 흔했다.


“여기인가.”



천막 가운데 큼지막한 깃발이 건조한 바람에 흐느끼듯 펄럭이는데, 들은 대로 내용물이 반쯤 채워진 빨간색 원형 포션이 그려진 깃발이었다.
바헬루스가 서있는 사이, 구벨이 천막 입구 부근으로 향해 안을 향해 물었다.



“안에 있는가?”



잠시 뒤.


“예! 있습니다!”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벨이 앞서 들어가고 5초가 채 안 지나 다시 나온 그가 바헬루스를 향해 안으로 들자는 듯한 몸짓을 내비쳤다.


이윽고.


“??”




구벨의 작은 체구일 때도 그랬는데, 마치 천막 입구서부터 큼지막한 체구를 과시하듯, 자세를 잔뜩 낮춘 채로 들어서는 바헬루스의 위용에 알리샤가 두 눈을 껌뻑였다.

또한.

“…….”


졸린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에우리에가 돌연 긴장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흠….”

바헬루스가 알리샤와 에우리에를 물끄러미 둘러보는 사이.

“다름 아니라….”




구벨이 앞서 바헬루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용건을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


협상이라던가, 이러한 대외적 활동은 툭툭 직설적으로 내던지는 바헬루스보단 관용구며 미사여구 애용에 이골이 난 구벨 쪽이 아무래도 적합하기도 했고.


결론인 즉, 대사관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명목으로 이곳에 파라메라 쪽과의 연결 매체, 경로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거였는데, 여기엔 대륙 간 순간이동 마법진 개설까지 고려한다는 말도 추가로 덧붙였다.

이곳 말고도 구벨은 몇몇 나라, 망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오래 교류하며 협력할 수 있을 법한 나라 몇 곳에 이와 비슷한 제안을 해뒀는데, 서국 회사 측에서도 이에 대한 협조를 얻을  있도록 관련 서류며 증명서 등을 제공했기에, 의외로 반응들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이곳 인간들은 한없이 오만하군.’


구 제국의 관념이 짙게 자리 잡은 몇몇 나라는 대놓고 소인족인 구벨을 괄시하는 태도들을 내비쳤는데, 이에 대해 이익 구조를 따진 그는 그런 이들을 철저하게 배제하듯 만남을 자제해왔다.


소인족인 그가 사절 및 협상의 목적으로 보내진 이유가 괜한 건 아니었다.
사절이며 협상의 장엔 상대를 위축시키거나 압도할, 그게 아니더라도 얕잡아 볼 수 없게 사절을 꾸리는  어느덧 관례 겸 기본 상식이 됐지만, 이번은 정 반대.

예컨대 이런 식으로 뭔가 부족한 듯 접근함으로써 상대들의 태도와 속내, 흑심 등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노골적으로 그런 면들을 드러내는 통에 구벨은 되려 이곳 대륙 놈들은 뭐가 그렇게 대단해 저리 콧대가 높은지 새삼 의아할 지경이었다.


그 결과, 그것이 자신들과 다른 확고부동한 종교와 역사적 바탕에 있음을 사전 답사, 조사를 바탕으로 알게 됐지만….

‘어디든 과거의 영광에 취하는 건 다를 바가 없군.’



침몰하는 배가 제아무리 크다 한들, 그건 더 이상 항해가 불가능하다는 걸 왜들 그리 모르는 건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보는 여성들은 상당히 젊은 걸 떠나 여타 귀족이나 왕족, 종교 계층에 자리잡은 여타 인사들보다 훨씬 투박하면서도 친숙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에우리에에 대한 인상은 아무래도 달랐지만.

“으음, 가벼운 주제는 아니네요.”



알리샤는 구벨의 제안에 고민하는 눈치였다.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중대한 사안일 수도 있단  눈치로 짐작했던 탓.

그런 망설임을 보던 바헬루스가  하고 알리샤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에드릭이 동의한 내용이니 고민하지 않아도  거다.”

그러면서 구벨에게 눈짓하자 구벨이 자그마한 양피지 하나를 알리샤에게 건넸다.



“아, 그런 거라면 제가 고민하고 그럴 건 아니네요.”




에드릭 특유의 물방울을 집어삼키는 여우 형상이 그려진 직인. 그게 찍힌 양피지였기에 알리샤는 그러려니 싶었다.


거기다 에드릭은 신기하게도 항상 수결도 추가로 찍곤 했는데, 수결 위에 직인이 같이 찍힌 걸 보니 따로 위조했거나 하는 일은 없을지도.

그러기에 여우 형상 위에 에드릭의 서명이 그려진 듯 보이는데, 이게 모르는 이가 보면 무엇이 먼저인지 조금 헷갈리는 구성이기도 했다.


백화점 당시엔 도장과 펜으로 이를 그렸다지만, 신대륙에서 복귀해 정령술이 능통해진 이후론 능력을 바탕으로  내려가는 터라,  고유성은 확고해 어지간하면 위조가 불가능하다 했다.


그럼에도 혹시나 하여 알리샤는 에드릭에게 받은 파란 물감을 한 방울 그 위로 따라내자, 붉은 직인과 수결이 파란 물감을 흡수해 붉은색이 이윽고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이걸로 에드릭도 이걸 받아 확인했다는 걸 어찌 보고 받는다 하는데, 알리샤로선 원리가 어떤지 몰랐다.

다만 에우리에가 짐작 삼아 에드릭의 능력과 연관이 있을 거라 이야기하긴 했는데….



“받는 이에게 확인할 용도의 도구를 제공해주는 이, 받는 이 모두에게 이를 확인 시킨다… 흐음, 소문 이상으로 철저한 분이로군요.”


구벨은 제법 감탄한 눈치였다.


이윽고 알리샤와 에우리에는 번갈아 가며 에드릭에게서  서찰 겸 증명서, 양피지를 겸하는 걸 살피며….

“그러면 이쪽  보시죠. 지도에 표시된 빈 구역들 가운데 어느 부근에 그 영역을 할당할지에 대해….”

구질구질한 절차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고.


그런 식으로  만남을 장식한 그들은,  외에도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다 에드릭에 관해 논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친분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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