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25)화 (425/454)



〈 425화 〉128. 시스터, 아니… 프리스티스.(2)

거기다 분위기 자체만으로 이후 일어날 사태가 대강 파악되기까지 했다.
그러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충동적인 건 아니죠?”
“어떨 거 같나요?”



종교 활동이라는 건 어느 의미로 정치의 일각이기도 하고, 정치 모략 술책 등에 능하면서도 신앙심과 순수성을 지니기란 요원하지만, 그럼에도 그걸 지닐 수 있다면 그건 다른 의미로 참되고 굳건한 종교인이 아닐까 싶다.
물과 기름은 섞일  없지만, 억지로 섞어대면 그럭저럭 모양새는 나오니.


사실 그녀도 좋고 나쁘고, 더럽고 추잡한 꼴은 다 겪어본 백전연마의 종교인이기도 하니 아직도 그녀를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시스터라 여기는 건, 과한 편견일지도.




“오는 거 마다하지 않는 주의긴 합니다만, 종교적인 신념까지 어기며 엮이려 한다던가, 그런  아니시죠?”

과거에 순수했다 쳐도 시간이 지나 타락하고 퇴락하는 건 흔해 빠진 일.
그래도, 그녀가 그런 식으로 바뀌어 속물적으로 자신에게 엮인다 생각하면, 뭐랄까. 상상만으로 가슴이 조금, 찡해진달까.


물론 그 이상으로, 흥이 돋는 구석도 있지만.



“순결 서약에 관해서는 괜찮습니다. 여긴 꿈속이고, 현실상에서 저는 죽는 그날까지 순결을 지켜보일 작정이니까요.”
“음….”
“그러니 이건 우리 둘 사이의 비밀이 되겠군요.”
“…그럭저럭 합법적,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비밀 말인가요?”
“후후후.”


정교회 측에서 그녀를 순수한 의도로 보낸 게 아니라는 건 뭐…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겠지.
그렇다 쳐도 더욱 관계를 굳건하게 해둘 필요가 있긴 했는데, 이 정도 되는 비밀이라면… 서로한테 썩 나쁘지 않은 발목 걸이 정도는 돼 보였다.



“정교회 측에 뭐 강요당했거나 이용당하고 그러시는 건 아니시죠?”
“유느미라 황녀 전하께서 추기경 예하 한 분과 논의 끝에 이렇게 진행하기로 결정 내렸다고 합니다.”
“…….”


여기에도 팀장님의 마수가….


“그보다 중요한 건  의지였지만요.”
“어차피 답 정해놓고 선택하라는 식으로 밀어붙였겠죠.”




그녀라면 뭐… 그러고도 남지.
거기다 카멜린이 에드릭에게 가진 호의, 호감, 친애 등을 적극 이용한 것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그녀가 이런 쪽으로 타협, 납득을 했다는 거 자체가 어느 정도 그럴 마음이 있었다는 걸 완전히 부인하긴 어려웠다.
…나름 기쁜 오산이지만.



“어디 보자, 그녀라면 대략 이렇게 이야기했겠군요.”

에드릭은 크게 고민할  없이 말했다.

“현실에서의 그는 홀몸이 아니나, 꿈속에서는 너만의 남자다, 뭐 이런 거?”
“…언질을 받으셨는지요?”
“아뇨, 제가 그녀 입장이었다면 그런 쪽을 공략했겠죠.”



이건 카멜린이 에드릭을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는 베이스가 깔려있어야 가능한 방식이기도 했다.
이게 답이 아니라면 또 다른 답도 몇 개 있지만… 지금 느끼는 감동과는 별개의 그런 걸 느꼈겠지.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만큼은 충실히, 당신만의 남자가 되겠습니다.”
“쉽게 받아들이시네요.”
“하겠다고 카멜린이 마음먹었다면 이미 결정  거죠.  언제나 카멜린을 향해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으니까요.”
“그건 기쁘신 말씀.”




연분홍 빛으로 빛나는 두 눈이 실로 흥겹다는 양 호를 그린다.
초창기 인연도 있지만, 원래 소유할 수 없는 인물이, 매력적인 공략 불가 히로인이  번 꽂히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끌리기 마련 아니겠나.
아마 내가 이런 쪽으로 선을 마구 넘어대는 부류였다면, 카멜린은 진작 합을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애를 여럿 달고 다녔어야 했을 거다.

어림도 없지. 어딜 자제해!

그녀는 거시기를 화나게 하는 천재적이 재능을 소유한 여성이었다.

거기다 종교적, 성스러운 인상, 분위기마저 패시브로 지녔고, 작금에 이르러선 이게 몸에 확고하게  탓에 더욱 그런 분위기가 짙어져 있었다.

즉, 배덕감을 한껏 부풀린 심성으로 접하고자 하면, 이보다 매력적이면서도  돌아가게 하는 여성이  있을까.


물론, 그런 낌새를 대놓고 보일  없었지만.



‘음, 이건 좀 아쉽네.’


허리춤 풀 듯, 벨트를 완전히 풀어헤치듯, 정신 줄 놓고 덮쳐대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꿈속이라 그런 욕망이 더욱 부채질 당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그걸 원하지 않은 한, 이쪽은 최대한 신사적 모습을 유지하려는 참이다.
단순 쾌락을 위해 장기적 인상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가치 하락에 힘쓸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
몸을 섞을 때도, 섞은 직후,  이후까지 쭈욱!

에드릭은 그녀들의 이상적인 남성이자, 매력적인 남성, 배우자, 애인, 친구가 되고팠다.
음, 몸 섞고 입술이며 혀를 섞어대는 시점에 친구는 무리 아니냐 싶겠지만, 친구여도 그 정도는 해도 된다 여기는 이들이 결코 적진 않을 거다.
단순히 씨는 받되, 관계는 친구! 이런 기괴한 이들하고도 잘만 놀았던 에드릭이었기에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한때는 판타지 세계에서 귀축스럽게 학대하듯 부려먹어도 전혀 가책이나 거리낌, 죄악감이 존재하지 않을, 그런 적대적 존재가 줄기차게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안 해본  아니었다.
그러나 이쪽 업계에서, 심지어 암투 쪽보단 정치 처세 쪽에 입각하다 보니, 기질 때문에라도 그런 요소를 알아서 사전에 자르고 자르니, 결국 ‘큭! 죽여라!’를 외칠 법한 매력적인 적대적 히로인이라던가, 악역 히로인과 엮이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런 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싫다고 생각하고 당한 걸 떠올리니 뭔가 몸을 섞는 게 되려 토가 나온달까. 얼굴은 예쁘장하고 몸도 매력적인데 물건도 안 서고, 그걸  생각을 하니 되려 속이 뒤집히는 터라, 역시 나는 이쪽은 아니구나 싶었다.


…신대륙 가서는 그것도 일에 일환이라 간혹 전리품 취해 쑥떡쑥떡(?) 해줬지만, 그건 필요했던 거고.

실제로 그래서 복속된 이들도 꽤 많았으니까.




“자, 그럼 우선 손.”
“……?”

카멜린과는 으레 했던 행위.
그녀도 익숙하게 다가와 손을 뻗어줬다.
그걸 붙들고, 가만히 그 감촉을 즐긴다.


이제, 그녀의 허락, 주변의 용인하에 여사제인 그녀를, 안을 수 있다는 건가.
음, 생각만으로 가슴이 요란하게 들썩이는군.


왠지 모르게 새내기가 된 듯한 기분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식으로 종교 관계자에게 꼬리를 치거나 유혹을 대놓고 해서 침실로 인도한 예가 별로 없었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깨달았다.
평판이며 세간의 시선 탓에 의도적으로 자제한 것도 있긴 했지만….




‘카멜린 급의 매력이….’

카멜린이란 압도적 존재를 알다보니, 어느 정도 자정 작용 탓에 아랫도리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할까.
어쨌든 차분히 손을  채로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아본다.

음, 예전에는 상상으로만 했을 뿐, 실제로 해보진 않았는데 말이지.
혹여 껴안는다 쳐도 인사며 포옹 정도였고.
이조차도 애써 그런 쪽으로 안 떠올리려고 항상 무념무상을 되뇌야만 했지.

그러나 이젠 아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덕분에 아래쪽은 벌써 터질 것처럼 잔뜩 열이 올라 부풀어 있었다.
아마 그녀도 허벅지며 골반, 하복부 부근에 느껴지는  거대한 열기를 실감하고 있겠지.

음, 경망스럽게 안 비치면 좋으련만.


서로가 각자의 옷가지 사이로 본심과 맨살, 맨몸이 가로막히고 격리돼 있다지만, 그러기에 더욱 달아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짝 밀착하는 것만으로, 기분 좋은 향기와 알싸한 기분이, 술에 취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즐거움을 자아낸다.


아직 삽입은커녕 단순히 포옹 정도인데도 이 정도라면, 아래쪽 합을 맞춘 시점엔 또 다른 천국이 기다리고 있겠군!

‘하지만.’

우선은 껴안자.
이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녀 또한 마주 안아온 덕에 아래로는 에드릭의 페니스가, 위로는 그녀의 푸짐한 가슴이 서로의 존재감을 적극 주장하며 애간장을 태워댔다.



“언젠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꽤 많이 했었지요.”
“그런가요?”
“그래도 카멜린을 존중해야 하니 계속 참았지만요.”


사실 데려와서 동거한 직후서부터 계속 그런 쪽 기회가 오지 않을까, 아님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 엄청 했다.
실제로 그런 조언도 많이 들었고.

그러나 몇  진지하게 대화를 해본 시점의 그녀는, 자신의 천형에 가까운 능력과 기질을 해소하고, 진실한 의미로 평범한 삶을, 또 그런 자신을 받아준 신앙에 충실하고자 하는 그런 각오와 다짐이 남달랐기에, 에드릭은 사심을 최대한 내려놓고 그녀의 의지와 노력에 동조하는 친우가 되고자 했다.

어쨌든 에드릭의 작전은 성공한 셈.

늘 매력적이면서도, 헌신적이고, 이타적이면서도, 이지적인 면모를, 상냥하게 내보인 그 평상시 인상, 끊임없이 발전하고 이어지는 그러한 인상, 태도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이러한 기회를 가져다준 걸 거다.

만약 억지로 그녀를 취했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 천국을 걷고 그 품에 안긴 듯한 이런 감상을, 기분을 어찌 느낄  있었을까.
육체적 쾌락, 단순한 여흥에 심취해봤자 그건 잠깐.
그조차도 더한 자극이 없으면 쉽게 수그러든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 마치 정해진 수순에 따라 왕도를 따라 마침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을 맺느 동화 속의 최후미, 마지막 클라이막스이자 절정처럼,  순간에 도래하는 기쁨은 정말로, 더할 나위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자연스레 그녀의 사제복을 벗겨낸다.
벗겨내는 것조차 가슴이 뛴다.


그리고 그걸 거부감 없이, 오히려 호응하듯 몸을 대주고, 순응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더한 기쁨으로 다가왔다.
손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천의 감촉이 사라지고, 태초서부터 으레 존재해 왔던, 피부와 살의 감촉이 느껴져 왔다.


아직은 등, 어깨, 팔 부근이지만, 옷 한  사이로 그녀의 묵직한 가슴의 무게가 적나라하게 눌려오고 있었다.
그저 사제복 하나가 사라졌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감동은 배가 됐다.



“이렇게도 할 수 있어요.”

그러며 그녀가 손가락을 가벼이 휘젓자, 에드릭의 옷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오….”




그러고 보니 여기 꿈속이었지.
졸지에 알몸 상태가 된 터라, 마음속에 자리 잡은 안정감이며 안도감 등이 한꺼풀, 그것도 예고도 없이 벗겨진 탓에, 다른 의미로 부쩍 긴장하고야 말았다.

물론 기분 좋은 긴장감이다.
덕분에 아랫도리가 꿈틀거렸는데, 크기가 상당한 탓에 한 번 고갯짓하는 것만으로 녀석의 존재감이 부쩍 늘어났다.



“처음 봤을 때도 컸지만, 지금은 정말로….”


그러면서 생전 본 적 없는… 아니, 최초에 그녀와 만나 꿈속에서 서로를 갈구했을  보았던 그 모습이, 지금은 그보다 더욱 능숙해지고, 농밀해진 모습으로 숙성되어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에드릭의 애간장을 아주 단단히 녹여내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성장했는데, 그녀는 다른 의미로 성장했네.’


전체적 매력이 플러스알파가 된 탓인지, 고작 그녀의 손길이 페니스에 닿을 거뿐인데도, 뜨겁게 부푼 육봉에 닿은 것뿐임에도, 분위기와 기분에 취한 탓에 벌써 사정하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았다.


몸과 마음이 간만에 마구 들뜨고 있음을 아주 절실히 실감한다.



어쨌거나 이제 시작이다.
바깥 현실이 어떻든 꿈속의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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