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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51화-시련vs시련 (52/74)



〈 52화 〉51화-시련vs시련

51화-시련vs시련

"저기 저것은..."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전장의 한복판, 합격 끝에 힘겹게 괴물 병사를 창으로 찔러 죽인 병사들이  건너편을 보곤 감탄했다.

아직 전투가 한창인데도 이렇게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이유.

저 멀리, 찬란한 날개를 펼지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누군가가 보였다.

"놈들의 진형이 무너진다..! 그대로 밀어 붙여라!"

지휘관들은 악을 질러가며 병사들을 독려하고 통제했다.


그런 병사들을 지나쳐 하늘을 가로지른 아리아가 괴물들 한 가운데 착지, 찬란한 황금빛을 두른 날개와 검을 휘두르자 여러 줄기 참격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 수십의 적들을 베고 태워죽였다.


그리고 그것을 끝내지 않고, 다시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괴물들의 기세가 주춤거릴 정도, 단 한명으로 인해 전장의 판도가 뒤집히고 있었다.

"...씁쓸하구나."


헥트 백작은 병사들의 뒤에서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주변 가신들도 감히 뭐라 말하지 못했다.

이 전쟁에 배경이 되는 땅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도, 가장 많은 희생을 낳은 것도 모두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넓었던 성녀 아리아와 교국의 입지가  넓어질게 뻔하니 통치자인 헥트 백작은 전쟁을 수월히 이기는게 그리 기쁘지가 않았다.

"저렇게 화려해서야, 앞으로 저 괴물놈들이 날뛰면 덩달아 성녀의 입지도 높아지겠소."


"가, 각하.."


"총공격을 명해라. 놈들을 몰아낸다."

쓰게 웃은 백작이 전군을 돌격시켰다.


이미 적들의 진형과 기세는 크게 꺾인 상태, 질량으로 밀어 붙이면 질리가 없었다.


"엘프들은.."


"내빼버렸으니 지금 당장은 어쩔  없다."

루시안의 말에 백작이 어이가 없다는  웃었다.


그들의 군대가 들이칠 때, 이이 황금숲의 엘프 군대는 몸을 뺀 이후였다.



"성녀님...!"

"오오! 성녀님이다!"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끝까지 저항하던 괴물 병사들은 모조리 처치당했고, 엘프들은 도망쳤다.

그리고 전장에서 함께 싸운 병사들은 지휘관들의 눈치에도 성녀 아리아를 보며 진심으로 환호했다.


'조금..조금만  견디면..'

정작 날개를 집어 넣은 아리아는 뜨거운 숨을 연달아 내뱉으며 움찔거렸다.

전장의 흥분이 가라앉은 하반신에서는 새로운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미 흥건히 젖다 못해 절어버린 음부는 부어오를 정도였고, 그녀는 신성력을 이용해서 그걸 치유해야 할 정도였다.

'견뎌야만...여신께...'

그녀는 필사적으로 참았다. 애초에 강제로 참을 수밖에 없는 몸, 이성을 붙잡으려 노력하는게 최선이었다.

"성녀님, 백작은 이곳에 남아 수습을 한다 했습니다. 저희는 먼저 돌아가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해요."


그런 와중에 엘라의 제안은 실로 고마운 것이었다.

아리아는 서둘러 백작에게 가서, 먼저 복귀하겠다고 말을 전했다.


'제길, 그 쓰레기 자식을 다시 봐야 하다니.'


어서 돌아가길 바라는 그녀의 뇌리에 리아의 얼굴, 이어서 루카스의 얼굴이 보였다.


스스로 짜증이 치밀었지만 지금은 어쩔  없었다.


벌써 며칠 째 음핵을 괴롭히는 이 마도구를 떼기 위해선 루카스가 필요했다.

'그래도  견뎠어.'


위안거리가 있다면 이것이었다.

비록 고통받았을 지언정 그녀는 시련에 견디는데 성공했다.






"일이 틀어졌군.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모르겠어."


"주, 주인님. 이건..."

"네가 거짓을 말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뭣보다 단순한 가능성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루카스 만큼, 아니면 그 이상.


나도 아리아의 각성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날개를 얻다니, 그건 분명 프레이의 것이었는데!


하지만 이내 머리를 가라앉히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나와 접촉한 순간, 아니 그녀가 글레트리아의 괴물 군단을 사냥하고 다니는 순간 이미 미래는 틀어졌다.

내가 아는 미약한 스토리 따위, 언제 바뀌어도 이상할 것 없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되었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성녀가, 내 조교에 당하는지 아닌지 볼 기회 아니냐."

루카스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아리아 조교는 그의 조교사로서의 자존심에 깊히 관여하기도 했다.


"성녀는 사흘 뒤쯤 오겠지. 그 전에 준비를 해놓고..."

"주, 주인님! 성녀가 돌아왔다 합니다!"

그때 세나가 밖에서 허겁지겁 뛰어 와 말했다.

아리아, 역시 어지간한 계획 따위엔 당해주지 않는 사람이다.





"성, 성녀님..?"

"성기사들은 빨라도 이틀 후에 올겁니다."

현재  베셀 성을 대리해 통치하고 있는 사람은 행정관 노먼 자작이었다.

날개를 접고 성벽에 내려 앉은 아리아는 당황한 그를 무시하듯 지나쳐, 비틀거리며 텅 빈 성의 복도를 가로질렀다.

"리아..!"

"성녀님!"


그녀가 향한 곳은 성에서 좀 외진 곳에 있는 방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보고자 했던 이를 볼  있었다.


아리아는 자신의 품에 안긴 리아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파렴치한 옷은 그대로였지만, 적어도 어디 다치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랜만입니다 성녀님. 그간,  견디셨는지요."


"닥쳐라 쓰레기."

아리아는 경멸 섞인 눈으로 루카스를 노려보았다.


능글 맞은 웃음부터, 리아와 마찬가지로 파렴치한 옷을 입혀 대동한 세나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한 말이군요. 마도구를 빼지 않는게 좋으신 겁니까?"

"시끄럽다. 계약은 이행하라. 어서 빼."

루카스의 빈정거림도 통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황금빛이 일렁이자, 연기를 펼치던 루카스가 진심으로 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


'...이건? 게다가 이 강렬한 느낌은..!'

"하."

그러나 살짝 당황한 것 처럼 보이는 루카스는 강력한 마력을 끓어올려 그녀의 힘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설마 일개 조교사에 불과한 그가 강화된 자신의 힘을 이렇게 간단히 견딜지 몰랐던 아리아의 눈이 커졌다.

"당돌한 짓을 하시는군요."


"꺄악!"


"그만!"

히죽인 루카스가 리아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넘어트렸다.

그의 발이 리아를 짓밟기 전에, 아리아가 다급히 소리쳐 그를 제지시켰다.

"전장에 가 계시느라 깜빡하신 모양이십니다. 물론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희 관계를 뒤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알고 있다. 오로지  의지와 힘만으로 견뎌낼 것이다."


"그렇다면 사죄하시죠."


루카스의 히죽임에 아리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전처럼 끝까지 저항하진 않았다.


그녀는 넘어져 떨고 있는 리아를 슬쩍 보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좋군요. 아무렴, 날개를 얻었다 해도 성녀님껜 바닥이  잘 어울립니다."


땅에 이마를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의 조롱이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전처럼 분노해 이를 갈진 않았다.

바로 직전까지 전장에서 자신을 우러러보는 시선들과는 전혀 다른, 자신을 깔보고 내려다 보는 시선 때문인지, 아니면 지금 음핵을 조이고 있는 마도구 탓인지.


엎드린 아리아는 묘한 기분이 드는 자신의 감정에 살짝 혼란을 느꼈다.

"그거 아십니까?"

그때 루카스가 말투를 바꿔 속삭였다.


"그 갑옷, 벗겨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그녀의 귀가 자기도 모르게 쫑긋거릴 만큼 달콤하고 치명적인 말이었다.



"웃기는 소리.  갑옷의 열쇠들은 모두 성기사들이 가지고 있다."


"허, 그럼 그들이 올때까지 용변도 못 보는거 아닙니까?"


"...이젠 용변 같은 것, 의지만 있으면 뱃속에서 정화할  있다."


그것 참 속편한 설정이군.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니 역시 크게 갈등하고 있었다.

사실 갈등한다는  만으로도 우리의 득점이었다.


 갑옷과 정조대를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구가 아닌, 구속하고 통제하는 제약으로 여긴단 소리였으니까.

"아니요. 벗겨드릴 수 있습니다. 팔을 주시겠습니까? 건틀릿만이라도 벗겨드리죠."


"이 갑옷은 마법도 통하지 않는 신성한 축복을 받은 금속으로..."

팔을 내밀면서도 말이 많다.

하지만 난 그 말을 무시하고 힘을 움직였다.

아리아는 정면에 선 루카스가 힘을 쓰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 뒤에  내가 마력을 움직이고 있는 것.


그걸  턱이 없는 그녀가 경악한 사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 처럼 그녀의 팔을 감싼  마력은 잠금 장치를 역으로 풀어버리고 그녀의 갑옷을 벗겨내었다.


"이, 이럴 수가...도대체 너는 누구냐."

"말버릇이 그런데 누가 알려주겠습니까. 어쨌든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전, 성녀께 자유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루카스는 태연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그를 보는 아리아의 시선이 조금 바뀐 가운데.

꿇어 앉아 있던 아리아는 자유를 찾은 팔을 들어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음핵의 도구를 빼기 위해선 갑옷을 벗어야 하니, 이참에 벗으시고 씻으시죠?"

루카스가 살며시 유혹 하나를 흘렸다.


그녀도 그것이 유혹임을 알았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는 제안이었다.



"여기서 한가지 시련을  드리죠."


"...그게 무엇이냐."


"목욕을 하는 동안,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는 것입니다."


"뭐, 뭐라?!"

루카스의 도움으로 하나 하나 갑옷을 벗어가던 아리아는 그의 말에 당황했다.


"목욕 하는 동안 참아내신다면 목욕이 끝나자마자 도구를 빼드리겠습니다."

"큭, 나를 뭘로 보는 것이냐!"


아리아가 발끈했다. 어쩌면 출정 전날, 벽보고 서게 한  귀를 막게 시키고 성대하게 자위하며 가버린게 찔려서 그런 것일 수도.

"상관 없지 않습니까? 참아내신다면."

"당연하다!"


아리아는 자신이 못 참을  없다는 듯이 당당히 선언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루카스가 설계한 진짜 조교는 자위를 참게 하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그럼 저희가 증인으로서 보고 있을 테니, 증명하십시오."


루카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태연하게 그녀가 목욕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거절하면 실패, 받아들이자니 자신의 알몸을 전부 보이게 생겼다.

외통수에 빠진 아리아가 이제서야 그걸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못, 못할 것 없다. 증명할  있다면."

"좋습니다. 준비는 해두었으니 이쪽으로."


그녀가 애써 강한 척을 하자 히죽 웃은 루카스는 우리 전원을 데리고 바로 옆방으로 건너갔다.


그곳에는 이미 뜨거운물과 목욕통이 준비되어 있었다.

"쯧..."


혀를  아리아가 천천히 몸을 가리고 있는 천을 벗어내었다.

루카스, 나, 그리고 세나까지 세명이 우두커니 서서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나야 서로 알몸 비비던 사이지만, 처음 보는 세나에 원수로 여기는 루카스까지 자신의 치부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읏.."

노골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그녀의 행동이 어째 매우 조신해졌다.


"팔다리 멀쩡한데 목욕 시중이 굳이 필요하진 않으시지요? 자, 씻으시지요. 단, 혹시라도 몰래 자위하실 수 있으니 몸은 반드시 저희 쪽을 향하십시오."


"그, 그럴거니 재촉하지 마라."


얼굴을 붉게 물들인 그녀가 머뭇거렸다.

나는 그녀의 목욕과정을 알고 있다.


그러고보니 전장에 나가 있느라, 깎지 못했을 텐데.

곧 천천히 물에서 나온 그녀가, 수치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목욕통에 걸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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