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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61화-전환 (62/74)



〈 62화 〉61화-전환

61화-전환

"참, 이렇게 서로 불편할 필요가 있느냐."

"닥쳐라."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음탕한 몸을 하고 있으면서,  순결한 처녀처럼 구는구나."

안토니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그도 좋은 대답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던 듯, 자기  일을 계속했다.

'도대체 이 자는..!'

레아나는 괜히 팔다리를 움찔거리며 부산스레 움직이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지금 그녀는 x자의 형틀에 팔다리가 묶여 있었다.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채였지만, 지금의 레아나는 그것보다는 다른게  신경쓰였다.

"...그러니까, 차라리 저 계집도 그냥 완전 지배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는 허공에 대고 연신 중얼거렸고, 그녀는  모습을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불가능하다니. 도대체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길래."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

자세히 보면, 그는 자신의 목걸이에 대고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분명 저것이다. 공자님들을, 그리고 세레나를! 이 성 전체를 속이고 있는 추악한 마도구가!'

레아나는 그 목걸이를 보고 이를 갈았다.

지난 며칠간 당한 능욕에서 깨닫게 된 것이었다.

이미 이 성 전체의 상식이 뒤틀려 있었다.

반나체로 평소에도 앞치마 하나만 허리에 두르고 다니는 하녀들은 식사 시간마다 식탁 밑에서 정액을 빨아댔고, 여기 저기선 대낮에도 집단 난교가 일어났다.

레아나 본인도 이성을 잃은 루시안에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짐승처럼 쑤셔박혀졌으나,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힘이 부족하다라. 뭐 좀 기다리면 되겠지. 조금 있으면 완벽해 질텐데 말이야."

'아직 힘이 부족하단거다.'

다만 레아나는 그의 중얼거림에서 몇가지 맹점을 찾아내었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지배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헥트 백작이 아들들에게 성을 맡기고 근처 요새에 가 있는 사이.

레아나는 안토니오가 백작 본인에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 비록 저 저주스런 마도구에 신체의 자유는 빼앗겠으나, 다른 이들처럼 정신마저 조작당하는 꼭두각시가 되지는 않았다.

"자, 그럼 준비가 대충 끝났으니 우리만의 대화를 해보자 암퇘지야."

"큭.."

몸을 돌린 안토니오의 손에는 기다란 장침이 들려 있었다.

그 의도를 깨달은 레아나는 고통을 예견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네년의 주인이신 둘째 공자께서 요청하셨으니, 당연히 받아들이겠지?"

"네놈이  더러운 마도구로 공자님을 현혹한 걸 모를  아느냐!"

그가 루시안을 언급하자 분노한 레아나가 손발목의 사슬을 철컹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특수하게 만들어진 사슬들은 그녀의 힘을 제한하고 있어, 결국은 미약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캬흑.."

"뭐 알 건 다 알고 있으니 넘어가지. 자, 첫번째 질문이다 암퇘지."

코웃음을 친 안토니오가 그녀의 젖가슴을 세차게 치며 말하자, 그녀는 극심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널 조교한게 누구냐. 둘째 공자는 조교사 루카스 벤이란 자에게서 널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글쎄, 내가 이 바닥에 꽤 자신있는 사람인데 루카스라는 이름은 듣지 못했거든."

"그걸 왜 묻는..하으윽.."

"너는 올바른 대답만 하면 된다."

또 다시 젖가슴을 맞은 그녀가 팔다리에 힘을 주고 파들거렸다.

"말해라.  음핵의 껍질을 제거하고, 유두와 음핵에 구멍을 뚫고, 네 엉덩이를 제 2의 성기로 만들고, 널 맞으면 느끼는 암퇘지로 만든 놈이 누구냐."

'말해야 하나? 그런 하등 쓸모 없는 것을 왜 묻는 거지?'

레아나는 순간 갈등했다.

도저히 의도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자신을 조교한 사람을 찾는단 말인가.

"...끝내 말하지 않겠다. 뭐 상관 없다. 전사라 그런지 젖치기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이건지."

"흐, 후에에!"

"다시 말하게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동안은 공자님의 의뢰를 수행하지."

"흐읅.."

대뜸 그녀의 입을 잡고, 혀를 끄집어 낸 그의 행동에 기겁난 그녀가 필사적으로 몸을 바둥거리며 혀를 집어넣으려 애썼다.

하지만 고작 혀의 힘으로, 거친 손길을 이길 순 없는 법.

그녀의 혀를 최대한 잡아  그는, 손에 든 장침을 천천히 그녀의 혀에 가져다 대었다.

"흐게에엑!!"

"이 장침에 발려진 약의 효과는 대단하지. 혀에 침투한 약물들은 이제 네 혀를 또 하나의 성기로 만들 것이다. 혀에 성감대를 여기 저기 만들어서, 앞으로는 입으로 봉사할 때마다 가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장침은 그녀의 혀 한 가운데를 관통했다.

레아나는 빠르게 혀를 집어 넣으려 했지만, 장침에 걸려 불가능했다.

"헤윽.."

"앞으로 이 혀로 음식을 맛보고 즐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뭘 먹고 마시던 맛은 커녕 네 몸은 발정나고 음란한 액을 줄줄 흘려댈 테니까."

약효가 도는지 얼굴이 몽롱하게 풀려가는 레아나의 모습을 본 안토니오는 그녀의 유두에 달린 피어스를 만지작 거리며 히죽였다.

[백작을 지배할만한 마력을 모으기엔 아직 부족하다. 헛된 놀음 하지 말고 어서 이야기나 듣고 세력을 늘려라]

"끙..시간은 충분하지 않소?"

[날 자극해 결국 일깨워 낸 글레트리아놈의 부활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수가 없어. 그런 와중에 또 다른 놈의 흔적까지. 난 벌써부터 다른 놈들 싸움에 휘말리기 싫다. 아직은 힘이 부족해]

그러나 그때, 또 다른 침을 준비하던 안토니오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행동을 멈췄다.


"쯧, 아무래도 우리의 즐거운 시간을 좀 줄여야 할 것 같군."

"에흐..흐엣..흐에엣♡♡"

미간을 찌푸린 안토니오는 장침을 뽑고 그녀의 혀를 만지작거렸다.

작게 부푼 돌기 하나가 그녀의 혀에 자리했다.

이제 막 일종의 성감대가  그 돌기의 감도는 질 속의 약점에 비견할 정도.

레아나는 마치 자궁 입구를 만져지는  같은 폭력적인 감각에 사정 없이 조수를 뿜으며 부들거렸다.

혀를 집어 넣고 입천장에 닿는 것 만으로도 쾌감이 몰려왔다.

"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그가 장침을 다시 약물에 절이며 말했다.

그녀는 약물의 출처를 확인했다.

그가 차고 있는 목걸이에서, 그 검고 탁한 액체가 주륵주륵 약병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특별한 존재의 힘이 깃들어 있어. 내 힘이 통하지 않게 방해는 힘이. 말해라, 누구를 만났느냐. 누가 네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느냐. 시기상 분명 네가 조교 받던 때 벌어진 일인 것 같은데."

"흐으."

예상 외의 그의 말에 레아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말하는 특별한 존재.

지금 곧바로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자신을 내려다 보던 한 쌍의 오만한 붉은 눈이 선명했다.

"호, 있기는 있는  같은데. 그럼에도 말하지 않겠다면 별 수 없지. 조금 더 기분 좋고, 조금 더 아프게 가는 수밖에. 네가 피학조교를 받았다 해도,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는 원초적인 고통을 즐길 만큼의 변태로 보이진 않는군?"

안토니오가 기구들을 앞에 죽 늘여놓았다.

하나 같이 무식해 보이는 그것들을 본 레아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왜 그러느냐?"

"아닙니다. 어째 기분이 안 좋아서."

순간  몸이 굳자 루카스도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해가 진 어둑한 창 밖으로 어딘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도. 그래서 기분이 더러웠다.

마룡의 감각은 절대 이유 없이 곤두서지 않으니까.

"내일은 밖에 나가 볼 생각이다."

"바, 밖에..."

"조교의 일환은 아니다."

루카스는 나와 세나의 반응을 보곤 황급히 두번째 말을 덧붙였다.

확실히 한  해본 조교는 다시 받으면 흥미가 좀 떨어지긴 한다.

"아리아도 데려갑니까?"

"성기사와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아리아 이야기에 그가 쓰게 웃었다.

현재 아리아는 다급히 달려 와 고립되어 있는 성기사들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그럼 정말 밖에서 아무것도..?"

"범해주길 바라느냐."

루카스가 혀를 찼지만 나는 그냥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솔직히 광장에 묶였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어째 끝마무리가 굉장히 어색하게 끝나는 바람에  아쉽기도 했고.

물론 굳이 야외에서 조교 받지 않더라도, 단순히 밖에 나간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긴 했다.

즐길거라곤 루카스의 조교뿐인  세상에서, 그나마 재밌는게 바로 사람 구경이었다.

물론  흘끔거리는 시선들은 덤이고.

"정말 호위 없이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소. 그러니 걱정 마시오."

다음 날, 루카스는 나와 세나를 데리고 성을 나섰다.

루카스를 보는 경비 대장의 눈이 어째 초롱초롱 했다.

분명 루카스가 주도한,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상당히 감명 깊게 본  같았다.

"광기와 흥분이 없으니  부족해 보이는 군."

루카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 일도 없는 도시는 말 그대로 그냥 평범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돌아다니고, 일을 보러 다녔다.

최근 아리아의 조교로 꽤 신경을 써서 그런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하긴 가끔은 진짜 마음 놓고 쉴때도 있어야지.

"뭐...뭐야."

"물러서. 미친 사람이야."

하지만 이 평화로움도 잠시였다.

내 감각에 걸리는, 도시 한쪽에서 거슬리는 소란이 있었다.

평소라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냥 무시했겠지만.

"안카..리아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이름 한마디가 들렸다.

"왜,  그러느냐?"

루카스는 갑자기 굳어버린 나를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에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그 어떤 놈이 나를 알고 있지?

최종장의 보스 마룡 안카리아스는 스토리와도 접점이 거의 없는 존재였다.

그 이름마저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

"지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절대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라."

"그럼 어쩔  없겠지."

다행히 이제  정체를 알고 있는 루카스는 나를 믿었다.

그러니 이제 거리낄 것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이 수상한 기척을 향해 달렸다.

 일상에 방해가 될게 뻔한 이 변수, 반드시 제거할 생각이었다.

"으..어..."

그리고 그렇게 달려간 내 앞에 나타난 이는, 확실히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비틀거리는 비쩍 마른 몸에, 퀭하고 탁한 눈. 머리는 다 빠져버렸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은 어지간한 노인보다 늙어보였다.

하지만 헐렁한 바지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대한 흉물은 빳빳하게 부풀어 있었다.

"레스트리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을 직감한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는 이런 괴물들을 부리는 존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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