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1 처제와의 모텔 =========================================================================
모텔이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도 모텔을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나처럼 숙박시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을 할까? 그에 대한 어떤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은이는 나와 같이 모텔에 가주었다.
모텔은 어색했다. 연애를 오래 했으나 모텔에 자주 들락거리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모텔은 여전히 한결같이 낯설었다. 이건 정은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자와 단 둘이서 모텔에 와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별로 없겠지. 나와 관계를 가지기 전까지만해도 처녀였던 애가 올 일이 뭐가 있겠나?
모텔의 주인은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형부와 처제라는 사실을 알았어도 그렇게 반응을 했을까? 아니다. 그렇다면 보다 더 유심히 우리를 살폈겠지. 모텔에 들어가는 형부와 처제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더 의심을 안 받을 수가 있었다.
모텔에 들어와서 나는 정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그래... 정연아. 정은이 찾았어.
내가 말했다.
응? 정은이 친구집에 있던 거 아니야?
정연이가 말했다.
응. 그래도 언제까지 친구집에 있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말했다.
친구끼리인데 뭐... 뭐 찾아서 데리고 오는거야?
정연이가 말했다.
그런데 시간도 늦고 해서 내일 들어갈게...
내가 말했다.
내일 온다고? 집에 안 들어온다고 찾으러 나가서 집에 안 들어오는 거야?
정연이가 말했다.
이제 앞으로 계속 집에 있을 건데 뭐...
내가 말했다.
그래... 뭐 이제부터는 집에 있을 거니까...
정연이가 말했다. 정연이도 내 말을 이해해주는 모양이었다.
나는 정연이와의 전화를 끊고 정은이를 보았다. 정은이는 약간을 두근거리는지, 떨려하는 모습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정은이와 관계를 목적으로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었으니까.
왜? 왜 그렇게 수줍어 해?
내가 물었다.
아... 아니에요.
정은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수줍음이 묻어있었다.
걱정마라... 안 건들거니까.
내가 말했다.
거... 걱정 안 해요.
정은이가 말했다.
걱정 안 한다고 하면서 왜 그래? 안 건든다니까?
내가 말했다.
사... 사실은... 제가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럼 뭐가 걱정인데?
내가 물었다.
제가 걱정인 건...
정은이는 그렇게 까지는 말했지만 쉽게 말을 잇지는 못했다.
걱정인게 뭐?
내가 다시 물었다.
진짜 걱정인건... 안 건들까봐 그러는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뭐? 아이고... 그랬어?
나는 웃으면서 정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안 건들까봐 걱정이라니. 나는 정은이가 귀엽게 느껴졌다. 정은이는 나를 좋아하고 있다. 오히려 건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웃지 마세요... 저는 좀 심각해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뭐가 그렇게 심각해?
내가 물었다.
만약에요... 우리가 그냥 평범한 형부와 처제 관계였다고 생각해보세요.
정은이가 말했다.
응. 그래. 생각했어.
내가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모텔에 올 수 있었을까요?
정은이가 말했다.
글쎄... 하긴 처제와 형부가 이렇게 모텔에 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겠지.
내가 말했다.
그건... 우리가 평범한 형부와 처제의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어... 그런가?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정은이 너하고 하고 싶다거나... 그러지 않아. 할 생각도 없고.
내가 말했다.
그것도... 그래요. 만약에 형부와 처제가 같이 모텔에 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형부처럼 행동할까요? 아니에요. 아, 물론 행동은 그렇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형부처럼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고요. 남자들은 그래요. 처제라고 해도 모텔에 들어갔으면 다른 생각을 하는게 오히려 당연한 거라고요. 하지만 형부는 안 그런다고 말을 하죠? 그게 우리가 평범한 사이가 아니라는 거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그... 그런가?
나는 그 정도로밖에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정은이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남자는 그런 존재다. 친구와도... 그러니까 여자인 친구와도 모텔에 들어오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처제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행동은 그렇지 않더라도 생각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왜 그럴까?
너무 그렇게 골똘히 생각만 하지는 마세요. 그냥... 그냥 해본 말이니까요. 그럼 저는 씻고 올게요.
정은이가 말했다. 씻고 온다는 정은이의 말이...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모텔에 가면... 씻고 온다는 말도 다르게 들린다. 이건 어쩔 수 없는건가? 아니면 나도... 이제 평범한 남자처럼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핸드폰을 꺼내어 괜히 만져보지만 딱히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 그런데... 정은이가 나온다. 정은이는 샤워 가운만을 입은 상태였다. 정연이의 많은 부분이 드러나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샤워 가운이다. 그것만이 전부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흥분이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형부... 형부도 씻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정은이의 말에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를 씻겨서 뭐를 하겠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지금 자기가 샤워가운만 입고 있다는 상태가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는 듯이 너무도 태연하게 말을 할 뿐이었다.
그... 그래. 씻어야지.
내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에 들어가서 정은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발기가 되었다. 자위를 한번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은이와 관계를 맺으려면 맺을 수도 있...나? 적어도 지금 전까지는 관계가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정은이를 밀어내지 않았나? 정은이와의 관계는 적절하지 않다. 옳지 못한 관계이다 싶어서.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정은이를 상대로 자위를 한다? 이것 역시 옳지 못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