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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제1부 : 1화. 여대생의 소중한 그것 (1) (2/195)



〈 2화 〉제1부 : # 1화. 여대생의 소중한 그것 (1)

2.


명록은 마침 바로 택시를 잡아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옆자리 상규도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모양이었다.


불쌍한 상규.
일찌감치 결혼해서 완전 미주 씨한테 잡혀 살고 있었다.

이런 녀석과 만나면 술자리가 일찍 파할 수밖에 없는데
며칠 전부터 같이  먹자고 조르고 졸라서 결국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자기가 쏜다고까지 말하며 같이 놀아달라는데 거절하기엔 너무 애처로웠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조금 이제 술빨 좀 오르고 마실 만하니
벌써 핸드폰 시계 보면서 녀석의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금요일  고작 11시에 이러는 거 보니 술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

아으.....
이 자식과 술을 다시 마시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


벌써 수십 번은 이미 했을 소리를 속으로 삼켰다.
명록이 이제 일어나자고 얘기하자 상규의 얼굴이 금세 환하게 밝아졌다.

술값을 계산하고 나오는 상규를 기다리며 도로를 살펴보고 있었다.
운 좋게도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택시가 바로 그들 앞에서 멈추더니만 여자가 내리고 있었다.
긴 생머리의 예쁘장한 아가씨였다.


순간 상규 녀석이 내 옆을 스치며 택시로 내달리고 있었다.




에그.....
미주 씨가 그리 무섭더냐???




명록은 혀를 차며 그 뒤를 쫓아서 달렸다.
여자를 스치며 지나가는데 어맛 하는 소리를 들은  했다.

아무래도 상규가 그녀를 치고 지나간 모양이었다.

녀석도 참......

혀를 찼다.
하지만 목숨에 경각에 달린 친구를 위해 서둘러 뒷자리에 탔다.
여자에게는 가볍게 목례를 했는데 봤는지 안봤는지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얼마나 급했는지 명록이 문도 채 닫기도 전에 상규 녀석은 목적지를 얘기하고 있었다.
명록이 먼저 내리고 그다음엔 멀리 떨어진 상규네 동네로 달리게 될 것이다.


아흐......



얼마 마시지도 않는데 밤을 샌  피곤한 느낌이었다.
손으로 시트를 짚으며 어깨를 위로 밀어서 스트레칭 하려는데 갑자기 손바닥 아래로 무언가 만져졌다.

딱딱한 느낌.
 두껍고 손바닥 아래 꽉 차는 큰 것이었다.


으잉???
뭐지?!



명록은 살짝 눈을 내려서 손바닥 아래를 살폈다.


오잉!?

살짝 살펴보니 여성용 지갑이었다.

앞에서 운전하는 기사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슬쩍 주워서 바라보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별다른 생채기 하나 없는 새것이었다.


거기에다가   가득 느껴지는 빵빵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이런.....
웬 카드들만 잔뜩 들어있고 돈은 고작  원짜리 몇 장만 보였다.


뭐.....
고작 십만 원도 안 되겠네......

순간 옆자리에 앉아있던 상규 녀석이 언제 눈치를 챘는데 손이 내 쪽으로 성큼 넘어온다.

명록은 시선으로 으르릉 거렸다.



' 야~ 건들 지마라......  형님 수입이다......! '

' 웃기네....  좀 보자. 그거..... 여자 지갑이지? '

' 기둘려봐. 나도 지금  봤다. '


명록은 지갑사이 끼어있는 것을 보다가 학생카드를 발견했다.
꺼내보니  대학 학생증이었다.


휙 하고 손이 날아오는  하더니 상규가 카드를 낚아채서 가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탄사.




" 와아...... 졸라 예쁜데? "

녀석.....
졸라가 뭐냐?
졸라가......
결혼도  녀석이 참 어리게 논다......
크크....

상규는 캠퍼스 부부였다.
실수로 임신이 된 뒤 결혼한 케이스였는데 결혼한 미주가 좀 성깔이 대단했다.
친구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미주가 상규 앞에 칼 꽂고 결혼할래 안할래 하며 얘기해서 결혼했다는 소문도 있었을 정도 이었다.
그래도 그땐 마냥 좋아하더니 요새는 너무 잡혀 사니까 조금 힘든 모양이었다.




" 야.... 줘봐. "


싫어. 이거 내가 가진다. "



상규 녀석이 땡깡을 피고 있었다.
명록은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얘기했다.

" 그래? 오늘 아무래도 제수씨 보러 가야겠다. 울 상규가 여대생 학생증을 가지고 모종의....... "

" 야야~~ 가져가져~~~ 치사한 놈. "



녀석의 눈망울이 금방 글썽글썽해졌다.

에그......
그때 그러게 피임 좀 잘하지 그랬냐.



명록은 상규가 준 학생증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입학이 작년이었다.


오호~~ 이제 이학년?
나이가..... 이야...... 스물한살이잖아?



학생증에 있는 여자의 사진을 보는데
오....
준수 했다......
아니 아주 훌륭했다.


택시 안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눈에 확 띄는 미모.
거의 여자연예인 정도로 화사한 얼굴이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이 정도 예쁜 얼굴은 지금까지 살면서 두세  정도 본 것 같았다.



잠깐......
요새 사진도 뽀샵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이 사진도 그런 거 아니야?
흐음.......
어찌 됐든 이걸 어떻게 할까.......?


옆을 보니 상규는 완전 토라진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명록은 피식 웃었다.



쳇.....
유치한 놈........

명록은 스물 여덟살 지금까지 살아오며 여자 친구 하나 사귀보지 못했다.
친하게 지내는 상규는 일찌감치 미주라는 호랑이 마누라 만나서 잡혀 살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 여친을 만들었는지 신나게 놀러 다니는 동안
<<모태쏠로>> 라는 영광(?)스런 타이틀 아래 오나미 성녀의 인자한 미소를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요샌 성녀도 편집 돼서 보기도 힘들었지만.......




이렇게 예쁜 애는 남친도 이미 있겠지?
아.....
뭐....
남친이 없어야 한번.....
댓쉬라도 해보지......
하.......
그냥 지갑이나 갖다 주고 끝인가?



명록은 쩝 소리와 함께  안이 텁텁해지는 것을 느꼈다.
쓸개즙을 혀끝에 댄 듯 쓴 맛이 가득 퍼졌다.





**************



" 야~~ 당근 학교로 찾아가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승필 선배는 커피를 손에 들고 명록을 보며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명록은 그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중이었다.

오.승.필 선배


나름 명록이 일하고 있는 제일기획의 전설인 남자다.


광고 기획건으로 여배우 교섭하는 자리에서
바로 그녀를 꼬셔서 잠시 밀회를 즐겼다...
-는 전설의 카사노바로 지금은 강호(?)에서 은퇴해서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언제든 그가 마음만 먹으며 현역으로 복귀 가능한 인재  인재였다.

명록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한 조언자가 없다고 생각해서 지갑 건에 대해 여쭙고 한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 근데...... 남친 이라도 있음 괜한 짓거리를 하는 거잖아요? "


승필은 핫 하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아..... 이런 순진무구한...... 남친 따위는 그냥 허수아비야. 있으나 마나한 것들.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면 돼. 오히려 그런 애들이 작업하면 성공률이 높은 법이다. 중요한 건 접근할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거지.....걔한테 골키퍼가 있네 없네 이런 건 아무런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다 이거야. 자자...... 우선 내가 한수 가르쳐줄 테니까 그대로만 해봐. 이정도면 대개는 80% 다음 데이트는 약속되는 거니까 실수만 없으면 명록 네 인생이 여자 하나 꼬이는 거다. "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명록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명록도 승필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그의 가르침을 숙지하고 있었다.



**************



" 아~~ 수진이......! 오늘 오전에 잠시 왔다 갔었는데....... 학생증 관련에서 머라고 하더니만...... "

조교 언니라고 여자애들한테 인사를 받던 그녀가 명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대학교 캠퍼스였다.
물론 이 학교를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교만의 분위기는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했다.

젊음의 향기.
풋풋함.


취업준비를 하는 예비학교로 점점 탈색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와는 다른 분위기로 어른 전 잠시 싱그러움이 담겨있는 곳이라 느낌이 남달랐다.

" 누구 혹시 수진이 연락처 없니? 누가 찾아왔는데....... "




여자 조교는 나름 성실하게 자신이 말한 것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여자도 나름 귀여운 멋이 있었다.



하.......
여대생을 보니 그냥 마음이 허하구나......

명록은 어쩡정한 모습으로 학과사무실에 서있었다.

일부러 외근을 자청해서 짬을 내어 나와 있는 참이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 직접 전해줘야 된다. 주변사람한테 맡기거나 그럼 안 돼. 절대로..... 본인한테 직접 전해주는게 순서다. "



승필 선배의 표정이 눈앞에 있는 듯 했다.
그런데........
대학에 오니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아......
왜 학교에 오면 그 여자애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지나가는 애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아까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던 여자조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 아!!!! 얘~~ 수진아~~~~ "


어....? 언니 왜요? "

순간 몸이 움찔했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헛!!!!

사진 속의 얼굴을 그대로 카피해놓은 듯 한 여자애가
학과 사무실로 들어오며 눈을 말똥말똥 거리고 있었다.

긴 생머리......
흰 티에 각선미 쫙 드러나는 스니키진을 입고
굽 높은 샌들을 신고 있는 사진 속 그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2차원 인물의 3차원 세상으로의 현신?!


명록은 심장이 쫄깃해지며 찌르르한 느낌을 받았다.


조교는 생글거리며 명록을 가리키고는 말했다.



얘~~ 이분이 너 찾아왔어. 아마도.....너 지갑 주우셨다고 하는 거 같던데.......?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진이라는 여자애가 명록이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급하게 말을 이었다.

" 저.... 정말이에요? 제 지갑을 주우신 거예요??? "

아~~
좋은 향기......
향수라도 쓰고 있는 건가?

명록은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에 취하고 있었다.




으......
 보람이 있구나.....
이것만으로도.

그는 품 안에 넣어두었던 지갑을 꺼냈다.
에메랄드빛 지갑이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명록이 지갑을 건네자 냉큼 받아들고는 수진은 가슴에 품고 비비고 있었다.

" 아~~~ 저...정말 고맙습니다. 아...... "

표정을 보니 진짜 지갑을 다시 찾은 게 기쁘긴 기쁜 모양이었다.



하....
지갑이 저렇게 소중했었나?
내용물은 보지도 않고.......
지갑만 끌어안고 좋아하고 있네......
하하......


조교는 옆에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야~~ 수진아.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은혜를 갚아야지 그게 머니? "

그제야 지갑을 안고 황홀경에 빠져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고 조교 쪽을 바라보았다.
여자 조교는 히쭉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지갑 찾아주신 은인한테 식사라도 대접해야지. 때도 딱 좋네. 점심시간이잖아. 고맙다고 말로 때우지 말고 같이 가서 밥이라도 사드려. 후후..... 여기까지 찾아오신 분이잖아. 너도  정도는 해야지. 자자~~~ 어서 안내해드려~~ "


그녀의 말에 명록은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밥 한  사세요
-라고 말할 참이었는데 이거 알아서 가려운데 긁어주는 꼴이었다.

순간 조교라는 그녀에게 명록 자신이 밥을 사주고 싶어졌다.

내가.... .
수진이라는  아이와 잘된다면 거하게 당신에게 한턱 쏘고 은혜를 갚겠습니다.......



수진이라는 애는 쭈삣거리더니 명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그럼 여기까지 와서 지갑도 돌려주셨는데...... 제가 점심 대접할게요. 같이 가실래요? "




명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음.... 그럼 좋죠. 대신 제가 식당은 골라도 되죠? "



수진은 그의 말에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 네에..... 그러세요. "


" 그럼 나가죠. "

명록이 먼저 학과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수진은 애매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는데 조교가 그녀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 얘~! 모쏠~! 한번 잘 해봐~~~ 머어 좀 아저씨 필은 나지만 남자가 절로 굴러왔잖니? 후후후...... 잘해봐라~~~ "



뒤에서 들리는 조교의 목소리에 명록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 모쏠???? 모태 쏠로라는 거야???? 저렇게 예쁜 아이가? 오오....... '




그를 아저씨라고 부른 호칭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갑자기 가슴  깊은 속에서 활활 용기와 꿈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진이라는 아이를 향해 거침없이 돌격 하리라 내심 두세 번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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