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37)화 (437/454)



〈 437화 〉132. 나는 노파심이 많다.

우리 측에선 일이 엄청 느지막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뿐, 실제론 그런  아니었다.
일부 지역은 당장에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일촉즉발인 반면, 어느 곳에선 다른 의미로 이런저런 소문이 불거지고 있다거나.

 와중에 그러한 사태 모두를 불식시키는 식으로 소문이 하나하나 모여 특정한 무언가를 상징하고, 가리키고, 증명해가기 시작하니, 모두의 관심도 서서히 세상의 변화에 쏠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전쟁이 아예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구 제국 황실의 부활에 먹구름이 끼지 않도록, 이에 반하거나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하려는 이들, 또 정통성이며 정당함을 부정하려는 주장을 펼치려는 이들은 여러모로 압박과 실질적인 위협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나마 약소 귀족들은 그렇다 쳐도, 돈에 민감함 상인이며 부호들에겐 이 순간이 기회인 동시에 일생일대의 위기이기도 했는데, 줄을 어디에 스냐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와 미래가 달라질 테니, 최대한 유리한 측에 서고자 이런저런 정보 획득에 최선을 다하고자 분투하는 듯 느껴졌다.

어쨌든 구 제국이 부활하면 그에 따른 영토 몇 영지의 분배 또한 새로이 확립될 텐데, 여기서 일부 영토 분쟁 내지 불합리한 처사를 당해왔던 몇몇에겐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경쟁자이며 약자들을 후려치고 짓밟아 자신의 영세며 영광을 드높일 계기가  것이고, 동시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경쟁자의 탄생을 야기하는 셈인데, 이런 유기적 관계를 하나하나 고려하고 파악하자니, 머릿속이 엄청 복잡할 터였다.


비단 권력자 개인뿐 아니라 그에 속한 가신을 포함해 동맹 관계마저 엮인 관계자라면.
자기도 모르게 저쪽이 자신과 반대되는 측에 서서 갑작스레 덜미를 붙잡히는 건, 서로가 납득이 안 갈 테니.
역으로 그럴 목적으로 엮어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수작질이 아예 없으리라 누가 장담하리.
이쯤 되니 알그리타 대륙, 특히 중앙 내륙 지역은 다른 의미로 대혼돈이 야기되고 있었다.


“편 가를 시간을 주느라 즉위를 늦추다니. 참 이건 이것대로….”

오히려 날치기 하듯 재빠르게 황제 즉위  주변을 호령하는 건 어떨까 싶었는데.

“그럴 경우 우리 측으로 돌아설 이들조차 본의 아니게 입장을 제대로 정하지 못 하고, 표명 못한 탓에 적으로 돌변할 수 있겠지. 더불어 너무 급조한 티가 나는 만큼, 우리가 모르는 와중에 생겨날 온갖 부조리와 부작용 등도 모조리 떠안아야  텐데, 이건 장기적으로 좋은 게 아니다.”

패왕녀, 마누라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리고 팀장님의 경우.


“구 제국과 대적하며 대칭에 놓여 있던 이들도 끌어안아야 하니, 우리가 그때와는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확립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들과의 접근 및 조약, 동맹, 협력 관계에 대한 구체적 사안을 성립해야 하는데, 애초에 그들을 끌어들여 합류시키려면,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국가 및 종족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테고, 또 종족적 자치권을 비롯해, 최소한의 국가적 형태를 형성할 여지를 줘야만 한다. 애초에 국가가 아닌 한 제국이 그들을 그저 다스리는 백성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추후 그들이 또 언제 과거와 같은 처지에 놓일지 모르니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자위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여건을 확립하게는 해줘야지.”
“어차피 이후 비롯되는 제국은 전제주의를 기점으로  절대 황권, 그런 게 아니니까.”
“절대적인 황제, 권력자의 지배라는 건, 이런저런 반발을 사기 십상이니까.”
“그렇다고는 하나, 너무 무르면 각자도생하며 딴생각을  수 있으니 긴장 구도를 잘 짜둘 작정이다.”
“…….”

예컨대 제도적으로 조지기보단 유능함으로 조지겠다는 의미인가.
시스템 성립을 아무리 잘한들 결국 허점은 어디든 있기 마련.
그걸 일일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 어찌 해야만 하는가.


“거대한 나라로서, 정체성을 묶어둔다. 인종, 종족, 민족 등을 한데 엮어서 최소 같은 국가에 속해 있다는 사실, 이거 하나를 최소 수백년 내지 천년 이상 구축해두면, 그거 하나로 강력한 유대가 형성될 거다.”

 말을 듣고서 에드릭은 그게 가당키나 한가 싶었다.
한편으로, 현실의 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합중국의 그 난잡함을 따라할 속셈인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사람, 백성, 민중의 수가 많다는 건 다양한 부류들이 있다는 의미인데, 사실 이들 모두의 화합, 통합을 추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입장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고.’


다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권력이라거나, 재물이며 재산이라던가.
이 2가지는 그러기에 철저하게, 기회의 공평성을 토대로 냉철한 자격 증명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디나 그렇듯 부정부패는 있기 마련.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꿀을 빨고,  많이 손에 넣으려 들며, 덜 고생하고,  노력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매한가지.
이러한 틈새를 노려 타인의 기회 박탈을 추구하는 건, 적폐며 권력자며 그 관계자들로선 지극히 당연한 순리에 가깝다.
꿀을 빨 수 있으면 내가 빨아야지!


그 이기심, 욕심이 나라의 공정성을, 공평과 평등에 개념을 박살내는 거다.


‘그래서 교육이며 국가 이념, 사상, 정신 등이 중요한 거긴 한데.’

민족 정신도 그러하고. 정서라거나 뭐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저 정말로 적자생존에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이 무조건 옳다 여기면,  사회며 국가는 지옥의  다른 단면이 될 거다.
애초에 짐승들의 세계는 이미 그러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옥이 아닌 건, 짐승들은 자기들이 펼치며 발휘할  있는 최소한의 선이 존재 및 환경을 바탕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
그 이상을 추구할 순 없다.


사자가 제아무리 막강해도 결국 사육 및 가축을 구성할  없다.
코끼리가 제아무리 강력하더라도 타 금수를 지배할  없다.
조건 및 환경에 구속된 그들은, 그걸 극복해낼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를 반쯤 극복해냈다.
…지진이며 쓰나미며 폭풍을 비롯한 수재가 나거나, 재앙 등이 펼쳐지는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전부, 극복 및 적응이 가능한 게 인간이며, 거기서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


그러나 여기서도 타고난 재능, 하고자 하는 일이며 맡게 되는 직업과 그 특성, 전문성 등.
장인의 일이 고됨을 알지만 권력자가 창칼로 무장하는 그가 그런 장인을 폄하하고 괄시하고 무시한다면, 그는 더 나은 창칼이며 무기를 얻어낼  없을 거다.
기술이란 건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관건인데, 억지로 더 나은 물건 찍어내라 재촉하며 협박하고 밀어붙여봤자, 기술자며 장인 멘탈만 박살 날뿐.


그래도 살기 위해 결과는 내겠지만, 과연 거기에 창의적 역량과 혁신적 소스가 포함될지는….
그게 가능하다면 그는 비운의 수재이자 천재일 거다.
조선을 예로 들면 장영실이 그러했듯.

“완벽한 나라는 없어. 완벽에 가까워질 순 있지만 그조차도 한순간이지.”

결과적으로 많은 가능성을 품는다는 건,  이상의 하자 또한 덩달아 감당한다는 의미.
이걸 버텨낼 국가는 실로 대국일 수밖에 없지만, 그러기에 속이 곪고 썩어가는 것도 무엇보다 빠르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나게 된다.
그렇게 구 제국이 무너진 예처럼.


“황금기를 인물이 형성해 장식하고 쌓아간다면, 그런 쇠퇴기며 퇴락기를 형성하는 것도 결국 인물의 손에 비롯되는 거지.”


자신들이 만들 구성물, 역사적 유물들을 제 손으로 박살내고 파괴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이성체다.
무수한 역사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둘은 그런 황금기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건가요?”
“아니.”
“그다지.”
“……?”

뭐지? 잘못 들은 건가?
의외로 담백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런 소리를 하는 팀장님과 패왕녀 마누라 덕에, 에드릭이 잠시간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돼 있지.”
“황금기라는 건 보통 당대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야.”
“할 수 있다 쳐도, 결과적으로 유지며 개선이  되면, 그조차도 무의미한 거고.”

예컨대 태종이 세종의 앞길을 확고하게 닦아줬기에 세종대왕이 될 수 있었듯?
물론 세종대왕님께옵서 넘사벽에 가까운 성군이긴 하지만, 여말선초를 언급함에 있어 이 주제는 언제나 이런저런 관심과 화제를 동시에 몰고오는 주제기도 하다.


과연 세종대왕께서 태종이 터를 안 닦아줬더라도 그 많은 업적을 능히 이룰  있었겠는가, 하는.

‘IF니까, 상상해보고 그런가 보다 싶으면 되겠지.’

그걸 바탕으로 현재, 나 자신과 주변에 더 나은 아이디어, 소스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고.
역사는 자료이자 거울로서 참고 사항으로 삼아야지, 거기에 잘못 얽메여 집착하는 건 다른 의미로 본말전도다.
직업이 역사학자면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지금도 중요하지만 2세, 3세 대비도 중요하다 이거죠?”
“그렇지.”


패왕녀가 순순히 동의를 표한 반면.

“그걸로 끝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그 정도면 족할 거라 본다.”

라고, 팀장님이 더불어 추가했다.

“왕과 신하, 창과 방패, 기마, 참모, 책사, 행정관에 외교관 등, 인재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왕의 모자란 구석을 채워 넣게 만들어야겠지. 그걸 위해선… 그걸 다 포괄하고 허용 가능한 왕재를 찾든 만들든 해야지. 이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타고난 인성과 인격 외에도 당연히 현철한 지도가 뒤따라야 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그렇게 잘 자라더라도 죽임을 당하거나 병으로 숨지면, 그건 어쩔 거냐 이 말이지.”
“음, 철왕께서 우리 왕녀 전하를 걱정한 것과 비슷한 고민이 여기에서도 나오는군요.”

그러자 패왕녀 왈.


“모든 왕가, 귀족 가문, 그 외에도 평범한 가정에서도 늘 고민하고 생각하며 대비하고자 하는 문제지. 새삼스러울 게 없구나. 만약 죽고 쇠하며 망한다 치면, 그거 밖에 안 되는 운명이란 거겠지.”
“…….”

의외로 운명론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장에서 화살비가 쏟아진다 치면, 이건 어느 의미로 운빨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나.
전장을 비롯해 이런 식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자신의 삶이 결정 당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은, 정말로 본의 아니게 종교에 의지하는 예가 적지 않다.
종교를 믿는다 쳐도, 다분 살려달라는 의미의, 영광을 쟁취하도록 도와달라는 의미의 기복 신앙에 가깝겠지만.

“그러려면 먼저 카일론부터 어떻게 해야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에드릭은 본론을 끄집어 냈다.
다른   그렇다 치고, 패왕녀가 다수의 병력과 정예 병력, 일부 기사단 마저 끌고 와서 이곳에 새로이 정착 시켜버렸다 쳐도, 그들 가족조차 은밀히 빼내왔다지만… 그것만으로  철왕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


애초에 백성마저 빼온 시점에 의도야 뻔한 거지만, 이걸 방치는 아니라 쳐도 결과적으로 허용하게 만든 카일론의 국왕 폐하께옵선, 여전히 못마땅한 거 이상으로 분노하고 있을  너무나도 자명했다.

“그냥 너 죽고  죽자며 달려들면 어쩌려고요?”
“…그 인간이 그토록 비이성적이진 않을 테지만, 나로서도 확신을 못 하겠구나.”
성격이 워낙 불 같아야지.
“음….”

그런데도 지르셨다?
패왕녀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안  건 아니니까, 하고 나서 납득 시키는 게 아무래도 편하기도 하고. 과거에도 많이 그래왔다. 명령 전에 작전 수행하고, 결과를 먼저 들이 밀어 납득 시키곤 했지. 결과가 못마땅했다면 징계를 받았겠지만, 결과가 좋았으니까. 그러면  거 아닌가?”
“…….”

역시 될 놈… 아니 년이라서 그런가, 정말이지 남들은 상상도 못할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네.
이래서 평범한 인간, 범인은 초인을 이해 못하는 거다.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하겠지.
 영역에 발을 딛여보지 않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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