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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5 처제의 코스프레 (5/53)

00005  처제의 코스프레  =========================================================================

 에이, 장난이야, 장난!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알몸인 정연이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만지며 놀았다. 장난이라고 말은 했지만 처제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나는 어땠을까? 위축됐을까? 아니면 내 말대로 오히려 더 강하게 나갔을까? 그리고 처제는 우리의 소리를 들었을까? 정연이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면 현관에서도 우리의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처럼 뭐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왠지 처제 정은이를 신경쓰게 되었다. 이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비단 처제가 아니어도 그렇다. 그냥 여자라면... 아니 여자가 아니어도 그렇다. 남자건 뭐... 그 누가 되었건 간에 섹스를 하고 있다는 걸 들켰다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 않나?

 게다가 우리는 일종의 역할극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면 자기도 신경을 쓰지 않을까? 나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처제를 계속 감시했다. 처제의 표정이나 행동을 말이다. 하지만 정은이는 그걸 잘 숨기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건지 내게 아무런 내색도 내어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또한 그 일에 있어 무감각해졌다. 우리는, 그러니까 나와 처제가 아니라 나와 정연이는 그 일은 잊은 채로 다시 신혼생활을 보냈다. 그러니까 많은 섹스와 온갖 재미있는 놀이들을 말이다. 우리는 다시 형부와 처제 놀이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많은 놀이를 했다. 예를 들면 전에도 했었던 간호사, 메이드, 스튜어디스, 고양이, 교복... 그런 것들은 아예 옷까지 다 입혀버린 채로 관계를 가졌었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비서와 사장님(이것 역시 정연이는 섹시한 비서처럼 옷을 입어줬다.), 선생님과 제자 등등. 그런 놀이를 하면 왠지 재미있어졌다.

 오빠... 우리 이런 거 왜 하는 거지?

 정연이가 관계를 마치고 물었다. 정연이는 이번에도 고양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왜? 싫어?

 내가 물었다. 나는 이미 이런 것을 좋아하게 돼버렸음으로 정연이가 싫어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아니, 아니.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나도 좋은데 왜 좋을까해서 말이야.

 정연이가 물었다. 이게 좋긴 좋은데 왜 좋을까? 나도 거기에 정확한 대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글쎄? 뭐랄까? 일탈이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좋으면 된거지 뭐. 너도 좋다며.

 내가 말했다.

 응. 근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하거든. 이게 정상적인가 말이야.

 정연이가 말했다.

 정상적? 왜 이게 정상적인 것 같지가 않아서?

 내가 물었다.

 그냥... 내가 옛날에 너무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는지는 모르겠는데 나 어릴 때 이런 건 상상도 못 했어. 뭔가 변태들이나 이럴 줄 알았거든.

 정연이가 말했다. 하긴 나도 그렇다. 나도 어렸을 때는 이런게 일반인들이 하는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만 하는게 아니라 많은 커플들이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거 많이들 해. 그러니까 변태 아니야.

 내가 말했다.

 많이 한다고 변태 아닌가? 그냥 변태가 많은 거 아니야?

 정연이가 말했다.

 그런가? 모르겠다! 우린 변태다!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정연이를 안았다. 정연이는 꺄악하고 웃음기있는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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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지나지않아 꺄악... 이런 여자의 비명을 금방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연이의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집에서 나온 여자의 고음의 비명이었지만 주인이 달랐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처제였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

 나는 집에 들어왔다. 내가 집에 들어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 여기는 내 집이다.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 게 이상하다면 그건 그게 이상한 일일 거고, 나는 그냥 내 집이라고 들어간거다. 근데 내가 한가지 착각하고 있는게 있었다. 착각은 아니고... 간과를 했다고 할까?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다. 우리집이다. 그 우리에는 아내 정연이 뿐만 아니라 처제인 정은이도 포함된다.

 그 사실을 간과했다. 내가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머리에 레이스 머리띠를 하고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정은이었다. 이 복장은 정연이가 내게 가끔 해주는 코스프레 의상인데 그걸 정은이아 입고 있는 것이다. 그게 단순히 메이드복이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그 의상은 노출이 꽤나 심했다.

 팬티를 겨우 가릴 정도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그마저도 널널한 편이어서 재빨리 몸을 돌리면 치마가 들려올려져 팬티가 다 보이는 옷이었다. 다리에는 그 옷에 맞는 허벅지까지만 올라가는 스타킹이 있었다. 가슴은... 젖꼭지 위로 조금만 올라가 있는 탱크탑이었고... 근데 그걸 입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다른 여자가 입고 있는 것을 봤더라도 깜짝 놀라겠는데 지금은 처제가 그러고 있는게 아닌가? 어찌 안 놀랄 수가 있겠는가? 근데 놀라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처제는 나보다도 더 놀라서 꺄악 소리를 지르고 만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몸을 돌렸는데 그로인해 팬티까지 다 보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처제는 자기의 방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나는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나가야되나? 근데 여기가 우리집인데... 어디를 가지... 앞으로는 예정보다 일찍 집에 들어올 때면 집에 전화라도 하고 와야되는 건가... 내집... 은 아니더라도 우리집인데... 그러고보니 자기도 나랑 정연이랑 관계를 맺을 때 들어왔었지... 나야 뭐 방에서 관계를 하고 있었다지만... 왜 정은이는 여기에서 저러고 있는 거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아는 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처제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적어도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줘야지. 옷을 갈아입고 만약에 자기가 무슨 할말이 더 있으면 알아서 하고 그럴 거 아닌가?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도 나는 다른 뭔가를 하지 못하고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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