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28)화 (428/454)



〈 428화 〉129. 설마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는 건…?

“?!”

잠에서 깼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전처럼 꿈에서 열렬하게 싸고 지린 여파가 현실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음, 그녀도 성장한 걸까.
다만 조금 전까지 꿈이 현실처럼  체감되는 터라, 현실상에선 써먹지도 않은 거시기가 묘하게 얼얼한 느낌이 들었다.

‘뇌의 착각이겠지만.’


그 외에 감각 기관이며 세포들까지 영향을 받은 듯 느껴지지만, 현실이 아닌  명확했다.
그랬으면 몸이 얼얼하기 이전에 전신이 땀범벅이 됐어야지.

그 외에도  직후 느껴지는 부담이라던가, 위화감 등도 적고.

“…….”

에드릭이 깼듯 카멜린도 멀쩡히 눈을  채로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오히려 그녀 쪽은 잠들지 않았다는 양 멀쩡히,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고 있던 터라, 누가 보면 이쪽만 졸다  듯한 모양새.
그럼에도 은근히 눈매를 좁히는 그녀의 표정, 눈초리로부터 알게 모르게 유대감을 실감한다.


‘쩔긴 쩔었지.’

근래에 눈치 보느라 함부로   것도 있지만, 설마 꿈속에서 100번 이상 사정을 해댈 줄은….
심지어 그게 또 잘만 버텨졌다.
보통 그 정도로 쾌락에 절여지면 혼이 나가거나 정신이며 얼이 훅 빠져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넉넉했지.’

신대륙에 눌러앉아 개척에 종사할 당시, 몇몇 부족들과 기 싸움하던 과거엔 심지어 정령체가 아닌 상태로 수십의 여성들이 만족할 때까지 수일을 쉬지 않고 허우적댄 적도 있으니까.
그땐 알리샤 누님의 정력제가 참으로 도움이 됐지.
지금으로선 없어도 그만이지만.

사용하여 감각을 예민하게 하여 더욱 성적 쾌감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그건 딱히 그걸 마시지 않아도 신체 내부를 자체적으로 조작해 감각의 리미트를 해제하거나 풀어놓는 것만으로 재현하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약품의 작용이 몸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만 알면, 그 뒤엔 흉내만 내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보면 참 만능에 가까운 신체라니깐.

“그보다 지금 깨게 한 이유가 따로 있는 건지요?”
“인기척이 가까워져 갔거든요.”


아하.
그렇게 하는 와중에 외부마저 신경을 쓰셨다?
역시나 자기 관리의 명인다운 저력이다.

그리고 10초도 채  돼서 문이 열리며 익숙한 그녀들이 반가운 얼굴로 에드릭을 향해 다가왔다.
에드릭은 그녀들과 편하게 인사말을 나누며, 언제 꿈속에서 질펀하게 즐겼냐는  그녀들의 갑작스런 합류에 적극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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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고, 사정상  모인 이들을 제외하곤 한 차례 더, 브리앙르에게 이야기했던대로 에드릭이 이곳에 방문하게 된 연유를 차분히 일러주었다.
반응은 가지각색.
어쨌든 에드릭은 그녀들에게 선택지를 내맡길 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권력 맛에 빠져 변질되거나 변할 거 같다면, 차라리 이런 상황을 이어가는 게 맞다는 개인적 의견까지 더 했고.
애초에 자신의 여성들에게 따스한 에드릭이지만, 그렇다고 선을 아예  긋는  또 아니었다.

실제로  문제는 신대륙에 당도할 당시, 에드릭이 개척지며 일부 주둔지, 키워낸 도시들에서 에드릭이 품고 어울렸던 여자들을 쳐내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던 카멜린은 더욱 잘 알고 있을 터다.

아마 눈치껏 에드릭이 없을  이를 그녀들에게 설명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녀가 마냥 순진하고 순수했다면, 파라메라 대륙에서 정교회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긴 어려웠을 테니까.

사실  시점에 이미 프리스티스라 불러도 모자람은 없었지만, 그녀는 마치  없이 백의종군하듯 철저하게 겸손과 겸허를 온몸에 두른 채 진솔한 태도로 현실과 맞서왔다.
그리고 그게 제대로 통한 걸 테지.

그러기에 파라메라 대륙에선 현재도 카멜린의 영향이 제법 크다 볼 수 있었다.
이미 그녀가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를 대신하고자 더 높으신 분들이 왔다지만, 그럼에도 그녀와 같은 적응을 이루기란 요원한 일.

그조차도 카멜린이 잘 부탁한다는 적극 협조 등을 현지인들에게 전파했기에 빠르게 순응한 거지, 그도 아니었으면 적응은커녕 목숨이 매 순간 위태로웠을 거다.
어쨌든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천부적으로 처세 및 정치적 대응이 무척이나 탁월했다.

본인은 그저 신앙에 따라 자기 할 일을, 갈 길을 가는 거에 불과하다지만, 그렇다고 융통성이 없고 앞뒤가 꽉 막혀 교리에만 입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십수 년 지나도 얻기 힘든 정치력인데, 이것도 재능의 영역인가 싶었다.

이를 보며 당시 함께했던 후배인 릴리에나는, 여우의 탈을 쓴 엘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근데 뭔가 비유가 이상해서 아직도  소리인지 제대로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어쨌든 이야기가 일단락되니 당연하지만 잠자리 이야기로 접어든다.

음,  아무렴 어떤가.
 하면 되지.
에드릭은 여유로웠다.
심지어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꿈에서 너무 질펀하게 해대서… 반쯤 현자 타임이 왔달까.

그렇다고 안 할 거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매력적인 여성이 성적 어필을 한다.
하물며 이제는 대놓고 애인이라 자부할 수 있는 그녀들.

애인뿐인가.
적어도 에드릭에 한에선 부인으로 삼아도 상관없을 지경에 이른 마당에.
그러다 보니 겸사겸사 떠오른다.


‘아르세이유도 들리긴 해야겠지.’

일단 교통정리도 해야 할 테고.
파라메라 대륙 쪽에서도 필시 에드릭의 핏줄, 혈육들이 있을 거다.

에드릭이 오죽 많이 씨를 뿌렸을까.
다만 그들 가운데 이를 명목으로 황실에 입성하려 든다거나, 뭔가 묘한 움직임을 보이려 한다면?
그 부분에 한에선 철저하게 선을 그어둬야지.


“…….”

그러기 싫어서 가급적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던 건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책임을 져야 한다.
뭐 안 그래도 누가 뭐라 하겠냐 싶지만, 남들에게 민폐 안 끼치고  먹고 잘 살자 주의인 에드릭으로선, 첫째로 남에게 일방적 민폐를 끼치는 그 상황 자체가 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류에 속했다.

어느 의미론 편집증에 가까울지도.
흔한 적폐 논리로 내로남불을 시전하는  인생을 꿀맛 같이 즐기는 최대 비결이라지만, 타인의 슬픔과 분노, 절망을 양분 삼는 취미는 없었다.

‘적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적을 대할 땐 더욱 냉정하게, 할 일 하는 거지만.

죽여야 할 놈은 죽인다.
후환은 절대  남긴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아쉬운 상황 없도록 사전 조치를 취한다.

…이래야 서로가 편한 거다.
괜히 죄책감이라던가 죄악감 때문에 일 그르치고, 동정을 베풀다가 누구 좆 돼라고?

자신만  먹으면 다행인데 이 시점엔 주변이 싹  엿을 먹는 게 아니라 칼을 먹든 화살을 먹든 독을 먹든 뭐든 간에, 온갖 수모와 굴욕과 치욕이 뒤따르게 될 터다.
어차피 상대와 척을 진 시점에 답이 없다.

회유도 안 되고, 설득도 안 되면… 죽여야지. 별수 있나.
어디 먼 곳으로 보낸다? 거기서 힘 기르고 와서 다시 도전하라는 거냐?
에드릭은 그런 불안 요소를 도무지 내버려  수가 없었다.


‘차라리 누가 말한 것처럼 적을  가까이 둬서 시야 안에 둔다면 모르겠지만.’


안 보이면 불안하다.
애초에 애인들이 자신 덕에 물 먹고 엿 먹을까 봐서 최대한 관계를 감추는 건데.

에드릭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남 부러울 거 없는 그녀들을 대놓고 애인이니 부인이라며 떠벌리고픈 충동을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럼에도 자제한 건, 첫째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근본점.

뭐 본사에선 사귀는  그렇다 쳐도 결혼 안 되고 애를 낳는 것도 안 되며 정착도 불가.
지금은 그게 완화됐다지만, 어쨌든 제약은 여전했다.

그리고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이 부분은 팀장님이 확실하게 경고를 줬겠지. 선배도 그렇고.
오히려 지금처럼 부인으로 들이라, 후궁으로 받아들여라 하는 건, 사실상 그 제약 중 일부가 해제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그러면 뭐… 책임을 질 여지가 생긴 거니 마음은 조금 편해지긴 했지만….


‘그만큼 적이 늘어서 다른 의미로 문제잖아.’

황제라니. 이게 무슨  같은….

팀장님이 굳이 그녀들을 끌어안으라 지시한 건, 그런 에드릭의 불안해하는 요소를 잘 헤아려 사전에 손을 써두라는, 일종에 배려 같은 걸 거다.
따지고 보면 그녀로선 아니꼽고 못마땅해야 할 일인데, 되려 큰맘 먹고 통 크게 이를 허락해준 셈이니까.
제아무리 자유롭다 한들, 누가 자기 애인, 남편이 다른 이와 꽁냥 대고 부대끼는 걸 좋아하겠나.

…남자와 여자가 입장이 다르다지만, 에드릭이 같은 입장이었어도 이건 좀….

“일단 다른 생각 말고.”


당장을 할 거나 해야지.
어느새 준비한 건지 사람 네다섯이 드러누워도 공간상 부족함이 없는 침대 위엔, 네다섯 되는 여성이 에드릭의 막대한 힘에 꺾여 혼절해 있었다.

그대로 잘까 하다가, 에드릭이 애써 몸을 일으켜 조용히 그녀들이 깨지 않도록 자리를 떴다.
그리고 어느 방으로 향하자.

“끝난 건가?”

바헬루스가 의외라는 얼굴로 아래만 천으로 가린 채 등장한 에드릭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충은요.”
“그럼 여긴 왜?”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서요? 아님 할 말이 있다거나?”
“그건 내일이어도 상관은 없는데 말이지.”

한창 섹스에 맛을 안 시점엔 정말 미친 듯이 들이대더니, 저번에 카일론 왕성에서 봤을 때도 그랬지만, 묘하게 그런 티를 내지 않는  보면… 절제력이 좋은 건지 그 이상의 재미를 찾은 건지….

아님 에드릭이 자리를 비운 시점에 작정하고 사내 여럿을 끼고 극한의 역하렘 플레이를 즐겼다던가?

“그래서 다음엔 어디로 갈 참인가?”
“아르세이유라고  어디냐, 큰 무역 도시가 있습니다.”
“아, 거긴 나도 들려봤지. 활기가 아주 넘치더군.”
“좀 많이 넘쳐야죠.”


되려 너무 지나쳐서 부담스러울 정도지.
애초에 튜토리얼 끝마치고 거기서 스타팅 포인트를 찍고 시작한 에드릭이기에 무난히 적응한 거지, 다른 곳에 있다가 거기 갔으면 다른 의미로 적응기가 필요했을지도.


“그래서 이곳에 와서 만족할 만한 결과는 얻어냈나?”
“음, 기본은요. 아직 알리샤 누님이나 에우리에 누님을 못 본   그렇지만요.”
“첫사랑이자 첫 관계를 맺은 관계였다고 했던가?”
“누가 그래요?”
“알리샤가 그러더군?”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동정 딱지를 떼면서 느꼈던 그 극한의 쾌락은, 다시 떠올려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만큼  시점에, 상상조차 못할 타이밍에 그러한 극한의 전개로 마구 섹스를 해댈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그래도 그 덕에 여러모로 행복했었다.
이쪽 세계에 대한 기대며 희망도 과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었고.
 첫 단추를 알리샤와 에우리에가 제대로 끊어줬기에, 에드릭은 여전히 이곳 세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쭉 일관하며 대할  있었다고 자부했다.

이곳 세계도 당연하지만, 이들 기준에선 현실 세계이기에 그만큼 어둡고 질척하고 탁한, 추잡하고 더러운 구석이 도처에 널려 있는 세계.
그럼에도 에드릭은 최대한 긍정적이면서야 양적인 영역을 살피고자 노력했고, 음지에 발을 담그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밝은 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일 거다.

어차피 음지라 해봤자, 현실의 그 암울한 환경에서 쉴  없이 구르던 경험에 빗대면, 이곳에서의 에드릭은 철저한 특권층이자  놈이자 될 놈. 심지어 본사라는 백도 마구 뒤를 밀어주는데, 겁먹고 움츠릴 필요가 어디 있을까.


“제가 이곳 세계에 대해 실망하지 않고… 아니, 좋아한다는 낯부끄러운 소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게 그녀들이었으니까요.”


딱 그 시점엔 알리샤하고 에우리에와 결혼해 사귀어 무병장수하는 꿈을 수십 차례나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상상하고, 그랬었으니까.
…뭐 환락의 도시 아즈라엘에서 어처구니없는 연수를 받으며 또 다른 극한의 충격과, 다른 의미로 시각을 넓히게 됐다지만, 근본은 어디 안 가는 법이다.

그래서 그만큼 첫인상이, 첫 경험이 중요한 거고.

“그렇군.”


되려 바헬루스를 신경 써주러  건데, 막상 말하다 보니 이쪽이 상담을 하게 되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역시, 연륜은 속일  없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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