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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27화-백작가의 차남 (27/74)



〈 27화 〉27화-백작가의 차남

27화-백작가의 차남

우리가 이 금발 귀공자를 만나기 조금 전.


그러니까 여전히 내가 루카스 밑에 깔려 있었을 때.


누군가가 문을 거칠게 두드리더니, 잠긴  확인하곤 부수려고 몸을 부딪히기 시작했다.


"여, 여기 숨어라 리아."

식은땀을 흘리던 루카스는 기겁하며 나를 침대 밑으로 던지듯 굴려 넣었다.

 몸이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가는 것과 문짝이 부숴진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으아아!"

살육의 광기에 취한 적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놈이 핏물이 묻은 검을 루카스에게 겨누고 달려드는 순간, 나는 혀를 차곤 마력을 움직였다.

움직이려 했다.

"큭..."


루카스는 튕겨 날아드는 놈의 몸을 가까스로 피했다.


등, 정확히는 척추에 가해진 강한 충격에 입에서 피를 뿜고 허리를 역으로 접은 놈은 반대편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레, 레아나.."


루카스는 난입해 적을 날려버리고 자신을 구한 존재를 알아보고 경악했다.


끌어올렸던 마력을 가라앉혔다. 다행히 그녀가 늦지 않은 셈이었다.



[이곳을 지켜. 어차피 얼마 안가서 가라 앉을 것 같으니까]

레아나에게 추가로 지시를 내렸다.


이미 내 감각엔 도시에 난입한  다른 세력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 품에 마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보나마나 이 패잔병들을 쫒아온 이들이겠지.


"제,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십시오."


어디서 주워 입었는지 허름한 망토로 나신을 가리고 있던 그녀가 약간 어색한 말투로 루카스에게 말했다.


 침대 밑에서 끄집어  루카스는 놀라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그녀에게 나에 대한 언급은 금지시켰으니, 지금 루카스가 보기에 그녀의 행동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알겠다. 혹시 모르니 조심해라."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루카스도 캐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레아나는 그 뒤로 떡하니 버티고 서서, 멋모르고 이곳에 올라오는 적들을 일격에 사살해 가기 시작했다.


"숲의 꽃이여! 나, 나는 적이 아니네! 패잔병들을 쫒아 왔을 뿐인..으악!"

그리고 이 애송이 귀공자가 나타난게 그때였다.







"그대들은 누군가."

"저는 조교사 루카스 벤이라 합니다."

다시 현재, 주저 앉은 상태인 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루카스는 침착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걸친 화려한 갑옷이며 관리한 티가 나는 수려한 외모까지 단순히 검만 수련하는 기사는 절대 아니었으니까.

"나, 나는 헥트 백작가의 차남, 황금 사자 기사단의 루시안 렌 헥트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소개는 확실히 강력했다.

헥트 백작가는 현재 내전을 벌이고 있는 두 파벌 중 중심이 되는 대귀족 가문.

압도적인 신분의 힘에 루카스의 몸이 움찔하는게 느껴진다. 내 기억에는 없는 얼굴과 이름인데, 남캐라 그런가?

"레아나, 발을 내려. 그리고 공자님을 일으켜 드려라."

"예."


루카스는 우선 레아나에게 명령해 주저 앉아 있는 그를 도와주었다.

레아나는 고분고분하게 루카스의 명령에 따랐다.


음문은 망가뜨렸지만, 내가 루카스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라고 엄포했기 때문.

복종 조교가 끝난 그녀의 태도는 나름 자연스러웠다.


"어찌 엘프가 이런..."


"엘프 노예는 처음 보십니까?"

루시안의 반응은 꽤 신선했다.

일어선 그는 자신을 도와주는 레아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눈은 마치 동경하던 우상을 마주한 어린아이 같은 눈이었다.

"노, 노예라니."


"그녀는 노예입니다. 제가 조교했지요."


그래서인지 루카스는 묘한 자부심과 우월감이 담긴 목소리로 그녀를 소개했다.


자기도 엘프 노예는 레아나가 처음이었으면서.


"조교라니..그게.."


"보여드립니까? 레아나, 지금 여기서 네 음란한 몸을 보여드려라."

피식 웃은 루카스가 레아나에게 명령했다.


레아나의 귀가 움찔하는게 보였지만, 그녀는 별말 없이 망토를 스르륵 내려 자신의 헐벗은 상반신을 루시안에게 보여주었다.


풍만하고 처지지 않는 극상의 젖가슴부터, 그 첨단에 달린 고급스런 피어스까지.

반응이 꽤 귀엽다. 손으로 입을 막은 루시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지만,  눈은 그녀의 완벽한 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 이건... 그게.."

"주인님, 전쟁이 끝난 것 같습니다."

터질  같은 얼굴을 한 루시안을 구해주기로 했다.


내가 화제를 돌리자, 루카스도 루시안도 그제서야 조용해진 바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정신을 차렸는지 루시안이 고개를 젓더니 다시 자기 검을 잡아 검집에 넣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떠날 것 처럼 굴었으면서, 그의 발걸음과 시선은 도통 떨어지질 않았다.

"저희는 이곳에 계속 있을 것입니다. 공자님의 적이 아니고 떳떳하지 않은 이들도 아니니 안심하시길."


"그, 그렇소?"

기다렸다는 듯 말하는 루카스의 말에 표정 관리를 실패한 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결국 그는 아쉬운 티를 팍팍 내고는 자리를 떴다.

루카스는 그제서야 레아나가 가슴을 가리게 만들었다.


"분명 다시 오겠지."


"그렇습니다."


"어쩌면...잘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루카스가 히죽이며 중얼거렸다.


바보 같은 신념으로 헛발질 하는 경우가 있어도, 루카스는 기본적으로 똑똑한 편이었다.


이번 만남으로 머리에 뭔가 수가 떠올랐나 보다.

"...빅터는 어떻게 되었지? 이 창관은 이제 어떻게 될런지."


다만 남은 문제는 여전했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셨습니까?"

"어? 어...아무것도 아니네 그란트 경."

"잔당들 진압도 끝났고, 레라플 주민들도 저희에게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수습도 막바집니다."

그날 저녁, 레라플에 입성한 남서부군의 지휘관들은 뒤처리가 한창이었다.

루시안 역시 중요 인물로서 참석해 있었지만 그는 부하 기사가 걱정할 정도로 어딘가 넋이 나가 보였다.


"패잔병들이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긴 했지만 공자님과 황금 사자 기사단의 활약으로 빠르게 진압,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본대의 전투력은 온전하니 당장 내일 다시 발라스를 향해 진군하시지요."

총사령관을 맡고 있던 중년의 사내는 다음날 곧바로 출병할 것을 주문했다.

어차피 그들이 공격해야 하는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까.


대부분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레라플에 주둔할 이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평원에 세워지긴 했지만 이곳은 분명 일대의 교통이 모이는 요충지입니다."

"하지만 레라플은 자유도시 아니오?"

"레라플의 전임 시장은 살해당했고, 신임 시장이 된 사람은 저희에게 주둔을 요청했습니다."


다만 현재 점령한 레라플을 지킬 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사항이었다.


공을 세우고자 하는 이들은 이 임무를 꺼릴 테니까.




"내가 기사단 일부와 함께 남겠소."

"공자님!?"

"진심이십니까?"

그 상황에 루시안이 입을 열자 모두 놀랐다.


이번 전쟁에서 압도적인 전공을 세워 가겠다고 공공연히 다짐하고 다녔음을 그들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무리한 공격으로 부상 입은 이들이  있고, 애초에  공격 자체가 내 판단 때문이니 내가 책임지는게 맞소. 부상자들도 치료할겸 내가 그들과 함께 남겠소."

"오오.."


전공 욕심을 접고 자신의 명령에 다친 이들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그의 태도에 모두가 감탄했다.

평소 주변에 인망 있던 그의 평가가 다시 한번 뛰는 순간이었다.

'창관...로도스.'


물론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오직  가지 생각 뿐이며,  생각이란 것도 정의로운 대의와는 동떨어진 것이란 걸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공자께서 황금 사자 기사단 일부와 함께 이곳에 남는 걸로 결정하겠소. 나머지는 출병 준비를 서두르시오!"


총사령관은 만족스러운 듯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곧 이곳에 남기로 한 루시안과 일부 기사들을 제외, 주둔군은 내일 아침 있을 행군에 대비해 준비를 시작했다.



"조금 의외입니다. 공자님께서 그런 선택을 하시다니."

"그란트 경. 혹시...엘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

회의가 파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부관 그란트는 루시안의 말에 당황해 되물었다.


그러나 루시안은 다시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시 보고 싶다.'

그의 눈엔 아름다운 엘프가 아른거렸다.


금빛의 눈, 백옥 같던 피부. 그리고 잊히질 않는 가슴과 피어스.


"이런..."


어느새 하반신이 단단해진 그는 움찔거리며 그란트의 눈치를 보았다.


다행히 부관은 그를 재촉하지 않았지만, 이미 뜨거운 불길이 잠식된 그의 몸은 도통 식지가 않았다.

"뉘, 뉘신지.."


"엘프를 보러 왔다."


결국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본대가 레라플을 빠져나가자 마자 부관인 그란트도 떼어 놓은 루시안은 한 걸음에 어제 갔었던 곳으로 향했다.



"파, 팔리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루카스는 잠짓 어두운 표정으로 루시안을 자리로 인도했다.

물론 저거 다 연기다. 레아나가 팔릴 확률이 높은 건 맞지만, 오히려 루카스는 그걸 바라고 있었다.

"이 창관의 주인인 빅터는 부상으로 의식 불명, 파손된 기물이며 사상을 입은 인원이며  피해는 도저히 복구할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창관의 남은 관계자들은 가장 큰 재산을 처분하려는 것입니다."

"그럴 수가.."


"공자님, 레아나를 구하고 싶으십니까. 가지고 싶으십니까."


당황한 루시안에게, 루카스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루카스의 말은 그의 마음을 강하게 흔든 것 같았다.


"레아나, 네가 누구지?"


"저는 주인님의 암노예입니다."

루카스는 그에게 레아나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시켜 주었다.


창관 소속이던 음문은 망가졌으니 뭐라 말하든 그녀의 마음이었다.


 명령으로 그녀는 다름 아닌 루카스에게 자신의 소유권을 넘겼고, 세워 둔 계획이 있던 루카스는 그걸 태연히 받았다.

창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도둑질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거야 그만한 대가를 다시 안겨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줄 사람은 루카스가 아니라, 지금 여기 레아나에게 홀딱 빠진 풋내기고.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자님께서, 이 창관의 주인이 되십시오."


"내, 내가 이곳을 사란 말인가."


상상치도 못한 말에 루시안의 말이 떨렸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공자를 구워 삶을 수 있다. 그에게 조교의, 암컷을 조련하는 쾌락을 알려 줄 것이다. 그러면 그는 내게 더 의존하게 되겠지. 그게 시작이다."


루카스는 직전, 내게 자신의 계획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이것이 강해지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그의 마음은 새로운 욕망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유력자의 후계자 중 하나인 루시안을 이용하겠다는 책략.

물론 이 전쟁의 승패가, 백작가의 후계자 경쟁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썩은 동아줄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도박수였지만 그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확신은 들어 맞은 셈이었다.


그가 그런 선택을 내렸다면, 실패할 수 없게 내가 직접 나설 거니까.

"무, 무슨 짓이냐!"

"괜찮습니다. 봉사의 묘미를 즐겨주십시오."


루시안은 대뜸 무릎을 꿇더니 자기 앞에 기어온 레아나의 모습에 기겁했다.

그녀는 어쩔 줄 모르는 그의 바지춤을 잡고 내렸고, 속옷을 넘어 이미 한계까지 부푼 그의 양물을 혀로 핥아 올렸다.


저항할 생각 따위 들리가 없지.


루시안은 자기 귀두가 그녀의 입술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그녀를 내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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