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50)화 (450/454)



〈 450화 〉136. 괜찮아! 그 정도로 안 죽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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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병사들을 굴릴 때 하는 것 중 하나는,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휴식 시간조차 굳이 청소시키고, 일광 건조 시킨답시고 나가서 이불 털고 매트리스 세우게 하고.
그러면 취침을 막상 하려 해도 그 꼬락서니라 하기도 그렇다.

어디 그뿐인가.
 몇 명을 굳이 착출해서 뭘 또 시킨다.
그렇게  내버려 두는가 싶으면  뭐 한답시고 불러서 굴리고.
그렇게 휘둘리다 보면 정작 없는 시간조차 금세 날아가니, 빡이 안 칠래야 안 칠 수가 있나.

가뜩이나 내 세대는 스마트폰도 없던 세대다. 부조리가 그대로 굴러다니던 세대고.
심지어 신막사도  쓰던 세대다 이 새끼들아!

“……빡치네.”

진정하자.
저들은 황비다.
징집되듯 끌려온 강제징용 노예들이 아니란 거다.

노예가 아니라고?
노예 취급을 안 해주고서 노예가 아니라고 하지!
다치면 느그 아들 되는 이런 씹….
군대에서시간 썩힌 만큼 가산점은 쳐 주고 이야기하라고.

“후우!”

진정해.
여긴 원래 세계가 아니다. 엄연히 판타지 세계! 그리고 나는 무려 황제! 모든 부조리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절대 존엄!

…실권은 마누라에게 있지만, 군부대 문화와 효율, 부조리 개선은 오히려 그녀 쪽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할 테니, 전~혀 나쁠 건 없을 거다.
거기다 내가 그쪽에 화내는 건 다분 과거에 대한 집착밖에 되지 않는다.

즉, 무쓸모한 분풀이에 불과하다는 것!

“후우!”

순수하게 구르는 모습을 즐겨도 모자랄 판에 순간적으로 PTSD가 와서 혼날 뻔했네.
이것도 업보인가.
남을 괴롭히는 자, 자신도 고통받으리!
심연을 너무 오래 들여다본 탓에, 저도 모르게 괴물이 돼 있었단 말인가?

반성해야 한다는 기분이 불쑥 들었다.
사람은 역시 너무 들뜨면 안 된다. 뻘짓을 하게 되니까!

“황실 요리사들로 하여금, 그녀들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도록, 감질 맛이 도는 식단을 챙기도록 명하라.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해졌을 테니, 여성의 체력과 정령에 좋은 재료들을 듬뿍 사용하도록 하고.”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군수품, 물자 등을 마차에 싣고, 다시 이걸 원 상태로 복귀 시키는 똥개 훈련을 지켜보며, 나는 그녀들이 올바른 정신을 함양하길 기원했다.

‘안 그러면 또 굴린다.’

마음에 악마가, 사탄이, 마귀가 들끓는 순간!
모두 같은 체험을 하게  거란 사실만 막바지에 숙지시켜두자.
그러고도  바뀌면 뭐… 누가 이기나 해봐야지.
나는 어차피 고생 안 해. 고생은 그대들이 하는 거지.

자존심이 이기나, 고문이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봅세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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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히 몸 누여 잠들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가.
전신이 근육통으로 요동을 치고 절규를 뿜어대고 있음에도, 마음 놓고 누워서  수 있다는 그 현실이 몹시도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생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족히 며칠은 누워 있어야겠지만, 몸이 열병이라도 난 듯 골골대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도무지 이 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침대는 이토록 몸을 편하게 만드는 구조물이었는가 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  덤이고.

뭘 먹기도 힘들어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이어가고, 소변 및 대변 처리까지 어쩔 도리가 없이 어설픈 모습을 그녀들에게 보여주게 되니, 괜한 수치심이 치밀었지만… 그래서인지 한편으론 마음을 놓게 되었다.

‘무슨 생각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실권을 전부 놓은 허수아비 황제인가 싶더니, 이건 무슨 상상을 초월하는 괴짜였다.
아니면 설마 황후가 의도적으로 그를 구슬려 길들이기를 시전한다던가?

몸이 슬슬 편해지고, 거기에 적응되기 시작하니 다시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속 시원한 해답이 도출되는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이 과연 끝인가, 또 잠들고 있다가 이상한 신호음? 울림과 함께  저번처럼 나가야 한다던가?

‘벌써 하루가 지났다고?’

잠든 건지, 뜬눈으로 지새운 건지, 뭔가 앓는 듯도 싶었는데 꼬박 하루가 지나 있었다.
…시간이 이토록 정처 없이 흘렀던가.
여러 가지 의미로 당혹스러운 며칠이었다.

본래라면 사제들을 동원해 근육통을 풀어줬어야정상임에도, 이를 방치하고 앓게 내버려두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
앓고서 깨우치라, 깨달으라 이건가.
뭐에 대해?
죄? 무슨 죄?
그러나 확실한 건, 몸이 약해지자 평소의 자신이 기껏 지키려 애써왔던 체면 등이 전부 무의미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절절하게 깨우쳤다.

‘너무 쉽게 봤는지도.’

아니, 실은 쉽게 여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어딘가 방심하고 있었던  싶다.

솔직히, 전혀 경계하지 않았던 존재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들쑤실 거라고는….
데자리아, 그녀가 보아도 황비 가운데 외모 면에서 아쉬운 이는 누구 하나 없었다.
일부는 개성미가 넘치곤 했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움의 종류의 차이가 있다 뿐, 결코 이를 격하하거나 무시하고, 그럴  아니었다.

무엇보다 모든 미를 취할 위치에 놓인 황제로서, 그러한 미모는 또 다른 취향을 충족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상대적으로 비교 대상이 극명할수록, 자신들의 외모가 빛을 발할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데자리아는 자신이 있었지만, 정작 자신을 보는 황제는 어떠한 동요도 뭣도 없이 많고 많은 황비를 대하는 거,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특별하다고 여겼던 인생이 단숨에 평범하고 부진함에 물들고 추락하고 미끄러지듯 널브러져, 허물어지는 꼴을 몸소 겪는다는 건, 여성으로서 참으로 비참한 노릇.
그런데 그건 비단 자신만의 경험, 체험이 아닐 거다.

그러기에 결코 좌절하거나 무너져선 안 된다.
자기 자신이 만든 암울한 감정에 치우치고, 휘말리면 그 자체로 인간은 생기며 의욕 및 열정을 잊기 마련.

시든 꽃만큼 비참한 신세 어디 있을 테며, 기껏 존재하던 매력조차 잃어버려 자신의 존재 의의를 떳떳하게 인정받지 못한다는 그건, 이곳에 몸담게 된 자신으로선 도저히 용납도, 인정도 할  없는 그런 비참함이었다.

“윽!”

그러면 무슨 짓을 해야 그의 마음에   있을까.
대체 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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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정석적인 답을 택하느냐, 변칙적인 방안을 택하느냐는 전부 자신의 창의성에 달린 일.
혹은 편견에 구애되지 않고 조금  열린 사고를 발휘한다던가.

“자진해서 일을 돕겠다고 온 황비들이 몇 되더구나.”
“꽤 정석적인 선택지를 노렸다 이건가.”

황후 마누라는 부려 먹을 노비가 늘었다는 듯한 반응.
내 경우는 뭐, 그녀가 괜찮아 한다면 나쁠 게 없기에 그러려니 싶지만.

“멜도 며칠 거리라 하니 곧 보겠구나.”
“…개나 소나 순간이동 해대는 마당에 왜 도보로 온답니까?”
“그건 추후 직접 묻지 그러더냐?”

여러모로 사람 답답하게 만드는 구석들이 있으시다.
아무튼.

“그래서 황비들은 이제 그만 내버려둘 참이더냐?”
“조금 더 지켜봐야죠.”

본래라면 더 굴려야 마땅한데, 황비들 모두가 그러한 걸 버틸  있는 게 아니었기에 완급 조절이 필요했다.
무작정 굴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굴려서, 지지부진하게, 부질없는 희망에 기대어 넋을 놓게 하여 억지로 버티게 길들이는 게 가장 중요했다.

참다 참다 못 참는다는 식으로 자포자기해버린다?
그것도 개조하기 나름이지만, 그러려면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데 그건 개인에게 너무 비극이잖냐.
나는 최대한 버틸 수 있는 한도로 괴롭혀 정신을 개조하고자 했던 거다.
또 그러면서 겸사겸사 몸도 건강해져야 나하고 밤일할 때 금방 혼절하거나 까무러치지 않을 테고.

남성의 정력만 걱정하는데, 나 같은 존재가 되면 사실상 여성 정력 쪽에 훨씬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어진다.
솔직히 오X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같으 호응하고 교감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떡질도 좋구나 하며 즐기는 거지, 혼절한 이의 몸 위에서 혼자 허우적대봐야… 씁쓸함을 넘어 자괴감만 깊어진다.

“그건 그렇고 카일론 쪽에서 요즘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던데….”

에드릭이 다른 쪽으로 주제를 돌렸다.

“반쯤은 공중분해 되고 있을 테니까. 우리와 합병, 병합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지지만, 카일론의 주체성을 잃게 된다는 망할 아바마마에게도 심장이 조여드는 심경일 테지.”

불꽃 효도를 하겠다는 걸 대놓고 표명하는 마누라.

차라리 온전히 폐위든 퇴위시켜버리고 카일론 왕가를 계승하는 거라면 이름이라도 남을 텐데, 이건 아주 구 제국에 합병시켜버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걸 보면, 그쯤 되면 그게 카일론인지 제국의 일부인지, 어느 쪽이 정상인지 사뭇 헷갈려질 수밖에 없는 노릇일 거다.
그렇다고 아니라 할 수도 없고.

철왕의 동생? 그쪽에게 정권이며 실권이 일부 기울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겠지만….

“플로란테 공작도 우릴 지지한다는  대대적으로 선포했다지?”
“본인의 영원불멸한 후원자이자 지지자인 분이시다.  카일론 령을 통째로 내맡기겠다고 사전에 협약을 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으시겠지. 야심이 부족한 분도 아니시고.”
“그러다가 나중에 쪼개지면?”
“그건 차차 조율해 나가야지.”

 정치적 사안은 그녀 보고 알아서 하라지.
어차피 제국 경영은 그녀가 하겠다고 했으니까.
나는 농땡이나 피우며 적당적당 있으면 그만이지.
예전처럼 자유롭게 싸돌아다니진 못해도 원체 방구석에서 샤바샤바하는 거엔 익숙해져 있는 마당이고.

‘본격적으로 애 좀 본다며 씨를 마구 뿌려댄다 치면… 흐음.’

조금이지만 기대감은 있다.
우선 팀장님과 황후로 하여금 내 후예를 낳게 한다는 생각은 늘, 없던 성욕? 욕구조차 불끈하게 만드는 그런 게 있으니까.
애써 발기하려는  진정시키기도 힘겨울 정도다.
왜 이런 쪽에 이리도 집착? 욕구가 충만하게 치미는 건지는 아직도 헷갈리지만.

그냥 떡치는 걸 즐기려는 의도와, 씨를 뿌려 자식을 보고자 하는 욕구는 뭔가 다르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섹스 의욕이 부족할 땐 억지로라도 임신을 시키겠단 각오를 다지면, 안 서던 물건도 발딱 서곤 했으니까.

…근데 이건 페티쉬 개념을 떠나 본능적인 거라 딱히 정신병이니 질환이니  것도 없을 거다.

“뭘 또 그렇게 골몰하느냐?”
“우리 애는 언제쯤 볼까 고민 중이었지요?”
“하!”

그녀는 같잖다는 듯 웃어 보였지만, 딱히 거부 반응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내색하진 않았다.
…내심 기대해주고 있는 쪽이 나로서도 의욕이 충만해질것도 같다만.

아, 팀장님. 진짜 언제 오십니까. 빨리  오세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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