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제1부. #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10)
41.
치이....
이렇게 내가 키스도 해주었는데.....
사람들이 보는 것이 대수인가?
어차피 그들은 오늘 보고 다시 볼 얼굴도 아니 것만.......
보통 이럴 때 할리퀸 소설의 남자주인공은 오히려 여자주인공을 와락 껴안으며
귓가에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던데, 그들과 달리 남들의 눈치만 보며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수진에겐 불만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였다.
수진은 다시 그의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을 앞으로 당겼다.
방심한 그의 몸이 어어 소리를 내며 이내 앞으로 딸려 내려왔다.
그의 얼굴이 눈 안 가득 채워졌다.
" 오빠~ 그래서...... 싫어요? "
수진이 명록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작게 속삭이곤 뜨거운 숨을 그의 귓가로 흘려보냈다.
그녀의 친구들이 자신에게 자주 하던 장난이었다.
따스한 숨이 그녀의 귓가에 맴도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고
간지러워 화들짝 놀라면 세친구들은 키득거리며 배꼽을 잡곤 하였다.
지금은 경기라도 들린 듯 명록이 움찔 놀라며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귀를 떼어 내기 위해 손바닥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수진은 그제야 그녀들이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치던 이유를 알았다.
그러니깐.....
명록의 반응은 너무 재미있었다~!!!
목을 감았던 양팔을 풀고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그제야 명록도 그녀의 입술을 막았던 자신의 손바닥을 치우며 머쓱하게 웃었다.
수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명록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장난이 조금 지나쳤는지, 명록의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체온이 수진에게로 그대로 전해졌다.
명록을 부끄럼쟁이로 만든 우도봉을 빠져나와 해안을 타고 다시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명록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볼 때마다 우도봉에서의 그의 표정이 생각나 수진의 입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부끄럼쟁이 오빠 같으니라고.......
그는 수진이 웃는 이유도 모르면서 수진의 웃음소리에 그녀를 쳐다보곤, 뭐가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히 고였다.
**************
절벽을 타고 난 도로 아래 검은 바다가 보였다.
여태까지 수진이 봤던 우도의 바다는 모두 파란 물빛이었는데 검은색 바다였다.
수진의 호기심을 이끄는 그 모습에 명록에게 가보고 싶다고 말할까 하며 흘깃 그를 쳐다봤다.
선글라스를 끼고 차를 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남자라는 느낌을 주며 수진을 설레게 했다.
지금 수진이 하고 싶은 건 관광이 아닌 명록과의 단 둘만의 시간이었다.
수진은 아무 말 없이 기어봉 위에 올려진 명록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등을 그녀의 손바닥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손바닥엔 따뜻한 그의 열기가 느껴지고, 손등엔 시원한 바람이 부딪히며 수진의 열기를 식혔다.
그렇게 둘은 우도를 한 바퀴 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우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서빈백사.
<<백사장>>이라는 말 그대로 하얀 모래, 그리고 그 위를 유리처럼 맑은 바닷물이 덮었다.
늘 한적한 우도도 이곳만큼은 예외인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사진기를 들고 투명한 바다에 잠긴 자신들을 찍고 있었다.
명록과 수진도 예외는 아닌지라 유리처럼 투명한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그 아래 하얀 모래가 깔려서 햇살이 더 반짝거렸다.
발목에 닿는 투명한 바닷물을 해치며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걷기 시작했다.
투명한 바다와 다르게 까칠한 모래알들이 연인을 시기하는 듯 그 둘의 발바닥을 괴롭혔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한걸음 한걸음이 지압을 받는 듯 따가웠다.
부드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이 걷고 있던 명록의 얼굴도 어느새 찡그리고 있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원래 아파서 그만 나가려던 수진은
그런 명록의 얼굴을 보고 다시 장난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히히 웃고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그의 걸음을 재촉했다.
장난을 위해 나의 아픔정도야 참는 기묘함이 왠지 바보스러웠지만 그의 표정을 보자니 참을 수 없었다.
명록은 그런 그녀의 손에 이끌려 걸으며 입을 열었다.
" 저...수진아.... "
" 네? "
장난기 가득한 얼굴의 수진이 명록의 곤란한 표정을 보고도 모르는 척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춥지 않아? 이만 돌아갈까? "
" 그래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 "
" 아니야, 이러다가 감기 걸려, 돌아가자. "
명록은차마 발바닥이 아파서 그만 가자는 말은 못하겠는지
애꿎은 날씨 탓을 하며 수진을 물 밖으로 잡아 끌었다.
좀 더 장난치고 싶었지만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수진도 명록의 심정을 모른 척 하며 그의 손에 이끌려 차로 갔다.
젖은 발 때문에 샌들을 신지도 못하고 발바닥에 잔뜩 달라붙은 모래가 차에 떨어질까 봐 수진이 차 옆에 애매하게 서있었다.
명록이 언제 준비했는지 수건을 건네주었다.
지나치기 쉬운 물건인대도 이렇게 챙겨온 그의 세심함이 매력적으로비쳐졌다.
하긴......
항공편.....
렌터카......
그리고펜션까지.....
어느 것 하나도 그가 준비한 것들 중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수진은 활짝 웃으며 수건을 건네받고는 발바닥에 묻은 굵은 모래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차에 올랐다.
낙원 같은 우도의 해도 영원히 빛나진 않는지 점점 해가 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둘은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우도의 하늘을 만끽하며 우도의 도로를 달렸다.
수진은 사실 오픈카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픈카를 타고 다니는 이들을 보면 도시의 한복판에서 배기가스를 마시며
괜한 폼만 잡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자연을 달리는 이 느낌은
그간 가지고 있던 그녀의 고정관념을 완벽히 깨버렸다.
아....
이런 느낌에 오픈카를 타는 구나........
해방감......
자유로움.......
신선한 공기 아래 바닷바람을 가득 마시며 달리는 사이 항구 선착장에 도착했다.
차는 서서히 항구 선착장 안을 달려서 이곳에 올 때처럼 배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우도를 떠나 제주도로, 둘만의 작은 공간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우도를 떠나는 배 안에서 수진은 명록의 팔에 자신의 몸을 꼭 밀착하며 기댔다.
흔들거리는 배와 따듯한 그의 체온에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수진은 점점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수진의 목이 점점 그의 어깨 위로 기울었다.
명록은 어깨에 기댄 수진의 머리가 무겁지 않은지 여전히 그대로 수진의 머리를 받쳐 주었다.
흐릿하게 멀어지는 우도와 함께 수진은 어젯밤 팔베개를 해준 명록의 체온을 떠올리며 조금씩 잠에 빠져들었다.
**************
제주도의 축소판.......
해양공원이라고 하더니........
정말 아름다웠던 섬.
우도에서 빠져 나왔다.
우도를 구경하는 사이 수진의 돌발행동으로 위험수위를 왔다 갔다 했다.
수진을 와락 껴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명록은 오늘 있을 밤을 생각하며 꾸욱 참고 있었다.
괜히 낮에 힘을 빼서 어젯밤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
물론 그런 일로 영향 따위는 없다는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하고 싶었다.
설마 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괜스레 힘을 빼고싶지 않았다.
불끈불끈 치밀어 오르는 남자의 욕구를 애써 누르며 간신히 마음을 추슬러서 참고...
또 참고 있었다.
어젯밤 이후 수진은 이제 자연스레 손도 잡고 팔짱도 껴오고 있었다.
명록의 몸에 자신의 몸이 닿는 것에 대해 어떠한 거리낌이 없어진 듯 살겹게 굴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적극적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었다.
사람들이 멀리 보이는데도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도둑키스까지 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명록이 깜짝깜짝 놀라곤 하였다.
놀라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 수진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으~!
그냥 여기서 와락!!!
치밀어 오르는 욕구와 그녀를 쓰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치솟았지만 환한 들판에서 그럴 수야 없었다.
아~~
저런 망아지 같은 수진.......
가볍게 입은 나시 아래 보이는 봉긋한 가슴......
어제 손아래 가득 움켜쥐었던 부드러운 그 젖가슴의 감촉.......
그리고 뜨겁게 젖어가던 그녀의 꽃잎.......
명록은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키며 답답해져 오는 가슴을 달랬다.
어느덧 서서히 길어져 가는 햇살을 가로지르며 저녁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수진이 아직 사온 것도 많이 남아 있다고 펜션에서 해먹자고 하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굽던 고기도 많이 남아 있었다.
사실 수진에게 제주에서의 맛집을 가려는 생각이 있었지만 수진이 해주는 식사를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식사를 준비하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마치.....
소꿉놀이하는 듯한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
그리고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하는 식사.
또 누군가를 위해 내가 준비하는 식사......
결국 오늘 저녁은 상추랑 야채로 사고 몇가지 밑반찬을 사서 펜션에서 먹기로 했다.
덤으로 술과 안주거리를 사서 펜션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대형마트에 다시 차를 주차하고 쇼핑에 나섰다.
연인인양 아니 부부인양다정스레 팔짱을 끼고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고작 하루 밖에 지난 것이 없는데 수진의 몸은 더욱 명록 가까이 머물고 있었다.
금세 몇 가지안 되는 품목을 카트에 담았는데 지금은 저녁에 마실 술을 고르는 중이었다.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며 진열대를 보는데 수진이 갑자기 명록을 끌고 움직였다.
그리고 보는 것이 색색별로 있는 술들이었다.
케이지비, 후치 같은 맥주라고 하긴 좀 그런 믹스된 주류들이었다.
이런 건 명록이 마시지 않는 술이었는데 수진은 색색별로 골라먹는 맛이 있다고 하며 사고 싶어 했다.
명록도 수진의 말에 한번 마셔볼까 하는 호기심도 들어서 색깔 별로 두병씩 카트에 담았다.
계산대를 지나 짐을 실고 마트를 빠져나왔다.
출발 전 오픈한 차는 시원스레 도로를 질주 했다.
우선 주인집에 부탁해서 바비큐 준비를 하고 간단히 씻었다.
이번엔 약간 고추장 소스를 발라 버물린 숯불구이를 할 작정이었다.
수진은 어제처럼 안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서로 정성껏 준비한 것을 식탁에 늘어놓고 저녁을 먹었다.
명록은 밥을 먹으며 수진의 몸매를 슬쩍 훔쳐보았다.
그리고 다시 다짐하고 있었다.
오늘밤에 기필코.....
불끈!
식사를 마치고 정돈 후에 펜션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는 동안
앞마당 잔디밭에서 아까 냉동실에 살짝 얼린 주류들을 꺼내고 안주거리와 함께 나가 자리를 잡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탁자와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병째 들고 건배를 외쳤다.
명록은 코코아 맛이라는 것을 골라 마시고 있었는데 생각 외로 맛이 좋았다.
수진은 오렌지색 병을 골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붉어지는 그녀의 볼이 화장한 듯 예쁘게 보였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여러병 마시다보니 이것도 술이라고 서서히 취기도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펜션 앞 잔디밭.....
수진과 명록.
단둘만이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몸만 틀어서 명록은 수진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수진도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맞이했다.
뜨겁게 이어지는 딥키스.
낮에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하지 못했던 갈증을 지금 시원스럽게 풀고 있었다.
입술이 서로를 받아드리며 서서히 벌어져 혀와 혀가 서로의영역을 넘나들었다.
타액을 서로 빨아드리고 서로의 입가에 촉촉이 젖어가는 느낌을 즐기며 숨소리가 천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손은 의자에 가만히 있는 채로......
아무런 터치 없이......
몸은 자리에 앉아서 상체만을 서로에게 맞대고 하는 키스가 감미로웠다.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명록은 눈을 떴다.
어느새 수진의 눈꺼풀이 올라가고 그 안에 담겨진 눈동자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서로 입술이 떨어지고 서로의 눈동자 안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명록이 침을 한번 삼킨 뒤 입을 열었다.
" 수진아...... 우리.... 안으로 들어갈까? "
수진은 붉어진 볼로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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