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30화-전쟁의 이면
30화-전쟁의 이면
문득 정신을 차렸다.
내가 널브러져 있던 곳은 침대 위, 묵직한 느낌을 보니 항문에 다시 플러그가 꽂혀 있는 것 같았다.
몸 군데군데 눌러 붙은 정액과 애액도 그렇고, 질펀했던 어젯밤이 떠올랐다.
침대 위에서 나를 붙잡은 루카스와 레아나를 붙잡은 루시안이 마주보고 우리를 뒤에서 뚫으며, 성대하게 가버렸던가.
내 눈앞에서 흔들리던 젖가슴과 연속 절정으로 녹아내린 레아나의 꼴사나운 얼굴이 기억에 선했다. 아마 나도 그랬겠지.
그 증건로 루시안과 레아나는 아직도 서로의 결합을 유지한 채 엉겨 붙어 잠들어 있었다.
"엉덩이는 괜찮으냐."
"아.."
그때 루카스가 곁에 앉아 내 엉덩이를 상냥하게 주무르더니, 천천히 플러그를 잡아 뽑았다.
"주인님..."
"회복제도 가져 왔는데, 참 튼튼한 몸이군."
조금 부었지만 멀쩡한 항문을 어루만지던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조금 뜨끔했다.
그가 날 조교할 때 자잘한 상처가 나는 것 까지는 개의치 않았지만, 그래도 일정 수치 이상으로 다치는 건 막고 있었으니까.
그의 조교에 진심으로 임하지 못해 아까웠지만 필요 이상으로 다쳤다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지 못하는 건 더 큰일이었다.
"일어나 씻고 준비해라. 두 사람이 일어나기 전에 준비를 끝내고 싶으니."
"알겠습니다."
"지금 보듯이 어제 계획은 성공적었다."
날 한 번 부드럽게 안아준 그는 그대로 나를 안아서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에게 건네 받은 플러그를 들고 대충 옷을 걸쳐 씻을 곳으로 향했다.
확실히 어제부로 루시안은 레아나를 버릴 수 없게 되었지.
루카스의 의도대로 된 셈이었다.
"목욕 말인가?"
"봉사는 단순히 잠자리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으음..."
씻고 옷까지 새걸로 싹 갈아입고 오니 대충 옷을 걸친 루시안과 그에게 뭘 권하고 있는 루카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그렇게 하겠소."
"좋습니다. 리아, 공자님께 대욕장을 안내해 드려라. 어차피 지금 그곳도 텅 비어 있을 테니."
루카스의 말을 들으니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레아나에게 목욕 시중을 들게 하려는 것이었다.
내가 씻은 곳은 거기가 아니지만 애초에 이곳엔 그걸 위한 커다란 욕장도 따로 있었으니까.
근데 이럴 거면 그냥 같이 씻지, 나도 욕조에서 해보고 싶었는데.
괜히 루카스의 등을 한 번 째려봤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욕실로 들어 온 루시안이 머뭇거리자 레아나가 먼저 움직였다.
이곳은 지금 단 둘뿐이었다.
지금 당장은 순전히 씻는게 목적이므로 루카스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크흠, 알겠다."
레아나는 미리 교육 받은 대로 움직였고 루시안도 그걸 받아들였다.
어제 그렇게 과격하게 관계를 가졌으면서, 두 남녀의 사이는 매우 어색했다.
옷을 벗겨주는 레아나도 몸을 맡긴 루시안도 서로의 눈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허..."
먼저 욕조에 들어간 그는 천천히 옷을 벗는 레아나를 보고 감탄했다.
사실 그녀의 나신이 더 익숙할 정도로 자주 봤지만, 늘 봐도 감탄이 나오는 완벽한 몸이었다.
하복부에 자리한 음문마저 아름답다 생각할 정도로.
'뭘 망설이는거냐 멍청한 놈아. 그녀는 이제 내 것이다. 내가 주인이라고.'
그녀를 멍하니 보던 루카스는 대뜸 고개를 저어 정신을 붙잡았다.
다시금 어젯밤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자신의 밑에 깔려 앙앙대던 그녀를, 자신의 매질에 애원하던 그녀를.
그는 그렇게 위축된 어깨를 피는데 성공했다.
"들어 와라."
"예."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녀가 천천히 욕조로 들어왔다.
욕조에 들어 온 레아나는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천천히 그의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황금 숲의 왕녀였다고 하던데."
"그것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나? 최근 황금숲의 엘프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했다."
말 없이 그녀를 지켜보던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그녀로서는 움찔거릴 만한 주제였다.
"...반역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아픈 기억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일전에 루카스에게 했었던 이야기기도 했다.
그녀는 어느새 손길을 멈추었고 루시안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레나의 소식을 알아내야만 해.'
물론 입술을 깨문 레아나 본인도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한 번 알아 볼 필요가 있겠군. 나도 아버님의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후로는 그쪽 소식을 전혀 몰라서. 그래서 말인데."
심각한 얼굴이던 루시안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동생에 대해 질문할 타이밍을 잡고 있던 레아나는 그의 말에 살짝 놀랐다.
"그대가 노예라고 하지만 그대 같이 강한 이를 성노만으로 쓸 순 없다. 그러니 우리 기사단에서 함께 행동하지 않겠나."
"지, 진심입니까? 저는 일개 암컷 노..."
"물론 그것도 맞다."
레아는 몸에 벤 습관대로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고, 마른침을 삼킨 루시안은 그녀의 양팔을 붙잡았다.
"내 직속 부관이자..내 노예로서. 다만 외적으로는 당당한 기사단의 일원으로써 행동할 수 있게 해주겠다."
"아..."
레아나도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창관의 창부로 수도 없이 많은 이들에게 몸을 파느니, 누군가의 전용이 되는게 더 나을 테니까.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봉사를 제외하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상당히 끌리는 점이었다.
'이들과 함께하면 세레나에 대한 소식을 찾는 걸 넘어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레아나의 내면에서도 나름의 계산이 섰다.
"전..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시키시는 대로."
"좋다."
결국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루시안은 꿇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아나의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웃었다.
"자, 잠깐."
"욕구를 해소시켜 드리는 것도 의무라 배웠습니다."
게다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그녀는 한 발자국 더 나갔다.
물속에서 어느새 고개를 번쩍 든 그의 물건을 살며시 쥔 그녀는 손을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그렇다면 이렇게 해라."
문득 든 생각인지, 루시안은 손을 놀리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 천천히 물 속으로 눌렀다.
레아나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수용하고 숨을 참은 뒤 물속에 잠수, 입을 열어 그의 물건을 물었다.
숨은 문제 될게 없었다.
순수 육체 능력만으로 몇분은 거뜬한데다, 정령술을 이용하면 수중에서도 호흡이 가능했다.
'역시 루카스의 말대로 그녀는 변태다. 고결한 엘프 왕녀 따위가 아니야. 암노예지.'
다만 그녀의 그런 자발적인 모습을 보고, 루시안은 만족스럽게 정복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잘 되어가는 것 같군."
"...그렇습니다."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
욕실 안을 슬쩍 지켜보던 나와 루카스는 지켜보길 관두고 나왔다.
어제 그렇게 했으면서 또 서로 욕조 안에서 교접하기 시작한 그들, 박히고 있는 레아나는 둘 뿐인 욕실이 떠나가라 교성을 지르고 있었다.
철썩이는 물소리까지 합쳐져 듣기만 했는데 속옷이 젖을 정도였다.
"이제 뭘 하지요?"
"당분간은 공자의 행동에 맞춰야 할 것이다. 시간이..좀 남을지도 모르겠군."
루카스는 당분간 시간이 남을 거라 말했다.
하긴 루시안은 부상자들과 함께 후방 경계차 이곳에 주둔한 셈이니 당분간은 움직일 일이 없겠지.
창관이야 라스가 알아서 할거고, 나는 어쩌면 이때 그가 나를 좀 가지고 놀아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차를 가져와라 리아. 시간이 빈김에 집필을 해야겠어."
하지만 두터운 책을 꺼내는 루카스의 말에 그런 내 기대는 산산히 부숴졌다.
솔직히 말해서 단순 시중은 내 취향과는 완전히 안 맞았으니까.
"그럼 살펴 가십시오."
"금방 올 것이오. 그게, 숙소에선...할 수가 없으니까."
창관을 떠나기 전, 루시안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알만했다. 레아나를 기사단에 편입시키려고 데려가겠다는데, 솔직히 기사만으로 쓰진 않을 것 아냐.
[새 주인 밑에서 잘 해보라고. 동생 이야기,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싱긋 웃으며 보낸 내 메시지에 레아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지금 야한 창녀의 옷이 아닌 평범한 여인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어색할 지경이었다.
"이건 특별히 호의로 드리는 겁니다."
"이게 무엇이오?"
"황금 사자 기사단은 모두 남성이라 줄 갑주가 없다하지 않으셨습니까. 마도구도 취급하는 그곳에 가면 딱 맞는 갑주를 구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오오."
루카스가 루시안에게 뭔가를 건넸다.
약도와 소개장이었는데, 약도가 어딘가 눈에 익었다.
분명 헤이즐의 공방이었다. 이런 식으로 인맥 장사를 하다니.
"그럼 정말로 가겠소. 다시 보지."
"예, 잘 가십...음?"
대문 앞까지 나와 마중하는 길.
그런데 길 한 쪽이 시끌 시끌했다.
"뭔지 알 것 같군. 어제 이곳에 오기 전에 들었소."
"...노예상들인가?"
루시안은 이미 들었다며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놈들이 동부지역 요충지들을 포기하며 전선이 완전히 앞으로 뻗어버렸소. 덕분에 이곳 레라플은 비교적 안전한 후방이 되어 버렸지. 원래부터 이런 걸로 유명한 도시였다니, 모여드는 것이지. 전쟁 상인들이."
"도시가 다시 활발해지겠습니다."
루카스가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도망갔던 놈들이 다시 돌아 온다는 뜻인데 뭘 그리 거창하게 말하는건지.
"흠, 노예시장이 열리면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어쨌든 공자님은 지금 이 도시에서 중요하신 분 아니십니까."
"노, 노예시장을..."
"무슨 일이 벌어지는 알고 계시는게 좋지 않습니까?"
"그건 맞소."
에둘러 말하던 루시안이 결국 루카스의 갑작스런 제안을 수락했다.
눈을 보니 호기심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노예 시장 이야기는 루카스도 꽤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 같았다.
"어떠냐 리아, 노예로 팔려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 널 사겠다는 사람들 앞에서 천박하게 치부를 벌려보이고, 내게 뒤를 뚫려볼 생각은?"
하지만 이렇게 끝내주는 계획이 있었다니.
귓가에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 무심코 비음을 흘리며 움찔했다.
"네헷♡"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잖아.
"으윽, 이게 다 뭐야.."
"변태 주교의 희생물들이지. 나름 특이하니까 비싸게 팔리지 않을까?"
"더럽다. 마차에서 운송되던게 이것들이었나."
동료와 교대하러 온 그는 우리 안의 '그것들'을 보고 헛구역질을 했다.
"어쨌든 잘 지켜. 우리 상단의 핵심 상품들이니까."
동료는 하품을 하곤 자리를 비켜버렸다.
그는 졸지에 우리 곁에 혼자 남게 되었다.
"젠장, 얼굴은 이쁜데."
"크훕.."
그는 주워든 막대기로 창살 너머 우리 안을 쿡쿡 찔렀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몸을 구겨도 채 들어가지 못할 작은 철제 우리.
"흐우우우.."
그 안에는 사지가 절단당한 여인 몇이 각각의 우리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로 갇혀 재갈 너머로 짐승 같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쯧."
가랑이 사이에서 반사적으로 즙을 뚝뚝 흘리는, 더럽혀진 크림색 머리의 여인을 희롱하던 그는 이내 질렸다는 듯 우리에 천을 덮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