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0006 처제의 방문 (6/53)

00006  처제의 방문  =========================================================================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아는 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처제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적어도 옷을 갈아입을 시간은 줘야지. 옷을 갈아입고 만약에 자기가 무슨 할말이 더 있으면 알아서 하고 그럴 거 아닌가?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도 나는 다른 뭔가를 하지 못하고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가만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어... 그래... 들어와.

 내가 말했다. 나는 이미 누가 들어올지를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그렇게 말을 했지. 말을 할 필요없이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처제였다.

 저... 형부...

 처제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하면서 들어왔다. 아까 입고 있던 옷은 당연히 갈아입고 였다.

 왜? 무슨 죄라도 지었어?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요... 죄를 지은 건 아닌데요... 아까 그건 그냥... 잊어주세요...

 처제가 말했다.

 아까 뭐? 나랑 마주쳤던 거?

 내가 물었다. 나는 그 일로 놀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로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었다.

 아니, 형부. 근데 형부도 조금 너무 해요.

 처제가 갑자기 목소리의 톤을 바꿔 말했다.

 응? 내가 뭐?

 내가 말했다.

 아니, 그런 옷을 그냥 아무데나 두면 어떡해요? 빨았으면 몰래 말리던가 해야지. 그냥 그렇게 두니까... 제가 호기심에 입어본 거잖아요.

 처제가 말했다. 하긴 그건 잘못이다. 근데 그게 내가 그런 건 아니지 않나? 지 언니가 그런거지?

 내가 너무한 건 아니지. 그건 내 옷 아니야.

 내가 말했다.

 그... 그건 그래도. 형부 보라고 입는 옷이잖아요.

 처제가 말했다. 뭐... 그건 맞는 말이다. 나 보라고 입는 옷이지 다른 사람 보여주려고 입는 옷은 아니지.

 그런가? 근데 그건 진짜 호기심 때문에 입은거야?

 내가 물었다.

 그... 그럼요! 제가 왜 이런 걸 입겠어요?

 처제가 말했다.

 뭐... 남자친구가 생겼다거나... 그런 걸수도 있잖아.

 내가 말했다.

 에?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요.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해도 이런 걸 왜 입어요?

 처제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뭐? 입을 수도 있지. 너네 언니도 입는 거잖아.

 내가 말했다.

 그... 그래도요... 그래도 이런 건 쑥스러워요.

 처제가 말했다.

 남자가 생긴 거는 맞고?

 내가 물었다.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거 너무 물어보지 마세요.

 처제가 말했다.

 그래. 네가 정연이한테 비밀로 하길 원한다면 비밀로 해줄게. 근데 이게 뭐 비밀로 해야할 일인가 싶다. 그냥 궁금하면 입어볼 수도 있는거지.

 내가 말했다.

 저도 비밀로 해줄테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처제가 말했다.

 응? 너는 뭐를 비밀로 해주는 건데?

 내가 물었다.

 제가 언니꺼 이 옷 발견했다는 거요.

 처제가 말했다.

 그게 뭐 별거라고. 말하려면 해라.

 내가 말했다. 나에게는 큰일이 아니었다. 이 역시 아내가 쑥스러워하면 쑥스러워할 일이겠으나 나에게 해가되는 건 뭐가 있겠나?

 에이, 무슨 남자가 그래요? 자기 여자를 지켜줄 수 있어야지.

 처제가 말했다.

 그게 뭐 안 지켜주는 거야? 그리고 너는 그럼 자기 언니도 망가뜨리려고 하는거야?

 내가 말했다.

 아... 그게 그렇게 되나? 그래도 아까 거는 다 잊어주세요. 알겠죠?

 처제는 그렇게 말했다. 약간 맹한 것이 귀여운 매력이었다. 처제는 그렇게 말을 하고 나갔다. 다 잊어달라... 그래 뭐 별거라고... 나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처제를 돌려보냈다. 그러나 처제의 몸은 때를 정해놓지 않고 생각이 났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일부러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생각이 나는 일이었으니까. 예를 들면 이렇다. 정연이와 관계를 만지고 나면 나는 정연이의 엉덩이를 만지는 걸 좋아했다. 정연이의 엉덩이는 다른 여자들의 엉덩이보다도 더 힙업이 되어있었고, 더 컸다. 모든 남자가 그런 엉덩이를 좋아하듯이 나 역시 그 엉덩이를 좋아했다.

 정연아. 엉덩이가 왜 이렇게 커?

 내가 물었다.

 왜? 엉덩이 커서 좋아?

 정연이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엉덩이가 큰 걸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내가 매일 칭찬해주고 만져주자 자기도 거기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다.

 응. 엉덩이 커서 좋지. 아마 정연이 엉덩이가 제일 클거야. 세상에서.

 내가 말했다.

 에이, 무슨...

 정연이는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물론 아니겠지. 세상에서 가장 큰 엉덩이는 아마 아름드리 정도에 비견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엉덩이는 국산 엉덩이가 아니다.

 진짜야. 엄청 커.

 내가 말했다.

 우리집이 좀 커. 정은이도 엄청 크잖아.

 정연이가 말했다.

 그런가? 정은이가 큰가?

 내가 말했다. 나는 그러면서 정은이의 엉덩이를 생각했다. 아니... 생각하면 안 된다. 생각하면 안 돼... 그렇게 열심히 엉덩이를 쫓아내고 있을 때면 정연이는 아무것도 모르니 괜히 그것을 더 생각나게만 하는 것이었다.

 걔가 조금 살이 쪘잖아. 근데 살이 다 엉덩이로 가나봐. 엉덩이가 아주 빵빵해. 근데 우리집 자체가 다 약간 그런 체형이야. 우리 엄마도 그렇거든. 근데 신기한건 우리 할머니도 그래. 할머니는 친할머니 말이야. 친할머니랑 우리 엄마랑은 피가 안 섞였는데 몸매는 둘 다 약간 키 작지만 서구적? 하체만 서구적이라고 해야하나? 그렇다니까? 그게 우리까지 이어졌는데 엉덩이는 정은이가 아무래도 조금 더 위지.

 정연이는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해줬다. 이렇게 까지 설명을 해줬는데 어떻게 정은이의 엉덩이가 생각이 안 날 수 있겠나.

 정은이의 엉덩이. 엉덩이를 맨 엉덩이로 본 것은 아니었다. 팬티를 입고 있었다. 비록 팬티는 입고 있었으나... 팬티가 가리기에는 정은이의 엉덩이가 너무 컸었다. 아... 나는 어떻게 정은이의 엉덩이를 기억하고 있을까? 정은이의 엉덩이가 보였던 시간은 아주 짧았다. 치마가 잠깐 들춰졌다가 내려오는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다 기억이 난다. 너무도 선명하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