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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7 처제랑 모텔에 갔다고? (37/53)

00037  처제랑 모텔에 갔다고?  =========================================================================

아... 아니에요... 저는 지금 맛있는데요?

 정은이가 말했다. 분명히 해장국의 맛은 좋았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식당이니 그런 것이 당연하겠지. 하지만 그렇기에 더 미안했다. 맛있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지 못 하니까. 정은이는... 평소에는 그렇게 눈치를 안 보더니. 그렇게 당당하던 애가 지금 내 앞에서는 뼈다귀도 제대로 못 뜯는다. 그런 면이 더 귀엽게 보였다.

 그거 알아?

 내가 말했다.

 에? 뭐요?

 정은이는 뼈다귀를 손에 쥔채로 말했다.

 너... 귀여운 거?

 내가 말했다.

 에이... 그런 말 하지마세요!

 정은이가 말했다.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정은이는 정말로 귀여웠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정말이야... 너는... 사랑할 수 밖에 없게 생겼어.

 내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정은이의 말에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여주었다. 정은이의 눈빛이 바뀌었다. 정은이의 눈은 핑크빛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연이는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집에는 우리 둘만이 있었다. 잠깐이긴 하겠지만 정은이는 우리의 침실로 왔다. 나는 조금 피곤했기 때문에 바로 침대로 누웠다. 정은이 역시 내 바로 옆에 누웠다. 우리는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있지만 닿지 않을 천장을 보았다.

 우리는 저 천장에 닿을 수 없겠지?

 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은이가 물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힘이 빠진 채로 말했다. 나는 정말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왜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을까? 정은이는 그런 말을 하는 내 옆에 더 바짝 다가와 붙었다.

 오빠... 저 천장에는 닿을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 둘은 이렇게 닿을 수 있어요.

 정은이가 말했다. 나는 정은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좋다...

 나는 정은이의 입술을 떼어내며 말했다. 우리는 닿았다. 닿을 수는 있다고 생각을 했다. 다만 그것이 영원하지는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덜 슬프게 했던 것은... 어차피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게 그나마 조금의 위안을 줬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보니 정연이가 왔다. 우리는 그때는 이미 떨어져있었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오해를 살까봐... 정연이는 우리를 보자 의심을 하지는 않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정연이는 애초에 정은이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냥 친구네 집에 놀러간 거라고 생각을 한 거였지.

 에휴... 네가 갑자기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이 사람이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정연이는 정은이에게 말했다.

 헤... 미안해...

 정은이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오빠! 오빠는 근데 친구네 놀러간 애를 왜 그렇게 데려온 거야?

 정연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 어... 그 친구네 놀러가도 친구들이 싫어한다고. 생각해봐. 우리가 사는 집에 다른 사람이 놀러온다고. 그리고 며칠 동안 묵는다고 말이야. 그럼 싫겠지? 나는 처제가 거기에서 그렇게 눈칫밥 먹는게 싫었던 거야.

 내가 말했다. 어찌보면 빈틈이 많은 변명이었지만 정연이는 거기에 뭐라고 왈가왈부를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넘어가줬다.

 우리는... 그러니까 나와 정은이는 눈치를 살폈다. 모텔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연이에게 우리 사이를 말을 할까 말까... 그런 거였는데 우리는 정연이를 보자마자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말을 하지 말자... 적어도 지금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겠지. 왜냐면 지금은 이 분위기를 깰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차라리 다음 기회를 봐야겠다. 그렇게 눈빛을 주고 받았다.

 같은 말이다. 언제 하나 같은 말이었지만 그게 불러올 느낌은 언제 하냐에 따라서 크게 다르다. 말을 하기는 해야겠지만 조금 더 때를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야... 그래야 조금이나마 성공률이 좋겠지. 일단은 가리고 나중에 성공할 수 밖에 없을 때 말을 해야겠다.

 이제는 형부 걱정 시키지마!

 정연이는 정은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정은이는 알았다고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정연이는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이 곳에서 정은이와 같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정은이와 몸을 섞었다는 점... 물론 여기에서 몸을 섞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록 모텔이라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몸을 섞었다는 점이 괜히 내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그리고 눈치가 빠른 정연이는 그걸 눈치챌 수 있었다.

 어디 불편한 거 있어?

 정연이가 말했다.

 응? 불편은 무슨...

 내가 말했다.

 그래? 근데 어제는 어디에서 잔 거야?

 정연이가 말했다. 어디에서... 어디에서 잤다고 말을 해야하나? 그냥 모텔이라고 해도 되나? 고민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거짓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는 말은 맞지 않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 거짓말을 끝까지 거짓으로 유지시킬 자신이 없었다.

 어... 모텔...

 내가 말했다.

 모텔? 정은이랑 모텔에 갔다는 거야?

 정연이는 살짝 놀라며 물었다.

 응... 처음에는 찜질방 같은 곳 갈까도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더라. 정은이도 피곤하고 하는데 찜질방 같은 곳 가는 건 좀 그렇잖아. 그래도 오랜만에 봤는데 말이야. 그래서 그냥 모텔에 가서 잤지.

 내가 말했다.

 그럼 방은 두개 잡은 거야?

 정연이가 말했다.

 응? 방? 방 하나만 잡았는데?

 내가 말했다.

 방을 하나만 잡아? 그럼 침대는? 그걸 왜 하나만 잡아?

 정연이가 말했다.

 뭐... 침대는 하나여도 상관없지. 처제는 침대에서 자는 거고. 나는 바닥에서 자면 되는 거고 했으니까. 그리고 모텔이 얼마인데? 그 돈이 아깝잖아. 어차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은이잖아. 처제인데 뭐 어때?

 내가 말했다. 내 말도 일리는 있었다. 모텔에서 잠만 잘 건데 뭐하러 방을 두개나 잡아야하는가? 그리고 여자랑 한 방에 들어갔다는 것이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정은이는 나에게 처제다. 처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고, 가족과 한 방에 들어간 건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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