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헉.. 헉..”
시간에 맞춰 집에 오기 위해 뛰어온 나는 숨을 헐떡였다.
“휴우.. 늦었나?”
현재 시간은 7시 20분. 10분 정도 늦었다.
“하아.. 하..”
나는 결국 허탈하게 웃으면서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익..’
나의 이름은 한민호.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외모도 평범. 성적도 평범.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내 누나와 지호 때문에 평범하지 않게 느껴질 때 가 많다.
먼저 나의 지호의 이름은 한소정. 걔는 나보다 한 살 어린 고등학생이고 대학교에서는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미인이다. 그리고 나의 누나의 이름은 한유정, 대학생이고 지금은 패션잡지의 모델로 일하고 있다. 누나는 꽤 출중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고 지금은 남자친구도 있다, 그래서인지 집에 들어오는 날도 거의 없다.
나의 누나와 지호이 너무나도 예쁜 탓에 난 가끔씩 정말 이 두 사람의 가족이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렇게 못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지호과 누나가 너무 예쁜 것일 뿐, 나는 지극히 평범하다.
내가 집에 뛰어온 이유는 하나다.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부모님이 한달 반 동안 여행을 떠나셔서 집에 있는 건 누나, 지호 그리고 나. 뭐... 누나는 집에 자주 안 들어오시니까.. 결국 집에 있는 건 나와 동생뿐이다.
‘덜컹!’
부엌문을 열고 부엌으로 들어가자, 내 지호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식탁에는 요리는커녕 식기도 없었다.
“소정아..? 저녁 밥은?”
“이미 먹었어.”
소정이가 싸늘하게 답변했다. 결국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냉장고를 열고 꼬르륵거리는 나의 배를 달래줄 식량을 찾았지만……
‘쾅!!’
뭔가를 꺼내기도 전에 냉장고가 세게 닫혔다. 소정이가 닫은 것이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뭘 하냐고? 저녁식사로 때울 수 있는 뭔가를..”
“뭔가를? 저녁식사 시간은 끝났고 늦은 건 오빠야! 설거지도 다했는데, 이제 와서 뭘 먹고 설거지의 양을 늘리시겠다?”
소정이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찬장을 열어 내 앞에 컵라면을 던졌다.
“지각한 오빠의 식사야. 오빠가 설거지를 할 줄 몰라서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저.. 성질하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묵묵히 컵라면을 주었다.
“그럼 대충 먹어. 난 운동해야 돼서 먼저 간다? 내일은 친구들끼리 수영장에 가서 말이야.”
얄밉게 말하고는 앞치마를 벗는 소정이. 내 앞을 지나, 부엌문을 열고 나갔다.
“휴…”
초라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는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소정이가 TV에 나오는 체조를 따라 하고 있었다.
“으으으…”
힘들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는 소정이. 최근에는 살이 쪄서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근데 내 눈에는 별로 뚱뚱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게임이나 한 판 할까?”
게임 어플을 둘러보던 도중에..
“어?”
처음 보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나는 설치한 적도 없는데 내 바탕화면에 당당히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최면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설치되어 있었으며,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설정되어 있었다.
‘꾹’
아이콘을 누르자, 검은색 바탕화면에 여러 색의 버튼이 나타났다.
“어디.. 보자. 어라?”
프로그램을 살펴보려고 할 때,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인트로(intro)를 시작한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음.. Yes.”
“’yes’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밝게 켜지더니 또 다른 문구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최면 프로그램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시는 이용자 분께서는 원하는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십니다.”
“뭐지? 새로운 게임인가?”
[인트로 진행을 위해 이용자 분께서는 주변의 사람의 사진을 찍으시거나 앨범의 사진을 업로드 하시기 바랍니다.]
“응?”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싸우는 단순한 RPG 게임인줄 알았던 나의 생각이 사진을 찍으라는 말에 완전히 무너졌다.
“사진이라.. 그런 게 있나?”
현재 집에는 지호 밖에 없다. 하지만, 걔한테 사진을 찍어달라는 건 역시 무리다. 그렇다면..
“앨범.”
나는 사진 앨범을 열어, 내 사진을 보았다. 사람 관계가 좋지 않아, 몇 장 없지만, 지호의 사진이 한 장 있었고 난 그걸 이 프로그램에 업로드 했다.
‘꾹’
[사진을 접수 했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화면에 대기 표시가 나타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문구가 다시 떠올랐다.
[사진의 정보를 접수했습니다. 화면 위쪽의 ‘정보’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꾹’
“어?”
‘정보’ 버튼을 누르자 놀랍게도 내 지호의 모델이 화면에 나타났다. 단지 사진만 업로드 한 것뿐인데 이런 것이 된다는 게 놀라웠다.
“어디 보자..”
화면 속의 내 지호은 노란색 티셔츠에 파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현재 화면의 나타난 인물의 모델은 그 인물의 현재 상태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일치한다고? 그럴 리가..”
내가 업로드 한 사진은 몇 년 전쯤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사진으로 인해 생성된 모델이 내 지호의 현재 상태와 일치한다니.. 그건 역시 무리다.
[믿지 못하신다면 지금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결국 확인을 위해, 지호이 있는 거실로 갔다.
“읏.. 으으..”
내 지호은 아직도 땀을 흘리며 운동 중인데 TV에 나오는 운동 프로그램을 보면서 꾸준히 따라 하는 듯하다.
“아직도 운동 중인가?”
양팔을 등뒤로 쭉 빼고 운동을 하는 지호 그리고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어?”
노란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 최면 프로그램이 말한 그대로다.
“………”
지호의 옷차림을 보자 소름이 돋는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우선 내 방으로 다시 들어와, 핸드폰을 켠 뒤, 프로그램을 다시 작동시켰다.
[확인하셨습니까?]
“Yes”
화면의 ‘Yes’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다음 문구가 나타났다.
[입력하신 인물의 정보는 모델을 클릭하시면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확인하신 뒤, 왼쪽 아래에 있는 ‘최면’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왼쪽 아래의 버튼..”
나는 먼저 내 지호의 모델을 눌렀고 그러자 각종 선택지들이 나타났다. 신체적 정보 및 개인 정보들이 나타났다.
이름: 한소정
나이: 17
신분: 고등학생
키: 169cm
몸무게: 49kg
B 76(A컵) / W 59/ H 76
혈액형: O
…………………………………..
“흐음~”
내 지호의 정보를 살펴본 뒤, 왼쪽 아래의 ‘최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입력 창이 나타나더니, 그 위에 문구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설정하신 인물에게 최면을 걸어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조종? 최면을 걸어서?”
[예를 들면, 입력 창에 특정한 행동을 입력하실 경우, 설정된 인물을 그 행동을 취할 것입니다. 또한 최면으로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프로그램의 가이드북을 이용해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
문구가 화면에서 사라지고 입력 창이 다시 나타났다.
“일단.. 한번 시험 삼아 작성해볼까?”
나는 일단 프로그램을 시험해보기 위해 입력 창에 글을 작성했다.
{소정이, 넌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힘들게 느껴진다. 따라서 잠시 동안의 휴식을 위해 물을 마시면서 소파에 눕는다.}
나는 설마 했지만 마음을 잡고 떨리는 손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나의 지호 소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힘들다..!!”
소정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냉장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소정이가 거실로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거실로 뛰쳐나갔다.
“하암~”
소정이가 소파에 누워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손과 발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만약 이게 나의 명령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면 이 프로그램은 정말 사람을 최면할 수 있는 것이다.
방안으로 들어온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핸드폰을 다시 켰다. 화면에는 소정이의 모델과 정보가 올라와 있었고, 그걸 본 나는 이 프로그램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넘쳐났다.
“흐흐흐..”
나는 마치 강력한 힘을 얻은 듯한 기분에 절로 웃음이 나왔고, 입력 창에 글을 작성했다.
{소정이, 너는 한여름 무더위에 심각한 더위를 느낀다. 따라서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옷을 몽땅 벗어야 한다. 옷을 벗은 뒤, 너는 알몸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꾹!’
나는 작성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