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화 〉103. 왕가의 일상이라면 일상.
사실상 처음.
왕과 왕녀, 그리고 에드릭.
이렇게 셋이서 아침 식사를 함께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군 후보가 많을 당시 몇 차례 모임을 가지긴 했지만 그조차도 대부분 점심 혹은 석식에 해당했는데, 이른 아침에 조식을 함께하니 확실히 왕가의 일원이 됐다는 실감이 제대로 들기 시작했다.
흔히 이런 식사 시간엔 예법이다 뭐다 따지겠지만, 따로 눈치 볼 봉신이며 귀족 나부랭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님 이들 특색이 그런 건지 터무니 없는 양을 쉴 새 없이 때려 박는 통에, 소식이 기본 베이스인 에드릭으로선 복스럽게 먹는 그들의 먹성에 속으로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조식으로 통돼지 구이에다 뀅 구이, 그 외에 온갖 샐러드에 밀로 만든 부드러운 빵에다 속을 무난히 풀어주는 부드러운 스프.
그 외에 달짝지근한 와인과 도수가 조금 나가는 증류주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의외로 철왕은 술을 입가심 정도로 처리하는 반면, 패왕녀는 아예 작정하고 잔을 가득 채워 그걸 내내 입안으로 들이붓다시피 하고 있었다.
“사내는 무릇 야심이 있어야지.”
어느 정도 식사가 일단락된 탓일까.
아직 차려진 메뉴들을 상당했지만, 입가심으로 와인을 입안으로 흘려 넣던 철왕이 냅킨으로 입 주변을 닦으며 그런 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이름을 드높인 왕, 영웅들치고 욕망을 멀리한 이가 드물었지. 그들이 비록 그러한 욕망으로 패망의 길을 걸었다지만, 그 부질없게 보이는 욕망이 있었기에 그들은 거기까지 도달했고, 그러한 위업과 업적을 쌓아갈 수 있었다는 걸 너희들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가 하여 짐은 매우 통탄스럽기 이를 데 없구나.”
“씨 한 번 안 받았다고 식사 자리에 정신 나간 소리 좀 자제하심이 어떠신지요, 폐하?”
“푸훗!”
철왕의 말에 돌직구를 날린 패왕녀.
덕분에 음료를 마시던 에드릭이 순간 내용물을 뿜을 뻔했다.
“금욕을 표방하며 정의니 선이니 대의를 논하는 나부랭이들은 대체로 뒤가 구린 법이지. 그것들이야말로 미치광이 그 자체야.”
패왕녀가 코웃음을 쳤다.
“그럼 뭡니까? 제가 함부로 몸 굴리길 원하시는지요?”
“쓸데없는 잡것의 씨를 받을 생각이라면 짐이 먼저 네년의 버르장머리를 교정해둘 테지.”
“전 아직 젊습니다. 이 나이에 애를 베어 전장에 배를 불린 채 나가라는 헛소리를 하실 생각은 아니실 테지요?”
“그 정도 능력은 못 되나? 한심하군.”
…이게 왕실의 가장 윗줄에 선 이들이 나누는 대화라는 게 내심 충격이었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시종이며 시녀들은 무덤덤한 반응들이었다.
아니, 일부는 익숙한 듯 뿌듯하게 바라보거나, 따스한 눈길마저 보내는데… 내심 이것들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싶은 에드릭이었다.
“네놈은 건들지 말라 했다고 순순히 말을 따르는 꼴이라니, 사내로서 이보다 더한 수치가 있더냐? 계집이 한 이불에 있음 그에 합당한 순리를 일깨워줌이 마땅하거늘!”
“전 예전부터 억지로, 제 자의를 우선시해서 여성과 관계를 맺은 예가 없습니다.”
“하? 같잖기는!”
설마 떡을 안 쳤다고 이리 구박을 해댈 줄이야. 이건 이것대로 놀랍네.
시대가 시대인 만큼 후손을 보는 게 로얄 블러드 차원에선 지상과제로 여겨지는 시대상이라 쳐도, 이건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신경질적인 …장모님이 눈치로 조인트 까듯 바가지를 마구 긁어대는 거에 비하면야 양반이라 치더라도….
“여색을 탐하는 것은 강자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거늘.”
“그렇습니까?”
“유약한 것들의 핏줄이 퍼져나가는 건 인류 문명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하기란 요원한 것. 하지만 세상만사를 이롭고 드높일 수 있는 이가 이런 당연한 의무를 저버린다면, 그 혼란스럽고 혼탁한 세상을 어찌 바르게 이끌 수 있단 말이더냐?”
“…크흠.”
어마어마한 특권 의식이네.
막연한 선민사상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라 되려 더 무섭게 느껴진 에드릭이었다.
“가진 힘을 어찌 쓰느냐는 자유지만, 그 자유라는 게 실상은 무엇 하나 존재하지 않음을 알아야지. 이곳 세계에 발 딛고 살아가며 죽게 되리란 숙명이 주어져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한, 신분의 고하, 종족의 유별남을 막론하고 모두는 심판대에 오른 생명체에 불과한 것. 우리가 태어나 존재하는 의의가 무엇이더냐? 세상을 이롭게 한다? 높은 경지를 이루고, 압도적인 업적을, 결과물을 창출하고 쟁취하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은 그런 이들을 보조해 다시금 쓸모를 증명함으로써 삶이자 세상에 그 여지를 남기고. 남기는 것이 왜 중요하더냐?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 치면, 이를 어기는 이는 과연, 올바른 삶을 산다 자부할 수 있을지 나로선 도저히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단 말이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시죠. 우리가 철학을 논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 따위를 논할 재목입니까?”
그리고 왕녀는 이런 쪽 이야기가 적성에 안 맞는지 지루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표해대고 있었다.
“쯧쯧, 시건방진지고.”
못마땅하다는 양 혀를 찬 철왕은.
“아무튼 세상 일이란 좀처럼 알 수 없는 일. 후회할 짓 말고 조속히 후세를 볼 수 있도록 하여라.”
“심려 놓으시지요. 그건 본인이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하지 않으니 재촉하는 게 아니더냐. 사내 맛을 못 본 계집이나, 계집 맛을 못 본 사내놈들이 대업을 논한다는 거 자체가 세상천지가 비웃을 일이지.”
“저쪽 나라에선 순결이니 뭐니를 중시하지 않습니까? 무려 신의 이름으로?”
“신은 무슨. 다 사회적 제약을 통해 자기들 입지를 다지려는 수작이지. 어딜 감히 신을 논해. 버러지 같은 무지렁이 따위들이. 그럴싸한 건물 안에서 그럴싸한 음악이나 찬송곡 주절대는 정도로 신을 논해? 이것들은 그저 상상 속 우상을 팔아먹기 바쁜 거지. 그것들 경전 내용을 짐이 모를 줄 알더냐? 정작 그 안에 적힌 것들 중 일부라도 제대로 행하는 것이 어디 있다고. 낮은 곳에서부터 비롯되어 가장 널리 퍼지고, 높이 올라가리 뭐시기 해봤자, 결국 그것들의 수장이라는 것들은 찬란한 물질욕을 탐하며 욕망에 들어차 재물이며 권력이며 사치 향락을 누려대는데, 이게 우상을 팔아먹는 정치 세력하고 뭐가 다르더냐? 오히려 이쪽이 더 악질이지.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재물이다 헌금이다 뭐하며 꾸역꾸역 받아 처먹으니. 일하지 않는 새끼들이 제일 존귀한 꼴이라니. 그러니 그 망할 제국이며 현재 그 제국 후계라 나불대는 족속들이 죄다 우리 눈치나 살살 보며 살려달라 아우성쳐대는 게 아니더냐?”
“…식사 와중에 일장 연설은 자제하시죠. 소화되다 얹힙니다.”
“쯧쯧, 고얀 것 같으니.”
…이렇게 보면 둘이 부녀지간이라는 게 확 와닿았다.
특히 왕가의 혈통이란 건 대체로 애정이라기보단 비즈니스적 관계, 때때로 권력을 다투는 경쟁자 포지션인 흐름이 다분한데도, 둘에겐 그런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마치 서로가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수하고 있기에 서로의 기휘를 좀처럼 범할 일이 없을 거란 걸, 쌍방이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막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패왕녀였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지나친 언사를 내뱉거나 과격한 태도를 내비치진 않았다.
또한 철왕도 몰아붙이고 타박하고 꾸짖는 듯 보이나, 이를 강압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았다.
…사적으로 접할 때와 공적으로 이를 살필 때 느껴지는 그게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는 자기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일전에 제가 선물이랍시고 전리품 삼아 몇몇을 알아서 사용하라 보낸 예가 있는데, 이들조차 시녀로 들여서 부리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을 일체 손대지 않고 있다는군요.”
“배포가 그리도 없어서야… 고자 새끼도 아니고… 쯧쯧!”
“권력에 눈치 보며 자제하고, 그가 그럴 소인배는 아니지 않습니까?”
“머리로 그걸 아는 놈들도 있겠지만, 과연 나머지 것들이 그렇게 봐줄지 의문이로군.”
“오히려 선을 지키고, 자신의 책임과 입장에 충실하다 느낄지도요?”
“공처가랍시고 소문을 무럭무럭 퍼트려 놓지 않으면, 귀족들을 포함해 온갖 것들이 이를 빌미로 녀석의 남성성에 의구심을 표하게 될 거다. 사내를 더 탐한다는 소문이 도는 게 문제가 없다면, 어디 이대로 방치해보도록 하자구나. 왕실 꼴 잘 돌아가겠군!”
“사내를 탐하든 여성을 탐하든 그건 각자 자유 아니겠는지요?”
“이것 봐라? 네년이 여자들을 옆에 끼고 다닐 때부터 그런 조짐이 있긴 했지만, 역시 그쪽이었더냐?”
…진지하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테지만 반쯤은 농지거리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농담들은 아니었지만.
음탕하기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 성적 활동이 왕성해야 정상적인 사내 취급을 받는, 이런 전사의 나라에서 금욕적 행태를 과도하게 내비치는 건, 다른 의미로 의혹을 살 수 있다는 건 어느 의미로 당연한 결과.
…종교관이 굳건한 여타 나라에선 모범 사례며 덕목이 될 테지만, 여기선 그렇지가 않았다.
세간엔 탐하는 게 적은 듯 보이는 저 철왕조차, 병든 몸임에도 매일 여자를 탐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그 정도가 과하지 않아 화제가 안 된다 뿐, 실제로 왕이며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있어 섹스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행위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건 에드릭의 원래 세계도 예외는 아니었고.
언론이니 윗선의 도덕적 의무, 책임 등에 민감한 시대다 보니 그런 것이 난잡하게 퍼져가면 악덕처럼 여겨져서 감추고 은닉하고 그러는 거지, 그들이 즐겨대는 방식을 살피면 고대 중세는 오히려 저리가라 할 정도일 거다.
시대가 발전한 만큼, 즐기는 방식도 다양화되기 마련이니.
그렇게 식사가 끝난 뒤 자리를 파했지만, 에드릭은 왕녀를 본의 아니게 따라야만 했다.
“시찰 겸 이것저것 둘러보도록 하지. 그대가 살피고 있는 것들도 포함해서.”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의 굳건함과 에드릭의 굳건함, 그리고 두 부부의 굳건한 관계를 대외적으로 선보이려는 속셈인 건지도 모르겠다.
왕족이며 고위 귀족은 이 시대의 사실상 아이돌이자 탑급 연예인, 화제의 인물, 선망의 대상이자 복종의 대상.
그러기에 그들의 존재는 어디를 가든 화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입소문을 타고 과장되게 퍼져가기 마련.
그러니 단순히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책만 한다 쳐도, 그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방향을 타고 마치 바람을 타고 씨가 퍼져나가 온갖 곳에 잡초며 잡풀을 자아내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퍼져갈 것이다.
“거부엔 관용은 없을지니, 내키지 않는 기색은 접어두도록 하여라.”
“…귀찮은데요, 싸돌아다니기.”
에드릭이 사적인 푸념을 털어놓자.
“…가끔 보면 알다가도 모르겠군.”
이 정도 되는 사내가 왜 이리 의욕이 없고, 욕심이 빈(貧)한 지.
--------
당연한 노릇.
그녀가 화려한 사복이라거나, 산뜻한 복장으로 대외 활동을 하는 일은 좀처럼…이라기보다 그런 거 본 적 자체가 없군.
그조차도 비공식적, 일종에 비밀 시찰 차원에서 얼굴을 까도 모르는 이들 투성인 곳에서나 당당하게 활보하는 거지, 공식적 움직임엔 예외 없이 특유의 갑옷 차림새는 여전했다.
일전에 밖에서 민낯으로 만났던 것조차 대단히 드문 케이스라는데, 좀처럼 얼굴을 공개 안 하는 그러한 행보는 반대로 그녀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쇼맨십에 해당할 터.
실제로 에드릭은 그렇다 쳐도 그녀와 흑성 기사단 멤버 셋이 호위 차원에서 뒤를 따르니, 다섯 정도밖에 안 되는 인원임에도 특유의 중무장 갑옷차림새 덕에 눈에 아주 확 띄었다.
때문에 무난하게 차려입은 에드릭만 욕을 보는 처지였지만, 알게 뭔가.
‘일일이 신경 쓰면 답도 없지.’
이럴 땐 되려 즐기면 그만.
굳이 하나하나가 말 위에 올라 대로를 이동하고 있는 시점에 반쯤은 공식 행사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행보.
그런 의미에서 패왕녀는 인기가 꽤 좋은지 왕녀님, 공주님하며 엉겨오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도, 단순히 호기심이며 팬심에 접근하는 이도, 맹신에 가까운 선망조차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쯤 되니 에드릭은 이게 단순 데이트나 나들이, 산책 개념을 떠나 또 다른 의미로 대외적 공무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
‘개귀찮….’
나는 선량한 시민으로서 개인주의를 표방하고자 하는 부류인데, 본의 아니게 나라의 웃어른 행세를 해야 하다니.
그렇다고 이게 마냥 번거롭고 짜증 난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막상 사람들을 대하는 에드릭은 익숙한 것처럼 그들에게 반응했다.
아르세이유서부터 파라메라 대륙에서의 활동 가운데 반은 이런 식의 이미지 관리였기 때문인지도.
이래서 직업병이라는 게 무서운 거다. 속내가 어떻든 몸이 먼저 반응해버리니.
어쨌든 에드릭은 인물됨 하나만큼은 확실했기에, 왕녀와는 다른 의미로 남녀노소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특히 젊은 여자아이, 꼬맹이들은 적극적으로 그를 향해 어프로치했는데, 에드릭은 이에 대해 사무적인 선을 철저히 지켜냈다.
덕분에 공사 현장까지 무난한 속도로 말을 이끌면 2시간도 채 안 걸릴 거리를, 대략 5시간 넘게 걸려 도착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마차 타고 막힘 없이 갔음 그보다 더 단축됐겠지.
이러한 사태를 아예 예측 못한 건 아니지만, 예상과 살짝 틀어진 점에 에드릭으로선 못내 불만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데이트 기분 만끽하자니 그건 그것대로….’
어지간하면 이런 쪽으로 망상이나 공상 같은 건 잘 안 하는데, 요즘 한곳에 틀어박힌 탓일까. 머릿속이 다른 의미로 말랑말랑해졌나 싶었다.
“여기로군.”
겨울철이라곤 하나 시설 및 현장 관리를 포함해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카일론이 제아무리 치안 관리가 확고하다 하더라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강도며 도둑질을 일삼는 크고 작은 부류들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기에.
모름지기 사건은 생기기 전에 예방을 해야 인력 낭비도 줄어드는 법.
때문에 에드릭은 일부러 방치에 가까운 현장을 굳이 열 명 이상의 상주 인원을 경비 차원에서 대기 시켜 놓았다.
당연하지만 이런 놈들이 짜고 치며 안을 살핀 다음 빼낼 거, 훔쳐낼 걸 파악해 날 잡고 싸그리 털어가는 걸 방지하고자 신변 조사며 문제 터질 시 책임 요소 등을 강력하게 걸어뒀는데, 그러기에 그만큼 경비 비용도 상당수 지출해야만 했지만, 이번 공사 자체가 나름 에드릭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기에 괜한 드잡이질, 어쭙잖은 실수로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순 없는 노릇 아니겠나.
돈을 잃는 건 잠깐이지만 영예와 신망을 잃은 건 한순간이다.
권위에 목을 매다는 이유는, 그 권위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영향 등이 자연스레 뒤따르기 때문이다.
에드릭의 세계에서도 명예며 유명세, 인기도가 돈을 쓸어 담는다는 건 흔한 이야기.
하지만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지 않은 이곳 세계의 시대상, 그러한 인지도며 유명세, 브랜드며 네임벨류의 힘은 훨씬 더 막강하고, 유니크한 편에 속했다.
그래야 등용이 되든, 같이 일을 도모하든, 투자를 받든, 그 쓰임새를 인정받곤 하니 말이다.
고용되는 이들이 그렇다 쳐도, 고용주도 예외는 없다.
이런 쪽으로 유명해야 돈을 들고 찾아오든, 능력 있는 자가 자길 써달라며 방문을 하듯 하는 거니.
…또한 유명세 못지않게 공포의 위명이 어찌 퍼져 있느냐에 따라 엄한 잡것들이 함부로 기어오르려 하거나 시비를 못 걸기도 할 테고.
역사적으로 명장, 이름이 드높은 맹장의 등장으로 적군이 술렁이며 싸움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도주하거나 탈주하는 이유도, 적군에게 있어 여지없이 적용되는 끔찍한 악명 때문일 터다.
아군으로선 그보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예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