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54)화 (354/454)



〈 354화 〉105. 모이고 또 모여...

한두 사람이었으면 벌써 몸으로 대화며 회포를 풀었겠지만, 수가 많고 또 일과 연류되다 보니, 행위 이전에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교류, 보고 받는 과정이 이어졌다.

어쨌든 에드릭은 이곳 케사린 령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상황을 주도한 장본인이자 책임자인 상황. 상황이 어찌 굴러가는지 서면으로 보고를 받는다 쳐도, 그걸로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건 한도가 있기 마련.

그렇다고 이 시기에 PPT며 알록달록한 컬러형 사진과 도표, 온갖 기호며 그림 등이 추가된 그럴싸한 보고서를 기대하는  말이 안 되며, 전문적으로 이를 기록하는 이가 아닌 한 내용이 충실하길 기대하는   그대로 욕심.


비록 에우리에가 알리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줬다 쳐도, 알리샤는 이쪽이 주업이 아니었기에, 또 에드릭이 나중에 가서 직접 확인할 테니 중요한 것들만 알려달라 한 덕에, 여지껏 보고 받는 내용들은 대체로 한정적인 것들이었다.

그리고 노동자 모드로 돌입한 에드릭은, 사뭇 꼼꼼하게 이곳저곳을 살피며 하루 종일 알리샤를 들들 볶아대기 시작했다.

물론 에드릭 기준에선 그저 이곳저곳 누비며 질문 정도만 한 격이지만….

“여긴 아직 개발이 덜 됐군요.”
“벌써 텃새를 부리는 이들이 눈에 띄네요.”
“일자리가 모자라진 않으니 팍팍 배정해주고 그래야 저들도 안심하고 이곳에 정착하려 마음을 굳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배식 문제인데, 지켜보니 배급표를 달리 활용할 여지가 있더군요. 그리고 먹을  두둑하게 챙기게끔 해줘야죠. 또 배급 같은 경우는 저런 거 선의랍시고 방치하고 알아서 담당자들에게 마냥 내버려 두면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챙기고 일부한테는 손해를 끼치고  그럴 겁니다. 차라리 그걸 관리하는 직종을 하나 만들어 둔다던가… 아니지, 성주 될 브리앙르한테 알아서 처리하라 하세요. 그녀 쪽에서 어차피 이런 치안  규율 등을 바로잡게 해야지, 말로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런 식으로 물 한 모금 마시지도 않고 내내 돌아 다녀 해가 질 때쯤이 되자….


“자, 다들 모여봐요. 딱 좋게 기회가 났으니 이것저것 잴 거 없이 여기서 일단 다….”




처음엔 화색을 띄며 모인 그녀들이었지만….


“오전에 이것저것 둘러봤는데 말이죠….”
“그리고 건물 짓는 분들이 자꾸 요령 피우고 잔꾀 부리면서 기간 늦추려 드는데, 기간 어기면 서로가 손해라는 걸 주지 안 시키면 이것들 계속 꾀부릴 겁니다. 겨울이라서 안 되고 자시고 이러는데, 그러면 애초에 계약에 그 점을 명시 확실하게 해뒀어야죠. 다시 살펴보니 그 부분 어설프게 넘어갔던데, 이건 저쪽에서 이쪽 호구랍시고 수작 부린 거니 계약이고 나발이고 일단 사안 처리하게 밀어붙이셔야  거예요. 일일이 사정 따지면 일은 언제 합니까? 여기가 카일론처럼 눈까지 얼어붙어 우박 비슷하게 휘날리는 혹한이 몰아치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능력이 또 없는 것들도 아닌데 거저들 눌러앉아 대접이나 받으려 드는데, 그런 거 방치하면 버릇없어집니다? 자기 입맛에 맞게만 일하려 들면….”
“잠깐, 잠깐만.”

이때 브리앙르가 손을 들어 에드릭의 말에 제동을 걸어왔다.

“걸리는 점이라도?”
“너무 하루아침에  해결하려 드는 거 아냐? 너 어제 왔어! 어제! 조금 숨 돌리면서 이야기도 좀 하고, 이곳저곳 편하게 둘러도 보고, 그러면서….”
“할 일을 미리 해둬야 서로가 편하지 않나요? 또 일처리가 늦으면 그만큼 그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불편을 겪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거 다 감수하고 온 거지, 여긴 네 나라가 아니잖아? 여기 모인 이들도  백성들이 아니야. 네가 일일이 책임지고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이들이 앞뒤 못 가리는 처지들이 아닌데… 너무 살피려고 하는  아냐?”
“…흐음.”




그런가?
뭐 자기 밥그릇이랄까, 처지는 알아서 살피는 게 맞긴 하지.


의외로 텃새며 퇴짜부리는 것도, 다 나름의 이유들이 있는 거니.
마냥 외부인이며 모르는 놈들, 화합이나 사교성 없고 협조성이 결여된 녀석들을 동족이며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가 피 보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맞긴 하니.

중국에서 꽌시가 생겨난 배경도 어찌 보면  그들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하나의 방책이란 소리가 괜한 이유가 아닌 게, 그쪽은 인구수가 워낙 많으며 입장이며 처지들이 워낙 확고하다 보니, 결국 자기들끼리를 제일 중시하곤 한다.

…사실 그게 맞지.


현대에서도 가족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 형제며 친척 사촌 단위로 가는 거지, 처음부터 외부인,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한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고 배려하고 이런다? 어지간한 선인이 아닌 한….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다는 거지.’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으리.
그러나 이건 그나마 양반.

만약 난세 때라면, 훨씬 더 잔혹한 사태로 확장된다.
그래… 차라리 이쪽이 다행인 거지.




“흠.”


침묵과 함께 사고를 정리한 에드릭은.

“맞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휴우! 하고 다들 안도하는 듯한 반응들을 보였다.

“그래도 방금 말한 것들은 다 숙지하셨죠?”
“…….”


외부에서 보는 에드릭은 매너 좋고 풍채가 다부지며, 인상 좋은 미남으로 여기곤 하나, 그를  아는 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동의하는 그런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왕후장상까지 되셨는데도 여전히… 일머리를 놓지 않으시는 걸 보니, 다른 의미로 안심이 들면서도, 어딘가 걱정이 되는군요.”



시스터 카멜린이 애써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하는데, 에드릭으로선 그녀의 그런 걱정 어린 반응이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왕후장상이란  원래 남들보다 일 더 많이 하는 위치 아닙니까. 그 인간들이 놀고 먹어대기만 하면 나라며 영지가 제대로 안 굴러갈 텐데… 그래서 제가 가급적 그런 쪽 손  대려고 궁에 틀어박혀 얌전히, 잠자코 있겠다는 식으로 엄청 어필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왕녀님은 저한테도 일을 마구 시키시더군요. 편하게 궁 안에서 차나 훌쩍이며 마음 놓고 살려 했더니만….”
“잘도 그러시겠네.”

알리샤가 툭 쏘아붙였다.


“…….”

에우리에가 도리도리 고개 질을 치고.

“그건 아니지….”



왜인지 브리앙르마저 머리를 짚은 채 고개를 내젓는데….


“영문을 모르겠네.”


내가 아무리 일벌레 소리를 듣는다 쳐도, 내가 일을 좋아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니깐 그러네.


그래, 이게 다 전부, 본사 때문이다.
아무튼 본사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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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합방이냐 순번을 정하냐로 이것저것 그녀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며, 에드릭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분명하게 내보였다.

‘뭐 전부 감당 못  것도 아니고.’


참다 참다 막판에 하게 될 이 흐름, 이 전개가 에드릭으로서도 퍽 기대되는 수순이긴 했는데….


‘약간 뭔가, 미묘하단 말이지.’



뭐라 탁 까놓고 말할 순 없지만.
현재 에드릭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위해 입후보한 후보자는 알리샤, 에우리에, 브리앙르, 마이기신.


시스터는…… 사실 그녀가 제일 끌리지만 그건 그녀와의 관계가 꿈에서밖에 이루어질  없는, 그런 손에 닿지 않는 면이 있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이게 또 인간의 간사함 아니겠나. 손에 쥔 보석이며 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하는데, 이미 한 번 따버린 꽃보단, 새로운 꽃에 눈을 돌리고야 마니….



‘완전 개x끼!’

인간의 그런 간사함이 에드릭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취향이자 본능으로 반응하는데 이걸 어쩌겠나. 그렇다고 본성을 죄다 오래된 벽지 뜯어내듯 뜯어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녀하고는 심지어 신대륙에서 함께 전전하던 시기에조차, 꿈에서조차  한 번을 맺어진 적이 없었다.


…뭐  시기엔 그녀 말고도 대주는 이들이 워낙 많기도 했고, 나중엔 에드릭이 또 자발적으로 이 여자 저 여자 꼬시기도 했었으니….


“다들 여기 있었네.”




그리고 그 와중에 새로운 후보자 참전!




“다브헤나! 오랜만이로군!”




마이기신이 퍽 반기는 그녀는 다프넬.

어쨌든 초월 엘프족과 함께 에드릭이 브리앙르와 한창 샤바샤바(?)하던 시기에 에드릭의 청과 이것저것 여건이 맞아 일단의 초원 엘프 무리를 이끌고 브레나임 령에 찾아온 적도 있었고….


아르세이유에선 나름 에드릭과 여러모로 썸을 타는 엘프로도 소문이 꽤나 자자한 편에 속한 그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알리샤도 익숙하게 그녀를 향해 반가운 내색을 보이고 있었다.
에우리에도 침묵하고 있다 뿐, 제법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는데….

‘경쟁자가 생겼다는 인식은 아예  느껴지네.’




한편으론 신기하단 말이지.
결혼한, 나름 유부남이기도 한데, 어째 그런 에드릭을 두고서도 전혀 그에 관한 어색한 듯한 태도를 내내  비치고 있는 그녀들이 참….


에드릭이 알든 모르든 그녀들 사이의 유대는 생각 이상으로 굳건? 진한 무언가가 있는  느껴졌다.

제아무리 이곳 세상이 남녀 관계에 관대하다 쳐도, 이렇게 대놓고 여성들 여럿이  남자를 두고 화기애애한 장면은, 뭔가 이상하다면 이상한 광경이긴 한데….



‘내가 안 감춰서 그런 것도 있으려나?’

아니면 그런 사람을 위주로 옆에 뒀다던가?
에드릭은 다프넬처럼 좋다고 달라붙는 것에 한에선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소유하려 들고, 독점하려 드는 이에 한에선 예외 없이 거리를 벌리거나, 철저하게 선을 그어둔 편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구나.


아르세이유에 있던 시절부터 고압적으로 들이대거나 집착해오는 여성들하고도 이것저것 썸을 타긴 했지만, 어쨌든 맞춰준다 쳐도 결과적으로 그녀들이 먼저 떨어져 나갔다.

에드릭은 내쫓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적극성을 덜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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