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3부] 학원 (62/72)



〈 62화 〉[3부] 학원


아카데미에 위치한 커다란 실습동의 한 교실.

반세기가 넘는역사를 자랑하는 시설인 만큼, 그 외견은 고풍스러웠지만.

대륙 최첨단의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보니, 그 내부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세련되었고 위생적이었다.


창살 너머에서 쏟아지는 햇볕이 정오를 알리면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중앙 첨탑의 종소리가 울린다.

교실의 모두는 각자하고 있던 실습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교실을 사용하는 과의학생은 모든학년을 합쳐서 69명.

이 학과의 커리큘럼은 학년을 나누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과의 수업에 비해, 한 교실에 들어와 있는 학생의 수가 많다.



방금 수업의 강사를 맡았던 청년은 학생들보다도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검은색머리에 검은 눈이라는 눈에  수밖에 없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움직이더라도, 뒤에서 따라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사님. 방금 실습에서 잘 모르는 곳이 있었습니다만. 실례가 아니면 같이 점심을 먹으며 G스팟에 대한 토론을…."

"미안하군. 선약이 있어서."

딱 보기에도 지적 호기심이 강해 보이는 안경을 낀 청년도.

"강사님! 소문에의하면 강사님은 7명의 여성과 동시에  적이 있다고 하는 데 사실인가요!?"

"사실무근이야…."

이런저런 소문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사이드 테일의 귀여운 소녀도.



"강사님... 방금 전의 실습에서 만족하지 못한 저의 음란한 몸을 부디…."

"큭. 나중에!"

몸을 배배 꼬아오며 평범한 남자라면 눈이 돌아갈 것 같은 거유의 여성도.



클레온을 쫓아오며 그의 휴식시간을 방해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에 담는 말이 정상이 아니다.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여 학과 건물을 빠져나오면, 재빨리 건물의 그늘로 숨어든다.


"갈라테아가 있었으면…. 마법으로 숨으면 되는 건데."

그러고는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듯, 비어있는 도구함을 열고 안으로 숨어들었다.

원래는 청소도구나 이것저것을 넣어두는 곳인 듯했지만.

사람 한 명이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크기였고,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 없었기에.

평소에는 이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끈질긴 학생들을 피해 다니느라 점심시간을 맘대로 보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도주 경로도 확립되었고, 그들의 행동 패턴도 익숙해졌다.

그는 조용히 도구함의 어둠 속에서 몸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주하마…. 라일라…!"

진심인 듯, 진심이 아닌 목소리로 그가 분한 목소리를 낸다.

아카데미로 온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강사로서의 자신이 학교에 적응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001



아카데미.


말 그대로 이곳은 각종 지식을 탐구하고, 연구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대륙 최대의교육기관이다.

마법학, 신학, 연금술 등을 비롯하여.

모든 연구할 가치 있는 학문을 교육하며.

과의 수는 21개로 마법적 학문은 물론이고 검술, 경제, 정치에 관련된학과도 존재한다.

라일라의 조부인 알레이 플레임워치를 비롯하여.

대륙의 각종 학자, 현자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이곳은.

그야말로 대륙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여 차세대를 육성하는 거대한 학교이다.

그중에서도 근본과도 같은 마법학의 학과 수석 라일라 플레임워치의 귀환은

아카데미를 떠들썩하게 했다.

1년이 넘는 기간 학교를 비운 그녀가 대륙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를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용언 마법`으로 토벌했다는 소식은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빠르게 번져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온 3명의 모험가.

수인족이 아니지만 어째선지 동물 귀와 꼬리를 가진 소녀.

성녀 후보로 불리며 강력한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여성.

흑마의 일족이며 각성한 마검사인 남성.

개성 넘치는 그녀의 동료들 역시, 덩달아 소문의 중심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위의 둘은 학생으로서 아카데미에 편입되어 지금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지만….

"검술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검술 쪽은 인원이 충분하고, 마법은조금…. 이래서는 어느 쪽으로도…."

말끝을 흐리는 심사관의 말에 클레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검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과는 없다 보니

원래의 예정으로는 검술과나 마법과의 강사로 들어가려 했지만.

역시 아카데미답게 그 기준이 꽤 높은 편이었다.


클레온 역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갈라테아의 보조가 없으면.

지금 자신의 출력이 어느정도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마법 면에서는 지금까지 라일라의 것을 각인으로 빌려오던 것이다 보니.

자신의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은 `어둠의 장막`과 `마나 쇼크`정도.

며칠에걸친 심사에서 이런저런 시험을 받아보았지만.

정치도 경제도 클레온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자 라일라가 내뱉은 한마디.

"클레온은 섹스가 특기니까 `성학과`는 어때?"

"하?“

"내가 미리 심사 신청해 두었으니까, 내일 한 번  봐."

여느 때처럼 심사의 대책 회의를 위해 모여 있던 그때.

라일라가 무심히 건네는 서류를 받아  클레온.



다음 날 얌전히 그녀가 말한 대로 `성학과`로 향했다.

건물의 위치는 학교에서도  내부에 있었으며.

우뚝 솟은 거대한 탑과, 그 양 옆에 있는  형태의 건물이 특징적이었다.



그리고 그 성학과라는 것이.

아카데미의 여섯 번째 학과로.

`남녀의 성교를 통한 마법적인 효과를 연구하는 학과.`

즉 어딘가에서 말하는 `방중술`과 같은 것을 연구하는 곳이었다.

과를 대표하는 심사관의 앞에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전라가 된 그는.



"오오. 확실히 당신에게서는 강력한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미치겠네."

커지지 않은 그의 물건을 본 심사관(여성)의 칭찬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 뒤에는 심사라는 명목 하에.

심사관의 앞에서 이런저런 수치플레이를 당하게 되는 클레온이었다.

물론 모든 것은 학술적 연구에 적합한 능력을갖추고 있는 것에 대한검사였고.

정액의 양, 발기의 지속시간, 함유한 마력의 양과 같은 신체적인 능력은 물론.

제한 시간 내에 몇 명을 가버리게 수 있는지.

동시에 몇 명까지 상대할  있는지에 대한 검사 역시 이루어졌다.

눈앞에서 조수를 뿜어대는심사 보조관들을 보며 박수를 치는 심사관.

"이런인재를 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는 그녀를 보며, 클레온은 드디어 두통이 심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학과의 강사가  클레온.

수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실습시간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실습을하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이 부여됐다.

이론에 대한 수업은 다른 강사들이 전담하고 있었으며.

혹시라도실습 중에 학생들이 `목 조르기 섹스`같은 위험한 행위를 하지않는지 감시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아하하하!"

자기가 내뱉은 말이지만 정말로 성학과의 강사가 되었다는 클레온의 말에.

배꼽을 잡고 땅바닥을 구르며 웃는 라일라.

그날 밤은 그녀가 기절할 때까지 어른을 놀린 것에 대한 벌을 주었다.



그런 일을 생각하며 조용히 숨을 죽이는 도구함 속의 클레온.

물론 어디까지나 임시로 아카데미에 머무는 것이니,

솔직히 어디에 소속되어도 커다란 불만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성학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학생들도 교수들도 모두 연구와 실습에 정력적이었고.

무엇보다 순수한 지적 호기심과 동시에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학과이기 때문에.

매년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주위로부터는 `색욕과` `섹스과` `정신나갈것같과` 등등으로 불리고 있다지만.

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입학 시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능력을 갖추고.

뛰어난 모험가로서 활약하거나, 또 다른 전문적인 학과로 전과하여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냥 변태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아니었다.

"클레온님! 유두 개발에 의한 남성의 드라이 오르가즘과 그에 의한 자가발전의 가능성에 대해서 심도 있는 토론을!"

아니 역시 변태들의 모임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동안 느낀 것은.

학생 중에 악인은 없다는 것과.

평소에 타인과 적극적으로 엮이려 하지 않는 그를 배려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적극적으로 클레온과 대화를 나누고 가까워지려는 이유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클레온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물론,식사시간을 빼앗겨 가며 성교를 하는 것은 그로서도 힘든 일이었기에 피하고 있었지만.



모두의 필요한 일이 해결될 때까지 이곳에서 상식을 유지하며 버틸  있을지.

클레온은 그 부분만이 걱정이었다.

혹시라도 이 학과의 풍조에 물들어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성교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다면….

마검사가 아니라 마라(魔羅)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것만큼은 피하지않으면 안 됐다.



그렇게, 자신을 찾는 학생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덜컹, 하면서 도구함의 문이열렸다.

"큭, 들켰나…!"

마음의 각오를 하며 빛이 들어오는 곳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금발의 여성이  있었다.

등으로 내려가는 포니테일에, 맑은 하늘색과 같은 벽안.

정돈된 얼굴은 어딘가 늠름해 보이면서도, 여성스러운 귀여움이 엿보였다.


몸에 걸친 것은 조금 화려하면서도 활동하기 편하도록 개조된 학교의 제복이었다.

제복의 위에서부터도  수 있을 정도로 굴곡이 있으면서, 클레온보다 살짝 낮은 키의 소녀이다.

그녀 역시 안에 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뜨더니.


"후후. 설마 이곳에 선객이 있었을 줄이야."

조금 낮은 목소리를 내며 미소 짓더니, 클레온의 옆으로걸어왔다.


"두 사람이어도 충분히 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조금 몸을 옆으로…. 응…. 고마워."

마치 당연하다는듯 몸을 밀착하고, 도구함의 문을 닫는 소녀.

클레온은 얼떨결 그녀의 요구대로 공간을 만들어 그녀를 안으로 들이지만.

역시 도구함에 두 사람은 조금 좁았다.

그 결과, 밀착한 상태에서 그녀의 손이 클레온의 등이나 팔에 닿았다.

 단련되어 단단한 클레온의 몸의 위를 부드럽게 터치한다.


"잠깐이면 되니까. 조금만 참아줘."

몸을 돌려, 클레온과는 등을 마주한 채 숨을 죽이는 소녀.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그녀의 조용한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잠시 뒤.

"아루루님! 어디 계신가요! 오늘이야말로 저희와 점심 식사를!"

바깥에서 들리는 여학생들의 목소리.

확실히 그녀의 조금 씩씩한 태도나 외모는 같은 여성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다.

클레온의 뒤에 있던 소녀가 잠시 몸을 움찔하더니, 조용히 그녀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이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한 뒤.

"후. 갔나…?"

한숨을 내쉬며 도구함의 문을 열고 나가는 소녀.

클레온도 이제 자신을 찾는 학생들이 없기에 그녀를 따라 도구함에서 나온다.

눈부신 햇살이 조금 따갑게 느껴졌다.


"갑자기 들이닥쳐서 미안한걸."

소녀-. 아마, 아까 학생들이 말하던 `아루루`가 그녀이겠지.

클레온은 괜찮다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보던 얼굴인데. 당신 정도의 검사라면 아카데미 내에서도  유명할 것 같은데 말이야."

아까 밀착했을 때 몸이 닿은 것으로 아루루는 클레온이 본래 검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1, 2년 검을 휘두른 것이 아닌 10년을 넘게 실전적인 검술을 배워온 인물이라고 느꼈다.



"아, 그렇지. 나는 `아루루 트로메이아`. 검술과의 학생이야. 부족한 몸이지만 학과 수석으로서 과의 대표를 맡고 있어."

가볍게 자기소개를 해오는 그녀에게,클레온 역시 대답하려 했지만.

"...클레온이다."

역시, 소녀에게 `성학과`의 강사라는 것을 밝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클레온…? 아아!라일라가 데리고 왔다는 남성이 당신이었구나!"

"그녀와 아는 사이인가?"

클레온의 물음에 아루루는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야. 과는 다르지만 같은 수석이고, 검술과와 마법과는 여러 의미로 가까운 사이거든."

그러고 보니 라일라로부터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다.

검술과 마법과는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앙숙`관계라고.


"그러면 나에 대한 인상도 나쁜 것 아닌가?"

클레온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이전에도 검술과의 학생을 만난 적이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라일라가 데려온 인물이라는 것만으로도.

인상을 찌푸리고 그다지 엮이려고 하지 않았다.



"음? 어째서?아아, 물론 검술과와 마법과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녀는 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마법도, 검술도. 사람을 지키기 위한 학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각자 맡은 바를 다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루루의 솔직한 감상에 클레온은 동의하며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소문에 의하면 클레온씨는 마검사라고…."

아루루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화제를 전환한다.

그녀의 눈에는 작은 호승심과 함께 클레온에 대한 호기심이 보였다.


클레온 역시 그녀에게서 느낀 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일까.

평소에는 침묵으로 일관할만한 질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소녀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리 소용이 없으리라.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꿰뚫린 듯, 진실을 감추지 않았다.



아루루는 그런 클레온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구나. 클레온씨. 나는 용사야."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는 클레온.

아루루가 용사?

하지만 성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성검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클레온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성검은 기숙사에 두고 왔어. 가지고 다니면 구경꾼들이 몰려들어서 말이야."

...그런 이유로 성검을 두고 다니는 인간이 있다고?


"그러는 클레온씨야 말로, 마검은 어디에 있어?"

클레온의 살짝 의심스러운 시선을 느낀 아루루의 질문에.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집에서 자고 있다."

"하하하!"

물론 클레온은 숙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

안락의자에 앉아서 서투르지만 열심히 바늘을 움직이거나.

침대에 누워서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외출하지 않는갈라테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클레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엉뚱한 듯한 대답에 이상하다는 듯 웃음소리를 내는 아루루의 모습은.

당당하면서도 사람을 절대로 바보 취급하지 않는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알베인과 같은 머리색에 눈 색, 그리고 용사라는 입장.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인간이라고 클레온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학교에도 마검사는 있지만. 대부분 어두운 사람들이라서 말이야. 클레온씨처럼 재밌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건…."

마검사들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이야말로 힘의 근원.

자연스럽게 어두운 성격이 되는 것이겠지만.

아루루가 느끼기에 클레온은 그런인간들에 비해서는 밝은편인듯했다.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혹시 괜찮다면 나와 대련을 해주지 않겠어?"

그리고 검사로서 가지고 있는 향상심.



상대를 때려눕혀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미지의 힘을 가지고 있는 상대와 겨루는 것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그녀의 의지가.

그녀의 눈을 통해서 클레온에게도 전해져 왔다.



"미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응? 아아. 그러네. 벌써이런 시간인가."

아루루는시간을 확인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시간이끝날 때까지는 벌써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 대련은 또 나중의 기회라는 것으로. 클레온씨도 어딘가의 과의 학생인 건가?"

"아, 아니…. 나는…."

"아! 찾았다! 클레온 강사님! 저희 쌍둥이 자매 중에 어느 쪽이 더 봉사가 능숙한지 확인해주세요!"

"물론 제 쪽이죠!? 저는 언니보다 한 컵  크다구요!"


"... ..."

"아-. 혹시, 클레온씨는 성학과의 강사인 건가…?"

멋쩍은 듯 웃어 보이는 아루루.

클레온은 멎었던 두통이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괘, 괜찮아!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금 사정이라고 했나요? 누가 사정했나요?"

특정 키워드에 반응해 오는 자신의 학생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재밌을 것 같네. 그쪽도."

아루루가 조금 능글맞은 얼굴이 된다.

클레온은 더는 이곳에 있기 싫어진 몸을 돌린다.

"대련은 나중에  받아주마!"

그리고 마치 승부에서 패배해 도망치는 악역처럼 대사를 남기고 그 자리에서 질주를 시작했다.


"크, 클레온 강사님~!"

그리고  뒤를 쫓는 학생들.

아루루는 그 뒷모습을 보며 즐겁다는  미소를 지었다.

"클레온씨인가... 라일라가 둥글어진 이유를 알겠는걸."

언제나 틱틱대는그녀가, 오랜만에재회했을 때는 곧장 미소를 보이던 이유를.

아루루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도 몸을 돌려남은 점심시간 내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걸어간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어둠 속에 숨어 지켜보는.

질투에 찬 눈동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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