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어리석은 선의
길드 내부의 휴게소.
의뢰를 나가지 않는 모험가들은 일정이 없는 경우 시간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다.
모험가들에게 있어서는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곳이며,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서로의 사정을 공유하며 정보가 교환된다.
때로는 선배의 고마운 이야기.
동기가 실패한 이야기.
얄미운 그 녀석의 성공담.
신종의 마물이 나타났다고 떠드는 음모론.
모험가이기에 나눌 수 있는 걱정거리를 해소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는 드물지 않았다.
모험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샤` 역시 그런 모험가 중 하나였다.
며칠 전, 이 도시에서도 촉망받는 모험가인 용사 알베인의 파티에 합류한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겪게 될모험에 기대외의 감정은 없었다.
직전에 그 일행에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덕분에 자신에게도 기회가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찬스를 놓칠 수는 없었다.
허나, 그 모험이 고통과 걱정거리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변화의 시작은 일주일 전. `살아있는 숲`에서의 의뢰 도중.
사샤의 레벨에 맞추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의뢰임에도 알베인의 파티는 또다시 의뢰에 실패했다.
일전의 던전의 청소처럼 알베인이 무리해서인가? 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적의 수준은 상정한것을 벗어나지 않았고 작전이나 행동방침에도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파티를 지탱하는 치유사인 성직자 `쿠온`에게 있었다.
"쿠온….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기절한 알베인을 숙소의 침대에 눕힌 뒤.
전신에 얕은 상처를 입은 라일라가 쿠온에게 쏘아붙이듯 이야기했다.
그녀의 회복마법의 위력이 파티 전체가 상정한 것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않은 것이다.
알베인은 공격, 방어, 회복 모든 것이 가능한 용사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전위를 담당하여 공격을 막고 검으로 베는 것에 집중한다.
거기에는 쿠온의 회복이 자신을 보조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랜트 골렘의 재생 후 이어지는 연격에서 쿠온은알베인을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결과, 전위가 무너진 파티는 와해.
적으로부터 후열을 지킬 존재가 없어진 일행은 간신히 알베인을 부축한 채 숲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것은 악몽이었다.
숲이 말 그대로 파티를 약자로 인식하고 지금까지 숨어있던 잔챙이들마저 그들을 얕보고 뛰쳐나와 달려들기 시작했다.
목숨에 지장이 있는 공격을 해오지는 않겠지만.
잔챙이들이라도 수십이 뭉쳐 이쪽을 쫓아오면 그 공포에 마음의 용기는무너져 버렸다.
"어째서 알베인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은 거냐고!"
라일라가 언성을 높이자 쿠온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 진정하세요. 라일라씨. 회복 마법은 난이도가 높으니까, 무언가가 원인으로 위력이 낮아질 수도 있죠.“
사샤는 격분한 라일라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지만.
라일라는 쉽게 화를 풀지 못했다.
이윽고 숙소를 뛰쳐나가 다음 날 아침이 돼야 돌아왔다.
쿠온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과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조차 모르겠는 자신을 탓하며 밤이 새도록 눈물만을 흘렸다.
사샤는,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다음 날.
알베인은 상처를 회복하고 눈을 떴지만.
쿠온의 회복력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제보다도 더욱 떨어져 있었다.
간단한 생채기 따위 기도나 영창 없이 손을 올리고 마력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시키던 그녀가.
이제는 10줄 이상의 기도문을 외워 겨우 피를 멎게 하는 것이었다.
"마법은 정신이나 영혼의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아.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지 그래?"
어제는 쿠온을 그렇게나 탓했던 라일라지만 하루가 지나 쿠온의 상태가 더욱 악화한 것을 보자 아무리 라이벌이라도 연민의 감정이 생겼는지.
조금은 그녀를 다정하게 대했다.
다만, 문제가 있는 것은 쿠온뿐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실패한 의뢰의 뒤처리를 클레온이 혼자서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급함을 느낀 알베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그가 의뢰 보수금의 절반을 자신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길드에 이야기해놓았다는 것을 전달받았을 때 알베인의 표정은 수치와 분노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쿠온의 회복력이 돌아올 때까지. 의뢰는 받지 않아. 이번 같은 창피를 또 당할 수는 없어."
"미안…. 알베인….“
결국.
그 자리에서 일단 일행은 해산.
라일라는 도시의 서재를 들락날락하며 쿠온의 이상을 조사하려 했고,
쿠온은 마을의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며 회복력을 돌려놓기 위해 식음조차 마다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알베인은 혼자서라도수행할 수 있는 의뢰를 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클레온이 미리 의뢰를 전부 받아갔다는 안내를 받고 화를 내며 마을의 술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지만.
쿠온의 상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아~. 대체 어떻게 해야…."
휴게소의 식탁에 얼굴을 묻은 채 엎어져 한숨을 내쉬는 사샤는 이대로 파티가 해산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어머. 고민이라도 있니?"
그런 사샤를 걱정하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가, 그녀의 앞에서 들려왔다.
사샤는서둘러 고개를 들었고.
거기에는 갈색의 로브로 목 아래를 가린 아름다운 여성이 서 있었다.
옅은 갈색의 피부에 청록색의 머릿결.
그리고 매혹적인 보라색 눈.
로브 위에서도 알 수 있는 여성스러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각은 사샤가 지금까지 느껴봤던 다른 이들의 기척보다도 더욱 강력했다.
"아, 그…. 당신은?"
"아아. 갑자기 말을 걸어서 미안. 나는 `갈라`. 보다시피, 당신과 같은 모험가야."
보다시피…. 라고 말을 하더라도.
같은 모험가라고 하기에는 느껴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지만, 사샤는 모험가에도 여러 종류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사소한 의문이나 의심을 묻어버렸다.
"갈라씨…. 군요. 저는 사샤에요."
"사샤…. 아아, 최근 용사님의 파티에 합류했다는 아이가 너구나?"
갈라는 `생각보다도 젊네`라고 덧붙이며, 놀란 눈치로 사샤를 바라보았다.
"저, 유명한가요?"
"네가 유명하다기보다는, 용사가 유명하지만…. 최근 마검사가 파티를 나가고 새로운 인원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마검사 클레온. 용사 파티가 불황인 현재, 길드에서 혼자서라도 묵묵히 의뢰를 해 나가며 조금씩 그 이름의명예를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일주일 전, 이곳에서 그와 했던 대화를 떠올린 사샤는조금 우울해졌다. 다섯 명이 모여서 다시 모험하게 되는 날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듯했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용사 파티가 결성된 이래, 최고의 위기라고 들었는걸?"
"아, 네... 사실은….“
사샤는 그러한 우울함과 불안을 속에 쌓아두지 않고 입으로 내뱉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눈앞에 있는 어른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고 조금 편안해지고 싶은 욕구가 컸다.
천천히, 두서없는 사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갈라는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마력충에 기생당한 것 같네. 쿠온이라는 아가씨는."
"네...? 마력충이요?"
사샤로써는 처음 듣는 명칭이었다.
이름을 듣기에, 마력과 관계있는 벌레인 것 같다고만 느낄 뿐.
"마력충은 대륙의 희귀생명체 중 하나인데…. 인간에게 기생하여 마력을 빨아들여. 그 과정에서 인간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흑마력 영역`을 기생한 대상의 몸에 펼치지."
──흑마력 영역.
마력의 농도가 짙은 던전 등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며, 공격 주문의 위력을 강화하지만 회복 주문의 위력을 약화하는 특성이 있다.
사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모험가의 필수 기초지식에 따르면.
확실히, 쿠온의 회복 마법이 약해진 것과 흑마력 영역의 효과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곤란한걸. 마력충은 생명체라 성직자의 해주 주문으로는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몸에 공격 주문을 흘려 넣으면 잘못하면 그 아가씨가 크게 다칠 수 있어."
"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드디어 원인을 알았지만 갈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는 사샤를 더욱 매우 급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참지 못하고 해결방법을 찾았지만─
"수술로 꺼내는 방법이 있지만, 이곳보다도 커다란 도시가 아니면…. 거기에 적출 시술은 몸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
"그, 그런..."
역시나 희망적인 답변은 듣지 못하고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쿠온의 상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 파티가 어떻게 될지...
최악에는.
쿠온이 모험가를 은퇴하고 그녀와 소꿉친구인 알베인도 쿠온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은.
"아. 하지만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있네."
사샤의 사고를 가로막듯 갈라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갑작스럽게 던져진 희망의 말에 사샤의 신경은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이 도시에는 아직 그 마검사가있는 거지? 용사 파티에서 나갔다고 했던…."
"클레온 씨…. 말인가요? 네! 요즘도 열심히 길드의 의뢰를 수행하고 계세요!"
"그래? 다행이네. 마력충과 같은 기생생물의 처리에는 그들의 힘이 가장 유용하거든."
갈라는 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샤에게 이야기했다.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려 한 그때 사샤에게 남겨진 한 줄기의 희망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저! 클레온씨에게 가볼게요."
"어머. 바로? 하지만 그는 용사 파티에서추방되었다고 들었는걸. 과연 도와줄까?"
갈라가 거기까지 말하자 사샤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제가 설득해 볼 거에요."
그렇게 말한 사샤는, 길드를 나서 클레온이 있을 숙소로 향했다.
갈라는 그런 사샤의 뒤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절대로 안심이나, 풋풋한 인간을 바라보는 어른의 그것이 아닌.
장난감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비웃는 조소였다.
001
쾅쾅쾅!
침대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아 명상을 취하던 클레온의 방에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조용히 눈을 뜬 클레온이 문밖의 인물을 확인하면 거기에는 긴장한 얼굴을 한 사샤가 서 있었다.
클레온이 천천히 문을 열면 자연스럽게 사샤의 위에 그늘이 지며 클레온이 사샤를 내려다보는 구도가 되었다.
사샤를 바라보는 클레온의 눈은 이전과도 같이 차가웠으며 사샤는 그런 클레온의 표정에 조금 압도되어 버렸다.
"무슨 일이지…? 사샤였나?"
"아, 네. 일주일 만입니다. 클레온씨."
`원래 이렇게 키가 크셨나…? 어째선지, 알베인씨보다도 조금 큰 것 같은데….‘
일주일 전의 클레온은 앉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샤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클레온의 체격은 얼마 전보다도 조금 더 커져 있었다.
마검에게 경험치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빼앗기던 그가 마검을 완전히 통제하게 되면서 걸려있던 리미터가 해제된 것이다.
물론, 사샤는 이런 사실 따위 알 길이 없으므로 자신의 착각 정도로 생각하겠지.
만약알베인이나 쿠온이 그를 보았다면 이 변화를 눈치 챘을 것이다.
"그래서, 용건은?"
"네, 넵….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쿠온씨의 건으로."
쿠온의 이름이 나오자.
클레온은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사샤는 역시 아직 화가 덜 풀렸나…. 하는 생각에 질끈 눈을 감았지만.
"들어와라. 안에서 이야기하지."
그렇게 이어지는 클레온의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클레온의 방으로 들어왔다.
방의 문이 천천히 닫히며 딸깍 하는 소리가문고리에서 울렸다.
"그래서? 최근 너희가 움직이지 않는 건, 쿠온 때문이었던 건가?“
클레온의 마치 잘됐다는 듯한 반응에 사샤는 살짝 발끈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클레온은 방의 침대에 걸터앉는다.
"쿠온씨가 나쁜 게 아니에요! 나쁜 건, 쿠온씨의 몸에 기생한 `마력충` 때문이라고요!"
"─마력충인가. 성가신 녀석에게 노려졌군. 쿠온 그 녀석.“
"클레온씨도 마력충에 대해 아시나요…?"
사샤의 질문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전에 볼 기회가 있었을 뿐이야. 마력충에 기생당한 인간을 치료해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있으니 말이야.“
"읏...!"
그 말은 사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원하던 답변 그 이상의 것이었다.
세상 희귀한 마력충.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마검사.
그리고 마검사 중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는 클레온!
신은 아직 용사 일행을 버리지 않았다!
──같은 세상 어리숙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부탁 드려요. 클레온씨! 쿠온씨를... 쿠온씨를 구해주세요!"
사샤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머리까지 숙였다.
물론, 거기에는 하루라도 빨리 일행의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와 다시 모험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지만….
쿠온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거기에 공감하는 사샤 본인의 선의가 더욱 컸다.
클레온은 눈앞의 필사적인 소녀를 보며 그런 결론을 내렸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녀.
알베인을 향한 애정에 눈이 멀어 자신을 쳐낸 라일라와 쿠온과는 다르다.
그녀를 쓰기로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클레온의 안에는 한 가지 갈등이 있었다.
자신에게 악의 없이 순수한 선의를 보내는 소녀가
자신의 복수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올바른 일인가.
"저, 어떤 일이라도 할게요. 지금 당장 드릴 수 있는 건 돈 정도고, 양도 적지만…. 앞으로 모험해서라도 갚을게요…!"
이 아이는 타인의 비극에 순수하게 슬퍼하고 타인의 희극에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다.
이전에 갈라테아와 이야기했을 때처럼.
아직 세상의 물정을 모르는 것도 그런 성격의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분명 쿠온씨를 도와주시면─"
하지만 그러므로.
"분명, 알베인이나 라일라씨도─"
그 순수함에서 나오는 어리석은 선의 때문에.
"─클레온씨를 파티로 다시 받아들여 주실 거예요!"
클레온의 역린을 건드릴 수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아아, 그런가. 하하…. 그렇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군."
클레온은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인 여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의 안에 있던갈등이 사라진 것을 느낀 순간 다른 욕망이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좋아. 사샤. 쿠온을 도와주도록 하지.“
클레온의 말을 들은 사샤는 기뻐하며 고개를 올렸다.
클레온의 눈은 아까보다도 부드러워진 채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안심한 사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정, 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저, 알베인씨를 최대한 설득해 볼게요!"
"그럴 필요 없어. 대가는 다른 것으로 받을 테니."
"─그, 그렇다면. 역시금전이신가요?“
자신이 지금 가진 돈이 얼마 정도더라…. 같은 태평한 계산을 하던 사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클레온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몸에 걸치고 있던 얇은 의복.
상의와 하의를 벗기 시작한 것이다.
"꺄, 꺄악! 무, 무슨!? 클레온 씨?!“
당황한 사샤가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서지만, 클레온은 개의치 않고 안에 입고 있던 속옷까지 벗었다.
그러면서.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기생한 마력충을 체내에서 끄집어내는 방법은. 마검사의 체액을 이용하는 거다. 마검사의 몸에는 조금 특수한 마력 기관이 있어서 각종 체액에 마력에 민감한 마물이나 생명체에게 독이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
"그, 그거랑 속옷을 벗으시는 게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체액의 종류는 침. 땀. 혈액. 눈물. 급하다면 소변이라도 상관이 없지만…. 가장 효력이 높은 것은. 마검사의 정액이다. 인간의 생명력 정수가 들어있으니. 당연한 이치지만."
"정──"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사샤의 손에 무언가가 쥐여졌다.
차가운 감각. 일단 인간의 부위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며 사샤가 살짝 눈을 떠보면.
비워진 대용량 포션 병이었다.
안에 들어갈 수 있는액체의 양은 약 500mL.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온이 다시 한 번 침대에 걸터앉으면.
눈앞의 병 너머에 클레온의 그것이 보였다.
길이는 물론 굵기도 자신이 손에 쥔 그것보다도 커다랗다.
그걸 인식한 순간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쿠온을 구하고 싶다고 했지?"
클레온의 말에 사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러운 흥분에 체온이 높아진듯.
이마나 등 뒤에서 땀이흐르기 시작했다.
"약은 여기에 있고. 네 손으로 가져가라."
클레온은 그런 사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직 채 커지지 않은 자신의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