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74)화 (374/454)



〈 374화 〉111. 잠깐 사이 꿈이어도 좋다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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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차가 저택에 도착하니, 손바닥 뒤집듯 생각이 바뀌었다.



“아, 그런 게 어딨어요?!”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이게 갑질이란 거다 인마.


아르막티우스 가 저택에 도착하기 무섭게, 에드릭은 마차에서 내려 다시금 저택 밖으로 향하고자 발길을 돌렸다.

용케 그런 에드릭의 속내를 알아챈 에사나가 황당무계하다는  따져 들었지만, 에드릭은  돌려 팔을 크게 휘저어 답을 대신했다.

“이게 말이 돼요?! 차려진 밥상 걷어차고 다시 외출해서 다른 집 가서 먹겠다니! 엿 먹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조만간 올 테니까 얌전히 일 처리나 해둬.”
“조만간이랜다! 내일도 아니고 내일모레도 아니고 조만간! 조!만!간!”


역시, 이게 맞지.

울화통이 터져 난리 떠는 녀석의 행패는, 굳이 눈에 담지 않아도 들리는 소음(?) 만으로도 뿌듯한 감정을 치솟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음, 이 맛이지.
애꿎은 녀석 약 올리고, 엿 먹이는 맛은 남다른 구석이 있기 마련.

…그러게 수틀리면 좀 수줍은  알아서 이쪽 취향에 맞게 아양이라도 떨던가.
꼴리기만 하면 들이대는 줄 아나. 어리석~은 녀석! 흐흐!

사실… 루다나의 외양이 에드릭의 기준을 상회 하지 않았다면… 이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지도.

그 외에도, 순정에 순애는 에드릭이 이상적으로 보는 요소기도 했기에, 그런 의미에서 루다나는 방만하고 음탕한 컨셉으로 에드릭을 들쑤셔 대려 했던 에사나에 비하면, 공주님이 따로 없었다.

‘그게 늘 좋다는 건 아니지만.’




수동적이라는  늘 좋게 받아들일 순 없는 노릇이니.
그렇다고 그녀가 능동적이 아니냐 하면, 그건 아직 장담할 순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보면 알겠지.’



사람이란 몸소 겪어봐야 아는 법.
특히 여자의 속내라는 건 사내로선 좀처럼 알기 어려운 부분이니.


어지간히 여성에게 객관적이고 이성적 태도를 고수하는 에드릭조차, 상대를 전부 파악했다, 이해했다는 망발을 투덜대진 않았다.


애초에 나 자신의 향방도 제대로 점치지 못하는데, 타인을 뭘 자격으로 판단하고 판가름할 텐가. 오만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윽고 길을 따라, 건물 지붕을 타고 휘적휘적 가벼이 몸을 날려 15분도 채 안  다시 아말리온 가문의 저택 앞에 당도했다.


따로 문지기며 고용인도 없기에, 에드릭은 구태여 형식에 구애됨 없이,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섰다.

“흠….”



적막함이 쓸쓸하게 내려앉은 저택엔, 생기라곤 눈곱만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집이 크다는 건 이런 게 문제다.

그러나….



‘집이 크든 적든, 사람이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지.’

신기하게도 사람이 없는 집은 뭔가 을씨년스럽게 바뀌어 간다.

오래 방치된 집은 기이할 정도로 터며 기운이 안 좋아진다고 하는데, 음기가 성하고 생기가 줄어 양기가 꺼지는 등의…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오히려 부동산업자가 더 그런 부분을 심각하게 논하곤 했었다지?


‘알 바 아니지만.’




설혹 그렇다 쳐도 좋게 만들면 그만 아닌가.
귀신 들렸거나 사람이 죽어 불길한 것만 제외한다면….

‘그것도  난센스 같은데.’



그런 잡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에드릭은.



“음….”



이윽고 그녀의 방이라 유추 가능한 곳에서, 루다나가 고이 잠든 모습을 발견하곤… 고민에 빠졌다.

“흐음.”



그래, 이것도 나쁘진 않네.
히죽 웃음 에드릭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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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루다나가 눈을   그로부터 1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
해가 저물었지만 달은 아직 떠오르지 않은 시각.


본래라면 조금  버텼다가 잠들면 족했지만, 낮에 에드릭과 에사나와 접견한 덕에 정신적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었나 보다.



“하아.”



허기가 진다.
귀찮아서 안 먹자니, 몸이 쇠해진다.
생기를 잃는다는 건, 미모를 잃는다는 것.
또한 나약해진다는 것.
실로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그렇기에 핍박 받는 와중에도, 그녀는 악착같이 배를 채우곤 했다.
언제 굶게 될지, 몸이 상할지 모르니.
그럴  믿을  몸뿐이다.
당장 내쫓겼을  허기짐이 길면 결국 무력해지면  수 있는 가능성조차 사라진다.

얼마나 참담한가.
그러기에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고 눈짐작으로, 귀동냥으로 이것저것 듣고 익혀오길 평생.

글을 배웠다 쳐도 익는 정도가 고작이기에 책을 살피며 누구에게 묻지 않고 이해하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산다는 건 죽는다는 것.”

오늘을 살며 내일을 위해 오늘을 죽인다.
해가 떠오르고 지는 이치와 같다.
뜬구름 잡는 소리지만, 그것은 위안이기도 했다.


오늘 죽는 나를 내일에 떠넘긴다.
떠맡길 때도 있겠지만, 항상 기쁨보단 버거움, 두려움, 불안을 내맡기니, 떠넘긴다는 게 맞을 거다.


루다나는 초에 불을 붙이곤, 이를 들고서 복도를 거닐었다.
저택은 크고 넓었지만… 지금은 그저 불안에 온상.
귀신따위 믿지도 않지만, 뭔가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어둠은 불안을 야기한다.
책에서 본 내용 그대로.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이 놓인다.
어차피 강도가 출현하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신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는 셈이니.

…아닌가.
보이면 도망이라도 칠 수 있으니….

잠에서 막 깬 탓일까.
평소라면 당연하게 맞다 아니다 할 문제가, 제대로 와닿지도, 이해되지도 않았다.

그렇게 주방 쪽으로 향하던 중.
슬금슬금, 향긋한 향이 풍겨왔다.
무심코 입맛을 다시고,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드는… 그런 향이.


“…….”




동시에 두려움이 솟구친다.
누구지? 누가 들어온 거지?

자연적으로 이런 향기가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올 이라 해봤자, 반가운 손님보단 아닌 이들이  많았기에.
애초에 반가운 손님이란 게 있긴 하고?


그런 불안을 안고, 기척을 최대한 죽여가며 주방 쪽으로 접근하자, 내부에 불을 잔뜩 밝혀뒀는지, 안이 훤한 상태였다.



“…….”

보글보글 스프가 끓는 소리서부터, 무언가가 치이익 하고 굽혀지는 듯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향기는 더욱 짙어졌는데, 단순히 부드럽고 향긋한  떠나 달콤한 향에 그윽하면서도 매콤쌉싸름한 향까지.

슬그머니 주방 쪽으로 얼굴을 내밀어 안을 살피자.

“……??”



듬직한 청년이 익숙하게 주방을 점거해 이것저것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시선에 포착됐다.

심지어 어설프지도 않다.
간간이 스프를 젓고, 굽고 있는 고기를 뒤집고.
 외에도 뭔가를 썰고 다듬고.
거기다 그의 머리 위에 자리한 물방울들이 쉴 새 없이 물기를 쏟아 채소며 야채를 씻어내는 등.



“왔어요?”

불쑥 돌아본 에드릭 덕에 루다가나 흠칫 놀라 사슴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째서…?”

연애 관계에 있어 적절한 서프라이즈 관계 개선에 무척 도움이 된다는 점.
에드릭은 웃는 얼굴로 별거 아니라는 양 말했다.




“그보다 배고프죠?”
“…….”



꼬르륵 소리가 안 나길 고대한 탓일까. 다행히 그런 치욕? 수치를 보이진 않았지만, 몸에서 그걸 갈구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애써 아닌 척… 하고는 있지만….


“같이 먹죠. 간만에 솜씨 좀 발휘했는데, 맛 좀 봐봐요.”
“……예.”




뭔가 황송하다? 이런 걸 순순히… 대접 받아도 좋은 건가?
무엇보다 주방의 자그맣게 마련된 식탁에서 이런 귀하신 분이….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에드릭은 한쪽 자리에 자리 잡았는데, 식기도 이미 세팅된 상태였다.


이건 그러니까….

“앉으시죠.”

…마치 제집 주인처럼 루다나를 향해 착석을 권하는 에드릭.
세련된 귀족 자제였다면 애초에 주방에 들어설 일도, 스스로 요리를  일도 없었겠지만… 그보다 앉으라며 의자를 빼준다던가, 이런저런 귀족 예법 등을 내세우는 등의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무언가를 선보였을 수도 있을 터다.

거기다 에드릭은 무려 카일론 왕가에 속한 존재.
…그 이전서부터 예법을 포함해 매너에 대한 구설수가 따로 없이 다종족, 다국의 귀족 및 왕후장상들과 상대해온 걸 보면, 지금 에드릭이 보이는 저 털털함은, 일종에 루다나 자신을 배려하는 그런 거일 거다.

…실제로 에드릭이 그녀를 배려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애초에 그녀 쪽에서 진심을 보이고자 했으니, 에드릭도 털털하게 나가는 거에 불과했다.

예법이니 뭐니 이딴 건… 귀찮을 따름이고.


“감사합니다… 그러면 권하시는 대로….”
“편하게 오세요. 저 그런 거 크게 개의치 않으니까요.”

실제로 말투며 화법도 구질구질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식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루다나는, 생전에  안 되는, 어쩌면 가장 감동스러운 저녁을 맞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눈물  거 같아.

눈가에 열기가 모여들지만, 그녀는 애써 이를 억누른 채, 입안에 느껴지는 행복에 아무쪼록 집중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런 루다나를 보며, 에드릭은 에드릭대로 나쁘지 않구나 싶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네.’




환경이 그녀를 저리 만든 건가.
아니면…….

에드릭도 천천히 식사에 돌입했다.
그렇다고 편하게 대하게 한답시고 너무 야만적인 모습을 보일 순 없기에, 여기선 적절히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데만 집중했다.
그 모습 자체가, 여성의 낭만을, 로망을 부추겨댈 테니.

무엇보다 서프라이즈는 성공적이다.
그러니 이후 이어지는 흐름도, 크게 나쁘지 않을 거라고, 에드릭은 생각했다.




“실례가 되진 않았으려나요?”
“설마요… 저로선 너무 감지덕지해서….”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은 고왔다.
여성의 진심 어린, 감동에 젖어 웃고, 울먹이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이것도 낙이라면 낙이네.’

에드릭도 마주 웃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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