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6화 〉112. 불건전하고 음탕한 신사 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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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뭐할까요?”
“…….”
아침에 깨어난 루다나에게 식사를 대접한 에드릭은, 그 뒤 간단한 티타임 및 간식마저 조리해줘 그녀 스스로 입이 짧지 않음을 자각하는 계기를 가져다줬다.
원래 사람이 먹는 게 푸짐해야 행복감을 느끼는 거니.
소식한다 쳐도 그러면 남겨두거나 보관을 해두면 그만이니.
딱히 냉장고가 없다지만 일찍 안 상하는 것들이면 점심 혹은 저녁에 처리하면 그만 아니겠나.
아무튼 그렇게 시작을 고하자, 정작 이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루다나는 살짝 헷갈리게 된 모양이다.
거기서 에드릭은, 의외로 정석적인 해답을 안겨줬다.
“그러면 청소나 해보죠.”
“청소?”
이런 커다란 저택은 하루 이틀 방치하면 티가 안 난다 쳐도, 며칠을 방치하면 바로 티가 난다.
굳이 창틈이나 구석을 손가락을 훑을 필요도 없다.
“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벌써 고민에 잠긴 루다나를 향해.
“시작하면 전부 다 처리할 생각하셨죠?”
“……?”
“할 수 있는 정도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됩니다.”
뭔가를 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지만, 굳이 홀로 이 거대한 저택을 전부 청소한다? 수지타산에도 안 맞을뿐더러 한다 쳐도 평범한 방법으론 한나절이 아니라 며칠은 족히 걸릴 거다.
효율이 좋다면야 종일 하면 티는 나겠지만… 굳이?
애초에 사는 인원도 없고, 초대할 인원도 없는 마당에 누구 좋으라고?
“그러면….”
“머무는 방과 식당 정도면 족하겠죠.”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추가로 한다 치고.
사실 작정하고 에드릭이 능력을 발휘하면 금세 끝날 문제지만, 애초에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청소라는 노동, 그걸 콘텐츠로서 누리는데 의의가 있을 거다.
억지로 마지못해 시켜서, 강제로 할 때와 자진해서 차분하게 했을 때의 실감은, 아무래도 차원이 다르기에.
청소가 필시 손에 익겠지만, 재촉하거나 채근하는 이 없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할 때의 느낌이 같기란 어렵지.
그리고, 청소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도 지금 와선 추억…까진 아니어도 마냥 안 좋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자 굳이 언급한 감도 있었다.
“우선은….”
무엇보다 효율을 추구해 각각 분리해서 떨어지는 건 사양하고자 했다.
그러기에 같이 하면서 그럭저럭 이야기를 나누기 편하게끔 일을 도모한다 치면?
우선은 같은 방을 간단히 쓸고 먼지를 털고 닦는 등.
여기서 에드릭의 능력 덕에 닦는 건 일사천리로 해결.
덕분에 식당 및 방 청소는 1시간 내외로 끝을 맞이했다.
근데 여기서 청소 땡 하면 뭔가 대단히 아쉽지 않나.
그러기에.
“날이 찬데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거대한 물방울을 형성해 그걸 반으로 압축하곤, 거기다 이불이며 침대보를 내던지다시피 해서 담가버렸다.
그 뒤엔 세탁기 마냥 돌려주고, 적당히 건조 처리까지.
이후 노동이라 해봤자 그걸 널어주는 게 고작.
적어도 일광 건조는 해줘야지.
…사실 안 해도 되지만 해준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참고로 꽤 많은 양을 했는데, 그녀한테 말은 안 했지만 이유는 명확했다.
‘나중에 땀이든 아래쪽으로든 물 팍팍 빼낼 텐데, 지금 미리 빨래해둬야지.’
비록 그 잔재들도 능력으로 모조리 처리 가능하다지만, 처음엔 그 흔적들 또한 체험을 실감하는 일환으로 작용할 테니, 애써 수습하듯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몸을 섞고, 그 와중에 침대 보라던가, 시트라던가, 이불이 푹 젖어가고, 그 온기가 빠져나가 나중에 몸에 닿았을 때 싸늘하게 와닿는 그 감촉도, 새삼 행위의 흔적으로 실감하면 이건 이것대로 꼴림의 미학, 그 일환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변태인가.’
아니, 굳이 말하자면 천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보는 편이 맞겠지.
…누가 들으면 괴변이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싶겠지만, 에드릭은 진심이었다.
오히려 땀과 애액으로 흠뻑 젖은 시트며 이불 등이 손짓이며 능력 덕에 금세 깔끔해진다? 이거야말로 부조리가 아닐까 싶다만?
…특이한 게 상식으로 굳어지면, 다시금 비정상이 정상으로 인식되면… 이러한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
그리고 설혹 흔적을 지운다 쳐도, 에드릭이야 청결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기에 별반 문제가 없다지만… 그녀 또한 과연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애초에 절정이 과해 애액을 넘어 소변마저 지렸다 쳤을 때, 그걸 수습해 청결도를 유지한다 쳐도, 심리적인 찝찝함을 없애기란 요원할 터.
나중에 설득은 하겠지만, 그로 인한 수치심, 부끄러움, 당혹감 등도 이를 즐기는 미학의 일환 아니겠나.
“…….”
이쯤 되니 평범한 걸론 즐길 수 없게 된 자신의 성 취향에 새삼 실소가 새는 에드릭이었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시라도…?”
“그냥 목가적인 일상을 구가하는 게 퍽 흥미로워서요.”
“목가적?”
단어가 조금 어려웠나?
“평범한 일상, 조용하고 다급할 것 없는, 여유로운 일상을 말하는 겁니다.”
농촌이며 농가에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뭐 그런 거지만 이것도 그게 평화로운 건지 아닌지 연상이 되어야 이해가 되는 거니, 이 정도로 일러주면 족하겠지.
애초에 농촌 농가에서 평화 따위가 있을 리 없잖아.
농사일은 또 다른 전쟁이자 땅과 자연과 주변 생물 간의 또 다른 투쟁이다.
농사를 접어두거나 안 한다 쳐도, 어쨌든 지역 기후며 환경에 따라 땔감을 구한다던가 먹거리를 구하는 건 뭐 공짜로 생기나.
돈이 없음 사냥을 하든 채집을 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으면? 남한테 의탁이라도 해야 하는데 공짜는 불가능하니 고용주를 구해 노동이라서 품삭이든 먹거리라도 챙긴다던가….
흔히 시골이며 농촌 등이 평화로울 거라 생각하면 그거야말로 뭘 모르는 도시 촌놈 소리 듣기 딱 좋은 게, 거긴 절대 평화롭지 않다.
현대, 정확하게 에드릭의 원래 세계에서조차 괜히 귀농한다고 내려갔다가 텃세다, 현실의 각박함, 추악함, 준엄함, 난해함에 시달리고 치여 괜히 적자만 보고 힐링은커녕 언힐링(Unhealing)의 극치를 맛 보며 멘탈 터져 나가기나 하며 그 일화를 주변에 설파하고, 온라인 상에 뿌리고, 언론에까지 호소하는 등.
…아무리 생각해도 돈 많이 쌓아두고 도시에서 유유자적하는 게 최고인데, 도대체 뭘 그리들 괴상한 판타지들을 품는 건지.
그리고 실제로.
‘우리 가족도 귀농이라면 귀농인 상태니까.’
그나마 자본 및 여건이 돼서 고생을 덜한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이 이것저것 하는 거 보면, 쉴 틈이란 게 없어 에드릭도 쉬는 날 일손을 거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조차도 벌써 한참됐네.
‘철왕이 너 못 나감을 시전했으니, 마음 놓고 나서지도 못했고.’
선배는 패왕녀가 여왕으로 등극하면 기회가 날 거다 어쨌다 했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이 기회인데, 에드릭은 가급적 이쪽 결론을 후딱 내고서, 그 다음 부모님 댁에 방문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곤 있지만… 현실은 늘 실망스럽기 마련이니,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아니 되는 법.
“후우!”
능력 덕에 빨래는 후딱 끝냈지만, 막상 이걸 쫙 널다 보니, 정원 건너 공터가 한가득 찬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빨래 장대를 가져오는 게 되려 노동이었을 정도니.
그리고 저거 다 회수해서 돌려놓기만 해도, 아마 한나절 걸리겠지.
굳이 이렇게 이불을 싹 다 걷어내서 처리하려 한 이유는, 이걸 혼자서 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울 테고, 그러니 에드릭이 있는 이 시점에 처리하는 게 좋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지만, 또 다른 의미론 에드릭의 가정적이면서도 능률적인, 압도적인 능력 과시를 위한 감도 아예 없진 않았다.
남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고, 그러한 것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 그 실적을 쌓아가면 없던 동경심도 생겨나는 판에, 이미 그걸 갖춘 상태에서 이를 더욱 축적한다?
흔히 게임에서 호감도 어쩌고 할 때, 100을 max로 두지만, 실제로 여기에 max는 없었다.
거기다 max로 찼다 해서 이 수치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고.
다만 많이 쌓아둬야 지속 시간이라던가, 기간이 늘어나는 법 아니겠나.
콩깍지가 씌었다고 거기에 만족하고 막 대하면, 나중에 그 여파는 반드시 돌아온다.
그러니 에드릭 자신을 그녀가 떠올릴 때마다, 이러한 강렬한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의 머릿속 추억에서조차 콩깍지가 쓰이게끔, 에드릭은 이를 제대로 조절하고자 했다.
어쨌든 낮에는 이런 식으로 져주고, 밤에는 아주 질펀하게 이겨줌으로써, 내외로, 흑백 모두를 충족해 완전히 잊지 못할 며칠을 만들어 주면, 아마 어지간한 사내놈이 기웃거려도 그녀는 거들떠도 안 보겠지.
‘이왕 붙들기로 했는데 누군가에게 빠지거나 그쪽으로 고무신을 바꿔 신으면, 이건 이것대로 빡치니까.’
그러니 아예 안 건드리던가, 건드렸다 싶으면 불가항력으로 다른 곳에 몸을 내맡긴다 쳐도, 에드릭이 나타나기 무섭게 망설임 없이 자신의 품에 안기게끔 하는 게, 에드릭의 또 다른 로망 중 하나.
…근데 그런 식으로 하면 이건 이것대로 가정 파괴로 작용하려나.
에드릭은 루다나가 따로 결혼한다 쳐도 그걸 탓하거나 막을 생각은 없었다.
여기엔, 유부녀로 변해 성숙해지는 그녀의 색다름을 새로이 즐기…고자 하는 건 아니고, 그녀 개인의 행복과 만족에 있어, 자신과 동떨어져 외로움에 시들어가는 것보단, 그쪽으로나마 활기를 보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 물론… 넋 놓고 넘겨줄 생각이 없기에 더더욱 이런 식으로 로망과 판타지를 심어두고 있는 거다.
에드릭 못지않게 먼치킨스러운 녀석이 아니라면, 아마 그녀의 기대치엔 미치지도 못할 테고, 그러니 어지간한 구애는 강아지가 짖어대는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질 테지.
그럼에도 외로움 탓이 한순간의 유혹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그 고뇌로 흔들리고, 거기서 발생한 자아 갈등, 고민이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바꿔 나갈 테지.’
무조건 순종하는 여성만 포진하면 그건 그것대로 지루하지 않나?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시점에, 에드릭은 스스로가 확실히… 기존처럼 목이 말라 막연히 미녀를 쫓고, 그녀들을 맛보고 섭렵하는 걸 떠나, 이제 다른 의미로 이쪽 심미안이 숙성됐음을 실감했다.
‘…다른 의미론 미친 거지만.’
그러나 요리라는 게 발전한 이래 인간의 먹는 것에 대한 욕망, 욕심, 욕구는 더욱 부풀어갔다.
뱃살이 불어났고, 못 먹는 양을 먹을 수 있게 변해갔으며, 더욱 갈망하여 더 많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탐구하고, 개발해나가는 등.
애초에 연애 및 교제 또한 왜 구태의연함에 만족하는가.
물론… NTR 같은 줘엇! 같은 걸 실감하고픈 건 아니었다.
또 자신만 아니면 돼! 내로남불 개념으로 강탈의 묘미를 에드릭 스스로가 실감하며 저열한 쾌감을 음미하고픈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다만 그 갈등과 육체적, 정신적 쾌락에 절어 종속되어가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지켜보고픈 충동은 있었지만… 이건 좀….
‘이건 품어만 둬야지.’
혹여 이걸 충족시켜야 될 때가 있다면… 그건 그렇게 해도 전혀 죄악감이나 죄책감이 들지 않을 법한, 그런 누군가를 선정하면 족할 터.
그리고 에드릭은 앞으로도 많은 여성과 이런저런 일로 엮일 게 분명했기에, 그중 누군가가 그 조건에 부합된다 치면… 뭐, 그때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우리 왕녀님이 아시면 경을 칠 일이지만… 아닌가? 오히려 더 하라고 장려하려나?’
에드릭은 여전히 그녀의 진심이 헷갈렸다.
품으라고 여성을 들이 밀어 대도, 막상 품으면 다른 의미로 욕을 보거나, 속된 말로 좆 될 거 같은 예감은 들지만, 뭐라 확신하긴 어렵고.
그나마 그녀에겐 대놓고 팀장님이 좋다 선포는 해뒀고, 심지어 허락까지 대강 받았기에 이 부분은 대놓고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모르겠네.’
어디서 봤는지는 몰라도, 어느 소설? 만화? 거기서 교제를 허락한다 했다가 막상 하려니 둘 다 참살을 해서 어차피 내가 못 가지고, 괘씸하니 둘 다 죽어랏! 하는 시나리오가 슬쩍 떠오르긴 했지만… 설마 그럴까.
“…….”
이런 게 플래그는 아니겠지?
이불을 걷어내며 이런저런 생각을 품던 에드릭이었다.
“금방 말랐네요.”
그녀와 잡담을 자유로이 나누다 이불을 걷고, 이를 저택 안에다 되돌려놓기까지.
점심을 놓치긴 했지만 간식 차원에서 다과를 즐기며 잡담과 함께 배를 채웠기에, 둘은 곧장 저녁 겸 점심을 먹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여기서도 요리는 같이.
조금 느리더라도, 이러한 유대를 느끼며, 그렇게 둘은 식사마저 기분 좋게 처리한 다음….
“같이 씻죠.”
이윽고, 거사를 치르기 이전 밑 작업을 위하고자 에드릭은 태연자약하게, 그녀에게 혼욕 제의를 건넸다.
흐흐, 다른 의미로 천국을 보여주마.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릴렉스 시켜서 곧장 꿀잠자게 하면 거사가 어그러지니, 이것도 적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