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84)화 (384/454)



〈 384화 〉115. 숙제는 잘 풀어왔고?

“아니니니니 아무리 그래도 그냥 떠나겠다니, 이건 약속과는 다르잖아요?”
“그런가?”

에사나가 호들갑을 떨며 따져대는 반면, 에드릭은 무심했다.




“애초에  잘못이에요 이게? 선배가 못된 심보로 절 엿 먹인 게 먼저 잘못이잖아요? 저도 참을 만큼 참았는데 결국 폭발 시킨  온전히 선배 탓이잖아요?”
“그렇지. 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근데 그거하고 이건 별개.”




희망 어린 표정이 단숨에 헝클어진다.


“뭔 얼어 죽을 별개? 아니 어디든 쑤시면 다 거기서 거기인 건데 닳는 것도 아니고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
“…네가 할 소리냐.”
“저하고는 그 뭐냐? 스포츠 즐기는 느낌으로 해본다는 심경으로, 네? 그러면 되잖아요?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다 좋자고 하는 건데!”
“이미 해볼 만큼 해봐서, 단순 육체적 쾌감 목적이면 그다지….”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지셨네! 사내 본능은 많고 많은 텃밭에 자신의 씨를 팍팍 뿌려대는 거잖아요?  같은 미녀하고 임신 교배 섹스하면 끝내주게 기분 좋을 텐데!”
“…말은 참 꼴리게 잘하네.”



에드릭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여기서 너무 지체됐으니까, 슬슬 가보련다.”
“그러면 적어도 저하고 하고 가라니깐요? 제가 순순히 보내 드릴  같아요? 어디 같이 한 번 죽어볼래요?”
“…….”

끈질기네.

“야, 너도 말 좀 해봐! 이건 나한테 너무 잔혹한 거 아냐?”
“…그러게 참으라니까.”
“아니, 우리가 왜 갑질 당해야 하는데? 남녀 관계에서의 우위는 치마폭으로 휘어잡는 여성의 몫인  당연하잖아?!”
“평범하게는 그렇겠지. 근데 우리나 선배나 평범한 축은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섹스를 싫어하다니, 어지간한 변태 사이코가 아닌 이상….”



릴리에나와 에사나가 티격태격하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던 에드릭.

“어쨌든 난 가볼 테니 알아서들 힘들 내고.”
“아니 시바… 작작 좀 해요. 하는 게 뭘 그리 어렵다고….”
“떡 치는 게 목적이면 저번처럼 여럿 불러다가 하면 되잖아. 뭐가 그렇게 아쉬운데?”
“선배 육봉이 개쩐다니까 이런 거잖아요?!  심경이 지금 어떤지 아세요? 맛집 갔더니 다른 놈들 꽉 들어찬 것도 아니고, 가게 텅 비었는데 굳이 나한텐 음식 안 팔겠다며 쌍욕 지껄이며 퇴짜 내는 느낌인데, 이게 시발 말이 되냐고요?!”
“…….”



거 참 신기한 방식으로 설명하네.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뭔 말도 안 되는….”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합이 맞아야 하든 말든 하는 거지, 적어도 너하고 하면, 뭔가 흥이 안 날 거 같아서.”
“…와, 이런 식으로 퇴짜 맞으니 기분 끝내주게 더럽네요. 한 대 쳐도 되요? 치는 김에 부랄을 확 뜯어버려도 될까요?”
“하지마 새끼야.”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릴리에나가 한 마디 덧붙인다.


“선배는 이전보다 더 히스테릭이 강해진 거 같네요.”
“히스테릭?”



차라리 결벽증이라 하는 쪽이 맞지 않나?


“저쪽 대륙에선 굳이 여자 안 가렸잖아요? 여기 돌아온 뒤…라기보다는 카일론 쪽에 틀어박힌 이후 달라진 건가. 흠… 역시 계기는 팀장님 때문이죠?”
“어차피 차이실 텐데 뭐. 이런 미친 벽창우한테 홀라당 넘어갈 정도로 팀장님이 아쉬울 게 뭐가 있다고….”
“너나 나나 참견할 문제는 아니잖아? 그거야 그때 가서 알 일이고.”
“하아….”



어느 쪽으로든 에드릭이 변치 않을 거라 판단했는지, 에사나는  이상 보채지 않았다.




“다음에 보려면 또 한참 걸리겠네요.”
“모르지 그건.”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예측해봤자, 현실이란 게 매번 뜻대로 굴러가는  아니니까.
어쨌든 이래라저래라 에사나를 달랜 뒤, 에드릭은 곧장 바벨픈 군도 방향으로 향했다.


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까지는 순간이동 마법의 도움으로 금세 이동했지만, 여기서부턴 배로 건너야 한단다.


“안개도 많고, 기후도 부적절해서 열기구 타고 나돌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거든요.”



거기다 기후며 환경 탓에 마법을 다루기가 평균적인 지대보다 훨씬 힘들단다.


저쪽 군도 출신에 강력한 인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건, 전체적으로 살기 버겁고 어려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만으로, 대륙 기준으론 상급 전사며 마법사, 기타 숙련자일 여지가 농후하기 때문이란다.

각 나라의 유명 인물, 빠르게 출세해 입지를 굳힌 이들 가운데선 바벨픈 군도 출신의 인물이 적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심지어 그런 탓에 일부러 그쪽 출신을 배우자 및 데릴사위로 데리고 와서 후대를 도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본사 쪽하고 얼마나 연관이 있으려나.’


에드릭은 어촌 마을에서 배와 함께 뱃사람을 빌려 아무쪼록 군도를 향하는 여정에 첫발을 내딛기에 이르렀다.


스마트폰을 통해 기존 이들에게 파악한 군도의 크기는 흩어진 섬들을 하나로 합치면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크기. 흩어진 것들 액면을 들추면 제주도에 2배는 넘는단다.

군도임에도 의외로 해양 기술이  발달한 지역도 있다는데 이유는 섬들 내의 문화 및 기술, 문명 차이가 확고하단다.


아예 수영도 못 하지만 짐승 및 마물을 부려 날아다니는 부류들이 있는가 하면, 태생적으로  밖에 얼씬도 않고 그곳에만 머무는 이들까지.

그럼에도 섬의  취지에 맞게 해양 기술이 발달한 섬들이 주류로서 군도의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들었는데, 열에 아홉은 해적이란다.


그리고 열에 하나는, 해적은 아니되  해적 무리의 꼭대기에  있으며, 군도 내에 유일 왕정 국가에 가까운 부족 국가를 형성해 있다 하는데, 철저한 족벌주의적 체계가 갖춰진 터라, 사실상 신라의 성골 진골을 나누던 골품제  빡빡함을 자랑한단다.

이미 봤던 내용들이지만, 여기서 팀장님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대한 것도, 솔직히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멜크리우스란 이름도 대륙에서 쓰는 가명이라 했으니까.’


애초에 군도 출신이 외부로 나설 땐 외부 이름이 따로 나눈다고 하는데, 보안 문제 때문인지 어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제국 시절에도 군도 쪽 세력들은 은인자중했으며, 개개인들이 군도를 나서 대륙에 스며드는 게 일반적.


거기다 그쪽 출신 해적은 각 나라의 해군들조차 벌벌 떨게 했다는데, 대륙의 구조상 해상보단 아무래도 육상의 비중이  높기에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는 해적 쪽이 아무래도 강력한 건, 어릴 적부터 평생 말을 타고 사냥 다니는 유목 부족과 그게 아닌 정주민의 차이라 봐도 무방할 거다.

거기다 뱃사람들 기질은 다분 알아줘야지.


‘기후 변화가 극심한 바다다. 언제 살고 언제 죽을지 모르고, 변화가 무쌍하니 그걸 보고 자라온 이들의 성향은 대체로 사납고 야무지다고 했던가.’


실제로 살아온 지역, 환경 여부에 따라 인간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먹고 살기 좋은 환경, 또 기후과 느긋한 곳은 대체로 느긋함이 일반적인 반면, 변화가 심한 지역이며 생존이 어려운 환경일수록, 허투루 행동하거나 시간을 썩히고 죽이는 일이 적은, 흔히 말하는 전투적이며 호전적 성향을 갖게 되는 경향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이건 대한민국의 여타 사투리만 봐도 고스란히 그 여파가 담겨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언어 구조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띈다는데….

‘간만에 번역 목걸이 끼네.’

군도 쪽도  제국 여파로 대륙어며 공용어가 모자라진 않겠지만, 원래 이런 베타적인 지역에선 외지인은 뭐가 됐든 경계를 사기 일쑤.


그럼에도, 신기한  에드릭이 군도의 어느 섬에 도착하기까지, 장장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심지어 순풍까지 탔는데도, 무엇 하나 방해하거나 훼방을 놓는 이가 보이질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안개가 그윽한 바다 위에,   앞도 보기 힘든 곳을 한  시간 이상 나아갔을까.


불현 듯 안개 사이로 어두운 음영이 지더니, 졸지에 숨겨져 있던 성채가 드러나듯, 갑작스레 군도의 높다란 산과 기암괴석 등이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암초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다 위 곳곳에 줄기와도 같은 괴석들이 올라와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자, 그렇게 됐으니… 저번 이야기를 마저 하세나.”

거기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노를 젓던 사공이 갑작스레 노를 놓더니, 배 안쪽에 앉은 에드릭을 향해 배 끄트머리 쪽에 털썩, 엉덩이를 내려놓는  아닌가.


“하면, 숙제는 잘 풀어왔는가?”
“…….”



숙제?


에드릭은 잠시 고심했다.
자신에게 숙제에 대한  언급할 수 있는 인물이 순식간에 넷 정도 추려졌다.
그리고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존재.
동시에 지금 말을 걸어온 그 낌새며 분위기와 음성 등을 토대로 기억을 추린 끝에, 용의자는  한 사람으로 추려졌다.


숲의 현자.

에드릭은 살짝 목을 가다듬은 다음, 되도록 침착한 어조를 살려 물었다.

“이 시점에 모습을 보이실 거라 예측을 못 했습니다만… 꼭 답이 필요하신지요?”
“무어라? 자네 지금 해고되고 싶은 건가?”
“…….”

등골이 쭈뼛 섰다.

저리 직접, 마치 왜 그렇게 당연한 걸 묻냐는 식으로 훅 찔러대자, 에드릭은 순간 할 말이 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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