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친구
오늘의 성학과의 수업은 실습실이 아닌 강의실에서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실행되는 이론 면에서 접근한 섹스이론이다.
이론 수업의 경우 학과장인 `류드 부인` 교수가 직접 교편을 잡지만.
불세출의 미녀인 그녀는 40이 넘었다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견에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과도 이야기가 맞는 사람이다.
덕분인지, 실습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지루해지기 쉬운 수업도.
성학과의 학생들에게는 인기가 있다던가.
거기에-
"그럼, 다음 텍스트를…. 3번째 줄의 가장 왼쪽의 여학생이 읽어보죠."
"앗, 흐응♡ 네, 네엣... 이,인간의 체내에 마력이 가장 축적되기 쉬운 곳은, 생명의 정수가 몰려있는 곳. 즉... 하앙!"
수업중인데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박아대고 있다.
참고로 방금 텍스트를 읽은 학생은 남학생의 위에 배면좌위 상태로 앉은 상태에서 교과서를 읽고 있었다.
성학과의 이론수업이 인기가 많은 이유 두 번째.
바로, 수업 중에 자유로운 성행위가 허락된 것이다.
얼핏보면 수업에 방해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교실 전체에는 교성을 억제하는 마법이 펼쳐져 있는 덕분에 이론으로 배운 것을바로 그 자리에서 실천하는 적극적인 교실이다.
그런 이유에서 혹시라도 행위가 격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클레온과 같은 실습강사들도 이론수업에 동행하여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이 그리 달갑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론에서 학과장이 전하는 지식은 클레온에게 있어서도 꽤 흥미로운 주제였다.
특히, 성교한 대상에게 마력을 주입하여 대상의 힘을 강화하는것은.
클레온도 자주 해온 일이지만.
상대방과 파장을 잘 맞춘다면 주입과 흡수를 동시에 행하며.
무한동력과도 같이 마력을 섞어 그것을 증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론상, 이오나와 클레온이 서로의 마력에 자극받은 것과 비슷하지만.
보통은 클레온측에서 일방적으로 주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마력의 교환과 증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도 신선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교수. 남성은 정액에 가장 많은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은 애액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안경을 낀 모범생의 푸른 머리의 청년이 손을 들어 교수에게 질문한다.
그럼 류드 부인은 자신의 옆에 쭈그려 앉아있는 과 수석의 가슴을 붙잡으면서 이야기했다.
"애액은 단순한 윤활용의 분비액. 여성의경우 정액에 1:1로 대응하는 체액은 없습니다. 다만 혈액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액체라고한다면 역시 거부감이 적은 것은 `모유`겠지요."
강의장 내부가 술렁거린다.
이거, 그렇게 충격적인 이야기인가?
"하지만 그렇다면 성교를 통한 마력의 교환은 압도적으로 여성 쪽의 효율이 높은 것이 아닙니까? 모유는 임신한 여성이 아니면 나오지 않으니."
"맞아요, 거기에 빈유는 낼 수 있는 양도 적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말에 학과장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잡고 있던 수석-
아카데미 탑클래스 빗치의 가슴을 꽈악 쥔다.
"오옥...!"
그러자, 비명을 올리며 모유를 뿜어대는 그녀.
"그렇기에 여학생의 경우 이후의 실습에서 유선개발을 통해 임신하지 않더라도 가슴에 마력을 축적하여 모유를 내는 방법을 연습하게 됩니다."
"과연 성학과의 커리큘럼이야, 빈틈이 없어!"
"저도 제 쌍둥이 언니처럼 한 컵은 커질 수 있겠죠?"
류드의 말에 환호성을 내지르는 학생들.
문득 클레온의 머릿속에도 `라일라`의 모습이 스쳐지나간 것은 그를 자괴감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
001
저 멀리, 아이온의 탑에서 수업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론 수업이 종료되면 교실 전체를뒤덮던 교성을 막는 마법이 해제되고.
동시에 교실 전체가 신음소리로 뒤덮이게 된다.
실습수업이 끝났을 때와 달리, 조금 자제하면서 행위를 하던 학생들은.
리미터를 풀어헤치듯, 그 자리에서 바로 본방을 시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오늘은 클레온에게 달려드는 학생들은 없었고.
그는 조용히 교실을 떠나 느긋하게 점심시간을 가지려 하였다.
"클레온. 잠시 괜찮을까요?"
하지만 그런 그를 붙잡는 여성의 목소리.
나긋나긋하고, 조용하면서도 예의 바른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리면.
그곳에는 학과장인 `류드 부인'이 수석 여학생의 목줄을 잡은 채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수석에게 말을 걸 틈이 없으니
라일라로부터들은 동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힘들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석에 비해 류드 부인의 모습은 정숙함 그 자체였다.
검은 드레스에 몸을 감싸고, 같은 여성이 보기에도 침을 삼킬 것 같은 몸매가 특징적이었다.
그런 몸매의 노출을 장갑이나 검은 스타킹으로 최대한 가리고.
특징적인 흰색 머리가 자아내는 퇴폐미의 매력이 지금까지 그녀가 수많은 남녀를 함락시켜 왔을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가요? 학생들이나 수업에는 익숙해졌나요?"
그 말에 클레온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 어떤 환경에서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적응하기마련이지만.
그런데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아직 거부감이 있는 편이었다.
"클레온의 심사결과는 지금까지 이 과를 거쳐간 어느 학생, 어느 강사나 교수들보다도 뛰어났습니다. 인간 외의 이종족들을 포함해서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검지로 클레온의 턱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눈웃음을지었다.
"하지만 학생들과 몸을 섞고 있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아까워라. 당신이 실습에 참여한다면 여학생들이 줄을 설탠데."
"그…. 괜찮습니다."
류드의 콧소리 섞인 목소리에 뒤로 물러나는 클레온.
그럼 학과장은 그런 클레온이 재밌다는 듯 더욱 웃어 보이며 이야기했다.
"혹시, 여학생 중에 취향에 맞는 아이가 없는 것일까요?"
류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들어 교실의 한구석에서 두 명의 남학생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여성을 가리켰다.
"저 아이는 셰이프 시프터라고 하는 슬라임의 변종과 같은 종족이라,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형할 수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매번 처음 보는 여학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유였나.
"저한테 살짝 여성의 취향을 전해주면, 저 아이에게도 말해둘게요."
"그, 그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드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당황하면서도 조금 고민했다.
여성의 취향 따위는 없다. 라고 이야기하면 성학과의 강사로서의 신임이 흔들릴 수 있다.
"어떤 여성의 모습을 해줬으면 하나요? 저 아이가."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다.
거짓말을 하기도 싫다.
머릿속에 과거의 은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 색이 빠진 백금발. 하늘을 비추는 바다와도 같은 푸른색의 눈.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는 크게만 느껴지던 키.
그리고 용사로서 몇 번이나 사지를 넘으며 단련되었던 몸.
클레온은 뼈를 깎아내는 마음가짐으로 조용히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었다.
"금발 벽안에 신장이 크고 건강한 여성..."
얼굴을 붉히는 클레온의 모습에 류드는 눈을 깜빡거린다.
그 눈은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여학생들과 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머. 방금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이야기한 거죠?첫사랑인가요? 아니면 지금의 연인이라던가?"
이 질문이야말로 대답하기 꺼려지는 것이었다.
"클레온 강사님. 아까의 이론 수업에서 조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그때,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끼어드는 남학생의 목소리.
클레온이 그쪽을 돌아보면, 아까 전 류드 부인에게 질문을 했던 푸른 머리의 지적인 느낌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안경을 손으로 들어 올리면, 신비한 빛에 의해 렌즈가 빛난다.
"아, 아아. 그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학과장님."
류드는 그런 클레온을 보며 작게 `후훗`하고 웃어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그럼 오후도 수고해주세요. 갈까?"
"멍!"
전위적인 두 사람을 교실의 바깥으로 내보내면,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어느 의미로 자신을 구해준 남학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이론이라면 학과장에게 물어봤어도 됐을 텐데."
"아아,아뇨. 클레온 강사님이 곤란해 하시는 것 같아서. 괜한 참견이었을까요?"
남학생의 말에 클레온은 조금 눈을 크게떠 보였다.
"...배려해 준건가?"
"누구든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까요. 물론 학과장님도 어디까지나 짓궂은질문이었을 뿐, 진심으로 무언가를 캐내려 한 건 아닐 겁니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는 외견으로 보기에 클레온과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다.
"고맙다. 솔직히, 조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거든."
"아닙니다.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을 때 강사님이 말씀하신 `여성의 취향`이 저랑 똑같아서 말이죠. 동지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학생은 다시 한 번 안경을 들어 올린다.
또다시 수수께끼의 빛이 렌즈를 흰색으로 물들였다.
"그, 그래."
클레온은 어떻게든 그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오늘도 출석 체크를 하면서 불렀을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지지 않았다.
그럼 남학생은 그런 클레온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존재감이 적으니까요. 제 이름은 `데미스`입니다."
"...미안하군. 다시 한 번 고맙다. 데미스."
괜찮습니다. 라고 짧게 대답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데미스를바라보는 클레온.
역시 이 학과의 인간들은 변태지만 착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다른 이들에게는 들키지 않도록 교실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002
오늘의 실습은 다른 날에 비해서 조금 늦게 끝나게 되었다.
원인은 클레온에게 조언을 구한 학생들에게 말없이 건네진 청진기를 받아든 그들이.
환호성을 올리며 늦게까지 실습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페르디아에게서 배운 안 좋은 지식이 아카데미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사샤도 쿠온도 강의가 일찍 끝나는 날이었기에 누군가를 마중 나갈 필요는 없었지만.
실습이 끝난 뒤에 애프터를 바라는 학생들도 있기에 평소처럼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조금 먼 길을 돌아가서 저택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미 해는 훌쩍 진 뒤라, 주변이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학생들이 잘 지나지 않는 길이다 보니
마력의 낭비를 아끼기 위해 마력등이 켜지지 않은 구간도 있었다.
소음이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잔잔한 밤.
천천히 길을 걸어가던 클레온은 잠시 주변에 시선을 돌리더니 한숨을 쉬며 그 자리에서 멈췄다.
"지켜보기만 하고. 슬슬 나오는 게 어때?"
그림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의 무리.
기척은 잘 숨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살기가 노골적으로전해져 오는 것은 고의적인 것일까.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조용히 클레온의 앞뒤를 막듯이 모습을 드러내는 붉은 제복.
손에 공격용의 마법을 준비한 자, 검을 든 자, 낫을 든 자 등.
사용하는 무기나 기술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모자에 의해 얼굴이 가려진 그 붉은 제복을.
클레온은 이전 본 적이 있었다.
"집행과인가. 역시."
라일라의 기억을 엿보았을 때 본 제복.
그리고 이전 알베인을 뒤에서 조종한 마안 사용자.
그들이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옷이었다.
"마안 사용자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인가?학원의 내부라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군."
상대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클레온이 말을 걸어보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곧바로 클레온에게 달려들었다.
`넷인가, 마법으로 어떻게 할 수는 되겠군.`
성학과의 수업에 무기를 가지고 가는 것은 교칙 위반이었기에 맨손이었지만.
숙소까지 이들을 달고 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재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리면 손가락의 끝에 검은 번개가 만들어져 쏘아졌다.
"마나 쇼크."
먼저 실력을 보기 위해 견제의 의미를 담아 가볍게 마법을 영창 하면.
그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수단으로 클레온의 공격을 막아낸다.
`어느 정도는 하는 것 같군. 되도록 조용히 끝내고 싶지만 필요하다면 라일라의 마법도….`
"하앗!"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갑작스러운 기합음과 함께 무언가가 날아와 집행과의 인물 중 하나를 날려버렸다.
그 난입행위에 클레온과 집행과 모두 당황한 듯, 대상을 확인하면.
"후, 금발벽안 동맹의 일원으로서. 친구를 구하러 왔습니다."
그곳에는 지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권갑을 끼고 있는 데미스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스...? 어째서 여기에."
"강사님을 쫓는 기척이 있어서 저도 이쪽으로 왔습니다. 괜한 참견이었을까요?"
낮의 일을 떠올리던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딱 좋군."
클레온과 등을 맞대며 자세를 잡는 데미스.
집행과의 인간들은 이번에는 혀를 차는 소리를 낸다.
"흥. 쓸모없는 학과의 멍청한 학생이군."
"호오, 그 쓸모없는 학과란 건 자랑스러운 `성학과`를 말하는 것인가?"
데미스는 상대방의 도발에 안경을 고쳐 쓰며되물었다.
다음 순간, 그의 왼손과 오른손의 권갑에 박혀있는 오브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마력불꽃이 피어올랐다.
"성학과의 핸드 테크닉은 사막조차 오아시스로 바꾼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데미스의 목소리에 경계심을 보이는 집행과의 인간들.
"너희의 그 말라 비틀어진 감수성을 고쳐주도록 하지."
"젠장…. 변태새끼들…!"
`들`이라는 호칭에 클레온은 내심 상처를 입었지만.
어른이었기에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그리고, 집행과와 성학과의 조용한 싸움이 막을 올리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