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화 〉129. 설마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는 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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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잠들었지.
바헬루스는 잠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오셨네요?”
조금 전까지 방 한쪽에서 에드릭하고 영양가 없는 말을 주고받았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의혹은 금세 풀어졌다.
“괜한 짓을.”
“뭘요. 바헬루스 님도 거절하지 않으셔 놓고.”
카멜린이 차분히 미소 짓는 모습을 보아하니, 얼추 짐작이 갔다.
신수이긴 하나 경계심을 풀고 있던 점도 있었고, 애초에 그녀에 대해선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그런 게 있다 보니, 그녀 측에서 자연스레 자신을 꿈으로 인도한 듯 보였다.
“그보다 날 여기에 불러온 이유는?”
“현실에서 에드릭 님이 주춤한 듯 보여 이곳에서 다시 마음을 바로잡게 해드리려고요.”
“…붙어 있는데 왜 안 하냐,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가?”
“한때를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날 정도의 관계였잖아요.”
“그땐 젊었으니까.”
“연세도 그윽하신 분이 몇 년 가지고 그러시기에요?”
“그보다 왜 날 저것하고 붙이려는지 모르겠군.”
애초에 여성들은 본래 자기 짝에 대한 독점욕이 남달라야 정상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에드릭의 파트너로 분류된 여성들은 뭔가 좀 이상했다.
‘왜 독점하려 들지 않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질 않는단 말이지.
그건 그렇고.
“그쪽은 만족할 만큼 한 건가?”
“충분히요. 아, 그래도 더 하고 싶을지도?”
신앙에 몸을 던졌다는 게 잘도 저러는군.
종교가 자기들 체면과 구조, 규율을 토대로 정절이며 순결을 강요하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렇다 쳐도 현실이 아니라지만 너무 풀어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물론 카멜린의 자기 절제심, 자기 관리 능력에 대해선 크게 의구심을 품을 필요가 없음을 바헬루스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문제로 걱정을 한다거나, 뭔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듯 불안해할 필요는 없겠지.
애초에 카멜린과 바헬루스의 관계라는 건, 지인이자 절친의 그것.
속세와 동떨어져 자기 잘난 맛에 살던 그녀가 하늘 위에 하늘을 접하고, 어우러져 살다 보니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구나 하며 적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죽느냐 사냐, 잡아먹느냐 마느냐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그녀의 생각의 폭도 생각 이상으로 넓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잡아먹는 게 유용한가, 아님 내버려 두어 문명을 형성하게 하여 거기서 창출되는 편의와 여흥을 누리는 게 나은가.
누구들은 귀찮아서라도 싹 다 밀어버리고, 밟아 제거하는 편이 알맞다고도 한다.
이건 일종에 그것들을 벌레로 취급하기에 나오는 발상.
하지만 바헬루스는 달랐다.
‘딱히 지루할 것도 없지만.’
흔히 무한한 생을 살아가면 지루하다 어쩐다 하는데, 애초에 지루할 이유가 없다.
시간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니까.
지루함을 느끼는 근원, 근본은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욕망, 욕구, 필요성.
할 일이 없으니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녀는 할 일이 넘쳐났다.
당장에 자신과 같은 급의 신수, 그들이 버젓이 적으로서 자리하고 있는데 지루할 틈이 어디 있나.
늘 경계심을 곤두세우며 저들이 뭔 짓을 할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주시하는 것만으로 지루함 틈이 없었다.
그렇게 길고 긴 세월을 지새웠다.
다시 말해 재미를 찾고 유희를 즐긴다?
바헬루스는 그런 면에서 조금 담백한 성향인 셈.
세간에말로는 이성적이고, 냉소적이며, 재미없는 성향에 속하는 부류.
근데 어쩌라고?
그러니 때때로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을 쫓을 수 있는 거다.
지금도 그렇고.
지금 꽂혀 있는 건 자신의 영역에 속한 필멸자들의 발전과 성장을 지켜보는 일.
뭐 섹스도 겸사겸사 즐기고, 마음에 드는 수컷이나 암컷이 있다면 암수를 바꿔서라도 어찌할 의지 정도는 있었다.
…그렇게 갈구할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 없어서 그렇지.
애초에 미학관이 다르다.
인간 기준에서 예쁘고 아름답고 멋지고 잘 생기고 어쨌다 쳐도, 그녀로선 그다지?
에드릭이 나름 그녀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안 하며 파라메라 대륙을 뜰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그녀는 굳이, 타 종족과 생식 행위를 바탕으로 후손을 남길 생각이 없다.
애초에 종족 번식이란 개념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쾌락, 쾌감을 위해 어쩌고저쩌고?
이것도 한창 즐길 만큼 즐겼는데 뭘 거기에 또 집착하는가?
망각이 수시로 작동하는 인간은 방금 전 느낀 즐거움, 여락, 쾌락 등이 금세 잊혀지고 희미해지지만 그녀와 같은 존재는 그게 아니었다.
즉, 마음만 먹으면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현실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거 이상으로, 이를 실감할 수 있다는 것.
…평범한 인간들을 비롯해 필멸자들로선 이해 불가능한 영역이겠지만.
그리고 에드릭하고 몸을 부대낄 당시에 이미, 그녀는 어지간한 건 다 경험해봤다.
에드릭도 그만큼 혼신을 다했었고.
단순 남녀 교합의 개념을 넘어 온갖 체위, 심지어 몸이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걸 이용해 촉수물 느낌으로까지.
아쉬운 게 있다면 본인이 박아대는 경험을 못 했다 뿐인데, 에드릭은 그쪽 쾌락보다 여성 쪽이 압도적으로 이런 쪽으로 유리하다고 말했으며, 남성은 거진 욕구에 끌려다니는노예와 같은 처지라 발정해서 그걸 쫓는 거지, 실상은 제대로 쾌락을못 느끼는 부류가 태반이란 소리를 해서, 대강 그러려니 싶었다.
일례로 정력이 어설프거나 흥분도를 조절 못 해 삽입하기 무섭게 사정해버리면, 체력이 약한 이들은 금세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그걸로 생식 행위가 끝나는 등, 비참한 일화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도 제법 심심찮게 접함으로써, 에드릭이 헛소리를 한 게 아니라는 것도 이미 검증이 끝나 있었다.
그러면, 에드릭처럼 무한한 정력을 지녔다면?
이게 조금 궁금하긴 했는데, 거기서 그 부분을 해소해준 게 카멜린이었다.
어떻게?
꿈속에서 남성체로 변해 온갖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가상 세계를 구현해줬다.
그러기에, 이곳이 썩 어색하지도 않았고.
“음, 또 여기인가.”
때마침 에드릭이 합류했다.
자신의 상태를 눈치챈 듯, 금세 적응하는 거 보니 녀석도 이런 쪽 재능이 탁월한 듯 보였다.
보통 이곳이 꿈임을 자각 못 하고, 자각한다 쳐도 자기 의지대로 몸을 컨트롤하는 게 퍽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기에 보통 꿈을 다루는 주재자에 따라 상황을 일방적으로 이끌리는데, 카멜린이 안 그러고 있는 것도 있지만, 여기선 에드릭이 익숙하게 그 꿈이라는 현상의 올가미로부터 가볍게 빠져나와 자율권을 획득했다고 보면 되겠지.
단순히 반쯤 혼이 나간 에드릭을 억지로 붙여주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바헬루스도 있는 거 보면… 이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에드릭이 원하는 방향으로?”
“꿈이니까 저도 크게 눈치 볼 건 없긴 한데….”
거기다 평소 주변을 철저히 살피고 대비하는 그 특유의 조심성이 사라지자, 녀석도 제법 속물이 지을 법한 표정을 잘도 짓고 있었다.
‘훨씬 인간답군.’
가급적 욕망을 절제하고 억누르고,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게 에드릭의 기본 방침이자 지침.
그러한 봉인을 풀어내서 그런지, 지금의 녀석은 제법 속인과 같은,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느 의미로 바헬루스가 절제심을 발휘하게 된 연유는 에드릭에게 있었다.
나름 속세로 나와 가장 적합하게, 주변에 부응하며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경외 받는 그 태도를 따라 하다 보니, 알아서 비슷한 태도며 행실을 갖추게 됐달까.
나쁠 건 전혀 없었다.
따라 해서 유용하다 치면, 안 하는 게 되려 멍청한 거지.
“바헬루스 님과 관계를안 가지신지 제법 오래 되셨지요?”
“하려고 하면 그냥 현실에서 해도 됐을 텐데….”
“그러기엔 시일이 부족하지 않으세요?”
“그, 그건 그럴 지도.”
금세 납득한 에드릭.
뭘 납득한 건지 의아한 듯 바헬루스가 카멜린을 보며 눈으로 설명을 요구하자.
“그런 게 있어요.”
단시간에 카멜린과 에드릭은 꿈속에서 100번 넘게 했지만 그러고도 아쉬움을 느꼈다.
에드릭은 체력적으로도 엄청나지만, 의외로 정신적으로도 그런 걸 버틸 여력이 충분한 쪽에 속했다는 걸 카멜린은 이번에야 깨우쳤다.
강철의 체력이며 정력이 있다 해도 쾌락이 과하게 반복되면 몸도 그렇지만 정신도 지치기 마련.
그런데 에드릭은 그딴 거 모르겠다는 듯 몰아붙였다.
꿈을 주재한 주체이자 능력자였기에 카멜린이 잘도 버틴 거지, 현실에서 이랬다면 카멜린은 10번도 채 못 버텼을 거다.
현실에서도 에드릭은 함께 잠자리에 든 모든 파트너들을 넉다운시켰다.
최소 4, 5번.
많이는 10번 가까이 보내버려 다들 쥐 죽은 듯 잠들도록 만들어 버린 걸 보면….
그러고도 본인만은 멀쩡하다.
…이쯤 되면 매일 밤 하루에 수십, 많게는 100인과 합궁을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지도.
‘이건 역사에도 길이길이 남겠네요.’
미소 짓는 카멜린을 본 바헬루스는 더더욱 영문을 모르게 됐다.
“그리고 에드릭 님을 만족시키는데 있어 바헬루스 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
에드릭은 잠시 고민하다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녀 정도라면 제 전력을 받아줄 수도 있고, 또 이것저것 시도할 수도 있으니 그건 맞네요.”
에드릭은 파라메라 대륙에 있던 당시, 수인을 비롯해 온갖 아인족, 타 종족과 관계를 맺어본 입장이다.
특히 켄타우르스족의 그녀, 무리엘은 아주 빡셌지.
애초에 동물에게 박는, 수간 느낌이 들어 처음엔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지만, 박아보니 사람과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실감에 한동안 이 문제를 현타가 강하게 올 정도였다.
우선 조임부터가 다르다.
또 자궁까지 도달하는 길이도 아무래도 말의 자지를 수용할 수 있는 만큼, 상당히 길어서 물건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 한 번 쭉 박을 때의 그 느낌이란!
거기다 물건이 크든 작든 조임이 엄청난데, 단순히 꽉 조이는 게 아니라 마치 입안에 넣고 자유자재로 굴리고 쪼이고 빠는 듯한 바리에이션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서, 자칫 방심하면 금세 사정할 정도였다.
내부는 또 오죽 뜨끈뜨끈해야지.
인간 여성의 질에 삽입했을 때 느껴질 법한 온도, 열기가 아니었다.
덕분에 튼튼하게 발기한 물건도 그 열기에 적응 못 할 시엔 금세 주춤거릴 지경.
그런데도 질 내부가 알아서 쫙하고 맞춰온다.
정말로 정액을 작정하고 쥐어 짜내려는 목적성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서, 그로 인해 비롯되는 쾌락이 워낙 쩔어야지.
사정하는 와중에도 이는 변함이 없다.
조임은 나날이 심해지고, 이러다 보니 정액을 다 쏟아부은 다음에도, 마치 더 남은 거 없냐는 양 계속해서 주변을 자극해 쫙쫙 쪼여대는데, 사정 직후 민감한 상황에 이런 걸 경험하면 자칫 잘못하면 까무러치기 일쑤.
그 에드릭조차 첫 경험 당시엔 적응 못 한 채, 한 차례 기절할 뻔했다.
정말로 기절했다면 자존심에 어마어마한 스크레치가 가해졌을 테고, 무리엘이 에드릭에게 빠져드는 일도 없이 기절한 에드릭을 내려다보며 피식하고 조소를 흘려대고 있었겠지.
애초에 그 거대하고 길게 솟은, 기둥과도 같은 육봉 전체를 그런 식으로 쉴 틈 없이 쫙쫙 쪼여대는데, 그 쾌락이 오죽하겠나.
그래서 당시에 무리엘이 몇 차례 혼절할 때까지 에드릭도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미친 듯이 박아댔었다.
그 뒤로도 그녀와의 섹스는 늘 즐거웠었지.
아니, 그녀 외에도 다른 종족과의 섹스는 여러모로 스펙타클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그쪽 원주민, 현지인들조차.
‘내가 평범한 섹스에 감정이랄까, 내 호감도와 애정, 친애도를 중시하게 된 건 전부 그것들 탓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