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3화 〉114. 뿔은 음란함의 상징인가? 아닌가?(3)
-------
“비열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에드릭과 릴리에나가 뒤엉켜 잠든 모습을 접한 에사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뭐야 이거? 방안에 냄새들.
완전히… 밤꽃 냄새 범벅이잖아?
30평이 넘는 객실을 한가득 채울 정도다. 대체 얼마나 해댄 걸까.
문제는 언제부터 했냐는 점.
설마 귀신같이, 에사나 자신이 사내들 열 명 넘게 불러다가 마구 해댈 때, 그 타이밍에 딱 맞춰서 둘끼리 작정하고 해댔다던가?
“…….”
에드릭이 언제 루다나의 저택에서 떠났는지를 파악하면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러려면, 지금 여기서 루다나의 저택으로 기별을 보내던가 자신이 직접 나가서 거기까지 가서 직접적으로 물어야만 할 거다.
루다나는 혼자고 또 마법적 연락 체계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를 확률이 있으며, 애초에 한 도시 내에 제법 근접한 위치다. 말 타고 빠르게 달리면 얼마 되지도 않고!
아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지금 중요는 하고?
에사나의 명석한 두뇌는 우선 순위를 착각한 것에 대한 오류를 지적해 왔다.
지금 에드릭이 언제 릴리에나하고 열심히 박아댄 게 중요한 건가? 중요하다 쳐도 그걸 약점 삼아 추궁해본들, 과연 에사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텐가?
‘아니잖아!’
릴리에나에게 전해 듣기로 에드릭은 제법 이런 쪽으로 민감? 섬세? 아무튼 청승 맞은 기질이 있다고 들었다.
예컨대 사내하고 난잡하게 얽히는 경우, 창부며 호스트조차 꺼려 한단다.
인조이 차원에서 즐길 순 있다지만, 그건 의도적으로나마 머릿속으로부터 그녀가 타인과 엮였다는 발상 자체를 지운 뒤에나 가능할 정도로, 이런 쪽으론 민감하단다.
아님 완전히 자신에게 종속? 어쨌든 이후론 자신 밖에 모르는 사내가 되기로 작정한다 치면, 심적으로 나름 타협을 한다는데, 이 문제는 에드릭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형태라 알아서 잘 이미지를 새겨 넣어야 한다 했던가?
‘이게 중요해?’
얌전히 흠뻑 젖은 이불 위에서, 밤꽃 냄새가 그득한 상태로 환기도 안 하고 알몸으로 널브러진 둘의 모습.
사실 유추, 이후 전개 예측, 사태 파악 등.
중요한 건 뭔가?
목적을 상기해보자.
에사나가 에드릭이란 인간을 앞에 놓았을 때의 주효 목적.
첫째는 본사 쪽 업무 명을 이행하기 위한 헬프의 일환.
인간의 능력 중 하는 인맥이다.
인간은 혼자서 무언가를 다 해낼 수 없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에사나는 인맥의 능력이 인간이 지닌 능력 가운데 최강이자 최고라 자부한다.
그러기에 정치력이야말로 언제고 인류를 지배해왔다.
왕이며 궁정의 대신들이야말로 정치의 지배자인 동시에 노예. 그것들의 녹을 먹고도 살며, 기생충처럼 쪽쪽 좋은 점만을 빨아대고….
그러나 자격 없는 놈은 욕망의 광기에 휩쓸려 금세 타락하고, 퇴락하며 퇴장하기에 이른다.
정치란 무서운 거다.
심장을 강철 혹은 얼음덩어리로 만들지 않으면, 감정이란 독에 휩쓸려 이성을 상실하는 시점에, 무조건적으로 패하고야 마는 거지 같은 게임.
그러기에 에사나는, 과도한 흥분으로 머릿속이 엉망이 될 거 같은 상황에서도, 그럭저럭 현실로 복귀했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예컨대 죽음이다.
또한 삶이다.
삶과 죽음.
오로지 그게 현실이다.
“……하아.”
그러기에, 현실이 싫다.
그러기에 비현실, 비일상.
예컨대 로망이 필요한 거다.
혹은 이상.
플라톤이 이데아(Idea)라 지껄인 그 이상 말고.
아니, 맞기야 하지만, 비슷하긴 하지만 그건 아니다. 맞지만 아니다.
…뭐가 뭔지.
“쾌락에 뇌가 절여지면 사람이 맛이 간다더니.”
아무래도 에드릭이 떡을 잘 친다는 그거에, 반쯤 이성을 놓았나 보다.
실제로 릴리에나는 에드릭에게 들킬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기에 그가 온 뒤론 자신과 크게 차이가 없는 성욕을 지녔음에도, 끝까지 참아냈다.
예컨대 저건, 그 결과물이라 보면 될 거다.
어이가 없네.
“왔냐?”
에드릭이 상체를 일으키며 묻자, 에사나가 한숨과 함께 답했다.
“그래요. 왔어요.”
“흠…….”
에사나의 반응은 에드릭으로서도 의외였다.
처음 문 열 때는 당장 폭발할 듯 하더니, 몇 초도 안 돼서 싸하게 식었다.
거기다 머릿속이 얼어붙은 거치고는, 반응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태연.
…저런 종류가 무섭지.
화가 나고 열불이 나고,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다른 의미로 본색이 발현되는 부류.
대부분 화가 치밀면 이성 줄이 끊어진다.
냉정을 잃는다 말하는데, 애초에 냉정이란 걸 가진 적 없는 것들은, 냄비 위에 물과 같다.
끓느냐 마느냐.
그러기에 대부분은 훈련을 통해, 적응을 바탕으로, 혹은 PTSD며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냉정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이성 줄을 부지하곤 한다.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그런 걸 참아내거나, 아예 참아낼 필요가 없는 족속이 있다면… 그건 다른 의미로 재능일 거다.
“평소에 사리사욕이 강한 이유가 있었구나.”
“쌓아두지 않는 주의니까요.”
“그렇지. 게다가 쌓아둘 필요도 없을 테고.”
쌓아두지 않기에 쌓일 게 없다 말하지만, 사람인 이상 쌓아두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굳이 말하자면, 쌓을 그릇의 크기를 늘리느냐, 쌓는 방식을 효율화하느냐, 그도 아니면 그릇을 덮어놓는다던가.
그러니까 대부분은 쌓이는 그릇이 되기보다는, 그릇에 오물과 악의와 온갖 쓰레기를 퍼담는, 갑질러, 가해자가 되길 추구한다.
따돌림당하기보단 따돌리고 무시하고, 비웃으며 놀리는 놈이 되고 싶다.
얻어맞기보단 때리는 게 훨 낫다.
의외로 가해자들 가운데 반수는, 그런 족속들이다.
당해봤기에, 더욱 철저하게 가해의 꿀을 빨아댈 수 있는 거고.
“우린 인내를 재촉당하고 시험당하는 세계에서 살지. 현실이나 이곳이나. 너도 그럴 테고.”
“지금 그거 필요한 주제예요?”
“별로.”
“배도 고프니 밥이나 먹으러 가죠. 걔도 좀 깨우고요.”
그렇게 말하곤 등 돌려 방을 나서는 에사나.
“…….”
삶을 추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건 무엇인가.
욕망이 있기에 사람은 망가지지만, 무욕한 이가 과연 삶을 치열하게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가정을 갖춘 가장과, 부모도 자식도 배우자도 없는 성인.
누가 과연, 삶에 더욱 애착을 느낄 텐가.
가정, 혈육의 연을 벗어던진다 쳐도.
목적이 있는 이와, 목적 없는 이가 나아가는 지속력, 인내력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흐음.”
동기 부여는 중요하다.
그러나 동기 부여가 필요 없는데 의욕적인 놈은, 뭔가 좀 수상하다.
그런 놈들은 보통, 다른 욕구로 삶을 살아가는데, 치열할수록 더 위험한 족속들이다.
증오, 분노, 광기, 집착.
아무쪼록 어긋날 여지가 크기에.
“특이하긴 하네.”
“쟤는 그거잖아요. 인간은 무엇 하나같지 않다. 그러니 세상에 틀린 건 없고, 옳은 것도 없다. 이런 주의거든요.”
“깼냐?”
“아마 동시에 깼을 걸요.”
녀석도 사치향락만 누리며 농땡이만 피운 건 아닌가 보다.
뭐, 본사 쪽에서 온 놈들 가운데 농땡이만 피울 정도로, 머릿속이 빈 족속들은 적겠지.
이곳에 발 딛을 수 있는 권한 자체가, 본사의 명을 잘 수행하는 건데.
거기에는 자기 개발과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발전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인사 평가에서 마이너스로 찍히면, 아~주 더러워지니까.
대부분은 삶을 박탈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아바타를 타고 온 일개 사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이 몸으로 이곳의 삶을 누리고자 하고, 실감하고자 한다면….
“그건 그렇고 자기 안 끼워줬다고 저렇고 급발진할 건 생각 못 했는데.”
“내로남불이란 거지. 내가 못 하고 못 누리면, 어쨌건 열 받는 거야 누구든 마찬가지잖아.”
“하긴, 쟤는 더 하겠죠.”
결국 인간의 강함, 성과며 결과는 누구의 의지와 의욕, 절실성이 강하냐 마냐, 그 여부니까.
사람이 다름을 인정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경쟁과 전투, 이로 인한 투쟁을 용인한다는 말 밖에 안 되니까.
내 말을 상대가 못 알아 처먹거나, 무시하고, 헤아리지 않는 것도 이해한다.
그리고 이해한다 해서, 양보하든 나 또한 힘이든 온갖 수작으로 네 말귀를 못 알아먹은 널 어떻게 해도, 그건 온전히 내 의지며, 내 몫이란 거지.
“뭔가 아주 더러운 플래그를 꽂은 거 같은데.”
“내버려 둬요. 다들 자기 인생 책임 지는 입장들인데, 쟤나 저희나 그런 걸로 실수하겠어요? 거기다 본사가 그걸 캐치 안 했을 이유도 없을 테고.”
“그것조차 이용 가치가 있고, 여부에 따라선 장점이다, 그런 거겠지.”
에드릭 자신의 미숙한, 어리숙함이 본사의 인사 평가 기준에선, 어떤 식으로든 장점으로 인정되는 예처럼.
“사리사욕이 강하다는 건 좋은 거예요. 그만큼 노골적이고, 의욕적인 거니까요.”
“흐음….”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서 어쩔 거예요? 안 하고 그냥 갈 거예요, 아님?”
“고민 중인데.”
“…쟤도 선배 취향에 속하지 않아요?”
“그래서 걱정이거든.”
에드릭은 배와 가슴을 밑으로 향해 드러누운 릴리에나의 등골을 손으로 훑으며, 가벼이 고민했다.
“육체적 인조이는, 궁합이 잘 맞아도 어째 요즘은 단발적이라서.”
“…그건 그것대로 미친 소리인데.”
릴리에나는 탄식했다.
이 인간도 어지간히 미쳐 있다니깐.
금욕주의가 뺨을 무한정 후려칠 정도로 잘 참고, 싫은 내색도 잘 안 하는 주제… 할 때는 괴물이 따로 없다.
거기다 그보다 더한 것들을 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 심지어 할 생각도 없고.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 인간.
아마 그가 지닌 최대 미덕이자 장점일 거다.
그러니까, 본사는 에드릭이란 아바타에 이것저것 물심양면 지원했던 걸테고.
애초에 왕 혹은 여왕의 옆자리까지 가게 된 게 어디 예삿일이겠나.
그리고 릴리에나가 지켜본 바로, 에드릭은 애당초, 저렇게 될 걸 가정하고 저 행보를 하게 만든 케이스라 여겨졌다.
…대체 뭘 보고서, 그 시절서부터 그런 식으로 책정을 해둔 거려나.
실제로 그는 유능했다.
현대 민주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선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여기에선 그러했다.
누구든 밀어주면 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충분히 차고 넘치지 않을까?
릴리에나는 아니라 확신했다.
그는 무수히 많은 유혹과 온갖 사치향락 등, 왕 이상으로 누리기 좋은 환경을 누리며 그걸 유지하는 탁월한 처세술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놈들도 결국 타락해 더 욕심을 부린다던가, 자기 과신에 휩싸여 선을 넘어 몰락하곤 한다.
그들 기준에서야 다 근거 있는 선 넘음이겠지만, 과연 어떠려나.
애초에 과욕을 부리는 걸, 열심히 한다는 걸로 착각할 수 있단 건데, 에드릭은 그걸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릴리에나도 그런 면으로 조언 겸 경고를 여럿 받아봤기에, 실제로 그가 지나치다고 말한 걸 참고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결과는 확고했다.
어쨌든 에드릭 저 인간은, 그거 하나만 놓고 보면 그 누구보다도 냉정했다.
비인간적일 정도로.
“선배가 조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거 자체가, 쟤도 그거예요? 선을 넘었다던가,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던가?”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에드릭이 황당하다는 양 양손바닥을 펼치자, 릴리에나는 코웃음을 치며 차분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흐음….”
“왜요? 또 꼴려요?”
“두말 하면 잔소리지.”
“지금 해버리면 에사나가 달려올 텐데.”
“……흠.”
에드릭은 깊게 고민하다가….
“빨리 쌀게.”
“이럴 땐 참 적극적이라니깐. 귀여운 건지 징그러운 건지.”
바로, 릴리에나의 그곳에 삽입을 시도했다.
당연하지만, 그녀의 그곳도 이미 사전 준비를 끝낸 양 뜨겁고, 적나라하게 푹 젖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라고 했는데 그때를 못 참고!”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뽑기로 한 이상 에드릭과 릴리에나는 에사나가 보든 말든 행위에 집중했다.
“…….”
불만 어린 그 시선이 퍽 마음에 들었다.
뭐지? 더 꼴리게 해서 더 열심히 해보라는 응원 같은 건가?
에드릭은 엉뚱한 발상을 하며, 이윽고 사정 타임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을 내고 화려하게 능력으로 청소를 끝마친 에드릭과 릴리에나는, 에사나의 도끼 눈과 함께 느긋이 식사를 즐겼다.
되려 그 도끼 눈이 풍족함을 더해준다는 걸 녀석은 알려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