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46)화 (446/454)



〈 446화 〉135. 나는 건전함과 야릇함으로 이루어졌노라.

가만히 앉아 있다.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황후 마누라를 무릎 위에 올려둔 상태로.

“…….”

힐링 된다.
묵직한 무게감이 무릎 위를 짓눌러오는 게 참 좋다.


무엇보다 입고 있는 천도 워낙 고급져서 살갗과 맞닿는 느낌도 좋은데,  너머에 자리한 육신의 질량이 이런저런 상상력을 부풀려준다.
만지고 있는 주제 뭔 놈에 상상력인가 싶지만, 본래 실감하며 상상과 몰입, 인식과 이해를 동반한 실체감이 뒤따라줘야 온전한 즐김, 느낌, 만끽이 삼박자로 어우러지는 거다.

예를 들어 야동을 본다 쳤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잡념이 끊이지 않도록 심호흡을 느릿느릿 하면서, 열심히 격렬하게 행위를 이어가는 영상 속 대상을 마치 티벳 여우 마냥 무심하게 지켜본다 치자.


야동을 접할 때도 기대감과 그에 따른 준비를 하고 접할 때와, 옷을 빽빽하게 껴입은 채 애초에 딸을 치든 자위 행각조차 안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진 상태로, 발정하지 않겠다는 제약마저 걸며, 괴상한 음악으로 청각을 더럽혀가며 이를 지켜본다 치자.

…몰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즐김이란 있을 수 없는 것.
심지어 휴식조차도 적당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다.
긴장이 패시브처럼 전신에 들러붙은 우리 피곤한 청춘을 비롯한 남녀노소들은, 좀처럼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법들을 모른다.


왜 캠핑이 힐링으로 작용하는가.
거기 가면   아무것도 없다.
할 걸 만들어 간다 쳐도 극히 한정돼 있고.

결국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게, 되려  일을 찾을 필요가 없단 무의식적 자각과 의식적 자각이 맞물려, 다른 의미로 집중과 몰입을 이어간다.
몸이 쉬든 머리가 쉬든 어떤 식으로든.


안 오던 낮잠 기운이 솔솔 오고, 정신은 멀쩡한데 왠지 모르게 몸은 축 처지는데, 의자에 앉든 누워서 멍 때리니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다.
또 외부에서 어렵사리 먹는 음식은 어찌나 맛있는지.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구나.”


그리고 야외 생활은 군대며 병사며 기사, 전사들과 함께 해온 우리 황후 마누라로서는, 다른 의미로 공감대가 다를 수밖에 없음을 실감한다.
그렇다 쳐도 그녀는 거절은 않는다.
뒤에서 끌어안은  그녀의 검은 머리에서 피어나는 향을 더욱 음미하고자 코를 파묻고, 그걸로 끝이 아니라 목이며 어깨 부근에까지 코를 전진 시켜 살 내음과 머리 향을 더블로 만끽하는 이 여락이란.

성욕보다 때때로 이런 쪽이 훨씬  힐링이 되며 안정감을 준다.
 이상으로 또 자극적이고.
언제든 소유하고, 만끽할 수 있다는 만족감과 여유, 그리고 충족감은 성욕을 충족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달성감을 부여한다.

어찌 됐든, 정신 건강에 이로울  역시 허그가 최고다.
물론 마주 안는 것도 좋지만 나는 역시 뒤에서 끌어 안는 게 최고다.

상대는 무방비를 허용해 전적인 신뢰를 증명하기에 좋으며, 나로선 상대 눈치 볼 거 없이 순수하게 상대에 대한 호의, 애정, 친애, 친근함을 단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적극 어필할 수 있으니까.


마주 보면 시선을 교류하거나 키스하기엔 용이하지만, 때때로 키스보단 이런 식의 일방적 허그, 끌어안음이 좋았다.


“그대는 가끔 보면 상식 이상으로 어리광을 부릴 때가 있구나.”
“…이게 다 세상이 못돼먹은 탓이랍니다.”


왜 멀쩡히, 가만히 있으려는 날 이리도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냐.

“그보다  부인들을 너무 방치해두는 게 아닌가 모르겠구나.”
“그렇다고 그녀들을 먼저 손대는 건 부인의 정치적 입지에도  좋진 않을 듯 한데….”
“얼굴을 맞대고 상대는 해주라  말이다.”
“…그건 가끔 하기야 하는데.”


 같이 모여서 환담을 나누고, 차와 디저트를 즐기거나, 식사를 하는 정도는  여러번 해온 걸로 아는데.


“본인과 멜을 생각하여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건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나, 그들 하나하나를 소홀히 하는 건 결과적으로 황실의 분열을 촉구하는 행위일 진데, 자각은 있는가?”
“음….”

역사적으로도 외면 받고 무시 받고 괄시 받음으로서, 속으로 한을 품고 독기를 품은 후궁, 왕후들이 어떤 식으로 작정하고 나라를 말아먹는데 일조했는지에 대해선, 세계 각지에 이런저런 일화들이 있을 정도다.

“그건 제 쪽이 잘못한  맞는  싶군요.”

그녀들 입장을 헤아려주지 못한 건 문제가 맞다.
내가 데리고  이들도, 억지로 이곳에 들러붙게 된 이들도 어쨌든 간에, 현재로선 가족으로 묶인 상황이 아닌가.
너무 한쪽을 편애하면 문제가 되니 후궁, 황비들은 의도적으로 개개인에 대한 접근을 멀리는 하고 있는데, 이 정도 기간이면 슬슬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금방 온다더니 뭔 몇 주를 기다리게나 하고….”
“그대 말처럼 세상이 그만큼 엉키고 설킨 게 많은 탓이겠지.”
“크흠!”


뭐 책망을 하거나 탓을 할 생각은 아니지만, 갑갑한 건 어쩔  없는 부분일지도.
게다가 내가 제아무리 떡질이 질렸다곤 해도, 이상형이랍시고 호감과 친애, 애정… 좀 낯부끄러운 표현을 빌려 반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할  있는, 그런 존재와 교분을 맺는 것에 기대감을 품지 않을 리가 없지 않나.

…문제는 이게 성욕이라기보단 발정 비슷한 그거라.
기분 좋은 걸 느낀다거나, 해소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빨리 씨를 쏟아내어 그녀로 하여금 내 색채로 물들이고, 내 모든 것을 녹아내어 누구도 감히 넘보거나 침을 바를 수 없게 해야… 뭔가 안심이 되고 안정감을 느낄 거 같기도 하고.


유일한 부담? 불안이 있다면 그거다.
이러다가 이도저도 안 풀리는 거 아냐?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결승전? 골인 지점까지 한 걸음이 남은 상황.
뭐든지 공도 골에 들어가야 점수를 획득하는 거지, 선을 넘지 않거나 골대에 틀어박히지 않으면 그건 골인도 뭣도 아닌 거다.

즉, 그녀의 그곳에 성기를 찔러 넣어 하얀 물을 쏟아내는 것!
…이렇게 표현하니 참 저렴하고 추잡하네. 뭔가 순진하게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엄청 값싸 보인다.



“…….”

근데 이게 틀린 말은 아니잖아? 음, 포장이 부족한 걸까.
같은 선물이어도 포장지가 어떠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 다르듯, 말도 포장하기 나름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참이더냐?”
“음, 조금 더?”

허리를 끌어 안고, 아직 일부러 가슴을 안 만지는 건, 괜히 성감대를 자극해서 안정감보다 그쪽 거시기를 자극해 반발을 사서  꿈과도 같은 여락을 누리는 걸, 거절 당하지 않기 위함이긴 한데.

내심은 이렇게 끌어안은  가슴을 마구 붙들고 문대며 코로 목과 머리카락의 향기를 마음껏 탐닉하는, 이거야말로 다른 의미로 섹스지! 암! 그렇고 말고!
생각만으로도 거기가 우뚝 솟아날 지경인데, 직접 실감하니 속이 긍정적인 의미로 들끓는다.
그럼에도 뭐, 본론으론 안 들어갈 거지만.
그걸 참고 자제하는 게 또 적절한 여락이 있는 거고.


이래야 또 나중에 진짜로 거사에 착수할 때, 강렬한 쾌락으로 연결 될 테고.
아마 그녀들과 합궁을 한 시점에, 후궁들하고도 순차적으로 해야  테니, 그때를 대비해 그럭저럭 의지력을 북돋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욕구 불만이 쌓여야 그만큼 성교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아닌가?

…이런 개뻘소리를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면, 정말로 이쪽으로 이골이 났다는 걸 재차 실감하고야 만다.
 거시기에 혹여라도 내구도가 있었다면, 진작 한계에 달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휘둘러대며 살아왔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후회는 없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보니, 여전히 아쉬운 점은 차고 넘친다.
가진  많을수록, 시도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 시간이 보장될수록 사람이란 건 뭐든 아쉬워 하기 마련.

그런  하나하나 잘 절제하고 제어하는 게 무릇 자기 주제를 잘 헤아리는 걸 테지.
 빠진 독에 물을 백날 부어봐라. 답도 없다.



그러니 바다며 호수에 던져넣으라 하는데, 호수는 밑빠진 독의 것이 아니다. 바다도 그렇고.


“이쯤 하거라. 슬슬 가봐야 하느니라.”
“…….”


여기서 오늘은 그냥 쉬세요, 쉬어라, 쉬자 하고 들이대봤자 안 통할  안다.
그럼에도 이리 안고 있으면 무심코 마음이 약해진다.

권력자들이 배갯머리 송사에 휘둘리는 것도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거다.
나 같이 어지간한 끄덕도 안 하는 부류조차도 마음이 부쩍 약해지려 드는데.

무심코 해달라는 거 다 해주고 싶고, 떠받들어주고 싶고, 그저 껴안다 못해 업고 다니고픈 이 기묘하기 짝이 없는 기분,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그거다.

‘거기에 가슴이 찡하기보다는 하반신이 반응하는 건 좀 오버긴 하지만.’


왜 여태 잠잠하다  순간 발기하려 드는 걸까. 이 망할 놈의 주니어는.
어차피 신체 제어는  멋대로인지라 혈액이 몰리려 드는 걸 애써 자제한다.


심박수를 살짝 낮추는 것도 덤.
심호흡을 차분히 하며, 더더욱 그녀의 체취를 폐부에 한가득 담아가며, 오늘 버틸 여력을 채워 넣는다.


‘좋은  좋은 거긴 한데.’


하여간 의무가 있다는 건 귀찮지만, 그러기에 이러한 한정된 여락을 즐길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다른 상황극으로 이어지는 터라, 거기에 또 만족인지 불만족인지, 충족인지 불충분인지 모를 감정의 저울질에 혹하는 거야말로, 인간의 괴질적인 정신병이 아닐까,  번 생각해본다.


‘그 아리송함이 다양성을 부추기는  테지만.’

단편적이고 단순하기 짝이 없다면, 사람이란 건 얼마나 지루하기 짝이 없을지.
다양성은 좋다.
그래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각자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이들이 절대다수로 널려 있는 게 아무래도 좋은 거고.
누구는 고양이 귀가 좋을 수도, 누구는 강아지 귀나  다른 무언가가 좋을 지도 모른다.
취향상 뿔이 당길 때도 있고.

…뿔 하니 루다나가 떠오르네.
눈 돌아가게 만드는 외모에 취향을 저격하는 그 뿔.
거기다 중2병을 연상하게 하는 매력적인 붉은 눈! 그 적안의 매력에  빠지면, 좀처럼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지지.

“……크흠!”
“문제가 있으면 속히 털어놓도록.”

아뇨아뇨, 미안요 마눌님.
전 결코 당신을 끌어안으며, 배은망덕하게도, 결단코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았답니다! 저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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