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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39화-레라플 방어전 (39/74)



〈 39화 〉39화-레라플 방어전

39화-레라플 방어전

"...상황이 상황이니 벌은 나중에 주겠다."

루카스가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 내려다 보며 말했다.

따로 뭐라 말 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상태로 고개만 끄덕였다.


단지 소식을 전하러, 아니 서로 관계를 가지러 온 루시안과 레아나는  상황을 보고 당황했는지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놈들에 맞서 싸울 것이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무모한 싸움이겠지. 그..노예들을 아낀다면 역시 몸을 피하는게 좋지 않겠소?"

루시안의 시선이 엎드린  뒤통수에 꽂혔다.

"마음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자님. 하지만  역시 이 도시에 연이 있는 몸. 혼자 도망칠 순 없습니다."

"그런가...알겠소.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소."

루시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플래그  대사를 내뱉었다.

그보다 루카스가 도망치지 않는단 선택을 할 줄이야. 이건 예상 못했다. 곧바로 내뺄 줄 알았더니?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후회 없이 보내기로 했으니까."


슬쩍 고개를 드니 루시안과 레아나가 서로 맞잡은 손이 보였다.


허이구, 도대체 사망 플래그를 몇개를 꽂아 넣는 거야.

"최상층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루카스는 직접 둘을 방으로 안내했다.


딱히 명령 없이 휙 나가 버린 탓에, 방에는 얌전히 서 있던 세나와 엎드린 나만 남게 되었다.



"이성을 찾았네. 내가 본 너는 그냥 짐승이었는데."

"윽...그 이야기는.."

벌떡 일어나 앉은 내가 말을 거니 그녀가 당황해 움찔거렸다.

반응이 꽤 귀엽다. 내가 두려운가.

"너,  봤지?"

"뭘, 뭘 말이야..요?"

"내가 네 무의식에 들어가 네 기억을 보면서 고통 받는거. 그래서 다시 정신 차린 거 아니야?"


"히익!"

내 지적에 그녀가 움찔했다. 참 알기 쉬운 반응이었다.

그냥 느낌대로 찍어  건데 진짠가?


"...맞아요. 그러니 더 이상 언급하지 마세요. 내게는 너무 잊고 싶은 기억이니까."

"그래?"

"도대체 당신은 정체가...아니, 말해줄리가 없겠지요."

세나는 입술을 깨물고 입을 다물었다.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암캐라기 보다는 바우론 남작의 성에서 그녀를 조교하기 전과 비슷한 것 같았다.


조교 받기 전의, 영락한 귀족 영애.

"뭐 어쨌든 상관 없어."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요?"

"지금 상황이 어떤지 너도 알지? 주인님보다, 헥트 공자보다  잘 알텐데?  범하고 씨를 심어 놓은 그 괴물."

글레트리아의 촉수 능욕을 언급하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며, 다리가 풀려 비틀거리더니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 앉았다.

 후각에 비릿한 여자 냄새가 감지되었다.

내 애액은 무색무취, 분명 세나의 것이다.


정신이 붕괴해 의식이 무의식 너머로 도망칠 정도로 두려워 하면서도 몸에 새겨진 기억은 잊히지 않는단 뜻이었다.

"두렵지? 잊고 싶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러기 힘들걸?"

"시, 싫어...그것만은.."


"그러니 네가 그런 유약한 상태면 곤란해."

나는 울먹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평시라면 나쁘지 않다. 세나는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고 훌륭한 몸을 가진 여자였고, 가지고 놀 가치가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평시가 아니었다.

글레트리아가 내 존재를, 위치를 알아내고 정해진 설정까지 부수며 움직이는 마당에 이런 연약한 암노예를 계속 달고 다닐 순 없다.

내가 풀컨디션이라면 신경도 안쓰겠지만, 지난 번 전투로 내상의 변수를 뼈져리게 겪은 이상 이중 삼중의 보험은 필요했다.

"강, 강해지라니. 전 평범한.."

"어쩔 수 없어. 강제로라도 강해져. 위급시 주인님을 위해 몸을 던질 만큼이라도 강해져."


방법은 생각해 두었다.

헤이즐의 하녀이자 제자인 티나.

그녀도 평범한 여인이지만 특수한 방법을 써서 마력을 얻어 마법사가 되었지 않는가.


물론 세나의 고간에 흉악한 물건을 달아줄 생각은 없고, 예컨데 결국 마력만 얻으면 된다는 거 아냐.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주인님한테 말해. 지금 나는...입을 열 수 없는 죄인이니까."


나는 내 기세에 얼어버린 세나의 뺨을 툭툭 두드리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말했다.



"영감이 보자 했다고?"


"네. 방금 소식이 왔었...습니다."


세나는 루카스가 돌아오자마자 내가 시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헤이즐 이야기는 개뻥이었지만 일단은 그곳에 가야한다.

헤이즐을 설득하는거야 쉽지.


"영감도 소식을 들은 건가. 우선 가보지."


예상대로 루카스는 별 의심 없이 옷을 챙겨 입었다.

여전히 나는 속옷 하나 달랑 입고 엎드린 상태였다.

...설마 여기 방치해 두려는 건가? 그러면 몰래 따라갈 수밖에. 단지 걸리면 진짜 끝이다.


"너도 일어나 옷을 입어라."

"가, 감사 합니다."


다행히 그는 내게 옷을 던져 주었다.


허겁지겁 옷을 입고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왔을 때, 위층에서 자지러지는 교성과 침대가 끽끽 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루시안과 레아나겠지. 전쟁 전에 제대로 즐기고 있네.

그렇게 루카스는 나와 세나를 대동한채 거리로 나섰다.


평소에는  후드를 씌웠으면서.


하긴 지금 혼란스러운 거리 분위기는 그딴  따질 때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음? 벤님? 어째서.."


[닥치고 들여 보내]


피난을 가려던 것인지, 짐을 싸고 있던 티나가 우릴 보고 의아한 반응을 하자 루카스의 뒤에서 얼굴을 구기곤 곧바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떨어트린 그녀는 사색이 된 얼굴로 덜덜 떨었다.

"괜찮으냐, 영감이 불러서 왔다. 급히 보자 했다던데."

"그, 그렇습니다. 일단 들어 오십시오."


그녀의 눈이 나를 향했으나 철저히 무시했다.


"잉? 또 무슨 일..."

[너도 닥치고 내 말대로 행동해]

그리고  작업은 안에 있던 헤이즐도 똑같이 당했다.

그는 들고 있던 수정구를 떨어트려 산산조각 냈으며, 당황한 루카스가 그의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크흠."


[세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말해]


"세나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는 내 말을 앵무새마냥 따라했다.

루카스는 의외란 반응이었다.


[이건 어떤 핑계를 대서든 주인님께 납득시켜드려. 세나를 티나처럼 만들어. 흉물 달아 놓으란게 아니라 마력을 쓸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어어...그게.."

그러나 따라할 수 없는, 이어지는 말엔 식은 땀을 흘리며 눈알을 굴렸다.

 능글맞은 성격은 어디가고 어벙한 모습을 보이니 순간 답답함에 화가 치밀었다.

"너도 지금 상황 알잖냐. 보니까 너, 피난가지 않을 생각 같은데."

"...헥트 공자에게 투자한 값어치가 상당하니 지켜라도  생각입니다."

루카스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와중에 헤이즐은 내 눈치를 봤다. 들키면 어쩌려고 저러는거야 대체.

"실은, 세나가 끼고 있는 마도구 말이다. 강화가 가능해. 평범한 노예로 쓴다면 모르지만 지금 같이 위험한 상황엔 필요하지 않겠냐?"


"그렇습니까?"

헤이즐이 필사적으로 루카스를 납득시켰다.

나름 나쁘지 않은 설명이었다.


덕분에 헤이즐은, 나와 세나 단 둘을 데리고 지하 작업실로 오는데 성공했다.






"도대체 무슨 짓이오!? 아차!"


"세나도 대충 알고 있으니 신경쓰지 마."

헤이즐의 짜증에 귀를 후볐다. 어차피 그의 사정 따위 내  바 아니야.

"가능하잖아?"

"티, 티나는 마력을 부여하는 기관을 몸에 달고, 자기 체액에 마력을 함유시켜 생산한  그걸 다시 섭취해 마력을 얻는 거요. 지금 그걸..."

"마력을 얻는 건 가능해. 그러니까 티나가 그랬듯, 마력을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헤이즐이 믿지 못하는 것 같자 나는 마력을 움직여 그걸 세나의 몸 안에 불어 넣었다.


"읏.."


세나는 몸에 들어차는 이질적인 기운에 움찔거렸지만 이내 힘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내가 마력을 넣어  부위는 당연히 그녀의 자궁이다.


자궁만큼 무언갈 깃들게  최적의 부위가 없다.


마치 예전에 레아나에게 했던 것처럼, 그리고 글레트리아가 했던 짓거리 처럼.


"...그럼 어렵지 않소. 마력 발현 기관을 몸에 이식하면 되니까. 티나는 그게 남근에 함께 붙어 있었지만, 이것으로도 가능하지. 내 회심의 역작이오."


그가 꺼내든 건 피어스였다. 사이즈를 보니 클리토리스용이다.


"뭐해? 달아."

"으으.."


혀를 찬 헤이즐은 피어스를 세나에게 건넸고, 그녀는 이미 구멍이 나 있는 자기 음핵에 피어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마법이란 학문은 기초를 배우는데만 한 세월이..."


"지금 당장은 기사들 처럼 몸이 튼튼해지기만 해도 상관 없어."

나는 세나에게 근처에 있던 돌조각을 하나 던져 주었다.


그리고 그 돌조각을 받은 그녀는, 그걸 움켜쥐고 단번에 부숴버렸다.


그녀 스스로도 자기 힘에 놀란 듯 멍한 상태였다.

"허...이게, 이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허탈히 중얼거리는 헤이즐이 털썩 주저 앉았다.


"피난을 안 간단 말입니까?"

"그래. 내가 아주 중ㆍ요ㆍ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러니 전쟁 중에 우리랑 좀 붙어 있자."

"그렇게 하지요."

루카스는 세나의 힘에 놀라면서도 헤이즐의 말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기가 차서 작게 혀를 찼다.

감히 빌붙으려 하다니.

 날 도와준 건 사실이니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 줄 수 있지.


"그나저나 가망이 있다 보느냐? 괴물 군대는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피난민들을 통해 들리는 소문은 절망적이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이곳을 습격하려던 놈들 중 일부가 전멸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지..."


루카스가 갑자기 말을 끊더니 눈을 부릅떴다. 왜 저러지?

그러더니 슬쩍 나를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상황을 봐야지요. 어쩌면  한 번 그런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순간 루카스, 헤이즐, 티나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자꾸 왜 저러지 신경쓰이게.


"놈들의 군세가 보이는 곳까지 왔다 합니다."


"그 괴물 놈들도 섞여 있다 합니다!"

도시는 혼돈 그 자체였다.


전쟁이 끝난 줄 알고 다시 왔던 상인들, 그나마 재력이 있는 이들은 이미 전부 도시를 떠났다.

남은 이들은 이젠  곳도 기력도 없는 피난민들, 도시에 뼈를 묻기로  주민들 뿐이었다.


그리고 루시안은 패잔병들을 긁어 모아 그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전투를 준비했다.

'리아가 나설지  나설지, 기대해선 안 된다. 오직 내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루카스의 마음은 복잡했다.


과거라면, 자신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진정한 목적은 출세나 명예, 재물이나 심지어 자신의 목숨도 아니었다.


리아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 어떤 모습을 보여  수 있느냐.

이제는 그것이 삶의 목적이며 이유였다.


'리아는 분명 내가 더 높은 지위에 오르는 걸 보고 싶어 했다.'


일전에 그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대충 가늠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루시안은 꼭 필요했다.

"세나, 지금 네 힘이 어느 정도지? 여차하면 공자를 구할 수 있을 정도인가?"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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