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9화 〉106. 할 땐 제대로 팍팍!(3)
“흡!”
덕분에 집중이 깨졌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대략 수위를 조절하고 있던 터라, 일순 그녀가 내부를 와락 조인 탓에 과한 자극이 에드릭의 거근 전체를 싸잡아 떡 주무르듯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잘 단련된(?) 그녀의 안쪽이 힘차게 에드릭의 물건을 쥐어 짜내려 하니, 대충 쌀 타이밍을 재고 있던 에드릭도 방심하던 사이 아차 하며 노도처럼 밀려드는 감각에 휩쓸리고야 말았다.
“끄으읏!”
그러나 에드릭이 한계점에 달하듯, 그녀도 최고점에 도달했는지 여유로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다시금 무너져 풀린 안색으로 전신을 경련하며 이윽고 절정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의도치 않게 잠깐 정도, 그녀보다 빠르게 사정을 토해낸 에드릭.
…아니, 그렇게 먼저 보내고 싶으셨습니까?
뜻하지 않은 절정은 미묘함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사정 시점의 쾌락은 준비되지 않았다 하여 옅거나 얄궂기만 한 건 아니기에, 에드릭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채, 그녀의 내부 깊숙한 곳에 자신의 분신을 박아넣은 채, 쉴 새 없이 사정하고, 또 사정했다.
“크으으….”
좀처럼 이런 식으로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는데, 이건 의외였다.
그래도 여유를 한껏 부리기보단 이런 식으로 여유가 없어 보이는 쪽이 그녀한텐 더욱 사랑스러워 보일 건 자명했기에, 에드릭은 순수하게 그녀의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선에서 몸을 내맡겼다.
그녀 또한 밑에 깔린 상태로 에드릭을 으스러져라 끌어안고 있었는데, 평범한 인간들과는 격이 다른 신체였던 덕에 그녀가 전력을 다해 절정하며 끌어안는 것조차, 용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여유 없이 매달리고 있다는 게 느껴져 한편으론 만족감이 배가됐다.
‘남자의 본능인가.’
아니, 인간의 본능이겠지.
호감, 친애, 애정을 지닌 이가 자신에게 의존해오고, 복종해오고, 의지해오는 건… 취향에 따라 다를 순 있으나 썩 나쁜 기분은 아닐 거다.
…어지간히 자유분방해서 엉겨오는 쪽이 마냥 질색이라거나, 그런 쪽으로 짙은 트라우마가 있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격렬한 시간도 잠시….
“하아.”
흐트러진 호흡은 금세 정리됐지만, 사정 후 밀려드는 쾌락의 여운과 허무감, 그 여파로 요동치는 심박동이라던가….
무엇보다 몸을 바짝 붙이고 있기에 서로의 심장 박동을 울림으로, 떨림으로 전달받고 실감하고 있다는 것도 꽤나….
…그 외에 가슴을 손이 아닌 가슴으로 문대고 있는 것도, 퍽 나쁘지 않았고.
“…뭔 놈이 하면서까지 엄한 생각을 하고 자빠졌는데?”
애써 여성스럽고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다가도, 마치 본색을 드러내듯 이런 식으로 와일드함을 선보이는 게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안대를 벗었으면 어떨까 싶지만, 벗는다 쳐도 한쪽 눈은 가리고 있을 테니 내버려는 뒀는데, 익숙해지니 어느새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서야 새삼 신경 쓸 정도로, 그러려니 싶어졌다.
“왜일까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쩔 건데?”
싱거운 문답을 나누며 우리는 그런 식으로 한 차례 휴식을 가졌다.
즐기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그 정도가 과하면,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짧더라도 몸은 힘겹기 마련.
…이해가 안 가면 마라톤을 뛸 때와 전력으로 마라톤 거리를 질주할 때를 생각해보면 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지만.
에드릭은 그게 가능한 부류에 속했다. 그의 몸은 인간의 그것을 아득히 벗어난 지 오래니.
반면 파트너인 브리앙르는 인간 기준으론 초인 소리 들어도 모자랄 구석이 없는 기량과 역량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런 건 역시나 상대적일 수밖에 없기에, 그녀로선 원하든 원치 않든 자기 처지에 맞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기는 선에서 만족해야지, 도리가 없었다.
“아아… 눈 뜨기도 힘드네.”
수분이 지났음에도 그녀의 호흡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여전히 오르가즘,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중첩되듯 밀려드는 여파가 그녀의 속내를 기분 좋게 두들기고 있겠지. 감각이 깨이고, 열리고, 뒤흔들리며, 세상이 번쩍이고, 온몸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그게 본능적 충동과 욕구 불만까지 겹쳐 터져나니, 배겨날 턱이 있을까.
“…쉬어요. 잠들 때까지 같이 있을 테니까요.”
“아, 땀 너무 흘렸는데….”
“그게 좋은 거잖아요?”
실은 좋지 않다.
그러나 에드릭은 그러려니 싶었다.
정 원하면 땀을 씻어내주면 그만이기도 하고.
그러나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하고 난 뒤의 흔적을 만끽하는 것도, 나름 즐거움 아니겠나.
변태 소리 들어도 할 말은 없다만.
그런 식으로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마치 고양이가 엉겨오듯 몸을 뒤엉켜 야릇야릇하게, 애무 아닌 애무를 이어가며 여운을 즐긴 둘이었다.
에드릭은 그렇게 그녀의 숨이 잦아들고, 의식이 잦아들어 잠이 들 때쯤, 혹시라도 감기 걸리지 않도록 이불을 확실하게 덮어준 다음, 뿐만 아니라 다시 마이기신과 다프넬의 방을 슬쩍 엿봐 이불을 걷어차거나 날리지 않을 걸 다시금 확인한 다음에야, 이윽고 알리샤와 에우리에가 있을 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음….”
살짝 찌뿌둥한 느낌이다.
기력을 많이 소모했다는 느낌까진 아니다.
이 정도로 해대도 버텨내는구나, 싶어 괜스레 뿌듯함이 맴돈다.
“죽지 않았군.”
꽤 오랫동안 안 하고 본의 아닌 금욕 생활을 이어온 탓일까.
간만에 하는 폭풍 섹스는, 여러모로 유별난 맛이 느껴졌다.
-------
사실상 오늘 하기 전 가장 최근에 몸을 섞은 이들이라면 당연하지만 알리샤와 에우리에다.
요양이랍시고 외딴 곳에 있을 당시 에드릭과 붙어 있던 게 둘이었기에.
그렇다고 저번에 했으니 이번엔 생략…?
그럴 리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
확실하게 고삐가 풀린 에드릭은 마지막이란 이유도 있고 해서, 마치 예열이 끝나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폭주 기관차처럼, 알리샤와 에우리에를 순식간에 넉다운 시켜버리고야 말았다.
…덕분에 조금 진득하게 할 걸 하고 후회한 에드릭은, 혹시나 싶어 엘프들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흐음!”
시동이 걸리니 무난하게 보였던 것들에 다시금 음란마귀가 본격적으로 속삭여대기 시작했다.
그쯤 되니 자고 있는 모습조차 꼴린지라, 에드릭은 평소라면 애써 자제했을 법도 했지만, 이번은 참지 않았다.
결국 중도에 깬 다프넬과 마이기신은 이번엔 확실히 실신해 두 눈을 까집을 정도로 에드릭에게 자신의 구멍을 내줘야만 했다.
그뿐인가.
“너 자는데 이러기야?!”
중도에 과한 자극으로 눈을 뜬 브리앙르도 외눈을 부릅 뜨며 에드릭의 이러한 난입에 황당인지 기쁨인지 모를 모순된 반응을 재차 선보이다, 결국 수긍하기로 했는지 에드릭에게 몸을 내맡겨 다시금 몇 차례 조수를 뿜어대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목이 마를 듯해서 포도주를 입으로 머금어 흘려 넣어주기도 했다.
그러기에 포도주론 부족한 듯 느꼈기에 능력으로 물을 생성해 목을 축이게끔 도와줬다.
이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나중에 가선 에드릭이 아예 그녀를 들쳐 엎고 알리샤네 방으로 이동해 재차 해댔기 때문.
…이건 알리샤와 에우리에 누님 쪽이 나쁜 거다.
아직 만족도 못 했는데 가버려 그대로 나가떨어지시다니. 예전엔 안 이러셨는데, 못 본 사이 정력들이 훅 가셨는지, 괜스레 안쓰러움…은 개뿔. 쉴 시간 줬으니 다시!
낮엔 져주지만, 밤에는 이겨 먹는 부류는 남녀 모두에게 있어 각광 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특히 합법적 쾌락 행위에 가까운 섹스인 만큼, 이게 나름 인생의 낙인 이들이 태반이니 이걸 잘하는 사내며 여자는 언제나 파트너들에게 사랑 받고 존경 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
가난한 건 참아도 섹스를 못 하고 못 즐기는 건 도저히 못 참는다.
…즐길 거리가 한정된 이곳 세계에서, 섹스는 사실상 인생의 반절, 누군가에겐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그리고 시동이 확실히 걸린 에드릭은, 아예 다섯을 한 방에 불러모아 아예 작정하고 해대기 시작했다.
필시 아랫도리는 하나인데, 번갈아 가며 굴려도 그녀들이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
박은 시점에 감각 기관마저 열고, 민감도를 극대화해서 해버리니 버텨낼 건덕지가 있을까.
그러니 5분도 채 안 돼 빠르게 수직상승 하듯 절정에 치달아 오르가즘으로 반쯤 정신을 놓고, 정신을 차릴 때쯤 다시 순번이 돌아와 또 박아대니, 그녀들 입장에선 정신이 없을 거다.
이렇듯 과도한 쾌락과 혼절의 연속은 어느 의미로 고통과 유사한 형태의 난감함을 선사하겠지만, 이게 또 죽더라도 마냥 좋다는 식으로 심기를 비이성적으로 뒤틀고야 마니, 이쯤 되면 머리로 뭔가를 판단하고 사고한다는 게 불가능해진다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다섯 모두, 눈이 풀리고 자신이 어디인지, 누구인지, 뭐하고 있는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도, 심지어 현재 자신의 신체가 어디에 널브러졌는지조차 모르게, 무방비하게 내버려둘 정도로 그녀들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쩝….”
그 와중에 날이 밝아간다.
날이 저문 뒤로 쉬지 않고 계속해댔는데, 그때서야 감질맛이 좀 가신 느낌?
“…나도 문제가 심각하네.”
즐김이 너무 과해졌다.
그러기에 실감 되며 치닫는 쾌감의 크기가 일반적인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하게 치밀지만, 그만큼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페니스, 자지도 너무 과하게 써대면 소모품 도구 마냥 너덜너덜해지기 마련.
…그렇게 해본 적이 드문 이들은 모르겠지만, 얘도 어찌 됐든 혹사하면 정상적인 쾌락이라기보단 어딘가 고통과 과한 자극과 유사한 형태의 미묘한 자극을 선사하기까지 하는데, 이쯤 되면 내가 떡을 치며 쾌락에 몸서리를 치는 건지, 아프고 껄끄러워 몸을 떠는 건지가 헷갈려진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사정 시 쾌락과 통증이 교차해서 터져 나오는데, 이건 이것대로 꽤 곤란했다.
‘…별로 싸지르지도 않았는데.’
애초에 정령체 되기 이전에도 반나절, 하루 내내, 며칠을 떡 쳐댄 적도 허다한데, 지금은 몇 날 며칠을 쳐도 거뜬한데 고작 하룻밤 내내 쳐댄 걸로 이 꼬락서니라니….
‘단련을 해야하나?’
누가 들으면 기겁하다 못해 억울해 숨질 법한 생각을 태연히 품어댄 에드릭은, 일단 이쯤하기로 하곤 그녀들을 추스른 다음, 가만히 앉아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하려는 걸 자제하고 참고, 하도 안 하고 방치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퇴화 작업을 펼친 건가.’
아무래도 반쯤이라도 발기하면 티가 너무 크게 나기에, 에드릭은 카일론 왕성, 궁성에 머무를 당시엔 의도적으로 발기 부전까진 아니어도, 무의식적으로 발기하는 걸 억제에 온 형편이었다.
솔직한 심경으로 시녀들도 하나 같이 전부 예쁘고 아름답고 이지적이고… 온갖 매력들을 지닌 터라 조금만 방만했음 아마 에드릭도 참지 못하고 그녀들 모두를 맛봤을 터였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적어도 패왕녀하고 먼저 한 다음에 해야지. 예의상.
그녀가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 쳐도, 에드릭은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게 도리고, 예의이자, 기본이란 거지.
…그리고 권력자들은, 막상 권하고 하라 하지만 언제든 변덕스럽게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철회하고, 시치미를 떼는 것에 익숙한 부류들이기에, 괜스레 약점 잡히거나 하자 잡힐 짓은 애초부터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롭기도 했고.
‘애초에 천덕꾸러기 이미지가 박히게 해서, 대강대강 실망하게 만들면야 상관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패왕녀가 걸려서가 아니라, 윤 팀장님이 걸려서… 그런 방만한 짓을 못 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었다.
만약 그녀가 카일론에 복귀했는데, 그런 소문들이 퍼져 있어봐라. 뭔 낯으로 그녀를 대할 텐가.
…다른 이들에겐 뻔뻔하게 나갈 수 있다. 되려 같이 하자며 권유까지 할 담력도 있고.
그러나….
“크흠!”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한다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