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9화 〉113. 거사라는 건 원래 말이지….(2)
길고도 짧은 목욕 겸 속내를 털어놓는 시간을 끝낸 뒤론 술자리를 마련했다.
초면부터 씁쓸하거나 도수만 높은 술보단, 달짝지근하면서도 술술 넘어가는 칵테일 부류의 술을 준비했는데, 예상대로 잘 먹혀들었다.
몸을 한껏 달군 뒤엔 목마른 새가 물을 찾듯 절로 수분이 당기는 법.
에드릭은 술을 그렇게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실 때만큼은 그런 기색을 일절 내보이지 않는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취기에 빠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중요했다.
취한 채로 흥에 젖에 행위에 입각하면… 뭐랄까.
‘도둑맞은 기분이지.’
온전한 정신으로 몸을 맞대야 기쁨도 쾌락도 배가 되는 법.
술김에 하는 건 욕구 충족, 해소 밖에 안 된다.
오히려 그게 확 와닿는 시점이 있지만… 첫 스타트를 그렇게 끊어선 곤란하지.
그렇게 넓지 않은 테이블을 마주한 채, 소파에 앉아 잔에 따라진 술을 홀짝이는 루다나.
에드릭은 그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마찬가지로 술을 홀짝였다.
“…신기해요.”
살짝 가라앉은 음성을 보아 에드릭을 앞에 둠으로써 생겨난 긴장감도 많이 완화된 듯 느껴졌다.
혼욕과 적절한 음주, 심도 깊고도 가벼운 대화 등이 위화감을 많이 해소시킨 덕이리라.
실제로 분위기도 꽤 좋았다.
그윽한 눈으로 주시해오는 시선 하나하나가 무척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루다나가 여태 아무런 경험이 없다는 게, 저로선 놀라울 정도입니다.”
“…위기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죠.”
음, 이건 잘못 말을 꺼낸 건가.
안 취했다 해도 입을 잘못 놀리는 건 한순간이다.
그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려는 목적의 빌드업 용 멘트였는데, 흐름이 잘못 꺾였다.
“루다나와 같이 아름다운 여성을 낚아채려는 사내가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는 겁니다.”
“…과찬이세요.”
“아시겠지만 전 무수히 많은 여성들을 만나본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루다나는 압도적입니다.”
여성의 외모를 비교하는 건, 칭찬이라 하더라도 오래 언급해봐야 좋을 게 못 된다.
그러니 칭찬 명목으로라도, 훅 치고 가야 한다.
단점이며 안 좋은 의미가 부각되기 전, 좋은 면으로 눈과 귀를 확실히 점거한다.
…그나저나 요즘 이런 식으로 밀땅이며 줄다리기를 잘 안 해본 탓일까. 멘트치는 게 퍽 안쓰러워졌다.
타고 나길 사탕발림을 잘 놀리는 부류가 아니다. 그렇다고 천성이 그런 걸 즐기고 남발하는 입장도 아니고.
이조차도 노력 않고 방치한 티가 금방 이렇게 드러나는 건가. 새삼 서글프기 그지없군.
‘…이 이상 입을 놀리면 되려 이미지만 추락하겠군.’
호의가 확고한 루다나라 할지라도, 쓸데없는 말을 남발해 괜스레 소수점 단위나마 마이너스로 호감도가 떨어질 행위를,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
정보 파악 측면에서 이것저것 묻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지금 입 밖에 내는 말들은, 딱히 목적 자체가 없지 않나.
굳이 있다 치면 호감을 드높이려는 건데, 되려 목적성이 불분명하기에 이도 저도 아닌 헛소리만 튀어나오고.
“날이 많이 늦었네요. 욕조 하나 만드느라 시간이 훅 지나갔어요.”
“그래도 열중해서 만드는 모습은, 보기 좋았어요.”
“하하….”
그저 웃지요.
어쩐지 조금 더 버티려는 그녀였지만, 그게 침대 쪽으로 이동하기가 껄끄럽다기보단, 그저 이렇게 편히 대화를 나누며 술을 홀짝이는 게 그녀로선 대단히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저는 이제, 루다나와 함께 오늘 밤을 보내고픈 마음뿐입니다.”
“…….”
헛소리를 늘어뜨릴 바엔 직구가 낫다.
어설프게 답답하게 해서 초조하게, 설레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건 지금 상황엔 걸맞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저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걸요.”
그녀도 부끄러움을 애써 접어둔 채, 솔직하게 나가기로 했나 보다.
둘 사이를 가로막던 테이블을 넘어 그녀에게로 손을 뻗은 에드릭.
그걸 흔쾌히 맞잡은 루다나.
동시에 몸을 일으킨 그는, 테이블 사이로 빠져나오기 무섭게 달라붙어 진한 입맞춤을 나눴다.
사실 서로가, 이런 쪽으론 그렇게 익숙한 형편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손을 마주잡고, 두 눈이 마주하기 무섭게, 어째서인지 생각에 앞서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진한 입맞춤.
그러나 그것만으론 주체가 안 되었던 탓일까.
에드릭과 루다나, 둘의 손이며 팔이 서로의 몸을 향해 감기고, 뻗어간다.
옷 위를 더듬는 손길.
마치 틈을 파고드는 날다람쥐처럼, 옷 틈새를 비집고 맨살로 파고드는 루다나의 손.
되려 에드릭보다 루다나의 손길이 더욱 매섭게 그의 탄탄한 몸을 훑어가기 시작했다.
에드릭의 아랫도리도 시동이 걸린 듯 절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루다나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옷 위로 와락 움켜쥔 에드릭.
동시에 한 손은 당연하다는 양, 가슴과 옆구리를 맴돌며 초조함을 달래려 든다.
반면 루다나의 손은 앞가슴과 에드릭의 골반 부근을 마구 훑어댄다.
그 와중에도 둘의 입은 여전히 마주한 상태로, 이어 열린 입술 사이로 혀와 혀가 쉴 틈 없이 교차하며, 서로의 치아며 혀를 맴돌고 농락하며 서로의 타액을 전파하며 옮겨댄다.
입술 틈 사이로 걸쭉하게 흘러나오는 타액이 턱선을 따라 추락하고.
이윽고 손으로도 부족해 둘의 다리가 정처 없이 부들대다 서로의 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더할 나위 없이 꽉 맞물린 둘의 몸체.
단숨에 옷을 내리고, 벗은 둘은 이윽고 속옷도 없는 알몸인 그 상태로 고스란히 침대 위로 쓰러지듯 허물어졌다.
“아―!”
입술이 떼어지고, 옅은 날숨과 탄성이 교차한다.
쭈뼛쭈뼛 서는 듯한 감촉과 함께 루다나는 아랫쪽이 당겨오면서도 근질대는, 그러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열기와 가슴을 두방망이질하는 흥분감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
달아오른 몸을 그저 식히길 원할 뿐. 아니, 식히는 게 맞긴 한 건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쏟아내고픈, 발산하고픈 감정이 전신을 지배하고, 욕구 위에 덧씌워져, 어째 그거 말곤 아무것도….
아니, 한 가지 더 있다.
에드릭.
탄탄하고, 두껍고, 듬직하면서도….
한껏 겹침으로서 실감되는 그의 몸체가, 육신이 맞닿는 것만으로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허전하기 이를 데 없던 가슴을 한가득 채워가기 시작한다.
이게 행복인가.
아님 살아생전 너무나 당연하게 누렸어야 마땅했던 것들이나, 일방적으로 모르게끔 강요 받아온….
‘아아….’
모르겠다.
다만 그저, 지금은 무엇 하나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각나는 건 뜨거운 몸을, 갈증보다 더 목마르고, 온몸과 사타구니 부근으로부터 피어오르는 알 수 없는 초조함에….
흐트러진 호흡 위로 다시금 에드릭의 입술이 내려앉는다.
살포시 내려앉으나 앉은 직후엔 더할 나위 없이 난폭하게, 그럼에도 섬세하게 자신의 입술과 입안을 농락해오는 그 혀 놀림.
손길 또한 능숙하다.
가슴과 허리, 옆구리, 겨드랑이, 손, 팔… 쇄골, 목, 다시 추락해 명치, 허리, 골반, 아랫배….
그가 만지작대는 모든 곳이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번쩍인다.
짜릿하면서도, 어딘가 애가 타고, 안쓰러우면서도 어딘가 아쉽고, 더욱 추구하게끔 찔러오는 무언가.
아랫배 안쪽이 꾸욱! 하고, 징하게 울리는 듯한 아쉬움에 절로 온몸이 움츠러든다.
“으읏!”
입술이 떼어지고, 에드릭의 입이 이번엔 그녀의 풍만한 가슴 위로 파고든다.
잔뜩 발기한 유두가 에드릭의 입안으로 순식간에 빨려든다.
강압적으로 빠는 듯하다가도, 천천히, 섬세하게 굴리고 놀리고.
그러면서도 한 손으론 허벅지 위와 안쪽을 공략하면서도, 반대 손은 옆구리와 겨드랑이 부근을 공략해오는데, 간지러운 것도 아니고, 쩌릿쩌릿한 자극에 루다나는 생전 지쳐가는 건지, 흥겨운 건지 모를 자극에 심취해 가고 있었다.
‘히, 힘들어.’
그러나, 그만두면 싫어. 조금 더… 아니, 조금 더 강하게….
마치 그런 낌새를 읽기라도 한 걸까.
특히 유두와 유륜의 어느 부분이 잘 느끼고, 자극을 받는지, 그 패턴을 파악한 듯, 에드릭은 혀로 그녀의 유륜을 기점으로 유두를 굴려 나갔으며, 심지어 텅 빈 한쪽 가슴 또한 같은 방식으로, 검지와 엄지만으로 이를 자극해 나갔는데, 가슴에서 피어나는 자극에 일순 그녀의 하반신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이건… 뭐지?!’
가슴을 자극하는데, 어쩐 영문인지 아랫 쪽이 찌릿하고 울리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뭔가가 자꾸 나올 것만 같고….
그리고 그 순간, 허벅지를 타고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오른 에드릭의 손이 이윽고 그녀의 사타구니를 정식적으로 쓰다듬고, 훑어대기 시작했다.
“흐아….”
여태 숨죽인 신음이 고작이었다면, 지금은 도저히 참지 못해 뿜고야 말았다.
“아, 아!”
뭔가, 모르겠어.
루다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기쁨도, 슬픔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알 수 없는 감각에, 온몸이 반응한 탓이리라.
거기다 작정하고 서서히 사타구니 부근을, 겉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안쪽 중심에 가까워지는 형태로, 주변을 포위해 조여오듯 훑어대기 시작하자, 루다나는 도저히 버텨내지 못하고 연신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읏, 흐윽….”
이윽고 에드릭의 손이 그녀의 툭 튀어나온 클리 부근을 본격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하니, 그녀의 하반신이 주체못해 오르락내리락 요동치길 반복한다.
반응 좋고….
가슴에서 입술을 뗀 에드릭이 이번엔 그 위로 타고 가 그녀의 쇄골과 목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덕분에 팔 자세가 한층 편해져 더욱 섬세하면서도 힘있게,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마음껏 농락해댈 수 있었다.
클리는 섬세하게 공략해야 제대로 된 쾌감으로 이어지는 만큼, 공략 방식도 상대의 신체 상태며 느끼는 방식, 방향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창 느끼고 있음에도, 슬슬 구멍 사이로 물줄기가 슬금슬금 수줍게 고개를 빼고 있는 와중이라는 점이 참으로 고무적이다.
애써 그걸 윤활유 삼아 한 차례 훑어, 구멍 사이가 벌렁이며 에드릭의 손길에 수줍게 몸부림친다.
“흑!”
그러나 아직 넣지 않는다.
손가락조차.
이곳 세계에선 애무한답시고 남자가 굳이 여자의 하반신에 얼굴을 파묻지 않는다.
애초에 손도 제대로 안 넣어주고.
그러니 여자 측에서 앞서 감정적으로 달아오르고, 상반신을 애무하는 시점에 하반신을 풀어놓지 않으면, 삽입 때 대부분 고통을 느끼는 식으로 첫 경험과 이후 경험을 맞이하기 마련.
그러니 물 많은 여자가 섹스를 즐기기 용이하다는 것도 괜한 소리가 아닌 법.
하지만 물이 적더라도 여성의 신체는 준비할 시간만 갖춰주면 충분히 이를 수렴하고, 수용 가능하기에, 결국 여기까지 전개하지 못하는 거 자체가 대부분 남자의 탓인 건 확실했다.
애초에 상대가 나와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잘만 애무하면 절로 젖어 드는 건 본능에 가까운 거다.
사내가 여성의 유혹에 이성에 앞서 물건을 곧추세우듯.
거기다 빨리 적시겠다고 마냥 손을 집어넣는 무뢰배들이 있는데, 이때 손의 청결 상태가 맛이 가 있으면 자칫 잘못하다간 염증으로까지 번진다.
손톱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어설픈 놈들은 무조건 콘돔을 끼고 손을 삽입하라 하고, 숙련된 이들조차 그러길 추천하는 게 괜한 이유가 아닌 거다.
감정적으로 행위에 입각하다 보면 섬세함이 줄게 되고, 이러다 안쪽에 상처라도 내면 바로 감염으로까지 번지니까.
…의외로 아르세이유에 있던 당시, 에드릭이 섹스 테크닉을 최초 엘프들을 시작으로 종족 불문하고 강좌 할 당시에도, 이런 문제가 여럿 발생하기도 했었다.
‘나야 해당 사항이 아니지만.’
애초에 정령체인 에드릭의 손은,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소독이 가능했고, 청결도 유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런 만큼 더욱 노골적으로, 흔쾌히 구멍 안쪽을 손가락으로 탐사가 가능했기에, 손만으로 여성을 여럿 보내버리는 건 사실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정령체인 에드릭의 손은,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소독이 가능했고, 청결도 유지는 뭐, 말할 것도 없고.
그런 만큼 더욱 노골적으로, 흔쾌히 구멍 안쪽을 손가락으로 탐사가 가능했기에, 손만으로 여성을 여럿 보내버리는 건 사실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