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2화 〉108. 아, 맛있겠다! 쓰읍!
릴리에나는 한때 에드릭과 함께 신대륙을 활보해 이를 개척한 특수 경력 때문에 이런저런 곳에 불려가곤 했다.
취조나 심문 차원이 아니라 등용 목적에 의거해 불려갔는데, 그녀는 몇몇 곳들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며 경력을 쌓아갔다.
때때로 전투 직군에, 때때로는 행정 및 사무직을 겸한 관리직.
그 외엔….
“이것저것 하기 나름이죠.”
간만에 본 릴리에나의 외양, 아바타는 역시 사기성이 농후했다.
키는 그러려니 해도 거유 덕에 유독 그녀의 체형 중 일부가 돋보인다.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러한 외형 전체가 굉장히 빛을 발한달까.
새삼 유니크한 매력이라 에드릭은 생각했다.
무엇보다 릴리에나는 현실 인연까지 겸한 터라, 몸을 섞을 때의 그 미묘함이 이곳에서 맛본 그 누구와도 다른 면모가 있었는데… 애인이라기보다는 회사 동료인데, 몸을 섞어댈 땐 애인인 것 같은 그 미묘함이, 뭐랄까 꼴림의 미학을 부추긴달까.
호화로운 방 안, 응접실에서 간만에 재회한 릴리에나는 이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성격이 완고하니 어지간히 쇼킹한 일이 벌어지지 않은 한, 태도며 분위기가 바뀔 일은 없을 테지.
그리고….
먼저 손님으로서 에드릭을 맞이한 릴리에나와 달리 조금 늦게 에드릭이 왔단 소식에 허겁지겁 응접실로 당도한 소녀가 하나 더 있었으니.
“선배에에~! 정말 왔네요? 아이 기뻐라!”
소녀라곤 해도 제법 장신이다.
그런 거 있잖냐. 나이를 알기 전까진 이 아이가 소녀였다는 것조차 짐작 못할 정도로, 그 특유의 분위기가 성숙한… 아무튼 그런 거.
실제로도 그녀는 성인.
그러나 몸은 어떠할까.
소문으로 듣자니 성인이 된 건 최근이라는데….
“…….”
저 녀석 예전부터 이 남자 저 남자 먹는다며 아주 자랑질을 어마어마하게 해댔는데, 그 기준으로 보자니 신체 피지컬도 대단히 우수하기 이를 데 없었다.
큼지막한 키와 팔등신 미녀 기준에 아주 딱 들어맞는 황금비에 가까운 체형.
거기다 나올 곳은 과하지 않으나 결코 부족하다 여길 리 없을 크기와 부피를….
심지어 허리를 쫙 들어갔고, 엉덩이는 크게 부푼 상태라 순산형 소리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그런 하반신이었다.
그 와중에 골반의 선과 적절함이란….
…걸어다니는 섹스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없던 성욕마저 생겨날 정도로, 대단히 보기 좋은 그런 체형이었다.
거기다 차림새도 목, 쇄골, 그 아래에 가슴이 반절 가량 드러난 건 물론 명치마저 트인 형태라… 절로 속살에 눈길이 쏠린다.
하의는 어떠한가.
무릎 위까지 확 트인 덕에 다리를 조금만 올려도 팬티가 그대로 눈에 들어올 지경.
그러나 다리도 무려 맨살이 아닌 반투명한 검정 스타킹이다.
옷은 사실상 원피스로 색감은 흰색에 노랑 색채를 살짝 첨가한 것 같은 산뜻한 레몬색.
머리카락 색도 레몬색에 가까운 금발이라 그런지, 이게 참 뭐라고 해야할까.
‘너무 화려해서 되려 부담이 생기는데.’
화려함에 익숙해진 현대인 기준에서도 이건 좀….
그러나 반대로, 화려함을 좀처럼 접한 적 없는 이들이 보기엔, 실로 눈부신 광경일 거다.
거기다 황금으로 몸을 치장할 순 있으나 저런 이색적인 색감으로 다시금 개성을 피력하는 예는 극히 드물 터라, 또 소화하기 무척 힘든 색상인데도 전혀 손색없이 잘 녹아들어 있는 게, 절로 감탄사를 불러 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자인 쪽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여기 와서 배운 거죠.”
녀석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곳에서의 이름은 에사나 아르막티우스. 아르막티우스 후작 가문의 무남독녀의 입장인 터라 그녀에 대한 입지는 실로 공고했다.
당연하지만 아르막티우스 가문은 본사 쪽 영향권에 있는 가문.
가주도 당연하지만 본사 측 임원이란다.
…직원이 아닌 임원이란 점에서,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거기에 일개 직원이 무남독녀로서 자리매김한 건 조금 특이했지만,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어느 이를 모를 딸아이, 아들내미가 생겨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기에, 확고부동한 자리라 장담하기는 미묘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옷차림 덕에 앉아서 다리를 꼬기 무섭게 대놓고 팬티가 버젓이 눈에 띄었는데, 이쯤되면 봐라! 보여주마! 라는 맥락이라 봐도 무방할 거다.
그럼에도, 이를 보고 지적받으면 뻘쭘해지는 게 남자의 비애지만.
“어때요?”
“뭘 어때?”
“안 예뻐요?”
“화려하긴 하네.”
“어딜 보세요?”
“어딜 보는 거 같냐?”
“어머어머, 전혀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왜? 나도 까랴?”
“같이 깔까요?”
그런 둘을 지켜보던 릴리에나 왈.
“그만들 하세요, 이 미친년놈들 씨.”
“난 진심인데?”
에사나가 보란 듯이 말하자.
“만남 김에 회포 풀 겸 한판?”
“…안 하던 짓 좀 그만하세요. 뭐 애들도 아니고 기 싸움질들은.”
“기 싸움 아닌데.”
에드릭은 살짝 침울해졌다.
아, 솔직히 반가움도 있고, 반가우니 꼴리고… 이건 진담이란 말이지.
더군다나 여기 오기 전에 들린 데이엔 가에서도, 애써 꼴리는데도 참은 것도 있고.
…루이샤, 딸내미가 버젓이 배꼽 인사하며 눈 부릅뜨고 지켜봐 대는 터라 차마 유혹조차 못 했다.
프리지아는 일 때문에 데이엔 본가에 없었으며, 그녀의 호위 겸 친우이자 가신으로서 데이시아 또한 자리를 비웠기에 사실상 테티아나가 유일했는데, 그녀도 애써 원하는 기색이긴 했으나 딸아이 덕에 무리.
몇 차례 눈치도 주고, 하녀들을 시켜 내보내려 했으나 떨어지지 않으려 해서 결국 아쉬움을 끝내 속에 삭힌 채 그대로 자리를 물려야만 했다.
…마치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 걸 직감했는지, 억지로 떼어놓으려니 울음까지 터트리질 않나.
그러자 테티아나 왈.
“평생 이런 적이 없었는데….”
테티아나 곁에 달라붙어 있지 않을 땐 에드릭 곁에 바짝 달라붙은 덕에, 에드릭은 이곳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느껴본 적 없은, 복잡미묘함을 절실히 실감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현실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의외로 애들, 아이들하고 엮이는 일이 좀처럼 없긴 했지.
그조차도 잠깐이고.
“그런데 두 사람도 오랜만에 보는 거 아니에요?”
“대충.”
무덤덤한 릴리에나.
“딱 좋네. 꼴리기도 막 꼴리니까 바로 해볼까?”
뭘 해보자는 걸까.
안 봐도 비디오지.
“닥치고 그건 날 저물고서….”
“저물면 하겠다고? 음탕하기는!”
에사나가 릴리에나를 향해 음흉한 미소로 이죽대자.
꽈악!
“아바바바바!”
릴리에나가 무표정으로 에사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쭈욱 당겨 그 형태를 망가뜨렸다.
“하루에 사내 네다섯을 안 먹으면 거기에 가시가 돋는다는 별 병신 같은 소리를 한 게 누군데, 누가 누굴 음탕하다 그러냐? 미쳤니? 응?”
“그치마앙! 이러어케 아나며느은 가아안시임을….”
“지랄.”
양볼을 막바지로 꽈악 당겼다 놓은 릴리에나.
“아야야….”
그건 그렇고.
“하루에 사내 네다섯?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저도 와서 보기 전까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진짜예요.”
에드릭이나 릴리에나나 할 땐 별로 남 눈치 보고 자시고 하는 부류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얘는 진짜 섹스에 미쳐 있는 거 맞아요.”
“센빠이~ 센빠이도 그렇잖아요? 아닌~ 척! 단지 에드릭 옵빠의 거근에 중독돼서 다른 애들 걸로 만족을 못하게 돼서 억지로 아닌 척하고!”
“……하아.”
에드릭은 짠한 시선으로 릴리에나를 보며 고개를 가벼이 끄덕여줬다.
너도 나름 애쓰고 있구나. 저런 천덕꾸러기가 옆에 달라붙어 있으니….
“섹믈리에로서 제가 제대로 선배의 거근 육봉 자지 맛을 정확하고 세심하게 감평해 볼 테니! 부디 협조 부탁드려용?”
“…….”
내 예상보다 이건 더한 미친x이었다.
아니, 이건 말이 조금 심한 거 같으니… 완화해서 음탕한 년이라고 해두자.
아무튼 그런 식으로 에드릭은 선배의 요청 겸 본사 지령에 따라 이곳에 당도했다.
여기는 카일론으로 치면 북서쪽에 위치한 국가로, 당장 전쟁 다른 쪽에서 발생하는 여러 전쟁과는 연관은 없는 듯 보이나, 어디나 그렇듯 이곳도 이곳 나름의 전쟁과 분쟁, 투쟁으로 쉴 틈 없이 뒤죽박죽인 그런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에사나는 결혼이 아닌 섹스(…) 외교로 각 가문의 자제들을 홀려 놓은 채 이것저것 이득을 꾀하고 있었고.
가문뿐인가. 이 일대에 살지 않은 타국 귀족들조차 그녀 때문에 애써 이곳 인근으로 관광 겸 외교 사절이든 어떠한 명분을 들어 와댔는데, 주변 국가에선 알게 모르게 악명으로서 그 이름이 꽤 드높아진 상태였다.
그러기에 결단코, 에드릭은 대놓고 자신의 이름과 위명을 이곳 주변에 내세울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카일론의 이름이 잘못 휘둘려지거나 먹칠을 하거나 할 수 있었기에.
그뿐인가.
다른 의미로, 에드릭 입장에서 가장 곤란하면서도 꺼림칙한 오해가 불거질 수도 있는 터라, 에드릭은 이곳에선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은닉할 속셈이었다.
‘여기서 뻘짓하면 내가 여태 참아왔던 게 죄다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될 거면, 애초에 왕성 쪽에서 눈치 안 보고 신나게 아랫도리 안 놀린 게 얼마나 억울하겠냐.
그 여실한 노력으로 이뤄놓은 온건한 이미지 때문에라도….
“복잡하네.”
“스트레스 쌓였어요? 그럼 아래쪽으로 물 빼서 해소하세요. 뭣하면 입으로 먼저?”
“…….”
“하아.”
나도 학 섹스한다고 자랑 좀 하고 다녔지만, 넌 정말 앞뒤가 없구나.
에사나의 적극성에 에드릭은 다른 의미로 깨달음을 얻었다.
‘저 정도는 되어야 섹스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도 태연히 웃을 수 있는 거로군.’
에드릭은 자조했다.
그에 비하면 난 뭐, 완전 금욕주의자지.
거 뭐냐, 수도사들 저리 가라 하겠네 아주.
“그보다 선배, 저 분명히 만날 때마다 몇 번씩이나 말했었죠? 에드릭 아바타 먹겠다고?”
허.
“누가 뭐래?”
“아 맛있겠다. 쓰읍!”
미친…?
녀석은 군침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멀쩡한 사내 가랑이를 보며.
“…….”
아직도 깨우침이 부족했네.
에드릭은 다시금 깨달음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