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착각
페르디아 함께 살아있는 숲의 위험지역을 나아가는 루베라.
기척을 숨기고 나무의 위를 뛰어다니며 이동하는 두 사람은 간간이 밑을 지나다니는 마물들의 모습을 내려 본다.
그들의 강함을 생각하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정말로 이런 곳에 저택이 존재하는 겁니까?"
"네. 외부인인 당신은 모르겠지만, 숲 안의 버려진 저택의 이야기는 이 도시에서도 꽤 유명한 편입니다."
루베라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이야기 하자 페르디아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한다.
그녀의 복장은 외출했을 때나 의원에서와 달리 검은색의 달라붙는 옷.
암살자로서의 그녀가 착용하는 옷이었다.
마검사가 평범한 간호사를 지배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암살자였을 줄이야.
루베라는 클레온의 수완에 속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조심하지 않으면.
루베라가 그런 생각을 하면 페르디아는 루베라에게 이야기했다.
"저로서는 조금 놀랐습니다. 암살자인 저의 이동에 무리 없이 따라오시다니."
"그것은…. 저도. 암살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페르디아는 루베라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윽고, 두 사람은 공간을 왜곡하는 라일라의 결계를 통과하여 저택의 정원에 착지한다.
고르티안 저택을 본 루베라는 솔직한 감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숲 속에 방치되어 있을 저택이라 하여 상당히 낡고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휴즈 후작이 지금 도시에서 머무는 저택보다도 크고, 화려한 외관이었다.
"이런 저택에서 무단으로 살고 있다니…."
"주인이 없으니 쓰고 있을 뿐이죠. 원래라면 클레온님께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곳을 떠나실 생각이셨습니다."
그 말에 페르디아를 돌아보는 루베라.
"말이 나온 참에 묻겠습니다만. 후작의 뒷거래에 대하여 아는 것은 없으십니까?"
그럼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후작이 더러운 일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에서만큼은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려 하더군요."
"...용의주도한 악인이군요. 목을 베기에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페르디아가 조용히 말하자 루베라는 말없이 동의했다.
"클레온은 어째서 저를 이곳으로?"
"그 문양은 마법과 관련이 있으니 아마 라일라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루베라는 그 말에 잠시 자신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라일라 플레임워치. 아카데미의 수석인가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페르디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베라는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등을 감싼다.
"그렇다면 기대할 수 있겠네요.
"네. 라일라님의 실력만큼은 클레온님께서도 인정하고 계신 듯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으시지만요."
루베라는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아카데미는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수재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지식의 보고.
그리고 그런 곳에서도 학과마다 존재하는 가장 우수한 성적을 가진 이가 `수석`이라 불리는 천재들이다.
라일라는 그런 아카데미의 가장 거대한 학과라고 불리는 제1학과 `마법학`의 수석.
그것이의미하는 것은 바는 컸다.
두 사람이 저택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어젖히며 누군가가 튀어나온다.
걸치고 있는 귀여운 의복을 반쯤 해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분홍색의 머리카락이 특징인 `루티 시온스`였다.
"기다려! 루티! 조금 만 더 조사하게 해 줘!"
"안 돼! 그렇게 말하면서 또 비늘을...!"
그리고 그런 루티를 뒤에서 쫓아오면서 난장판이 된 옷차림으로 뛰쳐나오는 붉은 머리의 마법사.
라일라 플레임워치.
그녀는 손에 분홍색 비늘조각을 든 채.
얼굴은 흥분 때문에 붉게 물들이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다.
"... ..."
그런 모습을 보면서 루베라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페르디아는 곤란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001
사람으로 북적대는 모험가 길드.
모두로부터 주목을 모으는 유스테스를 말린 여성이 있다는 소문이 벌써 길드 내에 돌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시선이 자신으로 집중되는 것을 느낀 클레온은.
그중에서 혹시라도 감이 좋아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채는 인간이 있지는 않을까 내심 초조해 하고 있었다.
클레온은 유스테스와 붙어 다니며 그를 통해 그의 아버지에 대한 것을 캐낼 심산이었다.
물론 아까의 태도를 보아 휴즈 후작이 자기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시작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철없는 귀족 아드님의 소꿉놀이에 어울려 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이 바보는.
"그렇군.우리 정도의 실력이면 A급 의뢰에 도전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죄송합니다. 유스테스님. A급 의뢰는 길드에 어느 정도 활약을 인정받은 모험가가 속해 있는 파티에만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거만한 표정으로 의뢰를 수주하려는유스테스.
하지만 직원은 곤란하다는표정으로 길드의 규칙을 설명한다.
유스테스는 다시 똥 씹은 표정이 되지만.
옆에 있는 레오나를 슬쩍 보더니 헛기침을 하며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잠깐. 내가 아까 한 말은 잊어버린 건가?"
"어? 무슨 말?"
"... 적어도 두 명 정도는 더 있으면 한다고 했던 거다."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듯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유스테스.
"아니. 하지만 레오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둘이서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느끼한 목소리로 손을 붙잡아 오는 유스테스로부터 재빠르게 손을 빼낸 클레온.
일만 아니었으면 이라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기른다.
"잘 들어. 모험은 애들 장난이 아니야. 아무리 한 사람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의뢰에서 만나는 난관은 수도 없이 많아."
클레온은 열을 삭이며 유스테스에게 설명한다.
아직은 죽으면 곤란한 인간이니 살려 둬야 하고.
"하지만 듣기로는 이 길드에 속해 있었던 어떤 마검사는 혼자서 몇 개나 의뢰를 수행했다고 하는데…."
"그건…. 그 녀석이 이상한 거야. 혼자서 몇 가지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당신의 시종도 그랬을걸?"
"루베라가? 흠…. 그 녀석은 내 곁에붙어서 떨어지질 않았으니까."
잠시 턱을 괴며 루베라와의 행동을 떠올리는 유스테스.
앞으로 나서면 목 뒷덜미를 잡아당기고.
적과 마주쳐 검을 휘두르려 하면 다음 순간 루베라가 베어놓는다.
적의 공격이 날아들면 자신을 드랍킥으로 차서 피하게 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녀석 정말로 나를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걸까?`
물론 아니다.
"뭐…. 어찌 됐든. 이상적인 파티는 전위와 후위의 균형이 맞는 다인수로 이루어진다는 거야."
"그렇다면 레오나와 내가 앞에 설 테니, 뒤에서 우리를 보조해 줄 모험가가 둘 필요하다는 거로군?"
유스테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
... 이 녀석이 앞에 선다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나도 당신도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니까, 되도록 뒷줄에는 캐스터가 있으면 좋겠고…. 그리고 치유역이 필요하겠지."
"마법사와 성직자인가…."
성직자라는 이야기에 얼굴을 찌푸리는 유스테스.
"... 어째서 그런 얼굴이지?"
"아니. 성직자에는 그리 좋은 추억이 없어서."
무언가 과거에 있던 것일까.
어쩌면 후작과 연관된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클레온은 여기서 조금 더 파고들기로 했다.
"그래?어떤일이 있었는데?"
"아니….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야. 어머니와…."
유스테스는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돌린다.
아무래도 아직거기까지 터놓기에는 클레온.
아니 레오나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뭐, 모험가로서 활약하고 싶다면 그런 것도 극복해야지."
그렇기에 대충 격려하는 말을 건네는 클레온.
유스테스는 그 말을 듣더니 조금 고민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원을 구하고 싶다면 안내대에 물어보는 게 제일이야. 거기서 자신과 맞는 수준의 일행이 없는 모험가를 소개해 줄 테니까."
"...? 모험가라는 것은 돈을 내고 고용하는 것이 아니었나?"
클레온의 말이 이상하다는 듯 이야기 하는 유스테스.
이 남자가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지,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이해한 것이었다.
002
결국, 그들이 구할 수 있던 것은 막 모험가가 된 성직자 한 명 뿐이었다.
마법사는 워낙 인재난이 심각한지라 굳이 유스테스의 파티로 들어오려고 하는 인물은 없었고.
이번에 합류한 성직자 역시 견습 수준의 현장 실습을 나온 여성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유스테스님. 레오나님."
그녀의 이름은 티오.
쿠온과 같은 `성자의 가호 교단` 소속의 성직자이다.
여러모로 쿠온과는 다른 인물이었다.
먼저, 눈을 가린 듯 길게 기른 푸른색 머리. 등 쪽으로는 길이가 꽤 되는 듯했다.
몸 전체를 감싼 흰색의 수녀복은 몸의 굴곡을 전혀 드러나지 않게감싸고 있었고.
그 외에는 딱히 특징이라고할 것이 없는 평범한 성직자.
이야기를 들으면 의뢰로 도시를 나가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는 듯했다.
"... ..."
유스테스는그런 티오가 못마땅하다는 듯 다리를 꿴 채였고.
그런 유스테스를 무시한 채 티오를 보며 클레온은 최대한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티오씨. 나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지만, 유스테스도 당신처럼 모험은 완전히 초짜니까."
"아니! 나는 어제 위험구역에도 다녀온 역전의 용사라고!"
"너는 아무것도 안했잖아."
클레온은 제발 유스테스가 닥쳐주길 바랐다.
사실, 티오 외에도 몇 명인가 더 아직 파티를 맺지 않은 성직자들이 있었다.
교단에서는 성직자들에게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훈련을 겸하여 적극적으로 모험가가 되기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구에도 힘을 쏟는 마법사들과 달리.
일반적인 마법에 비해 어렵다고 여겨지는 치유 주문을 사용하는 성직자들도.
일정 수준의 공급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길드 내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들어진 유스테스의 인상은 최악 이하였기에.
아무리 자비로운 성직자라고 하더라도 유스테스의 파티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겠지.
유일하게. 그런 소문이나 사람의 됨됨이에 신경쓰지 않는 티오만이 파티에들어와 준 것이다.
그렇기에 티오를 놓치면 또다시 그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레오나님께서 꽤 곤란해 보이셨기에."
그런 클레온의 마음을 이해한 것인가.
티오는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상냥한 어투로 클레온에게이야기했다.
그럼 클레온도 한숨을 내쉬며 유스테스를 바라본다.
"자. 너도 잘 부탁한다고 해."
"뭐!? 나는 귀족이라고! 당신 같은 실력자라면 모를까 평민에게…."
클레온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무언의 압력.
유스테스는 그 시선에 한껏 쫄았는지 크윽…. 하고 소리를 내며 티오에게 고개를 돌렸다.
"...잘 부탁한다. 평민."
"후후. 잘 부탁해요 유스테스님."
예의범절은 어디로 갔는지.
아마, 루베라가 이런 면에서는 중간에 끼어들어 조율한 것이겠지.
유스테스를 교육해 그에게 하게 하는 것 보다.
자신이 깔끔하게 완결 지으면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클레온은 거기까지 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이 녀석으로부터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만큼만 붙어 있으면 되는 관계.
어리광을받아줄 생각도 없다.
"어쨌든. 이걸로 파티에 치유역은 생겼으니 의뢰를 출발해도 되겠지?"
그런 유스테스의 재촉에 클레온은 잠시 고민했다.
마음 같아선, 한 명 더.
되도록이면 아까 말했듯이 캐스터가 있으면 했다.
라일라를 불러올까 잠깐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밸런스 붕괴다.
거기에, 라일라가 이 녀석의 성격에 어울려줄 것 같지도 않았다.
"... 그래. 없는 것에 매달려도 어쩔 수 없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클레온.
그리고 `드디어!` 같은 말을 내뱉으며 유스테스가 따라 서고.
티오도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잠깐. 아직 모집하나요?"
그때, 세 사람을 붙잡는 목소리.
클레온이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는
경장 차림의 이오나 슈발리에가 있었다.
003
어둑한 던전의 내부를 걸어가는 네 사람.
아직 첫 계층을 나아가기 때문에 레벨이 낮은 유스테스를 앞에 내보내도 괜찮으리라 판단한 클레온은.
그를 혼자 전위로 보내고, 뒤쪽으로 빠져 이오나와 붙었다.
"...왜 따라온 거야?"
"당신 혼자에게만 일을 맡길 수 없으니까요."
작은 소리로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
티오는 잠시 떨어져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유스테스를 보조하고있었다.
"그보다. 잘 어울리네요. 그 모습."
"... 기쁘지 않아."
"변장에 소질이 있다면 왕실 정보기관에 들어오는 건 어떨까요?"
이오나가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린다.
"농담이 아니에요?"
"알고 있어."
흥미가 없다기보다는 싫다는 얼굴의 클레온.
그런 클레온을 보며 이오나는조금 부루퉁한 얼굴이 되어 클레온을 유혹한다.
"정보기관에 들어오면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요. 아버님…. 당신의 스승님과도 함께 일할 수 있고요."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전혀 이득이 아니야."
거기에 들어가게 된다면 탈체크의 부하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클레온은 그런생각을 한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가요? 아버님은 늘 당신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게 이야기하셨는데."
"...탈체크가 나를?"
의외라는 듯 눈을 뜨는 클레온.
이오나는 이전의 일을 떠올리며 말을 계속했다.
"네. 자신이 가르친 아이 중에서 가장 재능은 없지만 가장 노력하는 아이가 있었다고…."
"...그것은 칭찬이 아닌 것 같은데."
잠깐이라도 기대한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한 클레온이지만.
이오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뇨. 아버님은 그런 면이 자신과 닮았다고 이야기하셨어요."
"... ..."
"그 사람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
이오나는 거기서 말을 한 템포 끊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클레온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런 사람이 자신과 닮았다고 할 정도면, 어느 정도 당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 그래서? 그 탈체크 본인은 지금 뭘 하고 있는데?"
클레온은 어딘가 부끄럽다는 듯, 일부러 화제를 돌린다.
그런 클레온을 보며 이오나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은 뒤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님께서는 휴즈 후작과 접촉하고 계세요. 본인에게서 정보를 캐내시겠다는 심산이신가 봐요."
"후작과…? 괜찮은 걸까."
"아버지도 정보기관 소속의 인물인 만큼 사람을 상대하는 법 정도는 알고 계세요.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상처를 입을 사람은 아니지요."
그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유스테스는 뒤쪽에서 이야기하는 레오나와 이오나가 신경 쓰인다는 듯 힐끗힐끗 뒤를 돌아본다.
그러면 그때마다 사이에 서 있는 티오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다.
티오는 입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유스테스의 눈에 그런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처음에 계획했던.
[레오나와 둘이서 모험에 나가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녀를 자신의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미래를 계획하려는 작전]
이 망쳐져 버린 것에 대한 분함뿐이었다.
물론 아무리 바보같은 유스테스라도 레오나가 말하는 것에 일리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별 볼 일 없는 장소에 들어오는 데에 이런 전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들어가는 비용도 비효율적이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강함을 그녀에게 보여주어.
둘만으로도 어디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딸깍-`
순간. 유스테스는 자신의 발밑에서 울린 소리에 멈춰 선다.
앞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티오와 클레온. 그리고 이오나마저 멈춰 서면.
유스테스는 자신이 밟은 발판이 부자연스럽게 아래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 ... 레오나?"
"자, 잠깐! 그대로 있어! 발 떼지 말고!"
"우와아아악!"
공포에 질린 채 점프하는 유스테스.
그리고 다음 순간.
던전 내에 있는 함정이 발동되며 차원문이 열린다.
심부와 연결된 차원문에서 튀어나온 마물들.
어느정도 무장을 다루는 지능을 가진 녹색 피부의 인간형 괴물들.
그 몸집은 인간보다 조금 크고 툭 튀어나온 배와 악취 풍기는 외모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큭…! 3층의 오크들인가…!"
"초보자 죽이기도 심한 함정이네요. 오늘의 던전은 기분이 안 좋은가 봐요."
클레온에 말해 조용히 농담을 던지는 이오나.
클레온은 재빨리 유스테스의 곁으로 이동하고 이오나는 티오를 감싸듯 진형을 갖춘다.
"내가 발 떼지 말랬지!"
"미, 미안! 하지만...!"
"알았으니까 전투준비! 이 녀석들이라면 네 장비로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클레온이 뻗은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유스테스는 어떻게든 등에 메고 있던 미스릴 대검을 땅바닥에 질질 끌면서도 자세를 잡는 것이었다.
"자…. 퀘스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