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화 〉129. 설마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는 건…?(3)
평범한 인간은 아무래도 관심이 덜해진다.
그런 미칠 듯한 쾌락의 폭풍을 맛보게 되면, 단순한 인간들로는 만족이 안 된단 말이지.
…어지간히 아름답고 예쁘고 마구 꼴려도, 막상 박으면 뭔가 찜찜하고 모자람을 느낀다.
미친 소리 같지만 현실이 그랬다.
에드릭이 알그리타 대륙으로 복귀한 뒤, 애인들을 제외하곤 좀처럼 금욕주의자 마냥 좆대가리를 안 놀리게 된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카멜린은 그런 에드릭의 욕구 불만 요소를 아주 제대로 파악한 셈.
그러기에 바헬루스를 대놓고 언급하며 판을 깔아주니, 고맙지 않을쏘냐!
‘내심 나도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애초에 왜 한창하고서 쉬지 않고 버젓이 바헬루스에게로 기어갔을까.
그것도 옷도 제대로 안 차려입고.
다 목적이 있었던 거지.
근데 체면하고 눈치도 있고, 막상 하게 되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그러면 그녀들을 무슨 얼굴로 볼 텐가?
이런 사정들이 뒤죽박죽 엮이고, 특유의 조심성 때문에 대놓고 티를 안 내다 보니 내심 포기한 감도 있었고.
바헬루스가 적극 엉겨오면 명분적으로 하자도 없고, 가책도 없기에 흔쾌히 부대낄 수 있었을 테고.
근데 안 그랬지.
뭐 그것도 좋다.
애초에 박는 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러나 할 수 있다 치면?
…그리고 전혀 눈치 볼 거 없는 꿈속이라면, 이야기가 완전 틀려진다.
심지어 자신이 그런 고민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었다는 것조차, 지금 깨달은 걸 보면… 에드릭 자신도 어지간히 권태감에 젖어있었는지도.
‘문제를 알았으니 된 거지.’
나머진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니.
하기로 한 이상 겉치레며 체면, 속내는 완전히 내려놓기로 했다.
그걸 본 바헬루스가 소감을 털어놓는다.
“의욕적이구나. 평소답지 않게.”
“…눈치를 많이 보니까요.”
카멜린이 부연 설명하듯 짧게 덧붙인다.
에드릭은 애초에 눈치를 보는 핀트, 기준이 일반적인 이들과 다르기에 얼핏 보면 주변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이나, 그건 에드릭을 전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애초에 이곳 세계와 저쪽 세계 출신의 상식과 생활관, 관념 등이 같기도 어렵고.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잖습니까?”
“그럴지도.”
자질구레한 건 죄다 어딘가로 던져둔다 치고.
바헬루스가 직설적으로 물었다.
“인간형이 좋은가?”
“미적 기준으론 그쪽이 좋죠. 아무래도.”
“흐음….”
뭘 또 태연히 터무니없는 의논을 하고 있는 걸까.
카멜린이 고개를 살며시 내저었다.
“그럼 안쪽만 맞추면 되겠군.”
“그거 참 노골적이네요.”
에드릭이 피식하고 웃는다.
얼마나 쥐어짜려고 맞추겠다는 소리를 하는 걸까.
그래도 이쪽이 아무래도 서로가 좋은 건 마찬가지니, 거절할 이유를 못 느끼는 에드릭.
둘은 사전 탐색도 없이 곧장 행위를 시작했다.
딱히 애무며 전희를 돋군다던가, 하는 최소한의 준비며 예비 행위조차 없이.
곧장 발기한 자신의 물건을 앞에 선 그녀의 안에다 힘차게 틀어박는 에드릭.
체구 자체는 여전히 바헬루스 쪽이 더 컸지만, 그건 맞추기 나름이고, 그게 귀찮으면 그냥 물건 크기, 길이, 굵기만 맞추면 그만.
그런데 그딴 짓 안 해도.
“오오….”
박아서 삽입하기 무섭게 안쪽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돌기며 주름이며, 살덩어리들이 압축되듯 꽉 자지를 물어오는 통에, 에드릭답지 않게 감탄과 함께 날숨을 무심코 흘려야만 했다.
“오랜만에 경험한다는 듯한 반응이구나?”
“…실제로 그렇습니다만.”
안쪽의 다양성은 파라메라 대륙에서 특수 아인종이나 인외 종족과 교합 할 때 많이 느꼈지, 이쪽에 와선 대부분이 인간과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
있다 쳐도 약간의 차이?
애초에 인간이나 엘프는 속느낌이 엇비슷하니 궁합이 팍하고 맞는 게 아닌 한 차등을 두기도 그렇고.
속궁합이라는 게 참 신기한 건, 분명 똑같은 보지인데도 삽입 직후서부터 느낌이 완전히 틀리다는 거다.
이걸 대체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그러나 속궁합이 안 맞더라도, 애초에 박는 거 자체로 느낌이 안 좋을 수가 없는데, 하물며 자극을 극대화 시키며, 이조차도 요령껏, 노하우를 곁들여서 한다? 이런 거에 맛 들리면 약 중독자 못지않게 섹스에 헤어나오질 못하게 된다.
그런 게 전무해도 주색잡기에 빠지면 답도 없는데, 이건 그런 개념을 몇 단계는 초월한 셈이니, 일반인이 이걸 맛보면 정신이 이상해져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도 했고.
어쨌든 선 채로 삽입 및 피스톤 운동을 이어가던 에드릭은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철퍽! 퍼! 퍼억! 철퍽! 철퍽!
일반인에게 이런 기세로, 힘으로 박아대면 수분도 안 돼서 절정에 달해 의식을 놓겠지만, 바헬루스에겐 어림도 없었다.
애초에 이 정도가 아니면 간에 기별도 안 갈 테고.
“힘이며 몸에 지닌 기운들은 강해졌는데도, 정작 욕구가 낮아진 걸 보면 번뇌 없는 삶을 살아왔나 보구나.”
“번뇌야 많은데, 참는데 익숙해진 거죠.”
전력으로 쏟아부으면 인간으로선 버티질 못하는데 어쩌겠나.
무엇보다 에드릭은 강욕을 해소함으로써, 자기 욕구 해소에 여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억제하는 추세고, 할 때조차 억제하는 게 보통.
어차피 품에 안겨 허우적대고, 앙앙 거리며 신음을 흘리고, 교성을 터트리는 그녀들의 반응을 살피며 사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기도 했고.
너무 이쪽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자 하는 건, 그만큼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쾌락에 절어버리면 그만큼 머리를 굴리는 것도, 판단력도 떨어지고.
꽂혀 있는 게 섹스에 국한되는데, 큰 그림을 그리고, 읽고, 해석하고, 파악하는 게 가당키나 할까.
정복욕이 과다하다면야 섹스조차 그 행위의 일환으로 부려 먹겠지만, 에드릭은 그런 패왕적 기질이나 영웅호걸들 특유의 그것들처럼, 과시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성격이며 성향이 아니었다.
“후우! 슬슬 몸 좀 풀리는 거 같은데요.”
“…그러냐?”
바헬루스가 박히는 와중에도 여유로이 피식 웃는다.
특유의 그을릿 피부가 참으로 매력적이긴 한데, 덕분에 피부가 상기되거나 붉어지는 등의 특징이 잘 안 보여 이게 좀 아쉽다면 아쉽달까.
거기다 아래에서 물이 철철 흐른다 하더라도, 이건 얼마든지 조절 가능한 거라 거기에 막연히 감동을 느끼기도 그렇고.
“역시 이걸로는 부족하죠?”
이윽고 얼마 안 가 에드릭의 몸에서 수분 등이 떨어져 나가더니, 그것이 에드릭과 비슷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한다.
“일전엔 어설프더니 지금은 능숙하구나?”
단순히 꿈이라 해서 그런 게 아니다.
흉내내거나 단순히 시키는 걸 행하는 그런 허수아비가 아니다.
바헬루스는 떨어져 나온 저 형체조차, 에드릭의 이성과 연결된, 일종에 연결 고리가 확고한 분신체라는 걸 금세 파악했다.
“후후후!”
이건 좀 재미있을지도.
“바헬루스 님은 구멍 하나로 만족을 못 할 거 같으니까요.”
실제로도 그랬고.
애초에 신경계에 개입해 억지로 쾌락을 극대화 시키는 방식은, 그녀가 신수이기에 제대로 통하지도 않고.
그러면 결국 신체 전류를 통한 자극으로 그쪽을 극대화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어중간한 정도론 간에 기별도 안 갈 터.
이러면 뭐, 주어진 소스를 잘 활용해야지.
어느덧 에드릭은 둘이 됐다.
정면에서 이미 한창 자궁구마저 쿡쿡 찌르며 행위를 이어가는 것과 별개로, 뒤에 막 자리 잡은 에드릭의 분신체가 흥미로운 미소를 지은 채 발기한 물건을 그녀의 후장 쪽에 겨누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아프지 않도록 쿠퍼액을 마치 오줌 뿌리듯 과하게 뿜어내 주변을 윤활하는 것도 잊지 않고.
“갑니다.”
말은 정면에 있는 에드릭이 했으나 행동을 뒤에 있는 분신체가 실행.
이윽고 앞뒤로 박힌 바헬루스는 그때야 조금 육체적 쾌락을 음미하기 시작했는지, 간간이 흘러나오던 날숨 들숨 등이 간헐적 신음으로 변해 작게나마 달콤한 교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후! 훗!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당연하지만 그녀도 체면이란 게 있다.
한쪽만 박는다 쳐도, 궁합 개념이 잘 받쳐줌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한계랄까, 아쉬움이 명확할 수밖에.
에드릭이 자리를 비운 뒤에도 그녀가 아예 이쪽 행위에 단절을 고한 건 아니다.
할만큼 해봤지만, 아쉬움만 더해졌다.
그만큼 에드릭의 이쪽 테크닉이며 솜씨가 대단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건 그가 여기서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함과, 바리에이션, 체력 등이 일반적인 이들로선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
그러니 그냥 기억에 의존하며 되새김질하는 게 훨씬 낫다고 느낄 수밖에.
지금도 그렇다.
단순히 앞뒤로 박는다 쳐도, 이 경우는 보통 앞에서 박는 쪽과 뒤에서 박는 쪽의 리듬, 박자가 엇나가면 느끼는 게 영 이상해질 때가 있다.
쾌락이라는 것도 막연한 자극은 쾌락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릭은 최고조에 이르면서도 전혀 자극적이지도, 민감함을 억지로 헤집고 뒤집는 듯한 그런, 자극에 국한된 거북함을 안겨주는 일 없이, 철저히 성감대를 건드려주면서도, 조화가 깨지지 않도록 합을 맞추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녀도 막연히 당하고만 있는 건 아니다.
에드릭으로서도 살아 있는 것처럼 강렬한 압박으로 자지를 물고 빨고 조이고 쥐어짜는 그녀의 질 내부의 움직임에 내심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걸 느낀다.
거기다 지금은 분신까지 만들어 앞뒤로 박아대는 격.
심지어 에드릭은 지금, 앞뒤로 박는 2개의 페니스로부터 강렬한 쾌감을 동시에 실감하고 만끽하고 있었다.
보통 이러한 자극을 가하면 일반인의 경우엔 적응하지 못해 비명을 지르거나 금세 눈을 까집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에드릭은 이런 쪽도 적응 한지 오래였다.
운동이란 것도 안 쓰던 근육을 억지로 쓰고, 안 하던 동작을, 장기간 해버리면 금세 지치는 걸 떠나 한동안 재기 못 할 정도로 몸이 축 늘어지고, 근육통에 시달려 드러눕게 되기 마련.
그러나 그만큼 익숙하게, 해오던 걸 꾸준히 하면서 운동량에 적응했다 치면?
누군가에게 있어선 미친 듯이 무리하는 듯 보여도, 본인에게 있어선 그게 그저 하루 일과 정도에 불과한 선에 그친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릭은 지금 무리를 하는 게 맞긴 했지만….
‘그래 봤자 살짝 무리하는 정도지.’
애초에 분신 하나 만들어서 즐기는 이 정도 가지고 무리라 느낄 정도였다면, 에드릭도 진작 망가졌을 거다.
정령체로 몸이 새로 거듭나기 이전서부터, 에드릭은 종일은 거뜬했고, 며칠간 잠들지 않고 박아댈 정도로 자신의 물건을, 자지를 줄곧 혹사 시켜 왔었다.
그 와중에 지금은 인간의 한계를 옛적에 벗어던진 지 오래고.
철퍽퍽철퍽철퍽퍽퍽!
둘, 아니 셋의 사타구니 부근에서 앞뒤로 난잡한 소리가 마구 뒤엉키기 시작했다.
“준비 운동 슬슬 끝나가니 한 번 싸고 시작할까요?”
“그걸 나한테 말해줄 필요는 있고?”
에드릭의 정액은 집요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알아서 살아 있는 것처럼 주변을 휘저어댄다 못해 스며들기까지 한다.
그걸로 모자라 몸 안에 깊숙이 저미듯 자리해 전체적으로 전신을 마사지하듯 자극하기까지 한다.
보통 인간들에겐 이런 짓은 안 하는 듯 보이지만, 하고자 하면 아예 액화돼서 대상의 신체에 들러붙거나 스며들 수도 있을 터다.
…이렇게 보면 이게 사람인지 괴물인지 의심되지만, 그도 정도를 알기에 어지간해선 이상한 짓은 잘 안 하는 편에 속했다.
그러나 어중간한 자극엔 미동도 안 하는 바헬루스 덕에, 에드릭도 온갖 시도를 자행하게 된 탓.
신체 전류를 제어 못 한다면, 아예 신체 내 수분을, 혈액 등을 제어해 의도적으로 대사량에 개입하거나, 이를 조절하거나 해서 비슷한 효과를 불러온다던가.
이런 쪽 이론이나 원리를 모르는 터라, 처음 그런 경험을 했을 땐 천하의 바헬루스조차 신수의 체면도 잊은 채 한참을 지리며 혼절하기까지 했었다.
타고난 본질 탓에 인간들이 마약류에 취해 정신 줄을 놓는 것조차 이해 못 했던 그녀였지만, 그걸 에드릭의 절묘한 농간 덕에 간접 체험한 뒤론, 막연히 거기에 중독돼 허우적대는 걸 탓하고 비하하고, 멸시할 수가 없게 됐다.
겪어봤으니까.
하마터면 쾌락에 절여져 존재 의의마저 내려놓을 뻔했으니까.
에드릭이 귀축이었다면 아마 그런 식으로 바헬루스를 조교 했을지도.
아니, 이미 에드릭은 그러고도 남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안 한다.
이래서야 치트키 쓰는 거라고 할 수밖에.
외모도 남녀에 국한될 거 없으니 외모조차 바꿔 권력자를 세뇌하거나 조교해 버리면?
대륙 정복은 일도 아니게 된다.
…뭐, 그럴 시에 그만큼 필사적인 저항과 맞닥뜨리겠지만, 알게 뭔가.
그러기에 반대로, 에드릭은 자신의 신체, 아바타에 대해 내심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전에 흡혈룡 키헨젤바라투스에게 소원권(?)을 지불하면서까지, 아바타에 특정 힘이나 무언가가 개입할 여지를 막아버린 것도 그런 이유고.
…사실 상관없다면 상관없는 영역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