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25화-난세
25화-난세
"왜 그런 반응이지? 그냥 어디서 한 번 들어 본 엘프의 이름이라 물어본 건데."
"..."
그녀의 얼굴만 보면 한 대 칠 기세였지만 어차피 나한테 덤빌 수 있을리가 없으니 그냥 대놓고 물었다.
내가 말한대로, 세레나라는 이름의 엘프는 그냥 문득 생각난 게임의 등장인물.
비중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꽤 예뻐서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등장인물 중 하나였는데.
"그냥 들어봤을리가..없는데."
"누군데 그래."
솔직히 이름이랑 얼굴만 알지 자세한 설정은 살펴보지 않았다.
그래도 레아나가 모르는 눈치는 아니였다.
오히려 아주 잘 안다는 듯한 눈치였다.
"세레나는, 내 동생이다."
"오오."
생각보다 싱거운데? 아니 그보다 레아나의 동생이면, 좀 위험한 거 아닌가?
"레지골드가...가만히 내버려 뒀을리가 없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털썩 주저 앉았다.
아마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겠지. 자신의 동생도, 자신과 다를바 없는 신세가 되었을 거란 걸.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엘프 세레나는 노예가 아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서부 내전에서 당당히 인간 측에 협력하는 전사였지.
역시 알 수 없는 속사정이 있던걸까. 생김새도 레아나의 증언이 내 기억과 일치했다.
"노예가 되진 않았을 걸."
"그, 그 아이의 행방을 알고 있나!"
넌지시 말을 흘리니 절망하던 레아나가 눈을 크게 뜨곤 고개를 번쩍 들었다.
순간 또 묘한 감정이 가슴을 간질였다.
"내 말을 믿나? 나는 '일개 인간 소녀'인데?"
"...믿는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씩 웃으며 바닥에 앉아 있던 그녀의 얼굴에 발을 들이밀었다.
레아나의 망설임은 짧았다.
찬찬히 눈을 감고 혀를 내민 그녀는 내 신발을 핥아가기 시작했다.
정중하고 정성스럽게 핥는 모습이 비장하게 보일 정도였다.
신발에서, 검은 스타킹에 싸인 종아리에서, 허벅지에서.
아직 물을 흘리고 있는 음부까지.
"좋아...네 동생, 엘프 세레나는 지금 인간과 협력 관계지."
"으응."
치마 밑에 파묻힌 그녀가 콧김을 뿜자 클리에 그 자극이 그대로 이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 빼지 못하게 만든 뒤, 내가 아는 정보를 말해주었다.
"물론 그 협력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푸흐..그, 그럼 최소한 수소문해서 소식만이라도..으읍."
"내가 왜?"
멋대로 고개를 빼는 그녀를 비웃으며 다시 입을 막았다.
츄릅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더 커지고, 그녀가 열심히 내 애액을 받아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우으..뭐, 뭐든 하겠다. 아니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치마 밑에서 빠져 나온 그녀의 얼굴은 흥건했다.
하지만 내 애액만 묻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울고 있었다.
"그럼 조건을 걸지."
"조건이라 하시면..."
다소곳이 꿇어 앉은 레아나는 조심스럽게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물론 성공한다 보장할 수 없으니, 이 조건은 성공을 전제로 하는거야. 네 동생의 소식을 알아봐 줄 테니, 대신 너는 주인님께 충성해."
"자..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충성이란 말씀은."
"간단해. 이 도시는 머지 않아 한 번은 전쟁에 휘말리게 될 텐데, 그때 만약 위기의 순간이 온다면 네가 나서서 주인님을 도와."
나는 미리 생각한 바를 설명했다.
그러나 레아나는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이었다.
내 눈치를 보는게, 왜 내가 나서지 않느냐란 눈치인데.
"말했잖아. 난 평범한 인간 소녀라니까?"
"알겠...습니다."
루카스 앞에서 대놓고 힘을 움직이는 건 제약이 있으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은 필요했다.
레아나는 충분히 강한 엘프니 확실한 카드다.
"하지만 이 음문이 있는 이상 저는 이 창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힘도 쓸 수 없습니다."
"그까짓 것."
자신의 하복부를 문지르던 레아나가 씁쓸하게 말하자, 나는 탁자에서 내려와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접촉한 손을 통해 그녀에게 흘러드는 내 마력.
그것은 그녀의 자궁으로 흘러들어가, 똬리를 틀듯 자리를 잡았다.
"허윽.."
"내가 말한 순간이 오면, 네 음문은 기능을 잃을거니까 신경쓰지 마."
느낌이 이상했는지 그녀가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보험 하나는 확실히 들어 둔 셈이었다.
"...이제 쉬어."
더 즐겨볼까 했는데 김도 다 새버렸고.
다시 옷매무새를 정리한 나는 음탕한 행위는 집어치우고 얌전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웬일로 혼자 다니느냐?"
"...조금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하지만 이 광경을 보니 어째 더 혼란스럽군요."
리아가 레아나와 은밀한 거래를 진행하던 그 시간, 헤이즐을 찾아 시술대가 있는 그의 집 지하실 까지 온 루카스는 눈 앞의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 짓 아니다. 정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일이다. 이게 이 녀석이 마력을 채우는 방법이기도 하고."
"흐오오옥♡♡"
피식 웃어대는 헤이즐의 앞에는, 티나가 나체에 가터벨트 차림으로 의자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허벅지를 걸친 곳 제외 구멍이 뻥 뚫린 의자 밑에는 툭 튀어나온 막대기가 그녀의 질에 들어가 저절로 움직여 휘저으며 애액을 뽑아내고 있었다.
쏟아지는 애액은 그 기구가 부착되어 있던 양동이에 담기고 있었다.
압권인 것은 터질듯이 부푼 그녀의 남근 끝에 씌워진 홀더, 그녀의 남근을 쥐어짜듯 들러붙은 홀더의 끝에는 호스가 연결되어 그녀의 입에 구속구로 단단히 물려져 있었다.
"내가 괜히 이 물건을 달아놓았겠냐. 이 물건으로 뿜어내는 이 녀석의 정액에는 고농도의 마력이 들어 있지. 이걸 섭취시켜서 재능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년을 마법사 비스무리한 존재로 만든거다."
"으음, 듣기만 하면 꽤 좋은 아이템인데."
미간을 찌푸린 루카스는 그녀가 힘차게 사정한 자기 정액을 다시 마셔대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그 방법이 심히 엽기적이긴 하지만 헤이즐의 말이 사실이면 마력을 증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엉? 아니, 별로다. 이 녀석이 싼건 이 녀석한테만 효과 있거든."
"그렇다면 그냥 끔찍합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헤이즐의 말은 루카스가 가까스로 포장한 내용을 부숴버렸다.
"...네가 끔찍하다니까 좋아하는군. 애액부터 정액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년이다."
또 다시 절정하는 티나를 흘긋거린 헤이즐은 거친 신음을 계속 토해내는 그녀를 지하실에 방치하고 루카스와 함께 위로 올라왔다.
"그래서, 별 일도 아닌데 찾아온거냐? 마음을 정리한다는 건 무슨 소리냐. 그 아이를 떨어트려 놓고 온 것과 관련 있느냐."
"...별것 아닙니다. 리아와 관련된 일은 맞습니다만."
루카스에겐 다행히도, 헤이즐이 눈치 빠르게 먼저 이야기를 걸어주었다.
그는 헤이즐의 호의에 답하기 위해 천천히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최근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던 문제 였다.
"허, 제대로 폭주했군. 기획 자체는 좋은 것 같은데."
루카스는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정조대를 입힌 리아를 창관에서 구르게 한 것부터, 엉덩이의 처음을 범하게 된 것 까지.
헤이즐이 흥미롭게 들을 정도였다.
"리아가 남들에게 짓밟히고 그들의 더러운 정액으로 더럽혀질때, 저는 위험한 감정을 맛보았습니다.
그 아이를 남에게 뺏긴다고 여길때 찾아오는 불안함과 분노, 그리고 그런 리아를 결국 내가 범했을 때 느꼈던 오만한 정복감이라는, 지금 까지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을."
루카스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남이 얼핏 듣기에는 별것 아니라 여길 수 있는 것이었지만, 스스로가 감정 조절에 완벽한 조교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너...정말 많이 변했다. 그 아이는 대체.."
'건방지고 되다만 애송이였는데 말이야.'
루카스의 말을 들은 헤이즐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루카스의 변한 모습이 그만큼 이전과 괴리감이 컸다.
헤이즐이 기억하는 과거의 루카스는, 환상과 근거 없는 확신에 빠져 있는 고민 따위는 모르는 오만한 애송이였다.
"그래도 아직 애송이구나. 도대체 뭐가 걱정이란 말이냐."
"하지만 저는.."
"새로운 취향에 눈떴다 생각해라. 조교사라는 것에 집착하지 마. 예전에도 그랬지만, 너는 조교사가 아닌 그냥 너로서 너 자신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혀를 찬 헤이즐이 낄낄 웃기 시작했다.
그의 입장에선 루카스는 아직 방황하는 애송이였다.
그것도 늦게 깨달은 자기 성벽 때문에.
"하지만 제 행동 때문에 리아를 지키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좀 위험한 취향이긴 하지. 그리 아름다운 아이를 대놓고 드러내놓고 과시하며 다니면, 분명 꼬여드는 놈들이 있을 텐데."
헤이즐의 말에 루카스의 눈이 커졌다.
그의 뇌리에 순간 바우론 남작가로 향할 때 마주쳤던, 리아를 납치해 가려던 괴한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정도를 지키면 되지. 그게 싫다면 너 스스로가 강해져라. 네 여자를 빼앗기지 않게끔."
'강해지라고.'
헤이즐의 말 한마디가 루카스의 가슴에 박혔다.
스스로가 리아의 앞에서 맹세했던 말이기도 했다.
강해진다, 다양한 의미가 섞인 말이기도 했다.
마력도 없는 일개 평민 출신 조교사가 강해지려면 뭘 어째야 할까.
그의 마음 속에 다시 한 번 불길이 일었다.
"감사했습니다 영감님."
"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냐?"
나름의 답을 찾은 루카스가 떠나려는 때, 헤이즐이 대놓고 직설적인 질문을 날렸다.
순간 움찔한 루카스가 헛기침을 해댔다.
"그 아이는 이미 제 소유의, 제 유일한 보물입니다.."
"웃기는 놈. 그래서, 그 애는 네가 좋다더냐."
루카스의 대답에 헤이즐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그 뒤에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에 루카스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리아는 늘 자신에게 복종했다.
그러보고면 첫 만남 때부터 그랬다.
자신의 조교가 효과를 봤다고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과연 사랑인가.
'명령하지 않아도, 리아는 나를 따를 것인가. 아니야 그런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길을 걷던 루카스는 고개를 저으며 복잡한 생각을 날려버렸다.
설령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가. 적어도 자신이 내려주는 상벌에는 교성을 흘리며 애원하는데.
"주인님."
"...무슨 일이 있었지?"
"이, 이건..."
치운다고 치웠지만 밀폐된 지하실에서 막 흘려댄 음탕한 냄새는 지울 수 없었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도 채 빠지기 전에, 흥건한 레아나의 앞머리는 아직 마르지도 않았다.
답지 않게 크게 당황한 리아의 얼굴을 본 그는 피식 웃었다.
"벌이 필요하겠구나. 이야기는 그때 듣지."
벌을 이야기하니 그녀의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다.
저것이 바로 자신이 원하던 반응이었다.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리아를 벌하고 칭찬할 수 있겠는가.'
자신이 그녀가 바라는 걸 주고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은, 곧 그의 자부심이었다.
이렇게 루카스와 리아의 관계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