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4화 〉137. 마침내!(3)
남자와 여자가 맺어지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본능적 욕구에 일환인가.
그도 아니면 그저 추잡한 성적 욕구, 쾌락을 탐하는 저질적인 퇴락 행위에 불과할까.
생명을 잉태하는 행위는 필시 고귀하고 섬세한 것인데, 왜 이걸 이토록 부정적으로 취급하는가.
인간이 스스로를 제어하고 절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것은 예로부터 스스로를 고귀하고 존귀하다 믿는 이들에게 한없이 부조리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적 굴레까지 더해지면 다 같이 즐기면서도 정작 내가 할 땐 괜찮은데 남이 하는 걸 객관적으로 보자니 뭔가 추악하고 추잡하게 느끼고.
이걸 단순히 경쟁자인 수컷이 내 암컷, 혹은 암컷이 내 든든한 수컷을 후리고 강탈하려는 것에 대한 저항감인지, 그에 준하는 욕구에 일환인지… 솔직히 뭐가 됐든 나로선 알 바가 아니라 봤다.
근본적으로 나는 내 것을 빼앗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다만 타인의 소유욕도 존중하기에 일정 선을 지킨다.
또한 내게 헌신하고자 하는 자세를 지녔으며, 그걸 행동으로까지 옮긴 이들이라면, 나는 기꺼이 나 또한 그럴 의지가 있었다.
그런 맥락으로 봤을 때, 팀장님의 경우는 어떠한가.
…최초의 나는 그녀에게 무제한적인 헌신을 베풀었다.
기억은 따로 안 나지만 그랬다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지.
그리고 이후, 날 찾아오지 않아도 되었던 그녀는 이전의 그 망할 할배의 약속에 따라, 기약에 따라 날 찾은 건지, 아니면 굳이 날 안 찾아도 되는데도 친히 날 찾아와 내게 돌파구를 마련해준 건지 어떤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 없기에, 그녀가 내게 진심인지 아닌지까지 나는 알지 못 한다.
그러면 이걸 헤아리기 위해 나란 종자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무엇보다 당장 맺어지고 이어진다 쳐도 그것이 영원불멸한 그건 아닐 거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낭만은, 글쎄올시다.
적어도 살아생전, 죽을 때까지는 배신 않고 살 수 있다면, 나는 그거 하나만으로 충분히 분에 넘치는 행복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죽기 직전까지 믿고, 그것이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진실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지.
…불행하게도 실은, 그런 적이 한순간조차 아니었다고 한다면, 이건 또 어떠려나 싶지만.
결국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실감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니 느낄 수 있는 거라곤 당장 만지고, 더듬고, 물고, 빨고, 넣고 박고 쑤시고….
뭐 이런 거밖에 없겠지.
말을 제아무리 한들 진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린 쥐뿔이도 모른다.
그건 당장, 상대의 가장 소중한 곳에 내 비밀 병기를 꽂아 넣는다고 할지라도, 그조차도 진심인지 아닌지 어찌 확신하랴.
그리고 이런 의혹, 의심.
즉 의심암귀에 빠져들면 인생이 참으로 고달파진다.
사로 잡히는 시점에 지옥이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악마며 귀신에게 산 채로 영혼을 저당 잡히거나, 물어뜯기고 있는 셈인 건데.
“나를 보아라.”
“…….”
“너는 줄곧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엄한 것들을 보곤 하지. 눈앞에 누가 있든, 결국 자기 사고에 빠져 들곤 하는데, 매우 안 좋은 버릇이다.”
너무나도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한편으론 의구심이 치솟는다.
나는 그녀 이전에도 필시 많은 매력적인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그녀와 맺어지는 걸로 인해, 무언가 하나의 관문을 넘어서는 듯한.
한편으론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모교로부터 졸업을 당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을 느낄 것만 같았다.
쓸쓸함도 아니고, 허무함? 아쉬움은 더더욱 아니다.
이건 그러니까…….
…영문을 모르겠네.
“안 되겠구나.”
결국 내 상태를 이해한 그녀가 앞서 행동했다.
손수 내 옷을 벗기기 시작한 건데.
신기하게도 이런 과정을 지켜보니 조금 전까지 짙게 꼈던 안개며 먹장구름이 일거에 걷어지는 듯한, 신묘한 기분을 체감한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스스로 생각의 늪에 너무 빠지지 말지니.”
그건 위안도 격려도 아닌, 단순한 바람을 읊는 듯한, 아무튼 그런 무언가였다.
좀처럼 입안? 아니 사고가 정비되질 않는다.
무얼 떠올리고 실감하고 기대하고, 초조해하는지.
…그리고 이걸 냉정하게 생각해봤을 때, 나는 여느 때보다 훨씬 더 당혹스러움에 젖어 있음을, 그때서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긴장과는 다르다.
이건 뭐랄까.
로또 당첨이 됐다는 걸 알았지만, 막상 은행 가서 당첨금을 계좌에 수령 받고서, 은행 밖으로 나온 뒤 느낄 법한 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옷이 벗겨지고, 맨살이 닿자 잡념은 더더욱 수그러든다.
단순히 안개가 걷어지는 걸 넘어, 이젠 빛이 명멸해대기 시작한다.
물론 단순한 망상이고, 상상이고, 착각일 테지만.
그런 쪽으로 텐션이 굴러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우친다.
“아, 음. 괜히 긴장했네요.”
이제 좀 혀도 굴러가고.
“좋지 아니한가. 그만큼 날 대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의미일 테니.”
“흐음….”
이건 정답. 정답이오!
아마 아까 전, 무언가 일단락 맺어질 거라 느낀 그건, 필시 사실일 거다.
내가 이곳 세계에 와서, 이제 제법 경력을 쌓아 굳건해지기도 했고, 또 어설프게나마 황제 취급도 받곤 있다지만, 결국 난 아직은 풋내기다.
내 몸뚱어리, 아바타인 에드릭이 대단한 거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란 거다.
뭐 그게 나인데 뭔 상관이 있겠냐 지적하면 할 말은 없다만.
“제 시작이 아무튼 그쪽이었으니까요.”
팀장님이라 부르자니 두 사람이 혼합된 형태라, 뭔가 좀 엇나갈까 싶어 이렇게 끼워 불러봤다.
그쪽이 뭐냐. 그쪽이.
“같은 입장 아니겠나.”
그녀의 얼굴도 조금, 회한이 들어선 듯 보였다.
그러나 이건 고달프거나 슬픈, 그런 것과는 다른… 흥미와 유쾌함이 섞인 그런 회한.
실로 어울리지 않는 애달픈 인상이 그곳에 자리했다.
눈으로 웃으면서도 울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입술을 굳게 깨물다가도, 다시금 온전히 입꼬리를 말아 올리듯.
그녀도 나 이상으로, 다른 의미로 속내가 복잡한가 보다.
정작 부끄러운 내색이랄까, 초조함 등을 억누를 수 있는 건, 아마도 패왕녀 특유의 오만방자한 프라이드 덕택이겠지.
이러니 괜스레 팀장님의 멀쩡한 태도를 보고 싶었지만, 여기 있는 그녀가 그녀이되 그녀가 아니며, 동시에 그녀 자신이자 본신이라는 걸, 나는 어렴풋이 인식하고야 말았다.
애초부터 이럴 생각이셨던 걸까.
“단순 예행 연습 차원이 아닌 거죠?”
“…….”
웃는 얼굴로.
그녀는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져 있던 게 다시 합쳐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두 분은 진심으로 절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제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걸 지금에 와서 궁금해한단 말인가? 너무도 늦고, 너무나도… 지연된 반응이로구나.”
우린 모두,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오랫동안 잊어왔고.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다시 마주한 건, 어떤 연유일까.
정확하게는 팀장님 쪽이지만.
패왕녀였던 그녀와 내 관계는 어떤 식으로 정의해야 했을까.
“알지 모르겠지만, 너는 내 소임을 다해줬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그 이후까지도.”
“…그런 기억이 크게 없는데요.”
“너는 누굴 사랑한다 대놓고 말하면서도, 나에 대한 입장과 그 처우에 대해선 변함없는 태도를 내보였지. 나는 서운한 감이 있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거야말로 타당한 선택이었음을 재확인했다.”
“…….”
패왕녀가 내게 호의며 호감을 가지는 건 이해가 된다.
또 입장에 따라 서로 손을 맞잡는 구성까지도.
그러나, 그녀가 날 진심으로 어찌어찌 되는, 이건 여전히 내 머릿속에선 도저히… 구상이 그려지질 않는다.
나는 여전히, 그녀와 결혼 놀이를 한다는 개념이었으니까.
어차피 아바타인 시점에 내게 이곳 생은, 반쯤 희극이자 유희기도 했고.
나는 그걸 부정하거나 슬퍼하고, 고달파하지 않는다.
내가 팀장님 쪽에 집중하고 올인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이유도 있었으니까.
게임이 제아무리 재미있었더라도, 결국 게임이기에 엔딩을 보면, 재시작을 하던가, 세이브 파일을 다시 로드하던가.
그러나 결국 그 한계를 벗어던지진 못 한다.
그러나 현실상에선 팀장님이 있다.
그러기에 이곳에서의 나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쓸데없는 소리는 됐다. 남은 건 천천히….”
그녀의 몸이 내 쪽으로 포개진다.
크게 부푼 유방이 가슴에 닿아 형편없이 허물어지는 그 감촉이, 너무도 좋았다.
절로 신음이 흘러 나올 정도로.
딱히 성적 자극이며 쾌락이 치닫는 건 아니지만, 다른 의미로 흥분감이 고조되고, 움츠러든 몸이 절로 혈기를 띄며 부풀어 오르고 있음을, 적극 실감하고야 만다.
뭐 대가리 속이 어쨌든, 나는 당면한 그녀와, 그녀와 이어서 행할 행위에 대해, 무척이나 기대감에 벅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만져보거라.”
그녀가 손을 뻗어 내 손을 붙들었다.
차갑고도 따스하다.
상반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껴졌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 위에 내 손을 얹게 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이, 고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평소보다 빠르게, 그러나 터질 것처럼, 폭발할 것처럼 요동치는 바는 없이.
…그저 편하게.
그저 안정적으로.
만지고 있는 나조차도 성적 흥분과 다른 의미로, 위안을 얻을 정도로.
아, 물론 손에 만져진 그녀의 가슴에 반쯤 뻑이 간 것도 완전히 부인할 순 없겠지만.
“네가 하겠느냐? 아니면 내가 먼저 맛보면 좋겠느냐?”
“…바라시는대로.”
나는 언제나 수동적이다.
능동적인 게 귀찮고 싫다.
수동적인 이후에, 요령을 파악한 뒤에야 능동적인 게 아무래도 성향이며 적성에도 걸맞고.
그러기에 시작은 그녀에게 떠넘겼다.
나는 원래, 이런 쪽으론 좀 무책임하니까.
그녀가 자연스레 사타구니 부근을 손으로 훑었다.
놀랍게도, 반쯤 발기하려던 녀석이 그녀의 손길이 닿기 무섭게 요술처럼 팍하고 크기를 부풀렸다.
마술과도 같은 작용에 물건을 만지던 그녀의 손이 살짝 주춤했다.
“놀라운 녀석이로구나.”
고풍스러운 어조지만, 패왕녀 특유의 짙은 음색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더 없이 익숙하면서도, 친숙한 음색.
마음이 저절로 이완되고, 가라앉는다.
마치 편안하게 힘을 빼면, 무겁게만 느껴지던 몸조차 수면 위로 절로 부상하듯.
그러나 다리에 내걸린 3번째 다리 놈은, 전혀 반대인지 약간의 힘만으로 꿈틀대며 크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게 귀여운지, 그걸 붙들고 잠시간 위아래로 훑어대는 그녀.
…몹시 기분 좋았다.
“표정이 흐트러지는구나.”
“아, 음. 남자는 원래 그쪽에 성감이 대부분 할당 돼 있어서 그쪽을 자극하면 원래, 상태가 이상해지는 겁니다만?”
“변명하지 마라.”
“옙….”
고의로 쿠퍼액을 왕창 뿜어내자, 그녀의 손바닥이 금세 질척해졌다.
흥건하게 젖은 그 손이 기분 좋게 마사지를 하듯 내 굵직한 양물을 훑어대자, 이게 참 다른 의미로 기분이 퍽 좋았는데.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그녀가 가슴을 들이밀며 몸을 밀착시켜 오더니.
이어 자연스레 내 입술을 향해 입술을 들이밀어 왔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그녀의 면면이 코앞을 넘어 목전에 달하자, 다른 의미로 기분이 고양된다.
그녀가 앞서, 적극적으로 날 향해 입술을 들이밀고 있다.
입술이 맞닿고, 잠시간 서로의 입술을 탐했으나, 그걸로는 부족하다.
결국 혀와 혀가 얽히고, 그걸로도 부족해 혀 뿌리까지 휘감듯 혀가 쑤욱 밀려들어 온다.
치아와 잇몸, 입천장, 아래 등을 골고루 쓸어오는 그녀의 촉촉한 혀놀림.
여전히 손으론 페니스를 훑어대고.
그 템포가 점차 빨라진 덕에 이쪽의 흥분도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사정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질 않았다.
참지 않는다 치면, 조루 마냥 금세 튀어나오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과도한 흥분과, 싸고자 하는 욕구를 만땅으로 채워 계속된 자극에 적극 순응하기 시작하면.
터트리는 것 정도는 정말로, 일순간에 불과했기에.
“츄릅!”
입과 입이 달라붙어 서로의 혀를 농밀하게 탐하는 사이.
내 물건으로부터 맹렬한 열기가 외부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뭔가 이제 시작이란 확신이 심어진다.
조금 전까지 사고를 어지럽히던 잡념과 악념, 삿된 생각들이 모조리 뿜어지고 빠지고 씻겨 내려가는 듯한 충족감!
빼내는데 왜 충족감이 느껴지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이 순간에 나는, 또 다른 의미로 해방감을 맛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혀와 혀를 탐하는 과정 만큼은 멈추지 아니한다.
이어서 손을 뻗어 가슴에 문대어지는 그녀의 유방 한쪽을 붙들고.
동시에 남은 손으론 그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왈칵 움켜쥐며.
또 다시, 제대로 즐길 태세를 갖춰보기 시작했다.
뭐 나중 일은 그렇다고 치자.
당장은, 이 순간을 즐기는 쪽에 전념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아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