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88)화 (388/454)



〈 388화 〉116.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닌…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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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니 누가 오긴 했다.
무려 1시간씩이나 대기타야 했지만.


“자네인가?”


체구가 곰과 같은 중년인이 더듬지 않은 짧은 수염을 엄지로 문대며 에드릭을 관찰했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지만, 우선 따라와.”
“…….”


덧붙여서.




“우웅?”

루넨브리스도 용케 그 전에 도착해 무사 합류.
중년 사내를 따라 에드릭은 수림 안쪽에 틀어박힌 괴상한 마을, 주거지를 떠나 다시 안개가 무성한 해안가 인근까지 나오게 됐다.

“가세.”
“……?”



가자니 어딜요?


아무렇지 않게 바닷물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하는 사내를 보며, 에드릭은 인지 부조화를 느꼈다.

뭐지? 왜 아무렇지 않게 바다로 기어가는 거지.

무려 중년 사내의 허리 인근이 바닷물에 잠긴 뒤에야 에드릭도 대충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뭔가 있거나 아님 수영한다던가? 자살 지망은 아닐 테고….’



주변에 배라도 있나 싶어 감각을 넓혀보나 전혀… 그런 건 느껴지지도 않고.
애초에 이런 뭍에다 배를 댈 정도로 주변이 정리된 것도 아닌 지라, 배를 탄다 치면 최소 작은 배를 통해 어느 정도 이동해서 탑승하게는 정석일 터.



“뭐하나?”
“…바닷속으로 가는 겁니까?”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아니, 당연하지 않다고요. 뭘 아무렇지 않게 그러시는 겁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저야 그렇다 쳐도, 보통 바닷물 속에선 숨을  쉽니다만.”

숨뿐인가. 수영 못 하면 허우적대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게 인지상정.
혹시라도 상어 같은 거라도 있어봐라.  얼어죽을 상어냐 하면 해파리는?


아무튼 바다라는 건 미지의 영역이다.


물을 가까이하는 에드릭이지만, 적어도 에드릭은 현실이든 이쪽 판타지 세계든 어디든 간에, 바다와는 그리 친숙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



사내는 뭔가 납득이 안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깨우친 듯 짧게 탄성을 입 밖에 내는데….

“그렇군! 자네는 그렇다 쳐도 저 아이는 물 속에서 호흡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로군?”
“…….”



뭘 당연하게 물속에서도 호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듯 말하는 걸까. 내가 어인도 아니고, 따로 아가미가 달린 것도 아닌데….

그보다 에드릭을 향해 너는 물속에서 호흡 가능하냐? 하고 묻지 않는 거 자체가 에드릭으로선 황당하기 그지없을 따름.

“이걸 쓰도록.”




사내가 손을 휘둘러 무언가를 던지자, 그걸 받아든 에드릭은 잠시간 고뇌했다.


“…….”




뭐지,  조개 껍질은?

“그걸 입에 물면 버티는데 지장 없을 테니, 건네주게.”
“…….”


루넨브리스의 입에 떡하니 물려준 다음, 마지못해 사내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섰다.

‘나야 인체 기관에 국한되지 않으니, 호흡에 크게 연연할 것도 없지만.’


그러기에 어지간한 환경적 요인이 아닌  질식사 할 일도 없다.
물론 억지로 인체 구조를 강제로 형성해 굳힌다면야, 그럴 여지가 있다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그리고 그걸 포기함으로써 되려 위험 요소가 늘어난다지만, 사실 그로 이한 위험보다 인체 본연의 형체를 유지함으로써 생겨나는 위험 및 오류가 훨씬 많다 보니, 아무래도 그러려니 하게 된달까.



‘그래 봤자  아바타고.’




아무튼 수면 위엔 안개가 그득하다 보니, 물에 잠기자마자 시야가 꽉 막히고야 만다.

햇볕이 강렬하더라도 바닷물 속 깊숙한 곳까지 빛이 닿지 않는 만큼, 하물며 볕조차 안개에 차단되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가시거리가 절망적일 수밖에.


그럼에도 에드릭은 감각을 바탕으로 그의 뒤를 무작정 따라나섰으며, 헤멜 여지가 있는 루넨브리스의 손을 붙들어 혹여라도 녀석이 어딘가로 떠내려가거나 방향 및 길을 잃지 않도록 덩달아 관리해야만 했다.

사내는 마치 당연히 에드릭이 잘 따라올 거라 여기는 양 빠른 속도로, 거의 물고기 못지않게 특정 위치를 산정하고 헤엄쳐 나아갔는데, 배려따위를 할 생각이 없다는  아주 확연하게 느껴졌다.

‘시험을 하는 건가,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건가….’

아리송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했는데, 대체로 잠수한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한참을 내려가야만 했다.

이로서 걱정되는 건, 루넨브리스의 신체 쪽.

‘수압도 그렇고….’


그나마 호흡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니 그 점은 다행스러웠지만, 여기서 몇백 미터만 더 잠수하면 확실히 루넨브리스의 굳건한 신체 능력으로도 버티는데 지장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수백 미터는 족히 내려온 덕에, 시야가 완벽하게 칠흑으로 뒤덮여 버렸다.
평범한 인간이었음 그 자체로 공포에 질려 버렸을지도.


아니, 솔직히 물과 내가 하나라 자부하는 에드릭조차 심해의 공포에 무심코 몸을 떨 지경이었다.

‘이러다  일 생겨 빠르게 부상해야 하는 사태라도 벌어지면… 큰일인데.’


 정도로 잠수했다면, 떠오를 때도 침착하게,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올라가야만 한다.


안 그러면… 부작용을 넘어 치명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테고.
에드릭 자신은 괜찮다.
허나 루넨브리스는….


그러한 불안감을 떠안은 채 온갖 상상을 하던 중.
돌연 중력이 확연하게 느껴지며 몸이 차분히 바닥 위에 안착하게 됨을 실감했다.
바닷물이 빠지고 다시금 산소가 차오르는 걸 실감한다.


“……?”

뭐지?

신체며 옷과 신발 등.
젖은  영 퍽퍽했기에 곧장 물기를 빼내 축축함으로부터 벗어났다.
루넨브리스도 덤으로 도와줬고.




“호오, 몸을 그런 식으로 말리는 건가.”


사내의 감탄사.
정확하게는 말리는 게 아니라, 그냥 물기를 빼내는 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야는 어둡기 그지없기에 에드릭은 등불 하나 없이 앞장 서는 사내의 등을 감각으로 쫓으며 마냥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을 쫓았을까.
돌연 주변이 밝아졌다.



“……?”
“우웅?”



뜬금없지만, 갑자기 광활한 영역이 눈 앞에 펼쳐지며, 시커먼 세상 아래 마치 은하수에 펼쳐진 별처럼, 온갖 건물들이 빛을 내뿜으며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자,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건 뭐….’




판타지라기보다는 SF적 풍경이잖아?
그렇다 쳐도 아예 판타지와 동떨어진 건 아니다.

전체적 배경 자체는 판타지 세계관에서 나올 법한 심해 도시, 왕국 같은 느낌인데, 전체적 건물 구성은 현대의 밀집형 도시와 유사했다.


아파트며 오피스텔 비슷한 것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으며, 태연하게 자가용 비슷한 게 굴러다닌다.

지대가 높다 보니 도시가 한눈에 보이기에 그러려니 하는 거지, 실질적으로 그 규모는 대한민국 내부로 치면 하나의 무슨 무슨 구라 불릴 급의 규모였다.

심지어 지형도 일정치 않았는데,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조를 끼워 넣고 맞춘 느낌이랄까.


“뭔가? 마치 처음 와본다는 것처럼.”
“처음 맞는데요.”
“응? 처음이라고?”


중년 사내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한다.




“처음인데 여기까진 어떻게 따라온 건가?”
“그냥 무작정 따라온 거죠.”
“그게 가능은 한가?”
“…….”

당신 입에서 그 소리가 나오는 건가.

“길잡이야 그렇다 쳐도, 신체 개조를 받지 않으면 이 근방은 얼씬도 못 할 텐데.”
“다행스럽게도 제 몸이 정상은 아니거든요.”



그러고는 에드릭은 자신의 손을 곧장 물로 변화 시켰다.



“그렇군. 다른 의미로 개조를 받은 건가.”
“…….”

개조가 아니라 이건… 아니 됐다.


“그렇다면 그쪽 아가씨는 어떻게 버틴 거지?”
“평범한 인간이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에드릭은 그녀의 큼지막한 귀를 가리켰다.

“수인이더라도… 흐음.”



저쪽이 어리바리한 건지, 우리가 특별한 건지.
어쨌든 상대의 편견이 해소됐기에 묻는데 어려움은 사라졌다.


“그래서 여긴 어딘 겁니까?”
“해저 도시지.”
“그건 압니다.”
“이름은 없어. 해저 도시라고만 불리지.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고, 우리들 사이에선 이런저런 이름으로 부르지만, 고유 명사를 정하거나 칭하지 않도록, 이 부분은 철저하게 공시되고 있으니까.”

고유 명사라.
마치 본사를 본사 외에 특정 명칭, 명사로 지칭하지 말라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는데, 기분 탓은 아닌 거 같은데.


“스마트폰은 가져왔나?”
“예….”
“네비게이션에 위치를 전송해둘 테니 그쪽으로… 뭔가? 자네 앱이 없나?”
“…….”

애초에 루넨브리스 있는 마당에 스마트폰 이야기하는  자체가 오류입니다만?



“이거야 원. 하면 문자로 보낼 테니 알아서 찾아보게. 혹여 도시를 탐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언어만 맞다면 헤맬 일은 없습니다.”
“그건 걱정말게. 각 종족, 세계관 별 언어로 알아서  치환될 테니.”



뭐냐, 그 오버 테크놀로지는.
아니지, 그냥저냥 만능 매직이냐?

그는 중요인물은커녕 흔하디 흔한 안내인 정도밖에 안 됐다.


평소의 에드릭이었다면 이미 통성명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꿰찼겠지만, 확실히 그도 스스로 긴장하고 있음을 거듭 상기할 수 있었다.


‘괜히 관계자인 줄 알고 쫄았잖아.’

솔직히 무턱대고 바다로 잠수해 따라오라고 하니, 시험이랍시고 괜히 있어 보이는 척하려 애썼건만….




‘그럴 필요가 있긴 했고?’


어쨌든 에드릭은 루넨브리스를 등에 업은 채, 빠르게 이동하고자 곧장 고지대에 아래쪽으로 곧장 몸을 날렸다.




“이보게!”


여태 눈 하나 깜짝 안 하던 중년 사내가  행동엔 정색하며 외쳤으나, 에드릭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어줬다.

‘뭔가 부조리가 느껴지는 구조의 도시들이네.’


상가는 무엇 하나 안 보이는, 거주 구역 느낌이 다분한 공간.


그나마 도로가 있고, 도로 위를 굴러다니는 차량들이 보이는 게 인상적일 따름이지만… 그러기에 위화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어디 보자.’


에드릭은 스마트폰을 들어 문자로 온 이미지와 설명 내역을 살피며, 가야 할 곳을 대강 추리기 시작했다.


그보다….



“루넨, 이제 뱉어도 돼.”
“퉷!”
“아니, 버리진 말고.”

에드릭은 루넨브리스가 뱉은 조개를 낚아채곤 대강 주머니 속에 넣어뒀다.

‘나갈 땐 어찌 나가려고 그걸 뱉냐.’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에드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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