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2화 〉114. 뿔은 음란함의 상징인가? 아닌가?(2)
참은 만큼 풀어내는 빈도며 강도도 높아졌지만, 점진적으로 단계를 올린 덕에 루다나가 전혀 곤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중점을 뒀다.
거기다 익숙해지고 적응해간다는 건, 다른 의미도 쾌락의 질, 농도가 더욱 짙어진다는 것.
강렬한 체험은 첫 경험 때도 상상 이상이었다면, 그 이후에도 매번 기존보다 더한 즐거움과 격정이, 열락이 기다리고 있던 터라, 루다나는 스스로 내심 음란하다거나 그쪽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어쩌면 그런 쪽에 무관심한 편이 아닌가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겪어보면 안다고 누가 그랬던가.
실제로 에드릭이 능숙한 것도 있었지만 한 번 고기 맛을 제대로 본 루다나는, 에드릭이 요구에도 순순히 응하는 건 물론, 에드릭이 배려 차원에서 쉴 틈을 줌에도, 덜덜 떨리는 몸으로 에드릭의 몸 위에 올라타거나 옆에 착 달라붙어 엉겨대는 등, 적극성을 몸소 표출해대고 있었다.
어느덧, 듬직하면서도 멋진 에드릭의 외모와 몸, 그 외에 고막을 타고 뇌 속으로까지 스며드는 에드릭의 음성만으로 루다나는 몸이 잘게 떨리고, 아랫배가 움찔대는 건 물론, 사타구니 부근이 달아오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조건 반사에 가까운 반응.
덕분에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그게 썩 싫지가 않았다.
‘오히려….’
뭔지 몰라도 좋았다.
붕 뜬 것처럼,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안 나고 그와의 관계가, 그의 목소리, 열띤 신음, 격정에 찬 비음 등이 머릿속에 무한정 재생되니, 슬쩍 사고가 기울어지면 금세 아래 쪽으로부터 음란한 물이 새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금세 캐치했는지, 에드릭이 손이라던가, 다리라던가, 무릎이라던가, 팔죽지라던가.
다양한 형태로 다리 사이를 장난처럼 혹은 진지하게, 혹은 뜸 들이듯 괴롭혀대니, 루다나의 입에서 칠칠치 못하게 침이 줄기 마냥 입가를 타고 흘러 턱선을 타고 추락하거나, 작은 줄기를 그리듯 툭 하고, 지면 바닥 위로 떨어진다거나….
뭔가 조잡하고, 어설프고, 꼴사납다고 느낌에도, 에드릭의 손길이며 테크닉에 휩쓸리다보면, 그런 단순한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오로지 본능에 따라 그쪽 사정으로만 사고가 돌아간다던가….
그게 하루 이틀 반복되니, 아예 부끄러움이며 수치심이 가슴 속에서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이젠 몰라….’
좋아, 그냥 좋아. 너무 좋아….
신비와 비련, 그리고 이색적이면서도 가련한 분위기를 지닌, 절세의 미녀가 자신의 품에서 퇴락해 가는 광경을, 언제 봐도 좋았다.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눈치를 보아왔던 그 붉은 눈이 자신에 한에선 어떠한 의구심도, 의문도 없이 무한정에 가까운 신뢰, 맹신과 애정으로 물들어 더할 나위 없이 호의와 신의를 불사르는 그 눈초리가, 시선이, 반응이….
그러나 거기에 나날이 빠져들 순 없는 법.
이러길 벌써 며칠째다.
…5일? 6일?
흠….
일주일 전에 떠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걸 채우게 생겼다.
그 정도로 루다나의 매력은 거부하기 어려운 무게와 깊이가 있었다.
‘취향 저격인 면도 있고.’
어쨌든 욕조며 물을 퍼올리는 등.
아예 전체적으로 집안 구조 중 일부를 능력을 통해 새로이 공사하듯 바꿈으로서 편의를 개선해준 에드릭은, 적어도 다음에 무사히 이곳에 오게 될지 아닐지, 그 점이 조금 걱정이 됐다.
더군다나 만약 그녀가 임신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점도.
‘배려를 해두긴 해야겠네.’
적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겠지만, 사람은 먹고 사는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처음엔 그렇다 쳐도, 결국 나중엔 지루함과 권태, 막연한 불안을 비롯한 온갖 것들로 피폐해지고야 마니까.
“내일… 가시는 거죠.”
“예. 실은 벌써 떠났어야 했는데, 루다나 때문에 그마저도 잊고 있었네요.”
“…….”
가슴 속에선 예정된 이별 덕에 불안이 스멀스멀 기웃거리고 있었음에도, 방금 전 에드릭이 한 말에 금세 얼굴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루다나.
내심 헤프게 풀리려는 걸 자제하는 그 모양새가 퍽 귀엽기 그지없었다.
아름다운 미녀가 자신의 앞에서 귀여운 기색을 내비치는 건 사내로선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이 아닐까 싶다. 저절로 배가 부르고, 없던 성욕마저 들끓는다고 할까.
‘아직도 안 질리네.’
결국 물건은 다시 발기했고, 에드릭은 이미 풀어질 때로 풀어진, 여전히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그곳을 향해, 다시금 삽입을 시도했다.
“아…!”
차분하게 올라타는 에드릭.
그런 그의 적극성에 저절로 감동과 기쁨에 젖어 온몸이 떨려오고, 환희로 전신이 물들어 가니, 루다나는 이 다시 없을 행복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그가 떠나간 뒤의 허전함을,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도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하지만.
“아아앗!”
지금은, 그런 거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전부 다 잊어버리리라.
에드릭이 허리를 꾸욱 누르자, 그녀의 몸이 활처럼 꺾이며 전율에 휩싸였다.
기쁨을 넘어, 강렬하게 전신을 짓누르고 장악해오는 쾌락의 물결.
“앗! 아핫! 하앗!”
스스로의 입에서 난잡한 교성이 터져 나오는 것조차 새까맣게 잊은 채, 그녀는 에드릭의 율동에 맞춰 그가 더욱 능숙하게,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허리를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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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문 앞에서 안긴 채 에드릭을 붙들고 있기를 수분 째.
“…….”
에드릭은 그래도 여유롭게 기다려줬다.
오히려 이걸 즐기는 면도 있었고.
‘이별은 뼈아프다.’
그러나 여기엔 다른 의미로 즐거움…은 아니더라도, 그에 걸맞은 여락이란 게 있었다.
쓴맛도 익숙해지면 단맛 못지않은 여락이 있달까.
일종에 즐기는 방식을 이해하느냐 마느냐에 차이다.
블랙커피, 아메리카노만 마시라 하면 쓰고 맛대가리 없어서 안 마시겠다는 이들조차, 아주 달짝지근한 도넛과 같이 먹을 땐, 블랙이 제격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곤 한다.
애초에 아프고 씁쓸하고 아련한 감정도 어떻게 즐기냐에 따라 유흥이나 유희거리가 되기 마련.
이별은 그런 의미에서 늘 가슴을 묵직하게, 씁쓸하게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의미로 자극이 된다.
‘옅어진 삶에 동기를 부여한달까.’
거기다 이별 뒤엔 또 다른 만남이 이어지기 마련.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얼마든지요.”
에드릭은 웃으며 품에서 살짝 고개를 떼넨 루다나의 머리와, 뿔 부근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쓰다듬어주었다.
“흐응….”
꽤 좋아한다.
그 감촉을 잊지 않으려 눈을 감은 채 집중하는 모습을 가상하기까지 하다.
원체 아름다웠음에도 잘 씻기니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오로지 나만 즐겼다 이 말씀.
가슴 속이 뿌듯함으로 웅장해진다.
“다음에 다시 보죠.”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미 해줄 말은 다 해줬기에, 구태여 또 반복할 필요는 없으리.
그렇게 에드릭은 아말리온 가문의 텅 빈, 오로지 루다나만이 있는 저택을 빠져나와 다시금 자유의 몸이 됐다.
“…말동무 좀 붙여주면 좋겠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혼자선 쓸쓸하다.
그걸 못 버티는 이들에게, 고독은 죽음의 숨결과, 별 반 차이가 없을 테니.
잠시간 그 숨결을 들이키는 건 괜찮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불친절한 기운에 녹아들고, 익숙해지면….
“그보다… 예정보다 늦게 간 탓에 녀석들 난리겠네.”
릴리에나는 괜찮다.
참을 줄 알고, 참은 뒤엔 빚을 수거하듯 보상을 낚아채는 솜씨 만큼은 일품이니까.
그러나 에사나 녀석은 어떠려나.
불만이 장난 아닐 텐데.
실제로도 그랬다.
“아흑! 아아앗!”
굳이 지붕을 타고 은밀하게 아르막티우스 저택에 도착해, 에사나 녀석이 있을 법한 위치를 헤아려 살피자, 그 넓은 방 안에 사내 놈들 열댓명이, 반 시체 마냥 널브러져들 있는 풍경.
그 속에서 에사나는 야생의 여왕처럼 태초의 모습으로 사내들의 기력을 쭉쭉 뽑아내고 있었다.
“아! 부족해! 아니야! 이걸 기대한 게 아닌데!”
이봐요, 사내 열댓 보내놓고 그런 식으로 비탄을 토해내면 좀 그렇잖습니까?
더군다나 지금도 올라타서 사내 놈 하나 쭉쭉 쥐어짜고 있는 주제.
혹시나 싶어 릴리에나도 못 참고 발정에 순응해 분풀이를 하고 있나 싶었는데, 의외로 녀석은 그보다 떨어진 자기 객실에서 차분히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반쯤 몸을 입자화시켜, 창틈으로 슬그머니 습기 째로 스며들어 방 내부로 들어선 에드릭.
그러자 릴리에나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무단 침입한 에드릭을 향해 혀를 차올렸다.
“뱀파이어세요? 이젠 별 이상한 재주까지 보이네요.”
“예전엔 이 정도로 섬세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익숙해졌으니까.”
안개화는 예전에도 가능은 했다.
그러나 방향 이동, 유지 시간 등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놓고 티가 난다는 점.
그러나 입자화했다 하더라도 뭉치지 않고 흩어지면 딱히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당연하지만 전제 자체가 입자 자체가 어지간한 시력, 육안으로 구별 안 되는 크기로 줄여야 한다는 문제가 남긴 했지만, 그 점을 해결한 게 주효했다.
“에사나는 못 버티고 한창 회포 풀던데.”
“걘 선배를 몰라서, 찰떡같이 내일이나 그 이후에 온다 생각했던데요?”
“그래?”
“그리고 선배가 극한의 처녀충이라, 남이 쑤신 쪽엔 민감해서 거부 반응 보인다는 것도요.”
“너도 그런 면에선 만만치 않잖아?”
“전 티를 안 내잖아요. 들키지도 않고. 누구처럼 박아대다 망상에 빠지거나, 다른 여자 생각하는 무례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고요.”
“…….”
그건 할 말 없네 그려.
“그래서 어떻게, 잘 놀다 왔어요?”
“…루다나 양은 내가 이쪽 세계에서 본 이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절세 미녀였으니까.”
“종족 차별적 사고 관념 덕에 그게 혐오감으로 번져서 문제죠. 되려 그 아름다움이 악의 흔적, 악마의 수작질로 여기니, 불쌍하다면 불쌍한 노릇 아니겠어요.”
“…흠, 보고서 마음이 동하면 그게 악마의 장난질이라 생각해 그녀에게 호의를 보이기보단, 적대감을 불태운다, 뭐 그런 건가?”
“그 정도로 끝나면 귀엽죠. 마음 고생이 아주 심했을 거예요.”
“그건 이후로도 그렇겠지.”
“적어도 지금은 버팀목은 있잖아요? 여자는 그런 게 있냐 없냐에 따라, 강약의 수준이 차원이 틀려진답니다. 남자도 돌아갈 곳이며 가족, 아름다운 마누라가 있다면 삶에 대한 집착과 의욕이 격을 달리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거야 당연한 거긴 하지만….”
“됐으니까 우리끼리 먼저 하죠? 아시겠지만 저도 꽤나 참았다고요?”
“쌓인 만큼 풀어낼 때 즐거운 건데, 그런 미학을 모르네.”
“누구 씨처럼 참다 참다 뿜어대는 걸 즐겨대는 변태는 아니라서요.”
이윽고 릴리에나가 양팔을 훌쩍 뻗자, 에드릭은 피식 웃으며 그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가벼이 안기자 문득 릴리에나가 말했다.
“아까 몸 수분 입자화까지 하셨는데, 왜 다른 여자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죠?”
“…그게 디테일 아니겠냐.”
“주둥아리라도 못 놀리면 말이나 안 하지.”
투박하게 박혀드는 릴리에나의 멘트를 벗 삼아, 에드릭은 릴리에나의 육신, 겉옷으로 가려진 맨몸을 찰떡이며 찹쌀떡 주무르듯 매만지며, 예열하듯 욕구를 달궈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