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해후
도시 근방의 `살아있는 숲`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많은 모험가가 가장 처음 의뢰를 받아 나가게 되는 `안전 구역`
고르티안 백작의 저택이 남아있는 구백작령인 `위험 지역`
그리고 누구도 답파한 적이 없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미개척 영역`
때때로 아카데미의 학자나 왕실의 기사단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이곳을 조사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이 존재하는지 지금까지 그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멀쩡하게 돌아온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정신이 완전히 나간 자.
마음이 꺾여 부서진 자.
기괴하게 뒤틀린 신체를 가지게 된 자.
그러므로 길드에서도 이 영역에는 절대로 모험가가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루티 시온스의 반복적인 주의 환기.
그리고 해당 구역에 관련된 의뢰를 발행시키지 못하도록 직원 교육.
안에 들어가서어떤 일을 겪게 될지.
태반의 모험가들은 상상하기도 싫은 공포에 아예 살아있는 숲 자체에서 관심을 끊는 일도 있었다.
이오나는 탈체크와 함께 이 도시로 오기 전에 미리 조사해 두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지금의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끝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하늘.
그저, 저 멀리 어딘가에 자신이 떨어졌던 절벽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기절해 있는 검은 머리의 여성.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오나는 머리를 붙잡으며 정신을 잃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001
이오나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클레온이 사라졌다.
결국, 유스테스에 대한 미행은 이오나 혼자서 하게 된 것이다.
클레온은 몸을 숨기는 데에서 수준급의 능력을 갖추고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정말로 기세 하나는 좋군요. 저 레벨에 위험구역에 들어서다니."
이오나는 조용히 일행을 관찰하며 느낀 점을 노트에 적어 내려간다.
우선 유스테스를 둘러싸서 사방의 적을 경계하는 진형.
전방에 검사, 후방에 레인저.
유스테스의 왼쪽에 루베라, 오른쪽에 마법사.
유스테스가 지휘를 한다고 하면 말은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유스테스 하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보호진형이었다.
아마 루베라와 사전에 말 맞춤이 되어있던 것이겠지.
돈을 밝히는 모험가들인만큼 보수가 크면 클수록 의욕도 살아나는 법이다.
귀족 자제분의 소꿉놀이 같은 모험에 조금 어울려 주면 몇 달 치는 놀고 지내도 될 정도의 거금이 손에 들어온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 지역의 모험 따위 하나도 겁이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평균적인 실력으로 위험지역 내를 탐험하는 것은 그다지 권장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겁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루베라의 존재다.
이오나는 검성이라 불리는 아버지의 싸움을 몇 번이고 옆에서 지켜보았다.
야성적이지만 절제되어 있고 난폭하지만날카롭다.
기사들이 수련하는 `검술`이라고는 도저히 칭할 수 없는 실전의 전투법.
형태에 얽매이지않고 사용할 수 있다면 주변의모든 것을 이용한다.
자갈, 모래. 나무 같은 지형지물.
옷가지, 장신구, 망토 등의 잡화.
심지어는 동료, 때때로 적까지.
하지만 그런데도 탈체크가 `검성`이라 칭송받는 이유는.
결국, 마지막에는 그의완벽하게 단련된 단 하나의 일섬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이었다.
`일검 일섬 일자 일성(一劍 一閃 一者 一成)`
한 자루의 검. 한 번의 베기. 한 명의 인간이 합일하여 완벽한 `하나`를 이루어낸다.
지금 이 시대에 있어서, 탈체크를 제외하면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
하지만, 루베라의 검에도 탈체크의 그것과 비슷한 경지의 일면이 보였다.
외날의 마검은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칼집에서 뽑혀 나와 자신에게 달려드는 마물을 두 동강 낸다.
정면에서 달려든 커다란 몸집의 마물이라도 머리부터 고간까지를 깔끔하게 베이면.
피를 쏟아내기도 전에양옆으로 벌려져 땅에 몸을 쓰러트린다.
주변의 모험가들도 그 광경에는 압도되었는지 침을 꿀꺽 삼키지만.
이내 그것이 자신의 동료라는 사실에 웃음을 흘리며 사기를 돋우는 것이었다.
"하하! 잔챙이들뿐이니까내가 나설 필요도 없군그래!"
오직 단 한 명.
그런 이들의 가운데에 서서 편하게 길을 나아가고 있는 유스테스만이 사태의 전모를 모른 채.
이 소꿉놀이 같은 모험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어떤 상황이지?"
갑작스럽게 이오나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동시에 검은 마력의 장막이 걷히며 클레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클레온. 당신…."
갑작스럽게 사라졌던 것에 대해 추궁하려 한 이오나지만 일단 그것은 나중에.
중요한 것은 감시해야 할 대상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것이었다.
다만-
"...아까의 모습으로 오지 않은 거군요."
그것만이 불만이라는 듯, 볼을 부풀리는 이오나.
"도시 밖이니까 그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무심하게 대답하는 클레온.
잠시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면, 클레온은 수풀 너머로 이동하고 있는 일행이나주변에 쓰러진 마물의 시체를 본다.
"휴즈 후작의 부하가 미리 이 숲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휴즈 후작의 부하? 어떤 인물이죠?"
"주황색 머리에 녹색 눈. 레인저. 특수 혈족의 인물이다."
이오나는 곰곰이 떠올리며 자신의 정보 노트를 뒤진다.
"...그런 인물에 대한 정보는 없군요. 최근에 합류한 것일까요."
"이름은 미카시아 루펜볼프. 주의하는 게 좋아 그 녀석은 꽤…."
클레온이 거기까지 말한 다음 순간.
[KURRAAAA!]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커다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몸을 들어 전모를 파악하는 두 사람.
거기에는 집채만 한 곰.
위험지역의 우두머리 중 하나가 일행과 맞닥트린 상태였다.
"어, 엄청난 크기…. 이게 마수…!"
지금까지 여러 희귀 생명체에 관해서는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지식을 쌓았다고 생각했던 이오나였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 곰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그 규격을 달리했다.
"뭐, 뭐냐 이 녀석! 어이! 너희! 빨리 어떻게든 하라고!"
당연하게도 바로 그 정면에서 있는 일행 역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우두머리의 레벨을 생각하면 이 상태에서싸우는 것 따위 자살행위에 불과했다.
불운하게도 가장 앞에 있던 검사가 검을 조금 움직이는 것을본 우두머리 곰은
그대로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사는 그대로 상반신이 하반신에서 뜯겨나가며 자리에 쓰러진다.
일순의 정적.
"히, 히이이이익!!!"
목소리를 울린 것은 유스테스였다.
방금까지 자신의 앞에서 멀쩡하게 살아있던 인간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것이다.
공포와 함께 그 잔인하고 적나라한 광경에,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
"우웨에에엑…!"
루베라는그런 주인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마검에 손을 올린 채 마수의 공격을 받아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도련님을 데리고 대피를. 저는 이 녀석을 틀어막고 있겠습니다."
"어, 어이 아가씨! 무리야! 당신 실력으로도 우두머리를…."
"짐 덩어리가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면 실제로 그러했다.
원래 모험가였던 두 사람은 그렇다 치고.
실수로라도 공황에 빠져 버린 이 바보가예상 밖의 행동을 하여 자신의 `범위` 바깥으로 벗어난다면.
예를 들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 검을 뽑아들어 곰에게 달려든다든가.
"우, 와아아아아아아아악!!!"
"자, 잠깐!"
유스테스의 옆에 있던 모험가가 말릴새도 없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유스테스.
맞지 않는 크기의 중갑을 입고 있던 탓에 그 폼은 뒤뚱뒤뚱한 움직임이었고.
들고 있는 칼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땅을 긁는다.
문제는 그의 거리가 루베라의 검의 길이를 벗어났다는 것.
당황한 루베라의 움직임이 일순늦어진다.
들어 올려진 곰의 앞발이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내려쳐 진다.
거기 있는 모두가. 심지어 달려들었던 유스테스조차.
아까의 검사처럼 갈기갈기 찢겨 나가 죽게 될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다.
"하앗!!"
퍼억-!!
갑작스럽게, 유스테스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지 않았다면.
루베라도, 일행들도. 그리고 우두머리 곰조차 도 눈을 크게 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경장을 입은 검은 머리의 여성.
허리춤이나 손에 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
"... ... 젠장."
조용히 유스테스를 발로 차서날려 버린 뒤 욕을 내뱉는 여성.
물론. 클레온이었다.
루베라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가늘게 뜬다.
흑발의 흑안. 흰 피부.
"...당신, 흑마의-"
"이야기는 나중에. 잠깐, 이거 빌린다."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날아가면서 유스테스가 떨어트린 대검을 집어 들었다.
생긴 것에 비해선 가벼웠지만 그렇더라도 단련하지 않으면 휘두르는 것이 불가능한 물건.
"...뭐야 이거, 통짜 미스릴이잖아?"
가볍게 저택 하나를 살 수 있는 가격의 명검이었다.
그런 명검을 그렇게까지 썩힐 수 있다니.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그런 여유를 보이는 클레온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우두머리 곰은 포효를 내지르며 클레온에게 달려들었다.
클레온 역시 자신을 봐달라는 어프로치에 그쪽을 돌아보며.
양손으로 잡은 미스릴 대검으로 그 공격을 막아낸다.
캉!
발톱과 금속이 부딪히면서 울리는 높은 소리가.
몇 번이고 숲에서 울려 퍼졌다.
미스릴 특유의 충격 내성이 없었더라면 금방에 부러졌겠지.
클레온 역시 유스테스의 행운 혹은 돈 지랄에 혀를 내두르며 대검을 통해서 몇 번이고 마수의 공격을 막아냈다.
"어이. 그쪽은저 바보를 데리고 도망쳐."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듯, 루베라에게 말한다.
하지만 루베라는 눈을 날카롭게 하더니 다시한 번 마검에 손을 가져갔다.
"...아뇨. 이 우두머리는 여기서 쓰러트립니다. 당신과 저라면 가능합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좋아."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지금까지의 방어뿐인 자세에서 순식간에 태세를 바꾸어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갑작스러운 반격태세에 곰은 당황하면서도 동물특유의 직감과 민첩함.
그리고 인간과 궤를 달리하는 단단한 가죽으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대검이 치명상을 입히는 것을 회피한다.
다만 절삭력이 뛰어난 미스릴인 덕분에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그것은 마수가 이성을 잃고 날뛰게 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눈이 붉게 빛나며 전신에서마력을 내뿜는 우두머리.
그런 우두머리를 보며 클레온은 혀를 차고 잠시 루베라를 돌아본다.
루베라와 시선이 마주하길 1초.
다음 순간, 클레온에게 날아드는 곰의 일격.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빠른 일격이었다.
궤도는 사선. 오른쪽 위에서 왼쪽아래로 내리쳐지는 죽음의 선고.
그것을 클레온은 대검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틀어막고, 힘겨루기를 시작한다.
카가가가각…! 불똥이 튀며 흠집이 나기 시작하는 미스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가볍다고 불리는 금속에 자국을 낼 수 있는 마수의 발톱에 클레온은 내심 혀를 내두르지만.
어차피 공격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땅을 박차는 소리.
다음 순간, 클레온의 등에 무언가가 가볍게 올라탔다가 하늘로 솟아오른다.
빙글 돌며 창공에 날아오른 것은 검은 시종.
태양의 빚을 등에 진 채 우두머리의 몸에 그늘이 생긴다.
순간, 마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간 암컷 `먹잇감`이.
제비처럼 날아 그 검을 휘둘렀다.
"하늘 기둥"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의 뒷덜미가 깔끔하게 도려내 진다.
공중에서 마력을 이용한 도움닫기로 몸을 1회전 시키며 만들어낸 참격.
클레온이 우두머리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격이었다.
다만 역시 마수답게 이것만으로는 끝장이 나지 않고.
오히려 공중에 있는 그녀를 잡기 위해 몸을 들어 올린 순간.
콰직...!
호두와 같은견과류의 껍질을 부수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마수의 심장 부근에서 들렸다.
짐승이기에 흥분하면 한 번에 하나의 일에밖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 심장에 미스릴 대검이 틀어박히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괴한 심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마수의 피가 땅을 적신다.
회복을 통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박힌 상태에서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미스릴 대검.
이윽고 그것이 다시 뽑혀 나왔을 때.
마수의 심장은 산산이 부서져 뒤편의 광경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천천히 앞으로 무너지듯쓰러지는 곰.
클레온은 거기에 깔리지 않게 뒤로 물러서 자신이 죽인 생명에 대해 잠시 추모의 뜻을 보냈다.
땅에착지하여 마검을 검집으로 되돌린 채.
그런 클레온을 잠시 바라보던 루베라.
그녀가 클레온에게 무언가 말을 걸려 한 찰나.
클레온은 먼저 움직여서 자신이 날려버린 유스테스의 안부를 확인한다.
"어이, 죽지 않았겠지? 죽으면 곤란하다고."
턱.턱. 뺨을 몇 번 치면서 미스릴 대검을 땅에 박아 넣는다.
"으, 으윽..."
멍한 눈에 생기가 돌아오며 침음을 흘리는 유스테스.
커다란 갑주가 제 역할을 했는지 자신이 날려버린 충격에 별 상처는 없는 듯했다.
유스테스는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민 채 말을 걸어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치더니.
"...!"
눈을 크게 떴다.
"오. 눈을 떴군."
말 그대로였지만 클레온은 아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겠지.
클레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투의 영향으로몸에 묻었던 먼지를 털어낸다.
"검은 좋았어."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클레온에게, 유스테스가 말을 건다.
"기, 기다려! 너, 아니 당신이 우릴 구해준 건가?"
"응...? 아아. 아니. 뭐..."
"이, 이름을. 이름을 알려다오. 아니지, 나는 유스테스 우드녹커. 우드녹커 후작가의 장남이자, 차기 당주이다."
허둥지둥하여 몸을 일으키는 유스테스.
클레온은 잠시 시선을 돌리고 귀찮은 일은 질색이라는 표정이 되지만.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레오나."
"레오나 양인가! 그 가련한몸에서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힘이 있을 수 있지!?"
"...뭐라는 거야."
클레온은 이 바보가 대체 왜 이러는지 몰랐다.
그것보다도 수풀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이오나에게 더는 `레오나`로서의 모습을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감사의 뜻으로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만…."
"하? 아니 괜찮아. 응. 지나가다 그냥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론 조심하라고 죽으면 곤란하단 말이지."
클레온은 빠른 어투로 그렇게 말하더니 수풀 속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쫓기 위해 유스테스가 발을 움직이지만 루베라가 그것을 제지했다.
"... 도련님. 생명의 은인이라 하더라도 자신에 대해 밝히기 싫어하는여성에게 필요 이상의 접근은 신사로서 할 행동이 아닙니다."
"큭…. 아니…. 좋아. 하지만 도시로 돌아가면 반드시 찾아내겠어. 의뢰를 준비하더라도…."
이상한 부분에 불이 붙은 듯 한 유스테스.
그리고 사라진 클레온이 있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던 루베라.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그 검사 녀석도 죽어버렸고…."
"으음…. 일단 도시로 돌아갈까."
마법사와 레인저의 말에 루베라가 고개를 끄덕이면 유스테스가 버럭 화를 내는 것이다.
"뭐!?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모험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야!"
"... 도련님. 죽은 모험가의 시체를 회수하여 도시에 전달하지 않으면…."
"그런 거 대충 이곳에 묻어버리면 알아서 썩을 텐데 뭐 하러…."
유스테스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모험가들.
분명 돈에 목숨을 바치는 그들이었지만, 그런데도 모험가들 사이의규칙을 무시하는 것은 그다지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어이 도련님. 당신과 당신 아버지는 이 도시에 와서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이 길드에는 살아남기 위한 법칙이란 게 있다."
"하아…? 지금 누구한테…."
건방진 태도에 인상을 찌푸리는 유스테스.
하지만 모험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 한다.
"이 이상 나아간다면 우리는 돌아가겠어. 거기 죽은 녀석의 시체를 가지고 말이야."
"그러면 보수는 안 받아도 좋아. 다만, 다시는 우리에게 일을 부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크윽... 알...겠다. 오늘은…. 이쯤에서 철수하도록…."
유스테스가 분함을 삭이며 그렇게 이야기한 다음 순간.
루베라는 섬뜩한 감각과 함께 자신에게 날아오는 무언가에 눈치 채고 검을 들어 그것을 막는다.
"큿...!?"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무줄기….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의 촉수와 같이 움직이며 달려든 그것이 루베라의 마검을 휘감아 놓지 않은 채였다.
"어이!"
레인저가 그것을 단검으로 잘라내려고 하지만, 오히려 부러진 것은 그의 단검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것을 바라본 다음 순간.
엄청난 힘으로 루베라의 마검이 끌어당겨 진다.
루베라 역시 검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집념 하에 땅에 발을 고정하려 하지만 결국 끌려가는 것은 루베라의 쪽이었다.
"이봐!"
다른 모험가가 그 뒤를 쫓으려 하지만. 유스테스가 막아선다.
"어, 어이! 우리는 이 사이에 도망치자!"
"뭐라는 거야! 당신 시종이잖아!"
완전히 겁에 질린 유스테스의 표정을 바라보며 모험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따지지만.
유스테스는 역으로 죽은 모험가의 시체를 가리킨다.
"저 녀석은 저게 역할이야! 너희야 말로, 동료의 시체를 가지고 돌아간다고 했지 않으냐!"
확실히, 이대로 그녀를 쫓아갔다가 남은 인간들도 전멸하게 되면 말짱 도루묵.
모험가들은 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죽은 동료의 시체를 들고.
유스테스와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002
"큭...!"
상황이 급박한 것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나무줄기에 의해 목과 몸을 붙잡힌 이오나.
클레온 역시, 자신에게 날아든 줄기를 갈라테아를통해서 막아내지만.
역으로 갈라테아에게 달라붙은 나무줄기가 그것을 끌어당기려 한다.
"플레어 스파이크!"
클레온이 재빠르게 화염속성의 마법을 영창하여 이오나와 갈라테아에묶인 줄기를 불태우려 하지만.
자신이 붙잡고있어 어느 정도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던 갈라테아의 줄기와 다르게.
이오나를 붙잡은 나무줄기는 화염 마법보다도 빠르게 자신을 움직여 그대로 이오나를 끌고 간다.
클레온은 최대한의 속도로 이오나를 따라 숲을 내달리지만.
결국, 절벽의 끝.
이오나가 나무줄기에 의해 그 끝없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급하게 다리를 멈추었다.
"젠장...!"
클레온은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농담으로도 몸을 던질 수 있는 높이가 아니었다.
라일라로부터 비행 마법을 빌린다면 내려갈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뒤를 쫓을 속도가 부족했다.
게다가, 아래는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르는 미개척 영역.
제대로 된 탐색에는 준비가 필요했다.
어쩔 수없이 마력을 돌려 각인을 통해 염화를 보낸다.
"라일라! 내가 말하는 좌표까지 와 줘!"
그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도 다급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